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09화 (1,00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09화

저마다 바삐 일과를 보내고 있는 평일 오전.

"부장님. 이거 보셨어요? 오늘 아침에 구례에 몰린 인파래요."

"와, 이게 다 사람이야?"

"저도 기사 봤는데 지금 구례 난리 났대요. 뉴블랙 식당 구경하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며 잡담을 하는 회사원들.

"해인이네 엄마는?"

"오늘 구례 갔대요. 그거 뉴블랙이 하는 음식점 당첨돼서."

"어머, 진짜요??"

"애기들이 토삼이 보러 간다고 엄청 신났대요. 어제 얘기 듣고 너무 부럽더라고요."

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기 위해 어깨에 가방을 대충 걸친 부모들.

"오빠, 우리도 구례 갈까?"

"왜 갑자기 구례~?"

"됐다. 안 갈래."

"아, 왜. 이거 내가 아니라 선우주가 한 드립이야~"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고 있던 커플 등등.

이른 아침부터 도깨비 식당이 여러 사람의 입에서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을 무렵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

[실시간 도깨비 식당 출근길]

길이 막혀서 자전거 타고 출근 중

글을 클릭한 사람들이 빵 터졌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뉴블랙의 영상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부터 큰웃음 준다 진짜ㅋㅋㄱㅋ

-졸귀

-헬멧 왤케 귀엽지

그런 댓글들을 주르륵 내리던 네티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갑자기 흐름이 바뀌는 댓글들 때문이었다.

-???

-중현이 아냐..??

-뭐여 방금

-뭐가 지나난ㄱ

바로 그때 댓글창을 보고 있던 그들의 귓가로 여전히 재생 중인 동영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사람이야?]

[어?]

스크롤을 도로록 올려서 영상의 재생 바를 조금 앞으로 당겼다.

영상 속에서 차량에 탄 사람들이 ‘얘들아!’ 하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뉴블랙 멤버들이 카 퍼레이드를 하듯이 손을 흔들어 준다.

하지만 바로 그 후.

[어…?]

마치 축구 골대 뒤편에 설치된 카메라처럼 갑자기 핸드폰 카메라가 살짝 흔들렸다.

아마 바람 때문인 듯했다.

다시 카메라를 고쳐 들자 쌩- 하고 무언가가 빠르게 점처럼 멀어진다.

흐릿한 화질 때문인지 마치 반달가슴곰처럼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반달곰…?’

하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아연실색한 얼굴로 다시 영상을 재생하는 사람들.

-중현아??

-아니 왜 혼자만 장르가 달라ㅋㅋㄱㅋㄱㅋㅋ

-개빠르다

-중현이 피셜) 고등학교때 100미터 11초대

-심지어 혼자 자전거도 안 타고 잇음ㅋㅋㅋㅋㅋㅋㅋㅋ 평온한 얼굴로 달리는 중

이윽고 누군가 김중현의 현재 속도가 시속 37km 정도로 보인다는 분석글까지 올리면서.

"이거 보셨어요??"

"야, 너 중현이 달리기 봤어?"

"우리 육상부는 오늘부터 특훈에 들어간다. 우리가 아이돌보다 느려야 쓰겠냐?"

도깨비 식당의 개업일.

뉴블랙은 평소처럼 조금 이상한… 쪽으로 화제가 되고 있었다.

* * *

오토바이를 탄 경찰관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도깨비 식당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감사하긴요. 제가 감사하지요."

하얀 헬멧에 야광 조끼를 입은 교통경찰관 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사인 좀."

"네. 당연하죠."

"조금 시민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예예, 거기 딱 좋네요. 경찰관이 연예인 사인 받고 있다고 민원 들어올 거 같아서."

따님에게 줄 사인을 적어서 건네드리자 함박웃음이 돌아왔다.

다시 헬멧 끈을 동여매고 손을 흔들며 떠나는 구례경찰서의 경찰관에게 꾸벅 인사한 후.

"지호야 들어가자."

"후후후."

혼자 자전거 위에 앉아서 다양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있는 막내를 불렀다.

뭐가 좋은지 히죽히죽 웃고 있다.

"이거 인스타 올려야지. 저 지금 막 윈드 브레이커 주인공 같지 않아요?"

"요즘 하는 게임이야?"

"아녀……."

형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지호가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이제 익숙해요. 리혁이 형도 저번에 연애혁명 얘기하니까 연해주 혁명이냐고 그러고."

"?"

"역시 머글들 사이의 덕후는 힘든 법…."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어깨를 으쓱이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선발대로 미리 도착해서 세팅을 하고 있던 카메라 감독님들과 눈이 마주쳤다.

"저희 왔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어어?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저희 자전거 타고 왔어요."

"……?"

이윽고 도깨비 식당 대문 앞에 주차된 세발자전거를 본 감독님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촬영부의 한 감독님이 물었다.

"근데 왜 자전거가 두 대니?"

"중현이는 뛰어왔어요."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중현이에게로 향했다.

"?"

땀 한 방울 없이 푸근하게 웃고 있는 중현이를 바라본 감독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중현이가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주 감독님은 저보다 빠르시잖아요."

"아니 나는 선수까지 하다 온 사람이고…."

그렇다.

주세한 시절, 연천군의 패왕 대길(大吉)에게 추격당할 때 중현이를 앞질렀던 우리의 주 감독님.

과거 대학 시절 육상선수였다는 분이 말했다.

"중현이와 나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지. 나는 땀을 흘리는 사람이지만, 중현이는 지치지 않아."

"그렇군요…."

"중현이는 땀을 흘리긴 하니? 그거 땀 안 흘리는 것도 좋은 체질은 아니라던데."

우리가 말했다.

"중현이도 흘려요."

"그래…?"

"네. 단지 어지간한 일에는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일 뿐…."

"……."

"우리가 산책하면서 힘들다고 땀이 나진 않잖아요? 그런 느낌인 거죠. 지금도 산보했다 정도."

여러 사람의 이목이 집중되자 중현이가 머쓱한 듯 하하 웃고, 감독님과 내가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화사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중현."

"!"

포식자를 만난 것처럼 중현이가 뻣뻣하게 굳었다.

짐을 확인하고 있던 비주가 온화한 표정으로 중현이에게 말했다.

"너 아까 내가 챙기고 오라는 거 두고 왔나 보네~?"

"엇… 어어……."

"이리 와서 봐봐."

"야, 나 그… 어… 내가 두고 왔나?"

삐질삐질.

중현이의 이마에 식은땀이 성글성글 맺히기 시작했다.

감독님과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럴 때도 땀을 흘리죠."

"그렇군…."

화기애애한 동갑내기들을 바라보고는 홀을 둘러보았다.

문제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고는 몸을 가볍게 풀면서 홀에 모였다.

"자."

리혁이가 복장을 착용하며 말했다.

"위생 마스크."

"확인!"

"앞치마."

"확인!"

"다들 손 들어 보세요."

손 씻기를 비롯해 위생에 대해 깐깐하게 검사를 마친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말하라며 손짓했다.

"네. 사랑하는 졸개 여러분. 오늘 영업 힘차게 해 봅시다!"

"화이팅!"

도깨비 식당의 영업신고증이 걸린 카운터 앞에서 힘차게 화이팅을 하고는 주방으로 들어섰다.

지호와 함께 냉장고에서 미리 준비해 둔 재료들을 꺼내고.

리혁이는 빙수용 얼음들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커피 기계에 예열을 하기 시작하고.

중현이는 올려 두었던 홀의 의자들을 하나씩 내리면서 테이블을 세팅하고.

비주는 각종 조리 기구를 포함해 조미료와 양념의 위치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체크했다.

"리혁아. 주문 좀 확인하자."

"네, 바로 할게요."

"배터리는 충분하지?"

"지금 99%예요. 여분으로 세 대 정도 더 준비를 해 뒀고요."

중현이와 리혁이가 들고 다닐 주문용 태블릿으로 주문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도 확인했다.

기계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이니까.

그래서 사람이 제대로 확인하는 절차도 시행 중이다.

딩동!

조합을 다르게 짜거나 하면서 주문대로 잘 들어가는지 확인을 하고는 벽에 걸린 수플레 시계를 바라보았다.

뻐꾹!

날개 달린 수플레가 튀어나와 6시 정각을 알렸다.

"시간 진짜 빨리 가네."

"형. 우리 빨리 준비해야 돼요."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재촉을 하지 않는 비주도 서두르자고 할 만큼 할 일이 많았다.

조리 기구를 세팅하면서 말했다.

"확실히 긴장감을 이기는 데는 준비가 최고야."

"맞는 말 같아요."

식당을 준비하면서 든 생각은 무대와 꽤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긴장된다.

무대 위에서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 모르는 것처럼 식당 영업도 다양한 변수로 가득한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둬도 내 생각처럼 안 될 때가 많기에 항상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을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냥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덜어 내는 것밖에.

"음흠흠~♬"

그래도 준비를 워낙 철저하게 한 덕분인지 막상 영업을 앞두고는 설렘 가득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뭔가 설렌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왔던 것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할까.

다다다-

셰프님들에게 배웠던 칼질로 파를 빠르게 다다다- 썰면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배워서 이렇게 써먹을 때가 제일 좋다.

비록 예능이라는 한계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배웠지만,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이 가르쳐 준 노하우와 스킬을 이용해서 재료 손질을 하고 있자니 기분이 슬그머니 좋아졌다.

"형, 진짜 늘은 거 같아요…!"

"그치?"

단순히 동작을 모방하는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열심히 가르쳐 주었던 이론들을 실제에 접목시켜… 아니아니, 이건 너무 리혁이 같은 표현이고.

‘캬악!’

어허. 내 마음속 리혁이는 들어가.

아무튼, 이렇게 셰프님들에게 머리로 배운 것들을 어떻게 주방에서 구현하지 하며 연구한 보람이 있었다.

"우와아아…."

나를 관찰하던 비주가 양손을 뺨에 올렸다.

"저 사진 좀 찍어도 돼요?"

"잠시만."

"?"

내가 새끼손가락으로 개수대를 콕콕 찍어 이마에 물을 찍었다.

"짜잔. 살짝 땀 흘리는 연출."

"!"

"예쁘게 찍어 줘. 김덕순 여사한테도 보내 주게."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있던 비주가 대만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나도 비주가 요리하는 모습을 찍어서 비주네 어머님께 톡으로 보내드리는 한편.

식당 주방을 보면서도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셰프들에게 배웠던 실력 외에도 이번 도깨비 식당에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우리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Je vous souhaite bonne chance! (당신의 행운을 빕니다!)

내가 앰버서더를 맡은 르블랑의 조르주 벵거 회장이 장사 잘하라며 보내 준 최고급 프랑스 올리브 오일.

"중현아. 고기 상태 어떤 거 같니."

"최고예요."

평창 올림픽의 홍보대사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평창군의 도움으로 한우 농가와 계약을 맺어 공급 받은 질 좋은 한우.

그리고 뉴불백 때 인연을 맺었던 한돈협회 대표님도 이번에 큰 도움을 줬다.

그때 당시 돼지고기 판매를 증진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이 있었다.

매출에 따라서 돼지고기를 무제한으로 공급 받는 인센티브 약정을 맺었는데, 우리가 그때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아마…….

-얼마… 동안이라고요?

-2년 3개월입니다.

-…….

-와! 2016, 2017… 2018년 말까지네요!

그랬다.

물론 처음에 한 번 삼겹살을 받은 이후로는 실제로 우리가 고기를 보내 달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아무튼 약정 기간이 2년이 지난 2018년의 연말까지라는 점 때문일까.

-뉴블랙의 장사 대박을 기원합니다!

이번에 협회 대표님의 소개를 받아 품질 좋기로 유명한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특별하게 물리적인 비용이 절감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장사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물리적이지 않은 비용이라고 할머니가 누누이 그랬다.

-세상에서 제일 얻기 힘든 게 신용이여. 순 사기꾼 놈들만 가득한 데서 믿을 만한 놈들이랑 트는 게 중요혀.

신뢰할 수 있는 이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그런 불확실함에 대한 비용을 줄인 것 같다.

"꺄르륵!"

아. 방금 나 사업가 같았다.

가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대견할 때가 있었다.

뻐꾹- 하고 시계에서 나온 수플레가 뱁새처럼 파닥이면서 리혁이가 말했다.

"오픈 1시간 전이에요!"

"1시간 전!"

깍지를 낀 채 스트레칭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준비는 완벽하다.

모든 게 착착 돌아가는 걸 느끼며 멀찍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카메라 확인 한 번씩 해 주고. 혹시 현장 방문한 사람 있으면 예약 취소 테이블이 생길 경우에만 추첨이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해 줘."

"예, 피디님."

"그리고 재용이 어디 갔니? 저쪽에 손님들 대기할 천막도 세워 둬야……."

주세한 때부터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는 도가 튼 우리 뉴니버스 제작진.

바깥에서 현장 상황을 점검해 주는 구례군 관계자들.

믿음직스러운 우리 졸개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요."

바깥에서 웅성웅성하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제 막 영업 시작을 앞두고 벅차오르는 자신감을 느끼며 졸개들에게 선언했다.

"졸개들아."

"예!"

"그 어떤 시련이 주어진다 해도 우린 오늘 승리할 것이다."

"후후후후후후!"

"우후후후! 시작하자꾸나!"

도깨비 식당.

마침내 영업 시작!

* * *

마침내 영업 시작 시간.

뉴니버스의 스탭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1번으로 줄을 선 이들은 한 무리의 대학생이었다.

인원 제한인 4인에 맞춰 당첨된 대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밀었다.

"야, 네가 먼저 들어가~ 너 수플레라며."

"짭플레야. 짭플레."

"아 떨려……."

1번으로 입장한 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도깨비 식당의 정문을 넘어섰다.

"오."

"진짜 무슨 갈비집인 줄…."

졸졸 물이 흐르는 연못을 비롯해 돌바닥이 깔려 있는 정원에 그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도촬이 힘들도록 심어진 나무들을 지나 본격 <도깨비 식당>이라는 현판이 그들을 맞이했다.

"!"

"!!"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5인조의 비주얼.

"미친…."

"야, 야, 카메라 있어."

저도 모르게 비속어가 나올 만큼 잘생긴 청년들이 앞치마를 멘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을 반겨 주는 국민 아이돌.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도깨비 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예 1번으로 들어온 손님들에게 꽃목걸이까지 걸어 준다.

대학생들이 어어… 하며 멍 때리고 있는 동안 줄줄이 들어오는 1차 손님들에게 뉴블랙이 인사했다.

"저희 첫 영업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손님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어머, 반가워요!"

"이거 우리 딸이 신청해 줬어. 허허."

자식이 대신 신청해 줬다는 나이 든 중년 부부.

"해인아. 여기 토끼삼촌 친구인 오빠야."

"안뇽하세요."

"해성아. 너도 인사해야지."

"……어어… 어…… 아, 우와. 안녕하세요."

유치원생 딸,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4인 가족.

그렇게 다양한 손님들이 입장하는 가운데 인사를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저마다의 위치로 흩어졌다.

"물입니다."

앞치마를 멘 건장한 피지컬의 미남이 걸어오면서 사람들이 ‘어머’ 하고 감탄했다.

"수저는 옆에 테이블 열어 보시면 비치되어 있고요. 주문 확인 다시 한번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첨된 이후, 미리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골라달라는 연락에 메뉴를 골랐던 첫 시간대 사람들이었다.

해당 주문이 맞는지 중현과 리혁이 돌아다니며 확인을 마친 후.

미리부터 조리 중이었던 요리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헐……."

"우와……."

"와."

영롱한 빛깔의 계란 노른자가 올라와 있는 블고기 스테이크.

나이프를 들어서 톡 건드리자 계란이 스르륵 흘러내리면서 걸쭉한 소스와 섞여 들었다.

슥슥-

고기를 썰자 육즙이 살짝 흘러나오면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올랐다.

안경을 낀 이들의 눈앞이 순간 뿌예질 정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입에서 허- 후- 하며 입김을 불며 ‘마히허…!’ 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깜빡하고 진짜배기 리액션이 나왔다.

‘미친.’

‘셰프들이 칭찬을 한 게 립서비스가 아니었구나.’

‘예능 식당… 아니었나?’

아무리 그래도 예능 식당이라 큰 기대는 안 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거의 맛집 수준이었다.

최고급 재료들로 만들어지고, 최고의 셰프들과 함께 개량한 뉴블랙의 레시피.

처음에는 안전하게 블고기 스테이크만 주문했던 사람들이 메뉴표를 훑기 시작했다.

"저기 봐봐. 버팔로윙 맛있어 보이는데?"

"우와."

배달전문점에서 오는 시판용 버팔로윙이 아니라 진짜배기 미국식 버팔로윙.

"블고기 파스타 저것도 괜찮아 보인다."

"저기 혹시… 저희 질문해도 될까요? 토마토소스랑 궁합 어떠신 거 같으세요?"

"대박이에요. 드셔 보세요."

테이블끼리 소통이 오가게 만든 근사한 빛깔의 토마토 함박 파스타.

"채식 메뉴인데 저것도 괜찮아 보여."

"머쉬룸 버거?"

메인 메뉴들을 바라보며 호오… 하고 있는 한편.

"저희 주문이요!"

"저희도요!"

딩동! 하고 벨을 누른 사람들에게 중현과 리혁이 다가가 주문을 받았다.

그러면서 착착 돌아가는 주방.

주방에서 보조를 하고 있던 뉴블랙의 막내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형, 형, 우리 시작이 좋은데요?"

"그러게."

"주문도 생각보다 소화할 만하고… 괜히 너무 걱정했나 봐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차근차근 돌아가는 식당에 뉴블랙 멤버들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비주가 친구를 불렀다.

"중현 씨, 밀라네사 완성됐어요."

"예~"

중현이 서빙을 하려고 할 때.

우주가 그에게 말했다.

"나도 같이 갈게."

"?"

"어린이 메뉴잖아."

"아."

아르헨티나의 유명 음식이자 한국의 돈까스와 거의 흡사한 밀라네사.

‘어린이를 위한 밀라네사’라고 되어 있는 메뉴 위에 토삼이 모양으로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주섬주섬.

선우주가 한 손에 장갑 인형을 낀 채 중현을 따라갔다.

"헛…!"

양손으로 포크와 숟가락을 쥐고 있던 6세 어린이 소해인이 눈을 크게 떴다.

"삼촌…!"

[안녕! 어린이 친구!]

토삼이가 꿈틀꿈틀하며 어린이에게 인사했다.

[삼촌이 너를 위해 준비한 어린이 메뉴란다! 맛있게 먹어야 한다!]

"네!"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네-!"

최애를 영접한 유치원생의 모습을 보며 부모가 동영상을 찍으며 ‘진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할 때였다.

토삼이의 특급 서비스를 바라보고 있는 다른 손님들.

"……."

"……."

손님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

‘고.’

고개를 끄덕인 이들이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예, 뭐가 필요하신가요?"

"저희도 어린이 메뉴 먹을래요!"

손님들의 마음에 동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 * *

딩동!

딩동!

전광판에 미친 듯이 올라가는 어린이 메뉴의 카운트 수.

마치 영화 속 오퍼레이터가 ‘전방 적기 10… 100… 셀 수 없습니다!’ 하고 외치는 듯한 상황에 멤버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

"……."

모두가 흉흉한 눈으로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을 바라보았다.

소심하게 양손을 가슴팍에 모은 절세미남이 눈치를 살폈다.

"어… 얘들아."

"……."

"미안해……."

장사 할 만하다고 좋아하던 멤버들을 위해 손수 지옥문을 꺄르륵 열어 버린 맏형.

‘조졌죠?’ 하는 어느 6인조의 속삭임이 환청처럼 들리는 가운데, 멤버들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딩동!

딩동!

딩동!

그들의 눈앞에 토끼 지옥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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