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17화 (1,01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7화

80장. 우리는 비를 부른다

[뉴블랙 TV, 『Overcooked MV 비하인드①』]

치지지직-

노이즈가 깔리면서 곧바로 세계 최고의 셰프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바비 로스 셰프가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였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근육!

[안녕하세요. 뉴블랙 TV 여러분! 바비는 행복해요! 제가 뉴블랙의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한다니…!]

치지직-

불과 1시간 뒤.

땀에 젖어서 널브러져 앉아 있는 거구의 흑인 셰프가 얼굴을 감싸 쥐며 흐느끼고 있다.

[보고 싶어요, 엄마…….]

치지지직-

마치 호러 영화 같은 분위기의 영상 속에서 셰프들이 하소연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셰프들에게 경고합니다. 절대 그들의 귀여운 외모에 속지 마십시오. 그들이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건 거절하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신상에 이로울 것입니다.]

[저건 뭡니까. Demon…? 아, 레몬 엔터테인먼트라고요. 하지만 제 눈에는 L이 D처럼 보이는군요.]

[희귀한 식재료를 구하러 아마존의 밀림에 들어간 적이 있죠. 거대한 아나콘다와 조우한 적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때로 돌아가고 싶군요. 적어도 아나콘다한테 걸리면 한 방에 가지 않겠습니까….]

[뉴블랙을 만나고 제 안구건조증이 치유됐습니다. 정말 쉴 틈 없이 눈물이 흘러나오는군요….]

잠시 화면이 멈추면서 클로즈업된다.

다양한 셰프들의 얼굴이 제각각 빨간 네모 칸 안에 담겼다.

【표정 분석 중..】

표정 분석기 결과.

슬픔 99%가 나오고 있는 셰프들의 얼굴이었다.

* * *

허창재 감독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게임이 있었다면 그의 눈앞에 이런 알림이 떴을 것이다.

띠링!

[당신은 ‘업계 최고의 행운아’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저번에 우비즈(Woobiz)의 를 맡은 데 이어서 이번에 까지 담당하게 된 허 감독.

그는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네? 제가요?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그에게 레몬 엔터의 TF팀장이 말했다.

-이번에 우주와 비주가 편집본을 보고 만족스러워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색감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뉴블랙의 다음 곡이 그런 색감이 중요한 요리들을 주제로 하고 있거든요.

허 감독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친!’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손끝이 떨리는 게 진정이 안 돼서, 의자의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 놓고 달달 떨었을 정도.

프로덕션에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다들 기쁨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이, 이거 진짜 확정된 거 맞아요? 갑자기 전날 미안하게 됐다고 안 한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감독님. 이거 진짜예요?

-우리 이거 잘해야 되는데…….

너무나 큰 기회였던 만큼 기쁨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Overcooked]

METRO에 이은 뉴블랙의 두 번째 영어 곡.

거기에 연출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어마어마한 영광이었다.

잘 찍고 나면 업계에서의 입지는 물론이고, 촬영 단가부터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감독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중요한 건 마찬가지였다.

‘포트폴리오에 적힌다!’

이력서에 이제 두 줄이 생기는 것이다.

-[2018] 뉴블랙 유닛 우비즈 ‘WAVE’ 참여

-[2018] 뉴블랙 ‘Overcooked’ 참여

그 결과.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아메리카노를 과다 복용하며 뮤직비디오에 대한 일체 준비를 한 제작진이었다.

"컷! 좋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순탄하게 흘러가는 현장이었다.

허 감독이 방금 찍은 장면을 확인하는 가운데, 근처에 있는 프로덕션 직원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콘티에 있는 장면을 완벽하게 살린 뉴블랙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우리 말을 잘 들어 준다…!’

전문가들에게 믿고 맡기면 군말 없이 수용하는 뉴블랙 특유의 스타일에 스탭들이 행복해했다.

‘좋다….’

이 고되고 힘든 일을 왜 하겠는가.

성취감 때문이다.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선보일 때의 그 쾌감이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요리사 복장을 입은 뉴블랙 멤버들이 조감독과 대본을 두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음, 요 부분에서는 이렇게 하면 될까요?"

"네, 네!"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그걸 선보인다.

어느 창작자든 흥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좋아하는 스탭들을 바라보며 허창재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행복한 일인데…….’

분명 행복한 일이어야 했다.

…분명 그래야 하는데…….

「그어어어억!」

「끄어어어…….」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와 거리가 좀 멀었다.

조감독이 그에게 물었다.

"감독님. 저분들 괜찮으실까요? 생각보다 고령이신 분도 좀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을 거야."

셰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비서들이 가져다주는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셰프들을 바라보며 허 감독이 말했다.

"우리도 겪어 봐서 알잖아. 뉴블랙 분들은 절대 사람을 쓰러질 때까지 굴리지 않아."

"그치."

"쓰러지기 직전까지만 굴리지……."

"……."

경험자들이 먼 산을 바라보며 슬프게 웃었다.

분명 최고의 환경이긴 했다.

뮤비 연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속사 직원들도 없고.

자기들이 말을 이상하게 해 놓고, 나중에 편집본을 보고 전날 갑자기 수정하라는 것도 없고.

하지만 그건 다 이유가 있었다.

‘현장에서 다 끝내고 가니까.’

저번에 우비즈의 뮤비 녹화를 하면서 그 점을 확실하게 깨달은 제작진이었다.

단지….

"그때는 몰랐지. 두 명과 다섯 명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렇죠."

우비즈 때와 비슷하겠지, 하고 생각했던 제작진이 간과한 사실은 바로 우비즈와 뉴블랙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시어머니가 두 명에서 다섯이 된다.

우비즈를 겪고 나서 ‘아! 우주 씨와 비주 씨는 깐깐하구나!’ 하고 생각했던 이들은 이번에 그 생각을 철회했다.

뉴블랙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형. 어때요?"

"주방 들어오는 부분에서 걸음이 조금 빨라야 할 거 같은데… 비주야, 너는 어떤 거 같니?"

"음, 다시 찍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나도 동의해요."

꼼꼼하게 피드백을 하는 멤버들.

리혁이야 워낙 꼼꼼한 성격으로 유명하기도 하니 그러려니 했지만 나머지 둘도 장난 아니었다.

"저, 좀 다시 해 보고 싶어요."

촬영을 쉴 때면 과자를 우물거리며 아무 생각 없어 보였던 중현도 피드백을 할 때면 눈매부터 바뀌었으니까.

반달 같았던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어지곤 했다.

그리고.

"지호 씨가 확실히 이 부분에 제일 민감하긴 하네요."

"연기해서 그런가 봐."

의외로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가장 깐깐한 것은 비주나 리혁이 아니라 바로 막내인 지호였다.

"저, 감독님."

"네. 지호 씨."

"요 부분 연속성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장면 불연속성.

예컨대 앞 씬에서 왼손에 팔찌를 끼고 있는데, 바로 뒤에서는 오른손에 팔찌를 끼는 오류를 칭하는 말.

스탭들마저 놓칠 만한 오류들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는 지호였다.

‘확실히 연기 짬이 다르긴 하구나.’

고개를 끄덕이던 허창재 감독이 다시 외쳤다.

"자, 그럼 다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네~!"

셰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의 안무를 추는 뉴블랙.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현장에서 열기와 함께 땀방울이 여기저기서 흘러내린다.

쉽지 않은 현장이긴 했다.

그러나 말로는 힘들다고 해도, 셰프들과 제작진의 입가에는 연신 웃음이 걸려 있었다.

Overcooked~ Overcooked~♬

현장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뉴블랙의 신곡 때문이었다.

우비즈 때도 감탄했지만….

그룹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온 오버쿡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퀄리티였다.

‘이건 된다.’

‘반드시 뜬다.’

아직 공개까지 한 달이나 남아 있었지만 벌써부터 입이 간질간질한 느낌.

허창재 감독이 주변 스탭들에게 말했다.

"노래가 너무 좋은데?"

"이거 진짜 대박 날 거 같아요. 확실하게 대박이 날 거 같긴 한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네요."

"내 생각엔 엄청 크게 터질 거 같아."

자신들이 당사자인 뉴블랙도 아닌데도 벌써부터 세계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될 정도였다.

모두가 후훗 웃으면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감독님."

"네."

모니터링을 하던 멤버들이 그를 향해 초롱초롱하게 눈을 떴다.

"저희 한 번만 더 해도…?"

"네, 그럼요…."

‘Again?!’ 하는 비명을 지르며 널브러지는 셰프들과 그 속에서 세상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5인조.

그날.

우비즈의 에 이어서 허창재 감독의 뮤비 인생 최고 작품이 한 번 더 강제로 갱신됐다.

* * *

세계적인 셰프들과 함께 하는 뮤직비디오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막상 안무를 배울 때는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끝났을 때 즈음에는 셰프들도 표정이 좋았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하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로군요. 내가 뉴블랙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을 한다니…….」

「루나가 좋아할 것 같군요.」

작별 인사를 하며 훈훈하게 웃는 셰프들.

우리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 주었다.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

못 들으셨나?

「다음에 또 만나요!」

「…….」

하하 웃으며 못 들은 척하고 떠나는 셰프들.

졸개들과 함께 훈훈하게 웃었다.

"이렇게 또 지인을 잃었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형."

비주가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몇 달 정도 지나면 오늘의 기억을 잊으실 거예요. 그때를 노리면 돼요."

"현명하구나. 역시 내 동생이야."

원래 시간이 지나면 힘든 일은 사라지고 좋은 일만 기억에 남는 것 아니겠는가.

그때 가서 다시 셰프들을 노리자는 비주의 말에 동생들과 내가 동의했다.

"틴스 애들이 그랬어요. 군자는 상대가 약해질 때를 노리는 거라구."

"옳다."

그렇게 오버쿡의 뮤비를 일단락 짓는 한편.

일이 끝나 개운해하는 동생들 속에서 비주와 내가 핸드폰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캘린더에 뜬 일정이 반짝인다.

"비주야."

"형."

"드디어 그날이 왔다."

비주와 내가 지난 몇 달간 손꼽아 기다렸던 날이 마침내 도착했다.

-뉴블랙 우주·비주, 스페셜 유닛 ‘우비즈 출격’… 오늘 신곡 ‘WAVE’ 뮤비 공개

-뉴블랙 유닛 ‘우비즈’에 담긴 뜻은?

-‘D-day’ 우비즈, ‘WAVE’ 디지털 싱글 발매.. "K팝 유닛 성공 공식은 통할 것인가?"

바로 우리의 유닛 우비즈(Woobiz)가 데뷔하는 날이었다.

* * *

아이돌 유닛.

대체로 아이돌 그룹에서 몇몇 멤버들을 모아 별도의 그룹처럼 운용하는 것을 부르는 말이다.

"집합이랑 부분집합인 거죠. 후후."

"……."

"내가 수학에서 제일 좋아하는 파트예요. 논리학이랑도 연관이 되어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뭐. 그렇다고 한다.

어쨌거나 틴스피릿을 비롯해 인기 있는 그룹이라면 이런 유닛들이 하나씩은 있다.

과거 TJ에서 TNT 멤버들을 인기순으로 줄 세워서 한태현, 장한별, 지한빈 요렇게 셋으로 구성된 ‘트리플’이라는 유닛을 냈던 것이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

이런 유닛이 구성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컬러를 보여 줄 수 있다.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그룹 활동이다.

쉽게 말해서 조금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도, 그룹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멤버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신의 컬러를 일정 부분 뭉개야 한다는 뜻이다.

리혁이만 해도 솔로곡을 부를 때와 그룹곡을 부를 때의 보컬 창법이 조금 다르고.

중현이와 비주도 각각 랩과 댄스에 있어서 혼자 할 때와 여럿이서 합을 맞출 때의 스타일이 다르다.

그렇기에 그룹 활동을 지켜보다 보면 멤버들이나 회사 입장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A랑 B랑 붙여 놓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2인이나 3인씩 짝을 이뤄서 그동안 그룹에서 보여 주었던 색깔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

대체로 이런 유닛은 5년차 즈음 되어서 나온다.

첫째로는 기존의 그룹 색깔을 어느 정도 보여 주어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 주면 좋은 타이밍이기도 하고.

둘째로는 이쯤 되어야 유닛 활동을 해도 팬덤이 개인팬 사이의 다툼으로 분열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슬슬 새로운 컬러를 보여 줄 때가 됐지."

"맞아요."

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동안 보여 주고 싶었던 게 있어도 그룹 색깔이랑 안 맞을 거 같아서 못한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비즈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기존의 뉴블랙 곡과는 다를 예정이었다.

우선은 썸머송.

대개 여름 시즌을 노리는 이런 썸머송은 우리가 지금까지 시도하기 애매했던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썸머송은 1회성적인 성격이 강한데, 지금까지 앨범을 연작처럼 이어 오고 있는 우리에게 썸머송은 좀 애매했으니까.

대충 요런 느낌이다.

[Q. 다음 친구들의 대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것을 고르시오 (3점)]

① 도깨비 : 갈등은 왜 일어날까?

② WAVE : 난 여름이 좋아~

③ Coin : 갈등의 원인은 이제 알겠어. 우리 이제 화합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④ METRO : 결론이 난 것 같네. 이제 우리의 내적인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⑤ 백야(白夜) : 좋아. 요즘 내가 잠이 안 오는 건 무슨 심리 때문일까?

누가 봐도 딴 소리 하는 친구 그 자체.

그리하여 기존 뉴블랙의 앨범과는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의 썸머송이 이번 타이틀이었다.

비주가 너무 설렌다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저 진짜 재미있을 거 같아요."

"나도."

"이제 형이랑 원 없이 춤을 출 수 있어요."

"……."

그렇다.

이번 우비즈의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퍼포먼스의 핵심인 나와 비주의 페어 안무라는 점이었다.

졸개들이 감탄했다.

"와. 진.짜. 부.럽.다."

"부러워서 막 웃음이 나오네. 허헛."

"둘이 평생 유닛했으면 좋겠네요~"

다른 멤버들이 ^^ 하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응원을 보냈다.

내가 째려보자 졸개들이 더욱더 행복한 표정으로 와아아아- 하며 함성을 터뜨렸다.

"후우……."

비주와 페어 안무를 한다는 것은 보통이 아닌 일이다.

쟁쟁한 아이돌 댄서들이 총출동한 춤 경연에서 1등을 먹은 우리 애 아니던가.

심지어 그 1등을 먹은 게 2년 전인 16년도의 였다.

거기서 2년이 지났으니….

다른 동생들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정상이었다.

"……."

그간의 고생이 눈앞에 스쳐 가면서 잠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내가 눈썹을 지그시 모으자 내 눈썹을 건드리던 메이크업 쌤이 말했다.

"우주야."

"아, 넵."

동생들이 회사 드레스룸의 소파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나와 비주는 눈을 감고 메이크업을 받았다.

오늘은 월요일.

곧이어 음원이 공개될 오후 6시를 앞두고 우비즈의 데뷔 쇼케이스가 있을 예정이었다.

"회사에서 쇼케이스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

"네. 처음이에요."

회사 연습실에서 소소하게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쇼케이스라기보다는 발매 기념 라이브 정도?

"이번에는 홍보를 그렇게 크게 안 했거든요."

"오, 그렇구나."

본격적으로 앨범을 내는 유닛이라기보다는 수플레들을 위한 팬 서비스에 가까웠다.

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까지는 잘 모르는 그런 분위기.

"그렇게 음원 성적을 염두에 두고 발매하는 음원도 아니라서요. 평소보다 조금 마이너하기도 하고."

"음악이?"

"네. 평소의 대중성보다는 퍼포먼스에 조금 더 치중한 느낌…?"

아마 큰 화제보다는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지나가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메이크업을 마치고 나서 라이브 준비 중인 대형 연습실로 향했다.

대형 스크린이 벽면을 메운 가운데, 빔 프로젝터가 우비즈의 로고를 띄우고 있었다.

[WBZ]

이니셜로 WBZ라는 로고까지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다.

동생들과 함께 로고를 보면서 감탄하는 동안 비주와 내가 어깨동무를 한 채 미소를 지었다.

비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우리 우비즈 결성했을 때가 떠오르는 거 같아요."

"그치."

비가 오는 날에 비주와 우비를 입고 ‘우비즈입니다!’ 하며 찍었던 예능 촬영.

이제 진짜로 우비즈가 되어서 활동을 앞두고 있자니 떨린다.

리혁이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마침 시기도 딱 적절한 거 같아요. 이번 주에 서울이 40도 가까이 될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흐어… 40도?"

"39도까지는 확실히 갈 거 같아요."

기상청 예보를 확인하는 리혁이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봐요."

리혁이가 뉴스까지 틀어 줬다.

[오늘 강원 산지에 폭염주의보가…….]

불과 얼마 전 평창 올림픽의 추위가 무색하듯, 역대급 폭염을 기록하고 있는 올해 여름이었다.

1994년에 이어서 역대 최악의 폭염 2위에 해당한다고 할 만큼, 밖에서 1분만 서 있어도 땀범벅이 되는 날씨.

오늘 낮에 서울이 38도까지 찍었다는 말을 하면서 리혁이가 말했다.

"딱 적절한 때 나오는 것 같아요. 이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릴 썸머송 그런 느낌으로 나가는 거잖아요."

"그러네."

"타이밍이 좋아요."

이 무더위를 날려 버릴 신나는 뉴블랙의 유닛곡! 같은 느낌으로 우리가 꺄르르 웃을 때였다.

쿠르르르릉-

"음?"

연습실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을 때.

중현이가 창가를 보며 말했다.

"형. 비 오는데요."

"어…?"

소나기가 내리는 청담동 일대.

"리혁아. 오늘 비 예보 있었니?"

"아니요. 이게 왜 내리지? 오늘 비가 절대 안 내릴 거라고 기상청에서 그랬는데……."

바로 그때.

불현듯 비주와 내가 군산에서 우비즈를 결성했을 당시가 떠올랐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는데….

"……."

"……."

비주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우리 썸머송이라서 날이 맑아야 하는데….’

‘왜 갑자기 비가…….’

신곡 발매를 앞두고 갑자기 내리는 비에서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 우연의 일치겠지?"

"그, 그런 거 같아요."

아무리 봐도 우연의 일치였다.

쿠르르릉!

번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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