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0화
내 앞에 천사와 악마가 있다.
천사의 얼굴을 한 메인댄서가 내게 속삭였다.
"형. 지금이라도 손님 분들에게 양해를 구할까요? 만 12세 이하까지만 주문 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어른들은 따로 기본 밀라네사 메뉴로 주문 부탁드린다고…."
옆에서 서리혁의 얼굴을 한 악마가 삐딱하게 말했다.
"안 돼요. 이건 우리 과실이죠. 안 되는 거였으면 미리 안 된다고 말했어야 하는 건데."
"……."
"일단 기본 밀라네사라는 메뉴도 없잖아요."
슬프게도 리혁이의 말이 맞았다.
그렇게 할 거라면 주문을 받을 때 먼저 ‘어린이만 시키실 수 있어요!’ 라고 말을 해 줘야 했던 것 아니겠는가.
식당 사장으로서 종업원들에게 교통정리를 했다.
"일단 이번 시간대까지는 접수를 받고 다음 타임부터 안 되는 걸로 바꾸자. 리혁아. 손글씨로 메뉴판에 안내 문구 써 줄 수 있을까? 어른 메뉴랑 어린이 메뉴랑 별도로 나눠서."
"바로 고칠게요. 어른 메뉴는 이름 뭘로 할까요?"
"음……."
사람들을 유혹할 만한 문구가 머릿속에 반짝 하고 떠올랐다.
"<평창 한우로 만든 밀라네사>. 이런 표어로 가자. 괄호하고 ‘소고기 돈까스’이라고 써 주고."
"역전 앞도 아니고 소고기 돈까스가 뭐예요. 돈(豚)부터가 돼지 돈인 건데."
"그럼 소고기 등심까스나 비프까스로 적자."
"아, 그건 괜찮네요."
그런 말을 하고는 중현이에게 서신을 돌렸다.
"밀라네사 튀기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까, 중현아, 네가 홀 돌면서 손님들 불만 사항 없게 잘 처리해 줘. 리혁이도 시간 되면 도와주고."
"네, 사장님."
"네."
"자, 비주야. 우린 고기 튀기러 가자."
밀라네사(Milanesa)는 한국의 돈까스와 비슷한 음식이다.
차이점이라면 소고기로 만든다는 것.
처음에는 우리도 경악해서 한국인의 얼을 담아 외쳤다.
-아니… 어찌 귀한 소고기를 굽지 않고 튀긴단 말이오! 이는 식도락의 예법이 아니외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가격은 100g에 1000원 정도.
-그럼 튀겨야지.
일단 아르헨티나가 한국보다 땅이 27배나 더 큰 나라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남미에서는 소고기 가격이 굉장히 싸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이 밀라네사는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의 중남미 국가들과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도 즐겨 먹을 만큼 굉장히 인지도가 높은 요리인 만큼, 이번 도깨비 식당 메뉴에도 들어왔다.
단지 소고기로 만들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 일부러 작게 만들어서 어린이 메뉴로 준비한 거였다.
물론 크기가 작아서 어린이 메뉴라고 적었을 뿐이지, 주문하는 데 있어서 나이 제한은 없다.
하지만 블고기 스테이크가 워낙 양이 많아서 어른들이 이것도 시킬 거란 생각은 잘 못하고 있었는데…….
"나의 실수다. 나의 실수야…."
괜히 아기한테 팬 서비스 하겠다고 토삼이 서비스를 해 주니 어른들도 혹한 거 아니겠는가.
비주가 적외선 온도계로 기름 온도가 170도가 맞는지 확인하면서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요? 형이 토삼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가게 매상이 늘은 거잖아요."
"너희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미안해하지 말아요. 형. 장사가 잘될수록 더 좋은 건데."
역시 비주밖에 없었다.
비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저는 형의 편이에요’ 하고 웃을 때.
딩동!
딩동!
"어린이 밀라네사 2개 추가요!"
"……."
비주가 말없이 밀라네사를 튀기기 시작하고, 나도 오븐을 180도로 예열하며 조리된 밀라네사를 넣었다.
황금빛 갈색이 된 비프까스 위로 모짜렐라 치즈가 녹아내리며 토마토소스와 어우러진다.
홀을 슬쩍 바라보자 리혁이가 사람들에게 썰을 풀고 있는 게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저희가 준비한 요리는 밀라네사 나폴리타나(milanesa a la napolitana)라는 음식이에요. 이름에서 보시다시피 아시겠지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요리에 나폴리 스타일로……."
아르헨티나에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이 많은 것부터 시작해서 지식 여행처럼 썰을 푸는 리혁이의 멘트에 사람들이 홀린 표정으로 빠져든다.
그동안의 스페인어 공부로 다져진 근사한 발음.
다양한 분야의 독서에 기인한 지식.
과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TED 강연인 우리 애다웠다.
그렇게 리혁이가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비주와 내가 준비한 요리를 중현이가 빠르게 서빙을 했다.
나도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서비스를 했다.
[우리 어른이들도 맛있게 먹으려무나!]
"감사합니다. 삼촌…!"
대학생 4인조가 감격한 얼굴로 토삼이에게 인사를 하고.
밀려드는 주문을 본 중년 부부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해요. 우리가 주책이야~ 애기들 먹는 걸 기어이 먹겠다고……."
"어어, 전혀 아니에요. 주문이 많을수록 저희는 더 좋죠. 장사하려고 시작한 건데 편하려고 하면 안 되죠."
"그…럼 우리도 그 토깽이……."
토삼이를 움직여 ‘토끼 나이로는 우리 동갑이구나! 반갑다 친구들!’ 하자 중년 부부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서빙이 끝난 후.
미니 선풍기를 들어서 땀을 식히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맛있어…!"
"나 멕시코 갔을 때 먹어 봤는데 진짜 딱 이 맛이거든. 근데 간이 딱 한국 간처럼 됐어."
"대박… 저희 김치 주실 수 있나요?"
배가 부를 법도 한데 싹싹 소스까지 긁어먹는 손님들의 모습에 미소가 나왔다.
얼추 식사 주문이 마무리가 되면서 이제는 지호가 열심히 식기들을 반납하는 중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리혁이가 땀을 훔치며 다가왔다.
"메뉴 변경 완료했어요."
"잘 했어?"
"한 번 확인해 봐요."
메뉴판에 <평창 한우로 만든 밀라네사> 하고 밑에 작게 괄호로 ‘소고기 등심까스’라고 적혀 있었다.
못된 심보와 안 어울리는 고운 손글씨에 엄지를 척하고 들어 준 후.
"리혁이 형. 디저트 주문이요!"
"어, 잠깐만."
식사 주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밀려드는 디저트 주문.
이제 비주와 나의 시간이 끝나고, 디저트 담당인 리혁이의 시간이었다.
* * *
두근두근.
디저트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리혁이 디저트…."
"나 디저트 너무 먹고 싶었거든. 이번에 뉴니버스 보고 엄청 기대했다니까."
멀찍이서 참새처럼 종종걸음으로 기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서리혁이 보인다.
빙수 얼음을 푸고.
커피 기계의 복잡한 버튼을 척척 조작하고.
"와……."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에 뉴니버스 미식가 특집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브라질의 세계적인 바리스타 라울 실바가 리혁을 호명하며 칭찬했던 코멘트.
-리혁.
-네.
-당신은 바리스타로서의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
원래부터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원두를 꼼꼼히 고를 정도로 후각과 미각이 예민한 아이돌.
세계 1위 바리스타에게 칭찬을 받은 리혁이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던 장면들이 눈앞에 스쳐 간다.
재능이 있다는 말이 정말인지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법을 빠르게 터득한 서리혁이었다.
거기에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 합쳐지면서 라떼 아트까지.
-당신의 위장만 튼튼했더라면 훌륭한 바리스타가 되었을 겁니다.
-앗… 아아…….
혼자서 커피를 연습하다가 역류성 식도염 기운이 보여서 슬퍼하는 서리혁의 장면이 떠오른다.
"왜, 그 인터넷에 보면 그런 얘기 있잖아. 바리스타 학원 있으면 근처에 꼭 내과도 같이 있다고."
"진짜 외국인들은 에스프레소 같은 거 맨날 마시고도 튼튼한데……."
"기본 하드웨어가 다르더라."
손님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우와……."
김중현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커피잔을 서빙했다.
훈남 알바생 같은 분위기로 씩 웃던 중현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브라질 산토스 40%, 콜롬비아 메델린 30%, 예멘 모카 30%로 균형 잡힌 맛을 주는 블렌딩이라고 말해요. 중현이 형. 아니아니, 거기까지 따라 하지 말…… 헙."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대사를 입모양으로 읊어 주던 서리혁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골이 지끈거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님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중현이 훈훈한 얼굴로 말했다.
"네. 그렇다네요~"
보다 못한 서리혁이 잠시 다가와서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무난한 맛의 브라질의 산토스 원두가 중심을 잡아 주면서 커피 간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역할이고요. 메델린 원두는 같은 콜롬비아의 수프리모 원두와 비슷해요. 어르신들이 드시는 생강차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예멘의 모카 원두를……."
사람들이 감탄했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커피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뜻이구나!’
‘목소리가 참 좋다…. 그냥 시 낭송만 해도 가왕 먹을 거 같아.’
교수님처럼 설명한 서리혁이 손님들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다들 이해되셨나요?"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후훗."
두 번 설명 듣기는 싫었던 손님들, 그리고 자기가 생각해도 설명을 참 잘했다고 생각한 아이돌이 서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한편.
"와……."
"커피 향이 진짜 좋다."
"맛있네. 프랜차이즈랑은 또 느낌이 다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향을 음미하며 좋아했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서리혁이 멤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봤어요?’
‘우리 바리스타 최고!’
우주와 비주, 지호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손님들의 칭찬에 신이 나서 입가가 씰룩씰룩하는 서리혁.
그가 이번에는 디저트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서리 빙수입니다."
"우와아아아…!"
다채로운 토핑이 올라와 있는 과일 빙수.
구례군의 명물인 산수유를 비롯해, 디저트는 전반적으로 구례군의 명산물을 이용한 것들 위주였다.
"예쁘다……."
"잠깐잠깐, 숟가락 내려 봐. 사진 찍자."
사람들이 우와- 하며 감탄할 만큼 예쁜 데코레이션과 플레이팅.
뿌듯해하는 리혁의 곁에서 중현이 말했다.
"이거 리혁이가 밤새 연습했던 거예요."
"아, 진짜요?"
메뉴 개발도 리혁이 했느냐는 물음에 당사자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예전에 대만에서 파티시에 코리아라고… 네, 파티코요. 게스트로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명세진 파티시에님께 배운 디저트예요. 나중에 방송에 개발 과정이 나올 텐데…."
"오오……."
명세진 파티시에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기색에 멀찍이 있던 우주가 리혁에게 뭐라고 입모양으로 신호를 주었다.
서리혁이 바로 받아 들었다.
"수플레빵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아아아!"
<파티시에 코리아>라면 지상파 TBC에서 14년도 말쯤에 진행했던 디저트 서바이벌이었다.
그때의 우승자이자 현재 합정동에서 유명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 중인 인물에게 배웠다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잘 만들었다.’
너무 달지 않아서 한국인들이 딱 좋아하는 맛이었다.
그렇게 디저트까지 음미한 손님들이 제한 시간인 1시간에 맞춰서 슬쩍 몸을 일으켰다.
"너무 잘 먹었어요~!"
"아이고 잘 먹었습니다. 우리 블랙이들 화이팅!"
"사장님 저희 잘 먹고 갑니다~"
포스기로 계산을 하며 미소를 지어 주는 우주와 멤버들에게 손님들이 인사를 한 후.
바깥에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던 구재영 피디가 들어와서 물었다.
"어때?"
"네?"
접시들을 치우고 있던 멤버들에게 구재영 피디가 물었다.
"속도 조절 말이야. 손님들을 어느 정도 텀을 두고 입장시킬까?"
"지금 바로 입장해도 될 거 같아요. 20분 정도 뒤가 제일 좋긴 한데……."
"20분? 알았어."
첫 영업을 시범으로 해 보고는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로 한 뉴블랙 멤버들과 제작진이었다.
구재영 피디가 스탭들에게 무전기로 지시 사항을 전파하는 한편.
약간의 뒷정리가 끝난 후.
"우와아아아……."
"와아아!"
바로 다음 타임 손님들이 입장했다.
식당용 식기세척기가 돌아가고, 뉴블랙이 바로 다음 손님들의 주문을 받기 위해 준비를 했다.
"휴우."
설거짓거리들을 정리하던 지호가 땀을 훔치며 말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더 편할 거 같아요. 아까처럼 막 밀라네사 주문이 밀려들고 그러진 않을 테니까."
"그치."
토삼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 메뉴는 어린이만 시킬 수 있기에 아까보다 주문이 줄지 않을까 하며 멤버들이 웃었다.
그러는 동안 미리 어떤 메뉴를 먹을지 사전에 고지한 손님들에게 중현이 주문을 확인할 때.
손님들의 눈에 뭔가 들어왔다.
방금 새로 붙인 메뉴판.
<평창 한우로 만든 밀라네사>
"평창… 한우로 돈까스를……?"
"평창 한우??"
손님들이 중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저희 추가 주문해도 되나요?"
"네, 그럼요."
"와, 대박. 평창 한우로 돈까스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마어마한 어그로 때문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예정대로 블고기 스테이크를 조리 중이었던 뉴블랙 멤버들이 밀려드는 밀라네사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잘 팔리려면 ‘평창 한우’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그들의 리더.
PR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리더의 도움으로 매출이 마구마구 오르고 있었다.
멤버들이 촉촉한 눈빛으로 리더를 바라보았다.
"……."
"……."
원망 가득한 표정에 리더가 가슴팍에 손을 모으고는 꼼지락거렸다.
"얘들아…."
"……."
"형이 또 미안해…."
"……."
"진짜 미안……."
예정보다 두 배가 된 업무량에 졸개들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 * *
첫날 장사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오늘 매상이 얼마예요?"
"이천만 원 조금 넘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매출.
여기에 비용을 제하고 남는 순이익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어차피 구례군의 도깨비 거리 조성을 위해 기부하기로 약속한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단지….
달달달달-
달달-
온몸이 흔들릴 뿐이었다.
손님들을 상대하면서 의식적으로 ‘힘든 티 내면 안 돼!’ 했던 까닭에 뺨에서 경련이 일어나고.
수저를 들고 있는 지금도 팔뚝이 파르르 떨렸다.
"으어어……."
"그어어어……."
동생들과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면서 라면을 흡입했다.
마침내 장사를 마치고 저녁 시간.
평소에 끼니 하나 허투로 넘기지 않는 우리도 지금은 라면으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뭘 만들어 주냐고 했던 비주도 우리가 괜찮다는 말에 바로 자리에 다시 앉은 걸 보면 다들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너희 진짜 고생했다."
구재영 피디님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앞으로 이제 3일만 더 하면 돼."
"!!!"
눈빛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에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저희 제작진은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께 누누이 말씀을 드렸어요. 왜 그리 오래 하냐. 3일이면 된다. 여러분이 3일만 해도 충분히 분량을 뽑는다고 했지만… 여러분이……."
"피디님. 저희 라면 먹다 체할 거 같아요."
"미안."
김덕순 여사가 보내 준 김치와 라면을 함께 먹으며 울적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진짜 체력의 한계를 느꼈던 하루였다.
"피디님. 근데 저희 재미있게 나올 거 같긴 한가요?"
"최고야."
"그럼 다행이네요."
그럼 됐지- 하면서 동생들과 다시 허공을 바라보았다.
‘막막하다.’
‘이제 1일 차.’
라면 국물을 들이켠 막내가 말했다.
"저 갑자기 안무 연습하고 싶어졌어요."
"나도."
"아, 진짜 연습하고 싶다."
평소였다면 힘들면서도 ‘그냥 해야지’ 하던 연습들이 갑자기 청개구리처럼 하고 싶어졌다.
비주가 물었다.
"형은 어때요?"
"막 영감이 요동쳐. 신곡으로 쓸 만한 곡들이 자꾸만 떠오르고."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핸드폰을 보여 주며 말했다.
"내가 진짜 오늘 녹음만 20개 한 거 같아. 갑자기 멜로디가 떠오르고 그래서……."
"정말 생각지 못했던 식당의 순기능이네요. 앨범 탄생."
"너무 곡 쓰고 싶더라."
내 말에 비주가 김치를 쪼개며 말했다.
"우주 형 진짜 녹음 많이 하긴 했어. 잠깐 형 어디 갔지? 하면 구석에서 녹음하고 있고."
"아, 저두 봤어요. 진짜 멜로디는 너무 좋은데 우주 형이 이상한 가사 붙이던데요. 도망치고 싶어… 도망치고 싶어… 런런런… 런 투 더 덕순스 하트~"
얄밉게 따라 하는 지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나도 웃었다.
그래도 확실히 아무 사고 없이 영업을 끝내서 그런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좋다.
우리가 물었다.
"밖에는 아무 사고 없었나요?"
"좀 이것저것 일이 있긴 했지."
"음……."
뭔가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만 지금 그런 이슈들까지 신경을 썼다가는 심력이 크게 소모될 거 같아 나중에 듣기로 했다.
"자. 마무리하고 집에… 아니 숙소 가자."
정산이 제대로 됐는지 몇 번이고 대조해 가며 꼼꼼하게 확인을 하고.
퀭한 눈으로 내일 장사할 재료들을 미리미리 손질해 두고.
손님들에게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저질렀던 자잘한 실수들을 피드백하며 개선사항을 회의했다.
그렇게 여름의 열기가 완벽하게 식은 밤이 되었을 때.
"와아아아아아……!"
우리를 구경하기 위해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하면서 인사를 해 주고는 퇴근하는 차에 올라탔다.
오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차량이 가득한 도로.
밖에서 스며들어오는 차량 헤드라이트에 동생들과 나의 얼굴이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다.
비주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내일은 이거보다 더 막히지 않을까요?"
"……."
벌써 내일 아침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질 때였다.
지호가 말했다.
"그냥 또 자전거 타면 되지 않아요?"
"그거 소문 퍼져서 사람들이 몰릴 거 같은데."
"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중현이가 불쑥 말했다.
"그럼 차도 안 타고 자전거도 안 타면 되지 않아요?"
"그럼 뭐 타고 가??"
"어, 그러면……."
이윽고 중현이가 내뱉은 한 단어.
아무 생각 없이 한 그 말에 우리가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 * *
다음 날 아침.
[실시간 도깨비 식당 출근길]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글을 클릭한 이들의 앞에 이윽고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
"??"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섬진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배.
[안녕하세요!]
[저희 출근 중이에요!]
구명조끼를 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면서 사람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