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02화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 제비는 은혜를 갚기 위해 박씨를 물어 온다.
-어어… 박씨가 자라난다!
흥부 부부가 톱으로 박을 슥삭슥삭 하자 거기서 금은보화가 쏟아진다.
그렇게 흥부 부부의 인생을 역전시켜 준 박씨처럼.
이번에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싶어 했던 전설의 박 씨가 하나 있었으니-
-하하! 레몬 엔터의 박규호라고 합니다.
바로 박처럼 동글동글한 이마를 소유한 레몬 엔터의 박 씨였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아이들이 이번에 자그마하게 식당을 열어 보려고 하는데… 혹시 관심 있으시다면…….
처음에는 몇몇 관광지에게만 이야기가 갔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소문이 얼마나 빠르던가.
뉴블랙이 식당 예능을 찍을 거라는 말에 전국의 지자체가 들썩였다.
2년 전에 귀염뽀짝했던 아이돌이 불백 하나로 휴게소와 고속도로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2년 후인 지금의 뉴블랙이 이번에 여는 식당은 어떻겠는가?
-우리 지자체에 유치해야 한다!
정말이지 물 밑으로 치열한 유치 전쟁이 펼쳐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통해서 입김도 넣어 보고, PPT와 각종 영상자료도 제작하고, 자그마한 지자체는 군수까지 출동해서 레몬 엔터의 대표와 면담 약속을 잡을 정도였다.
일단 선정만 되면 해당 관광지의 1년 수입은 걱정 안 해도 될 테니까.
그렇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그 승자는 바로 전라남도의 구례군이었다.
-후후후후!
그리고 구례군이 승리한 비결은 바로…….
-어어? 우리 왜 됐지?
-뉴블랙이 우리를 선정했다는데요?
-왜지…? 어째서……? 제주도랑 통영이 PT를 제일 잘했는데…?
엄밀히 말해서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기보다는 뉴블랙에게 간택됐다는 것이 맞았다.
그들보다 더 잘한 이들도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뉴블랙의 식당 프로젝트라는 역대급 복권에 당첨된 구례군은 정말이지 총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목표는 여수처럼 되는 것이었다.
엑스포를 포함해 어느 순간부터 입소문으로 갑자기 관광객들이 늘어나더니 전라남도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은 여수시, 그리고 그 옆에서 갈대밭으로 핫해진 순천시.
뉴블랙과의 협력은 그들에게 이런 목소리로 들려왔다.
-크큭… 힘을 원하는가…?
-네!
-하지만 아무에게나 힘을 빌려줄 수 없다… 아직 너의 그릇은 약하다. 강력한 힘을 담기 위해선 강력한 그릇이 필요하지. 후후후….
그래서 단시간 내에 최대한 크게 준비를 했다.
"일단 도깨비 식당을 그냥 구경만 하러 온 방문객도 있을 테니까.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이 없어야 됩니다. 화장실 증설을 비롯해서 시설도 깔끔하게 꾸며야 합니다. 우리 군의 이미지를 더욱 좋게 만들 기회예요."
"코레일 측에 관련 공문 보냈고요. 최대한 방문객들이 오기 편하도록 특별 버스 노선을 편성하고……."
"최대한 빨리빨리 진행해야 돼요."
당연하게도 그중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바로 식당이었다.
레몬 엔터를 통해 뉴블랙이 전달해 준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한 그들이 제작진을 지원해 주었다.
-기와를 비롯해서 전통 가옥의 분위기를 풍겼으면 좋겠어요.
"주변 건물들도 아예 다 기와 지붕으로 만들어 볼까요?"
"무슨 색으로 하죠? 뉴블랙이니까 검은색?"
"예쁜 검은색으로 고릅시다."
-공간은 조금 여유롭게….
"제작진들에게 여기 좋은 건물 있다고 말해 줘요."
"아니아니, 이것보다 더 큰 건물로 가야지."
"야! 진짜 규모 보고서 입이 떡하니 벌어지도록 만들어 봅시다!"
-가게 간판은 리혁이의 글씨체로 한글로 예쁘게 ‘도깨비 식당’으로 해 주셨으면…….
"우리 군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1km 바깥에 안내판 세우죠?"
"초대형 간판으로 세웁시다."
"풍차 가 보자고."
-아… 아니…….
"기왕이면 도깨비 거리를 조성해 볼까요?"
"예로부터 구례군은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곳으로… 하면서 썰 좀 풀어 볼까요?"
"도깨비 거리 좋은데? 진행시켜."
뉴니버스 제작진이 열심히 식당을 꾸릴 때마다 그 주변에서 뭔가를 잔뜩 만들어 내는 관계자들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탄생한 한옥 거리.
물론 아직은 흙바닥이 대부분이지만…….
거대한 도깨비 식당을 중심으로 앞으로 다른 것들도 들어서게 될 도깨비 거리가 마침내 완성됐다.
* * *
…라는 비하인드가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들려왔다.
"그… 저희가 널찍한 공간을 원한다고 하긴 했지만 이건 좀 많이 큰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예."
"뉴블랙 분들이라면 아마도 이 정도 스케일은 돼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한옥이 거대하다.
아니… 좀 뚠뚠하다.
저걸 들어서 옆으로 굴리면 데굴데굴 굴러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물이었다.
‘이게 한옥…?’
‘한옥이 어떻게 뚠뚠해 보일 수가 있지.’
수원에 아주 유명한 갈비집이 하나 있다.
엄청 유명해서 거리 하나를 갈비집 1관부터 4관이 채우는 곳인데 마치 그곳의 웅장한 건물과 닮아 있다.
"알바생이라도 추가로 고용해야 되나…."
내 말에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그래도 저기가 외장이 커서 그렇지, 막상 안에는 그 정도로 크지 않아서 할 만할 거야."
"어느 정도로 큰가요?"
"식사 공간만 치면 너희 구내식당의 0.8배 정도?"
우리 구내식당보다는 작다는 이야기에 조금 안심이 됐다.
정말 크긴 하지만… 저 정도면 조금 몸을 갈아서 일을 하면 어떻게 좀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호가 말했다.
"아니 그래도 넘 큰뎅……."
비주도 말끝을 흐리며 동의했다.
"그러게. 쪼금 많이 큰 거 같긴 한데……."
"크긴 크네…."
중현이마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내가 물었다.
"어쩌다가 여기가 선정된 건가요?"
"아."
군청 관계자 중에서 홍보담당관이라는 높은 분이 설명했다.
"거기에는 사연이 하나 있죠."
"?"
"원래는 다른 한적한 곳에 있는 조그마한 건물을 리모델링하려고 했는데… 마침 이 건물이 저희의 수중에 떨어졌거든요."
홍보담당관님이 이곳에 얽힌 전설을 말해 주었다.
"원 소유주가 체납한 세금을 납부하면서 물납으로 납부했거든요."
"아앗……."
"복잡한 절차를 통해서 도깨비 식당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세금 체납으로 납부한 건물이라는 말에 동생들과 내가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렇군.’
‘슬픈 사연이 있었어.’
관계자들이 말했다.
"이거 아니면 되게 자그마한 건물이었거든요. 교통편도 나쁜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근데 기왕이면 큰 게 좀 더 낫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입지를 선정했습니다. 애초에 한옥처럼 꾸며진 공간이라 막상 리모델링할 거리도 적고."
그런 설명을 들으며 제작진, 관계자들과 함께 실내로 향했다.
발판에 흙을 털고 입장하자….
"우와……."
"우와아아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약간의 페인트 냄새가 나긴 했지만 실내가 정말 깔끔했다.
인스타에 나올 법한 카페 분위기.
"와하아……."
동생들과 옹기종기 모인 채 감탄했다.
예쁘다.
묘하게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공간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메뉴판도 예쁘게 리혁이 글씨체로 적혀 있고.
다만….
"테이블이 좀 많긴 하네요…."
"너희가 최대한 손님들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잖아."
"저희가요?!"
"사전 미팅 자리에서 그러지 않았니?"
"그랬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런 말들을 한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혹시 지금 예약 인원 알고 있니? 한 10분 전에 기사 뜬 거 같은데……."
"몇 명인데요?"
"93만 명…."
"……."
"물론 중복되는 인원도 있겠지만 방청 신청에서 이 정도 인원을 보는 건 처음이야."
93만 명이란 말을 듣자마자 납득했다.
"커야 되겠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진다.
손님들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업무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웨이팅은 어떻게 할지…….
중현이가 물었다.
"진짜 우리 인력이 더 필요한 거 아닐까요?"
"아니야. 이 부분은 나랑 리혁이가 고민해 볼게. 이건 그래도 우리끼리 하는 게 나아서."
조금 힘들 순 있어도 우리끼리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식당 내부와 주방을 확인했다.
"와! 형들 이거 봐요. 주방 진짜 넓은데요? 여기서 막 뭐 찍어도 될 거 같아요."
"진짜 크다."
"형. 김비주 표정 봐요."
비주가 세상 감동한 표정으로 입가에 양손을 올린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꿈에 그리던 장소가……."
"진정해, 비주야."
당장이라도 기쁨의 춤을 출 것 같은 비주와 함께 여러 가지 조리 기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구 피디님, 저희 이따가 촬영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바로 보내 줄게."
사진으로도 주방의 위치를 찍고, 제작진이 찍은 주방의 영상 자료도 받기로 했다.
이제 이걸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지.
벌써부터 준비할 게 많았다.
"저희 숙소는요? 여기랑 가까워요?"
"근처에 보안이 잘 되는 곳으로 섭외했어. 시설도 좋고… 아마 30분 정도 거리일 거야."
"30분…."
"원래 기업에서 사원들 연수하는 데 쓰는 곳인데 이번에 우리가 대여했어. 제작진 분들이랑 다 같이 머무를 거야."
기업 연수원으로 쓰이는 곳이라면 호텔 못지않게 보안이 좋을 거 같다.
거기에 우리만 머무르는 게 아니어서 신원 미상의 누군가 침입해도 안전할 것이고.
내가 만족하는 미소를 지을 때였다.
"근데…."
지호가 뭔가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제주도에서 귀신 봤을 때도 숙소가 기업 연수원 아니었어요? 거기도 막 숲 있고…."
"……."
"경비원 아저씨가 우리한테 까꿍 했잖아요."
"……."
침음성을 흘리며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는 비주.
중현이가 멀뚱멀뚱 뜨고 ‘무서웠나?’ 하는 가운데, 지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또 그런 거 만나는 거 아니에요?"
"지호야."
"넹?"
"왜 그렇게 무서워해. 귀신을 만나면 얼마나 좋은데."
"……왜요?"
내가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결국 그분 덕분에 낙화의 음원 성적이 어떻게 됐지?"
"1위했죠…?"
"그래. 지호야."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분은 귀신이 아니야."
"그, 그러면…?"
"귀인이지."
"!!"
큰 깨달음을 얻은 동생들에게 내가 말했다.
"솔직히 난 기회만 된다면 또 뵙고 싶은걸. 저번에 감사했다고 인사도 한 번 드리고."
"…고마운 존재였네요!"
귀신 만나서 음원 대박 터지기 vs 안 만나기.
이건 솔직히 전자 아니겠는가?
우리의 문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동생들과 함께 슬슬 식당 실사를 종료하는 동안 관계자 분이 물었다.
"리혁 씨한테는 안 보여 드려도 되나요?"
"아, 지금 그 친구가 좀 스케줄로 바빠서……."
<미션 싱어>의 경연 준비에 한창인 리혁이.
엄밀히 말하자면 바쁘다기보다는 리혁이의 멘탈 관리 때문에 안 보여 주는 것에 가까웠다.
영상통화로 도깨비 식당을 보여 주고 나면 ‘!!!’ 하는 표정으로 동공지진을 일으킬걸.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미션 싱어>의 가왕전을 준비 중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기에 슬쩍 스케줄 이야기로 핑계를 댈 때.
뉴니버스 제작진을 비롯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리혁 씨의 개인 스케줄……."
"근데 곧 미션 싱어 녹화 아니에요?"
"맞네."
"국힙원탑 서리혁인 우주 씨는 이 자리에 있는데 가왕 선우주인 리혁 씨는 불참한 이 상황…! 그렇다면 가왕전 결과는……!"
놀랍도록 정확한 추리였다.
물론 나는 태연하게 ‘네?’ 하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파르르-
바들바들-
당황해서 파르르 떨고 있는 졸개들 때문에 텄다.
우리 매니저들이 ‘저… 다른 분들에게는 …’ 하면서 이번 주 방송의 비밀유지를 부탁할 때.
<미션 싱어>의 결과를 스포 당한 이들을 바라보며 웃고는 도깨비 식당의 실사를 종료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관계자들과 인사를 마치고는 다시 서울로 가는 차에 올랐다.
오늘 이 자리에 불참한 리혁이에게 보여 줄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동생들과 이런저런 회의를 할 때.
비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셰프님들이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셨잖아요. 이번에 도움을 요청해 볼까요?"
"음……."
솔깃하긴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셰프님들한테는 이미 도움을 많이 받은 거 같아. 이제부터는 우리끼리 해결을 해 보자."
"하긴. 조금 취지에 어긋나기는 하네요. 전문 셰프님들이 도와주시면 너무 쉬울 테니까."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끼리 좌충우돌하며 부딪치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물론….
"셰프님들에게 도움을 받기는 해야지."
보통 소원권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그러니 셰프님들이 우리에 대해 품고 있는 호감이나 고마움이 사라지기 전에 써야 하는 것이다.
마침 지호가 말해 준 문장이 머릿속에 스친다.
-와! 형들 이거 봐요. 주방 진짜 넓은데요? 여기서 막 뭐 찍어도 될 거 같아요.
거기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곧바로 좋은 반응들이 돌아왔다.
"좋은데요?"
"괜찮은 거 같아요."
그렇게 동생들도 동의를 한 가운데.
순천완주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안에서 다 같이 온라인을 확인했다.
"이제 슬슬 올라올 때 된 거 같지?"
"된 거 같아요."
지금까지 비밀리에 감추고 있던 메뉴들을 미리 공개할 시간이었다.
『 도깨비 식당 』
온라인 사이트 오픈.
여기에 이제 동영상으로 우리가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한 메뉴들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동생들과 시계를 바라보았다.
"5… 4… 3……."
그리고 마침내.
* * *
[502 Bad Gateway]
‘또 터졌군.’
‘터졌네.’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글들이 당황해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아니ㅠㅠㅠㅠㅠㅠ 식당 메뉴 확인하러 왔는데 왜 사이트 터져 있는 거임
-사이트 터졌누ㅋㅋㅋㅋㅋ
-사이트도 터지고 내 속도 터지고
-않이.. 선생님 메뉴 보여 주신다면서요
무려 90만 명 가까이 방문 신청을 한 도깨비 식당.
그 웹사이트는 오픈하자마자 터졌다.
어쩌지 하고 있는 이들에게 수플레들이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미튜브 가 보셈
-지금 사이트 막혀서 당황중인 호일들은 미튜브 ㄱㄱ
뉴니버스 계정으로 트레일러가 올라왔다.
‘왜 음식까지 티저가 있는 거지.’
‘수상할 정도로 K팝에 진심인 회사….’
의도는 음식점의 메뉴를 미리 소개하는 영상인데, 마치 K팝 티저를 보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검은색 단체복을 차려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메뉴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저희가 소개드릴 메인 메뉴는 바로 이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인서트 샷이 흘러나온다.
절로 침을 꿀꺽이게 만드는 비주얼의 햄버거 스테이크.
중현이 나이프를 들어서 햄버거 스테이크를 커팅하자 반숙 노른자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러면서 따끈하게 김이 나오는 스테이크 사이로 소스가 스며든다.
‘와…….’
뉴블랙 멤버들이 후후후 하찮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의 메인 메뉴인 이 아이의 이름은 바로….]
[블고기 스테이크입니다!]
뉴블랙의 ‘블’에서 따온 작명에 수플레들과 머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본은 밥으로 제공을 해 드리고요. 빵으로 드시고 싶다면 이렇게… 블고기 버거로 드립니다!]
그걸 비롯해 다양한 메뉴 소개들이 이어진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 어린이를 위한 토삼이 세트 메뉴.
[여름철이라 시원한 거 드시고 싶으시죠?]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을 지닌 저희의 에이스죠? 수족냉증 서리혁 파티시에가 만드는 환상의 디저트…!]
[서리빙수입니다!]
거기에 디저트까지.
미리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친절하게 메뉴 소개가 이어졌다.
쭉쭉 올라가는 조회수와 함께 실시간으로 속속 올라오는 기사들.
-대박ㅠㅠㅠㅠㅠㅠ
-와 음식 구성 알차다 알차
-어느 요일 골라야지 예약 신청 잘 될 거 같음??
-예약 중복됨?
-아씨 수플레 가입할걸ㅠㅠㅠㅠ 개부럽
모두가 수플레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뉴블랙이 영업을 하는 날 중에서 하루는 오직 수플레 가입자들만 예약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플레들은 그저 아련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과연 자리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될까?’
‘우리가 초동이 200만인디…….’
그렇게 꺼흐흑 울면서도 신청은 꼼꼼히 챙겼다.
그리고 숨 가쁘게 계속 움직였다.
"푸흐으으으……."
"어으, 힘들다."
덕질하는 게 힘들 만큼 떡밥이 많은 요즘이었다.
-숯불들아! 수플레 위크 컨텐츠 올라왔다!
-와아아악!
수플레 위크를 기념해 올라온 자컨을 보기 위해 달려가고.
-우비즈 새로운 소식 뜬 거 같음.
-!!!
서서히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뉴블랙의 첫 유닛, 우비즈(Woobiz)의 소식도 들어야 하고.
[도깨비 식당으로 추정되는 곳 사진]
커뮤에 올라온 뉴니버스 소식도 접해야 하고.
이제 곧 올라오는 뉴니버스의 미식 특집까지 봐야 하는데 정말이지 시간이 모자라는 느낌이었다.
마치 온라인에 올라온 그 짤이 떠올랐다.
처음에 사료가 그릇에 담길 때만 해도 설레하다가 갑자기 사료가 쏟아지니 정색하고 당황하는 고양이와 강아지들.
"볼 게 너무 많구나……."
하지만, 그럼에도 연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컨텐츠가 많다고 싫은 팬이 있겠는가.
-틴스피릿 자컨 좀 만들어ㅠㅠㅠㅠ 진짜 순둥이들이라고 회사에서 우습게 보나봄
-태준이 가고 영준이 오니 봄이 오나 싶었지만 그거슨 꽃샘추위였구요
-머리는 규호보다 두 배인 놈들이 규호 반도 못해..
-이럴 거면 회사 레몬에다 넘겨 ㅡㅡ
컨텐츠 기근에 시달리는 다른 아이돌 팬들을 보며 오늘도 감사함을 느끼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러다가 화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 안 돼!’
최애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리혁이가 이런 걸로 감사함을 느끼면 나쁜 행복이라고 했어. 이럼 안 되지.’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떡밥을 소화하는 한편.
수플레들은 오늘따라 유독 뉴블랙으로 뒤숭숭한 온라인 분위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올 것이 왔어.’
집집마다 TV가 켜지는 가운데, 수플레들에게 거실로 나오라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온라인에 올라오는 뜨거운 불판과 기사들.
-‘미싱’ 가왕 선우주 VS 국힙원탑 서리혁.. ‘과연 승자는?’
오늘은 바로 서리혁과 선우주의 가왕 대결이 펼쳐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