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8화
아이돌 덕질은 왜 하는가?
이 주제에 깊게 파고들고자 하면 그야말로 끝없는 토론이 나올 것이다.
덕질은 연인과의 사랑과 비슷하다고 분석하는 뇌과학자부터 시작해서 고대 그리스 시절의 연극과 우상(idol)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자 등등.
하지만 팬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비슷한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덕질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심장이 시키는 것이다.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아이돌의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어느 날 심장이 덕순! 하고 뛰면서 고래고래 외치는 것이다.
-저 아이다. 저 아이가 네가 덕질을 할 아이다!
-헛, 그… 그렇군요!
그리하여 덕질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심장이 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최근 뉴블랙의 팬들은 최고의 덕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떡밥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으니까.
-가왕 선우주 미션싱어 2R ‘별바라기’ 무대 (new!)
메인보컬 서리혁이 가왕에 등극하면서 자타공인 아이돌 최고의 보컬에 등극했다.
그 덕에 아이돌 화제성 지수 1위가 현재 리혁이었다.
그리고.
-뉴니버스, 미식 특집에 3주 연속 화제성 1위.. 예능인 부문 1위 ‘뉴블랙’
7월 달 예능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뉴블랙.
벌써부터 13%대를 돌파했고, 본격 식당 특집이 방영되면 15%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뉴니버스였다.
-15퍼 갈 거 같당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난 행복해~~
-식당 특집하면 바로 15퍼 찍을듯ㅋㅋㅋ 화제성 진짜 대박이다
일단 마의 20%는 넘기기 힘들어 보이지만, 15%까지는 확실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뉴니버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저희 15퍼센트 넘기면 알래스카 가겠습니다!]
뉴블랙이 알래스카에 가는 것이 반 확정이라는 뜻이었다.
구재영 피디와 함께 알래스카에서 털옷을 입은 뉴블랙이 훌쩍훌쩍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틴스 레전드 짤이 북유럽 리얼리티 아니었나? 추운 나라 가면 얼굴 뽀얗게 돼서 엄청 예쁘게 나온다던데….’
‘구재영이 장사 하루 이틀 한 사람도 아니고. 안전한 곳에서 마구 구르지 않을까…?’
‘미안. 얘들아… 난 쓰레기인가 봐. 꺄륵!’
그렇게 수플레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떡밥들이 가득한 가운데.
사실, 대중들이 미션 싱어와 뉴니버스에 열광하고 있는 동안 수플레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떡밥은 따로 있었다.
-뉴블랙 우비즈, 31일 ‘WAVE(웨이브)‘로 전격 데뷔
아무리 예능이 좋다고 한들 팬들에게 있어 최고는 바로 본업이었다.
-우비즈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것만 기다렸다
-하 진짜 나 너무 설레ㅠㅠㅜㅠ 어쩜 좋냐
-꺄ㅏㅏㅏㅏㅏ
-우비즈 이름 귀엽다ㅋㅋㅋ 찰떡이야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건 된다. 무조건 터진다.’
현시점에서 남돌 퍼포 랭킹을 매긴다면 부동의 1위가 누구인가?
우주다.
얼굴+보컬+댄스의 종합 수치로 랭킹을 매겼을 때, 누구나 인정하는 1위.
그리고 댄스에 있어서는 아이돌 판에서 최고 존엄으로 꼽히는 비주까지.
퍼포먼스 장인으로 꼽히는 두 멤버가 뭉쳤다.
두근두근-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늘따라 일도 손에 안 잡힌다.
거래처가 보낸 이메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읽고.
공부를 하면서도 괜히 샤프심을 딸깍거리거나 안 읽히는 참고서 문장을 계속 반복하면서 시계만 초조하게 바라볼 뿐.
‘이제 곧 라이브할 시간인가?’
곧 있을 방송을 기다리면서 수플레들은 우비즈에 대한 떡밥들을 복습했다.
우선은 공식 포토.
파란 머리카락으로 염색한 비주가 물에 반쯤 몸이 잠긴 채, 고혹적인 눈매로 뒤를 돌아보고 있다.
‘진짜 무슨 물의 신 같아.’
마치 인어나 요정 같은 분위기였다.
-요정님ㅠㅠㅠㅠㅠㅠㅠ
-조녜요정님ㅠㅠ
-진짜 레전드임
-몸선 진짜 이쁘다
이윽고 수플레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은 우주의 사진.
하늘색 머리카락으로 염색한 뉴블랙의 리더가 대리석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손끝을 턱에 얹어 살짝 무료해 보이면서도 은은한 미소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올림포스 신 컨셉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볼 법한 장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분위기.
-와ㅋㅋㅋㅋㅋㅋ 진짜 웃음만 나옴
-진짜 레전드컷이다.. 소품 의상 표정 구도 모두 완벽
-역시 이상형 1위의 내 남자
-얼마 전에 남초에서 이상한 형 투표 1위도 먹음
-미안한데 그런 것까지 알고 싶진 않아..
개인 컷에 이어서 이번에는 2인 컷.
두 미청년이 바닷가에서 서로 등을 맞댄 채 뒤를 슬쩍 돌아보고 있는 사진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의 뺨이 발그레해졌다.
마치 신화 속에서 형제 관계인 제우스와 포세이돈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컨셉인 건 알겠어. 근데…….’
1차에 이어서 2차로 공개한 컨셉 포토까지 본 수플레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컨셉이 전혀 짐작이 안 되네.’
또 다른 컨셉 포토는 앞선 신화적인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볼 법한 조끼.
선글라스.
살짝 레트로하면서도 키치한 색감을 자아내고 있는 컨셉 포토였다.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린 우주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윙크를 하고 있고, 그 옆에서 어깨동무를 한 비주가 풍선껌을 불고 있다.
"흐음……."
방금 전까지 신화 속 신들 같았던 두 멤버가 이번엔 장난꾸러기처럼 물총을 들고 있다.
‘뭐지? 웨이브는 한 곡인데?’
만약에 우비즈의 앨범이 나오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앨범 하나에 다양한 컨셉 포토가 나올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이번의 우비즈는 디지털 싱글로 1곡만 내는 이벤트성 음원.
그랬기에 다른 아이돌 팬들이 우비즈를 지켜보며 한두 마디씩 툭툭 얹고 있었다.
[우비즈 컨포 되게 중구난방이네]
딱 우리 컨셉은 이거다!! 보다는 뭔가 다양한 컨셉으로 화보를 찍은? 그런 느낌 같음ㅋㅋ
-ㄹㅇ
-약간 정신없는 듯
-음악이 궁금하다.. 들으면 알 것 같기도 한데
-티저에 노래 나옴??
-ㄴㄴ 아직 안 나옴
-저걸로만 봐서는 컨셉추얼한 퍼포 곡인지 아니면 썸머송 계열인지 좀 아리송하네
모두가 아리달송해하는 분위기.
티저 영상 역시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다.
하나는 물속에서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은 우주가 비주를 향해 손을 뻗는 영상이고.
또 하나는 우주와 비주가 힙한 의상을 입고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영상이었다.
‘진짜 뭘까?’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수플레들이 엄청 들뜰 때였다.
발매 1시간 전.
[우비즈 데뷔 기념 라이브!!]
실시간 라이브의 원활한 접속에 수플레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머글이 없으니 쾌적하군.’
팬 서비스 차원에서 내는 음원이다 보니 대중적으로는 크게 홍보를 하지 않은 음원이었다.
일부 눈치가 빠른 팬들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측했다.
‘우비즈까지 크게 홍보 때리면 뒷말이 나올 수 있지.’
글로벌한 인기 동요 <토끼 삼촌>으로 음방까지 뛰었고.
최근에는 미션 싱어에 출연하면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우주와 리혁의 이름이 적혀 있다.
눈 감고 상위권 음원을 찍으면 3번에 한 번은 뉴블랙이 나오는 상황.
이런 분위기에서 우비즈까지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가는 살짝 뒷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니 어차피 팬 서비스 차원에서 내는 음원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만 홍보하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뭐. 어쨌든 좋지.’
그동안 머글들이 끼어 있어서 그렇지 팬덤만 해도 글로벌한 규모의 뉴블랙이었다.
최근에 머글들이 참여해서 혼잡했던 라이브가 수플레들만으로 복작복작할 때.
쏴아아아아아아아-
수플레들의 귓가에 이상 현상이 감지됐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바깥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미친 듯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
"비 오나…?"
오늘 하루 종일 맑을 것이라고 했던 기상청의 예보를 떠올린 수플레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시원해지고 좋지.’
‘비가 좀 내려야 돼. 요새 가뭄도 심하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네.’
전국적으로 폭염 주의보가 떨어지고, 얼마 전에는 실신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의 무더위 아니던가.
서울에 살고 있는 수플레들이 단비를 즐길 때였다.
쿠르르르릉—!
번쩍!
천둥번개가 몰아치면서 수플레들이 두 눈을 깜빡였다.
"……."
"……."
뭔가 심상치 않은 비였다.
* * *
쿠르르릉-
멀찍이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에 비주와 내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썸머송인데…….’
‘여름 노래인데.’
무더위를 싹 날려줄 청량감 가득한 시원한 노래!
…의 발매를 앞두고 비가 미친 듯이 내리고 있다.
차우현 선배가 부른 축축한 발라드가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라올 법한 날씨.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중현이가 우리를 다독였다.
"좋은 일이잖아요. 그동안 바짝 말라 가고 있던 나무들에게 있어 오늘의 비는 정말 반가울 거예요."
"그렇겠지……."
"메마른 땅을 비가 적시고, 씨앗에 싹이 트고, 저는 이 비가 너무 기뻐요."
"리혁아. 끌고 가라."
리혁이가 중현이를 끌고 가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중현이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그때 카메라 뒤편의 스탭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저희 5분 남았습니다!"
"네~"
스탭이 건네주는 생수를 빨대로 한 모금 마신 뒤에 내려놓고, 비주와 함께 의상을 정돈했다.
MC석 의자에 앉은 막내가 대본을 확인하고 있다.
나름 도수 없는 안경까지 쓰면서 지적인 이미지를 뽐내고 있는데.
"지호야."
"넹?"
"너 안경이……."
"잘 어울리져? 저 완전 모범생 같지 않아요?"
"그것보다는 컴퓨터 많이 해서 눈이 나빠진 사람 같은 느낌…."
막내가 큐카드로 내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입술을 비죽이는 동생의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농담이야.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그져? 히히."
오늘 비주와 내가 진행할 라이브에서 MC를 맡아 줄 우리 막내였다.
선정 이유는 ‘본인이 하고 싶어서.’
막내가 뭘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일단 시켜 주고 싶은 것이 형들의 마음이다.
카메라 뒤편의 스탭들이 물었다.
"준비됐나요?"
"네."
곧이어 라이브가 시작됐다.
수플레들이 댓글창으로 와르르르 몰려오는 가운데.
"네! 안녕하세요!"
지호와 함께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는 코멘트에 비주와 내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신인 아이돌 우비즈의 메인보컬 선우주입니다."
"우비즈의 메인댄서 김비주예요."
이윽고 MC인 지호가 수플레들의 댓글 중에 재미난 것들을 캐치해 주었다.
"우주야 오늘 점이 너무 예뻐, 라고 하시네요."
"아. 점이 아니고요."
내가 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뾰루지입니다."
메이크업 쌤들이 뒷목을 잡고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말했다.
"아. 뾰루지구나. 섹시하다는 댓글이 많아요!"
"안 그래도 그런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잘 안 들어가려고 하나 봐요."
비주가 진지하게 감탄했다.
"역시 칭찬은 뾰루지도 춤추게 하는…."
"바로 그거죠."
우리 둘 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검지를 들어 보이며 ‘웃으면 안 돼요’ 하고 장난스럽게 눈짓을 하니 다들 더 웃는다.
"네, 일단 우비즈의 팀명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일단 저희의 이름에서 따왔고요. 그리고 저희가 우비즈를 결성했던 <금강산도 식후경> 촬영 당시에 마침 비가 와서 우비를 입고 있었거든요."
"아하~"
"여기에 이제 또 의미가 있는데……."
비주가 회사에서 만들어 준 우비즈의 뜻을 말해 주었다.
"비가 내리면 춥고 힘들잖아요. 저희가 여러분의 우비가 되어 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비가 내리는 세상에서 여러분을 지켜 줄……."
쿠르르르릉-!
번쩍!
"……저것까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저희가 같이 무서워할게요."
우리와 비주의 말에 수플레들이 댓글창에서 웃었다.
그동안 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업에 참여했던 의상 디자이너, 시나리오 작가님 등등.
뮤직비디오를 맡은 허창재 감독님을 비롯해 다양한 스탭들을 초청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호가 큐카드를 보고 물었다.
"이번에 티저에서 형들의 모습을 보고 을 떠올리는 팬분들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아……."
"그때의 자유분방한 컨셉과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이 있어요."
"비슷하긴 하네요."
날티 나게 차려입고 화려한 골목을 누비는 두 청년.
에서 후드 티를 입은 채 뒷골목을 달리는 청소년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다만….
"차이점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었다면 에서 저와 비주는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자라난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댓글창에서 ‘날라리구나!’ 하는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죠. 날… 네. 날."
"날, 그런."
이유는 모르겠는데 양아치나 날라리 같은 단어는 현실에서 입에 잘 안 붙는 느낌이다.
어감이 세서 단어 자체가 좀 껄끄러운 느낌.
‘음… 대충 그렇습니다’ 하는 우리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키득거리고 지호가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곡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우리가 말했다.
"가끔씩 일탈을 해 보고 싶으신 적 없으신가요?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한 번쯤 어디론가 훨훨 떠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는 그런 의미를 담은 곡입니다. 물속에 사는 존재의 시선을 빌려서 그런 일탈을 표현해 보았어요."
낚시 예능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작업한 곡.
본래 물고기 시점에서 지상으로 놀러 와 잠시 일탈을 즐기고 다시 물속으로 떠나는 내용이었다.
당시 제목은 <파닥파닥!>.
하지만 우리 TF팀이 멋진 포장지를 만들어 주었다.
"파도(wave)를 타고 지상으로 나아가 지상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는(wave) 거죠. 우리가 왔다고."
비주가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시계를 바라보았다.
5시 59분.
"네, 이제 공개되기까지 1분 남았네요. 여러분의 무더위를 신나게 날려줄……."
쿠르르르릉!
아련하게 들려오는 천둥소리가 마치 ‘이미 내가 날려 주고 있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댓글창에서 복작거리는 수플레들.
-오빠.. 이미 무더위 날아간 거 같아요..
-지금 가로수 이파리들 미친 듯이 떨어지고 있는디요
-강서구인데 지금 비 미쳐따
-seoul rain?? here indonesia rain too.. heavy rain
-나는 캔자스 사는 수플레입니다. 비가 많이 옵니다. 나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가 될 것입니다.
-남반구 숯불 이에요. 우리 겨울 입니다. 눈 내려요
한국에서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마침 비가 오는 지역의 수플레들도 공감하고 있는 상황.
"…네! 무더위를 날려줄 우비즈의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러곤 6시 정각에 뜨는 알림을 눌렀다.
"자! 그럼 이제 우리 같이 뮤비 감상을 해 볼까요~?"
"5, 4, 3… 2……1!"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 * *
고풍스러운 세트.
마치 신화 속 제우스의 집무실이 있으면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늘진 차양 아래 테이블에는 양피지들이 널브러져 있고.
낡디낡은 체스판의 기물들 역시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그곳의 대리석 옥좌.
손등으로 눈가를 덮고 있는 우주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수플레들이 비명을 질렀다.
‘우주야…!’
하늘색 머리카락을 지닌 신이 무료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결재를 요구하는 양피지.
이미 가지고 놀대로 놀아서 질린 체스판.
[…….]
수플레들이 공감 가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신적인 존재인데, 그 얼굴 위로 떠오른 것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번아웃이었다.
[…….]
이윽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하늘의 신이 테라스를 향해 걸어 나가면서 쨍한 하늘이 클로즈업된다.
곧바로 클로즈 아웃 되면서 나타나는 바닷속.
‘비주다.’
‘이번에는 비주구나!’
고풍스러운 의상을 입은 채 물속을 누비고 있던 비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늘의 신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신 역시 번아웃이 와 보였다.
바닷속을 누비며 왠지 모르게 슬퍼하기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하고 있을 때였다.
스으윽-
어디선가 하얀 손이 비주를 향해 내밀어진다.
고개를 돌리는 비주.
그곳에선 하늘의 신이 그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무언가를 제안하듯 웃어 보이는 우주.
[…….]
잔뜩 지쳐 있던 비주의 눈동자가 클로즈업된다.
이내 미소를 짓는 바다의 신.
뮤비를 보고 있는 수플레들은 모르는 비하인드지만, 비주가 직접 제안한 장면이었다.
-이 구도는 무슨 의미야?
-형은 제가 제일 힘들 때 저한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거든요.
천지창조의 구도처럼 우주의 손을 향해 비주가 활짝 웃으며 손을 뻗는다.
그렇게 두 남자가 살포시 손을 잡은 후.
마치 두 신을 반겨 주듯 물결이 그들을 감싸 안는다.
[쏴아아아아-]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하늘도, 바다도 아닌 지상의 땅.
다음 장면에서 뭍으로 올라간 두 신의 모습이 담겼다.
쨍쨍한 햇살.
야자수가 가득한 모래사장에서 현대적인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이윽고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으면서 잠시 하늘로 카메라가 움직이고.
다시 카메라가 내려왔을 때 즈음에는 두 아이돌의 복장이 레트로하면서도 키치한 의상으로 변해 있었다.
‘아아!’
‘이거구나!’
그제야 수플레들은 왜 컨셉 포토의 느낌이 달랐는지 이해했다.
그동안 하늘의 신과 바다의 신이 씩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곤 선글라스를 썼다.
인간 세상을 즐길 준비가 된 모습.
거기에 80년대 풍의 레트로한 자막이 깔렸다.
【 WAVE 】
본격적으로 신나는 멜로디가 깔리면서 수플레들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미친….’
‘와… 컬러 미쳤다.’
그렇게 수플레들이 감탄하는 한편.
뮤비 속에서 입이 떡 벌어지는 비주얼과 화려한 장면을 선보이는 이들을 보며 질투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흐음."
"으흐으음."
"음."
그것은 바로 우주와 비주가 리액션 영상을 찍는 동안 사이드에서 따로 뮤비를 감상 중인 졸개들이었다.
그들의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다.
‘진짜 뮤비 잘 찍었다.’
‘같이 춤추긴 싫지만 같이 춤추고 싶다.’
‘나 빼고 형들끼리만 멋지고 예쁜 거 다 했어….’
맛있기로 소문난 꽃등심을 자기들끼리 먹은 듯한 느낌.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중현과 리혁에게 지호가 말했다.
"형들."
"응?"
"우리도 유닛 같은 거 해 볼까요…?"
"!"
솔깃한 표정을 짓는 지호에게 형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리혁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저긴 우비즈인데. 그럼 우린 뭘로 해?"
"음……."
곰곰이 생각하던 셋이 동시에 말했다.
"호리중은 어감이 안 사니까 호리병 어때요. 물론 센터는 저."
"리혁서. 센터는 나."
"중리호. 배 이름 같으니까 항해 컨셉으로 가는 거 어떨까."
"……."
"……."
셋이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하게 웃었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들이랑 같은 팀이 됐을까…….’
삼블랙 유닛. 협상 결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