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08화
부르르릉-
지호네 아버님이 탑승하고 있는 고급 세단이 멀어진다.
"음?"
뭔가 아쉬움이라도 남으신 건가.
차량 뒷유리를 통해 왕현탁 회장님이 우리에게 뭐라고 외치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중현아."
"네."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는 거니?"
"‘안 돼. 나 오늘 아무것도 못했단 말이야…’ 라고 하시는 거 같은데요."
그 말에 비주가 말했다.
"음? 오늘 아무것도 안 하신 건 아니지 않……."
…냐고 말을 하려던 비주가 멈칫했다.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했다.
지호네 아버님이 오늘 방문해 주셔서 했던 일들이….
"없군……."
"특별하게 없는 거 같은데요."
그냥 식사만 하시고 간 것 같다.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좋게 포장했다.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되셨지. 장사를 앞두고 긴장한 우리의 멘탈을 치유해 주셨어."
"저도 오랜만에 지호네 아버님 얼굴 보고 너무 좋았어요. 이게 힐링이죠."
"어… 뭐, 정신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셨죠."
그런 말을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왕 회장님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바빠서 챙겨드리지 못했는데, 뭔가 좀 더 분량을 챙겨 드렸어야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막내가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말아요. 형들."
"?"
"이렇게 울 아빠도 깨달음을 얻는 거예요. 아무리 회장이어도 세상살이는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역시 방송계에선 우리 아들이 갑이구나. 이런 걸 깨닫고 이제 저를 더 예쁘게 대하는 거죠."
"참으로 효심이 깊은 아이로고…."
조카로는 삼아도 아들로는 두면 안 될 것 같은 우리 막둥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나도 간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김덕순 여사도 차량 앞에 섰다.
뉴니버스 제작진이 감탄할 만큼 삐까번쩍한 자동차가 삑삑- 하면서 문이 열렸다.
웅성웅성.
"저게 할머님이 백반집 확장하시면서 산 차래요."
"우와아……."
"저거 내 드림카인데."
그렇다.
내가 준 용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김덕순 여사가 백반집을 통해 번 돈으로 산 차였다.
김덕순 여사가 새초롬하게 웃는 동안 내가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역시 우리 올드 앤 리치… 아아악!"
"옘병하고 있네. 이 미친 거."
내가 등짝을 얻어맞는 모습에 동생들과 제작진이 물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특히 리혁이가 제일 신났는데, 아예 핸드폰 카메라까지 들어서 내 모습을 담았다.
"이 사람이 등짝을 얻어맞는 귀한 장면…!"
"리혁 씨, 영상 찍고 나면 저한테도 보내 주세요."
"나도."
"나도…!"
자기들끼리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는 할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글라스를 끼던 김덕순 여사가 내 시선을 느끼고 선글라스를 반쯤 내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왜 또 웃냐."
"아니야."
"사람이 진중한 맛이 있어야지. 실실 웃고 있어."
어디 재단 이사장이나 유명 원로 디자이너처럼 차려입은 우리 김덕순 여사.
항상 비스무리한 옷만 입고 있던 우리 할머니가 최근 들어선 굉장히 젊은 패션을 입고 있었다.
손자에겐 세계 최고로 행복한 광경이다.
"좋아서 그래."
"실없긴…."
혀를 끌끌 차던 김덕순 여사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손을 흔들었다.
동생들이 ‘할머님 안녕히 가세요!’ 하고 외치는 동안 유리창을 내린 김덕순 여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 할머니. 그리고 이번 주에 시간 좀 비워 줄 수 있어?"
"?"
"리혁이한테 줄 게 있어서, 왜 그거 있잖아…."
"아아."
전부터 준비한 리혁이 생일 선물 관련이었다.
할머니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그걸 들었는지 리혁이가 참새처럼 다가왔다.
"뭐예요? 뭐?"
"너 선물 준다고 한 거."
"!"
호기심을 해결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리혁이가 김덕순 여사에게 다가갔다.
"할머님. 뭐예요? 이 형이 저한테 선물로 준다고 하는 게?"
"우리 리혁이. 그건 말이여."
"네."
"가까이 와 봐."
귀를 가져다 대는 리혁이에게 우리 김덕순 여사가 소곤거렸다.
"그건 비.밀.이여."
"!"
"그려, 다들 잘 있고~ 이따 통화혀~"
"응. 할머니 잘 가."
리혁이가 ‘아니 할머님!’ 하며 손을 뻗는 동안 김덕순 여사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어디선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아니……!"
궁금한 건 세상에서 제일 못 참는 리혁이가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우리 모두 키득거렸다.
* * *
특급 게스트의 방문을 끝으로 모의 식당 영업은 일찍 종료했다.
울창한 숲을 끼고 있는 대기업 연수원에 도착하자, 구재영 피디님이 우리를 불러 모았다.
"오늘은 숙소에서 편히 쉬고. 내일 오전 중으로 출근을 하면 될 거야. 출발 시간은 05시인데 괜찮니?"
"네."
"그래, 푹 쉬어."
공동연출인 오태준 피디님도 문자 메시지 등을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 전남경찰청이랑 코레일, 도로공사에서 온 공문들 확인하는 중인데… 내일 인파가 장난 아니게 몰릴 거 같다더라. 너희 식당에 당첨된 사람들 외에도 그냥 구경한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
벌써부터 바글바글한 인파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가 물었다.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옛날에 증평휴게소 때랑 비교하면…?"
"그때의 10배 정도? 최소 예상이 그 정도야."
"……."
"미리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오늘 밤부터 교통 대란이 시작될 거라고 하더라. KTX도 급하게 차량을 증차했는데도 순식간에 매진됐대."
연휴도 아니고, 주말도 아닌 평일인데도 광기를 보여 주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동생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껴안았다.
리혁이가 물었다.
"근데 어차피 온다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요?"
"너희 보러 오려는 거 같아."
"……."
우리 때문이었던 건가.
동생들과 머쓱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동안 오 피디님이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예약 취소 테이블을 노리는 거 같아. 그러면 현장 추첨을 하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그럴 예정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 없었지만 이 정도면 현장 추첨을 좀 해야지……."
온라인 추첨에만 백만 명이 넘게 몰렸던 상황.
물론 혹시나 하고 신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현장까지 찾아올 열정을 지닌 사람들은 그중에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 수천 명이나 몰리게 된다면…….
"뭐. 그건 너희가 걱정할 바는 아니고."
오태준 피디가 뒷목을 주무르며 웃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해결해 봐야지."
"네, 저희는 그러면 쉬러 갈게요."
제작진이 식탁에 둘러앉아 각 지자체와 정부 기관, 납품업체 등과 화상통화를 하며 미팅을 하는 한편.
"비주야."
"네……."
"꼭 우리 같은 방에서 자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왠지 이러고 싶었어요. 수학여행 같은 거 오면 약간 이런 게 로망이잖아요."
"……."
우리는 널찍한 방 하나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꼭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싶었지만, 우리 메인 셰프님이 하고 싶다는 말에 바로 이불을 깔았다.
리혁이가 반듯한 정자세로 누운 채 이불을 끌어 올렸다.
"근데 아직 자려면 좀 이른 시간인 거 같은데요. 아직 저녁도 아니고."
"그렇긴 한데 좀 누워 있자."
너무 힘들었다.
수플레 위크, 요리 준비, 우비즈 최종 안무 점검 등등.
정말 쉬지 않고 밤샘 작업을 연달아 해서 그런지 온몸이 노곤노곤하고, 몽롱한 상태였다.
"어차피 최종 점검까지 다 했으니까. 잠깐 누워서 조금 쉬자."
"네."
"잠깐만 눈 감고…."
그리고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눈을 감자마자 몸이 훅 꺼지는 느낌과 함께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는…….
[빠빠빠빠-! 빠빠빠빠! 굿 모닝~]
[빠빠빠빠 빠빠빠빠!]
우리 막내의 핸드폰에서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모닝콜을 들으며 잠에서 일어났다.
"헉……."
"헉……!"
어느새 불이 꺼져 있는 상태.
커튼이 쳐져 있는 창밖에서는 어두컴컴한 하늘이 보였다.
[AM 03:30]
동생들이 하나둘 부스스한 머리카락으로 일어난다.
어둠에 눈이 익어서 그런지 붕어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생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부스스한 머리칼을 정리하며 물었다.
"우리 몇 시간 잔 거지?"
"우웅……."
양손으로 턱을 괸 채 눈을 끔뻑이던 중현이가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우리 한 10시간 넘게 잤을 거예요."
리혁이가 손목시계를 보며 답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따끈따끈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뒹굴거렸다.
잠은 덜 깨고 피곤한데, 막상 긴장감 때문에 잠이 안 오는 상황이었다.
"으어어어어어……."
"으어어어…."
그러하다.
마침내 뉴블랙의 도깨비 식당 데뷔 D-Day.
심장이 콩닥거리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나도 모르게 ‘하…’ 하는 한숨을 흘리자 동생들이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얼른 씻고 나가자.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그냥 내가 먼저 씻을게. 너희 조금 더 자는 게 좋겠다."
중현이와 지호가 다시 꾸물꾸물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빠르게 세안을 하며 준비를 마쳤다.
기초는 로션이랑 선크림 정도만 바르고.
밍기적거리는 동생들을 다독이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제작진들은 이미 다 준비를 마친 상황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다들 잘 잤니?"
"네!"
"얼굴이 괜찮네. 어제 잠깐 공지하려고 올라가 보니까 단체로 자고 있더라고. 푹 자서 다행이다 싶었어."
10시간 정도 잤더니 피부가 물광피부가 됐다며 자랑하는 우리의 모습에 제작진이 웃었다.
"피디님은 밤 새셨어요?"
"응. 점검할 게 너무 많아서… 긴장도 되고."
"저희도요."
밤샘 회의를 했는지 눈이 퀭하고 충혈된 제작진.
정말이지 모두가 지난 몇 달간 회의를 하며 준비한 프로젝트인 만큼 전운이 감돌았다.
"시작하기 전에 화이팅 한 번 해 볼까요?"
"좋지."
멤버들, 제작진과 함께 손을 모아 ‘뉴니버스 화이팅!’ 하고는 박수를 쳤다.
숲속이라 여름인데도 살짝 서늘한 여름 공기를 느끼며 곧바로 차량에 올라탔다.
"네. 여러분."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보며 우리가 비장하게 말했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저희 뉴블랙이 오늘 도깨비 식당으로 첫 요식업 데뷔를 하는 날이에요."
"진짜 쇼케이스 나가는 기분이네요."
"농담이 아니라 정말 앨범 내는 것처럼 떨려요."
그런 말을 하면서 동생들과 말했다.
"하지만 저희 뉴블랙."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쥐어 보일 때였다.
"음?"
"으음?"
갑자기 차량이 멈췄다.
아니.
멈췄다기보다는 거의 10초에 5미터를 가는 속도로 갔다가 멈추고, 갔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꼭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춘 듯한 느낌.
"어어……!"
운전석에서 들린 조연출의 새된 비명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뭐예요?"
"고라니예요? 고라니?"
"뭔데요?"
"반달가슴곰??"
"중현아. 진정해라."
우리가 고개를 돌리자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작진이 보였다.
"왜 그러세요?"
"저기……."
조수석에 앉아 있는 구재영 피디님의 손을 따라 우리의 시선이 이동했다.
그리고 왜 운전석에 앉아 있는 막내 피디님이 그토록 식겁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시각 05시.
아직 영업을 시작하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각.
그런데….
"?"
"??"
도깨비 식당으로 가는 길목이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빵빵-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오고, 전국 차량 전시회가 열린 것처럼 수많은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치 귀성길 같은 분위기.
어두운 새벽하늘 아래로 차량 라이트가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었다.
"아니 이러면 출근을 못 하는데……."
정작 식당 종업원인 우리가 갈 수 없을 만큼 출근길이 꽉 막힌 상황.
삑삑- 하면서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통제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정체된 도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빠져나와서…."
구재영 피디님이 그런 말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자, 이미 수십 대의 차량이 우리 뒤에 늘어서 있었다.
"……."
"……."
당장 출근부터가 힘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하지만 우리는 당황하지 않았다.
"리혁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딜 가든 재난 가방을 챙겨 가고, 어디를 놀러가면 건물이 무너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리 메인보컬.
"후후후. 이것 또한 내 시나리오의 범주 안에 들어 있었죠."
"훌륭하다…!"
"다들 기억하죠? 시나리오 13번?"
"……."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리혁이가 전자화된 문서를 열며 말했다.
"어디 보자. 출근길부터 차량이 고장 나거나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의 대처법… 여기 있네요."
* * *
마침내 도깨비 식당이 영업을 하는 날.
[서울-구례 버스 시간표]
출발 06:40 도착 09:53 [매진]
출발 09:00 도착 12:13 [매진]
.
.
[도착: 구례구역 / KTX 시간표 조회]
KTX 503 [매진]
KTX 505 [매진]
KTX 509 [매진]
평일임에도 연휴 급으로 버스와 기차 모두 편성을 늘렸지만, 그 모두가 매진이 떠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과 경기권에서 굉장한 인파가 남하를 시작하고.
전국 각지에서 당첨된 사람들과 뉴블랙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구례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런 열기에 대한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였다.
[도깨비 식당 구경하려고 구례 왔다]
(구례군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동차들.jpg)
질문 못 받는다..
-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치게임 대실패
-???: 의외로 사람들이 안 올수도 있지 않을까??
-진짜 사람 존나 많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로 미어터진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도깨비 식당을 구경하려고 오는 건 아니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도깨비 식당을 보러 오는 게 맞긴 했지만, 정말로 식사를 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혹시 현장 추첨을 한다면… 혹시……?’
그런 약간의 미세한 기대감.
그리고.
‘어차피 관광하면 되니까.’
관광이 목적이었다.
언제나 항상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한국인들에게 새롭게 등장한 구례라는 핫 이슈.
이미 인지도 있는 관광지이긴 했지만 이번에 뉴니버스의 힘으로 더욱더 부상한 구례였다.
정말로 ‘새로운 유행(The New Black)’이라는 팀명이 어울리는 행보.
사람들이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뉴블랙 TV에 업로드 된 영상들도 있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구례군을 처음 방문하는 여러분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도깨비 식당에 사람이 몰릴 것 같은데, 사람 많으면 여기 가서 노는 게 어떤가요?!’ 하는 분위기의 영상.
그리고 거기에 선공개된 뉴니버스 클립까지.
-[선공개] 뉴니버스 ‘도깨비 식당’ 특집.. "구례에서 뭐 먹지?"
뉴블랙 멤버들이 직접 가 본 구례의 맛집들을 탐방하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각종 사찰과 대나무숲 등의 근사한 볼거리.
고즈넉한 분위기의 지리산과 아름다운 섬진강.
그리고 뉴블랙이 직접 소개해 준 다양한 맛집들까지.
‘구례다.’
‘올 여름엔 구례다.’
이제 막 방학식을 한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갈지 고민했던 부모들.
내일로 등으로 국내 여행 계획을 짰던 대학생들.
데이트 장소를 찾던 커플들.
그 외에 다양한 사람들의 목적지가 구례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기회가 되면 뉴블랙도 보는 거지."
"크으."
그리하여 큰 뜻을 품고 구례로 온 관광객들은….
"에라이."
"아이고."
"허허허허…."
헛웃음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영업도 시작하지 않은 도깨비 식당으로 향하는 길목이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야?"
"저쪽인데, 요 코앞이거든."
운전자가 핸들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이고, 난리 났다. 난리 났어…."
"아빠, 그냥 우리 빠지고 다른 데 가면 안 돼?"
"아, 여기서 어떻게 나가~"
이래저래 갇혀 버린 상황이었다.
차량 운전자들이 후회 막심한 표정을 지었다.
‘아, 바로 코앞인데.’
슬쩍 지나가면서 건물 모양만 보고 가려고 했던 터였다.
대충 근처에서 기념사진만 찍거나.
대부분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왔다가 도로가 협소해 중간에 탈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진짜 바로 앞인데.’
조금만 가면 나오는 곳인데 이대로라면 거의 1시간은 걸리겠다 싶은 분위기에 다들 멍한 눈을 할 때.
부르릉-
뒤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뭔가 옆으로 지나갔다.
경광등을 켜고 있는 경찰 오토바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뒤에 천천히 따라가는 무언가였다.
"?"
"??"
그것은 자전거였다.
바퀴가 세 개 달려 있는 삼륜자전거.
운전자가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인력거 같은 뒷자리에 사람이 탄 자전거가 쌩 하고 지나간다.
"어……?"
"어어…?"
삼륜 자전거 뒷자리에서 헬멧 끈을 고쳐 메고 있던 비주와 어느 가족의 눈이 딱 마주쳤다.
수줍게 웃던 비주가 전광판 어플을 들어 보였다.
[출근 중이에요~! 뉴니버스 관만부!]
반짝반짝 웃는 비주를 보며 차량에 탄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많관부 아닌가…?"
"비주잖아."
앞자리에서 아마도 우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달을 밟고, 최애의 자전거를 탄 비주가 수줍게 웃는다.
쌩-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두 번째 자전거.
지호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뒷자리에 탄 리혁이 우마차에 탄 대역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음. 리혁이네."
"리혁이야."
대수롭지 않게 ‘애들 지나가네…’ 했던 사람들이 멈칫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어?!"
생각해 보니 뉴블랙과는 초면이었던 것이다!
오토바이의 인도를 받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들의 모습에 운전자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봐, 봤다!’
‘뉴블랙이다!’
뒤에서부터 파도처럼 아련히 들려오는 함성을 즐기며 뉴블랙이 출근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근데 중현이는?"
"그러게?? 중현이가 안 보이네."
중현이가 안 보여서 다들 의구심을 품고 있을 때였다.
쌔애앵-!
어딘가 돌풍이 부는 듯한 소리!
차량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거센 바람이 느껴지면서 무언가가 달려 나간다.
점처럼 멀어진 자전거를 순식간에 따라잡는 의문의 형체.
‘사람?’
‘사람…인가?’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검은 후드티의 인영이 쌩 하고 인도를 달려 나가면서 사람들이 눈을 비볐다.
마침 맞게 찡- 하고 빛나는 반달 모양의 스포츠 브랜드 로고.
저건 마치….
‘반달가슴곰…!’
지리산의 명물(김중현, 24세)을 목격한 관광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