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19화
우비즈의 데뷔!
[우비즈(Woobiz) ‘WAVE’ MV]
오후 6시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평소처럼 수플레들이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잔치다!’
‘오늘 너의 제삿날이다! 미튜브!’
‘껄껄껄!’
그러면서 곧장 미튜브에 프리징이 걸리기 시작했다.
서버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과도한 트래픽이 한 영상에 몰리면서 서버 오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곧장 조회수가 더 이상 카운트되지 않고 얼어붙어 버리는 가운데.
"어휴."
평소처럼 미튜브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던 수플레들이 영상을 재생했다.
그들이 환호성을 터뜨리면서 뮤비를 감상할 때.
"흐음……."
"흠흠."
지금 우비즈의 뮤비를 보고 있는 것은 수플레들뿐만이 아니었다.
머글들에게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을 뿐, 우비즈의 컴백은 가요계의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었다.
-우주와 비주가 유닛으로 나온다.
미친 조합이었다.
내년 그래미 본상 후보로 유력한 를 작곡한 인물이자, 가왕급 보컬을 갖춘 실력자.
그리고 아이돌판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뉴블랙의 메인댄서.
‘이건 꼭 봐야 해.’
현재 음방에 출연 중인 가수들의 소속사를 비롯해 가요계의 다양한 관계자들이 뮤비를 주목했다.
‘우주선이 쓰면 그게 트렌드가 된다.’
작곡가들과 각 기획사의 A&R팀이 한데 모여서 공부하듯이 우비즈의 뮤비를 지켜보았다.
"레트로한 신스팝 계열인데요?"
"요즘에 저게 미국에서 먹어 주는 장르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메이저는 아닌데 종종 보여요."
"일렉트로닉이 약간 가미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훅은 진짜 잘 썼네."
작곡가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확실히 현시점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곡이었다.
K팝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색적인 썸머송.
하늘색 머리카락을 한 천재 싱어송라이터가 랩을 하듯 손짓을 하며 걸어 나오고.
Bada- Bada-
아무도
고조되는 구간에서 ‘아무도-’가 나지막이 울린다.
푸른 머리카락의 메인댄서가 그의 앞을 지나가면서 카메라를 가리키고 웃는다.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순 없어
그가 슬쩍 뒤로 물러나면서 두 명이 나란히 서고, 댄서들이 그들의 뒤에 늘어서 있었다.
곧이어 후렴구.
별다른 가사 없이 댄스 구간이 나오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강렬한 비트 위로 밤하늘의 별처럼 새겨지는 멜로디에 국내 작곡가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어떻게 썼어…?"
"아, 이건 베끼기도 힘들 거 같은데."
"자료 정리해서 회의 한 번 합시다. 이거 제대로 분석하려면 한 일주일은 걸릴 것 같네."
작곡가들이 혀를 내두르며 공부하듯이 듣는 가운데.
가요계 관계자들을 포함해 지금 우비즈의 뮤직비디오를 유심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었다.
‘와…….’
‘미쳤네.’
바로 다른 아이돌 팬들이었다.
둘 중 하나만 솔로로 나와도 관심이 컸을 텐데, 우주와 비주가 유닛으로 나왔다.
이건 K팝 팬으로서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와 뮤비 부내 봐ㅋㅋㅋㅋㅋㅋ
-레몬 돈 많다
-규호가 진짜 아낌없이 쓰긴 함
-팩트) 레몬이 기를 쓰고 컨텐츠 사업하는 이유=아이돌에서 얼마 안 남음ㅋㅋㅋㅋㅋ
-내가볼땐 돈이 문제가 아니고 세계구급이 되니까 인재들이 몰리는 거 같음
모두가 맞는 말이었다.
업계 1위로 올라선 레몬 엔터의 자본력과 인재를 불러 모으는 뉴블랙이라는 이름값.
그 모든 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가 되기 전에 원곡이 무엇이었는가?
[파닥파닥]
최고의 기획력을 갖춘 인재들이 모여서 ‘생선의 일탈’을 주제로 한 곡을 ‘신(神)들의 일탈’로 바꾸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담당하는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의상팀, 뮤직비디오 제작진 등등.
그 모든 이들이 파닥파닥을 로 만들어 냈다.
‘진짜 돈이 깡패긴 하구나.’
‘부럽다….’
아이돌 팬들이 감탄 어린 눈으로 뮤비를 감상했다.
-진짜 신난다
-올 여름의 출근송 당첨
-뮤비 보고 있다보면 개시원해짐ㅋㅋㅋㅋㅋㅋ
-그야 지금 비가 미친 듯이 오고 있으니깐..
-와 바람이 불어오넼ㅋㅋ 했는데 창문열려 잇음ㅋㅋㅋㅋㅋㅋ
-숯불들 있으면 지금 창문 열고 서서 뮤비 봐봐ㅇㅇ 4D 같음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중독성 가득한 멜로디.
무엇보다….
‘존나 잘하네. 진짜.’
‘퍼포 합이 미쳤다.’
거울 안무처럼 등을 맞대고 춤을 추는 두 아이돌에게 시선이 갔다.
분명 과하게 표정을 짓는 것도 아니다.
그냥 가볍게 웃는 것인데도 끼가 미쳤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잘하긴 잘해….’
딱히 뉴블랙에게 호감을 품고 있지 않은 아이돌 팬들도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뮤비 속에서 신명나게 발재간을 선보이던 우주와 비주가 웨이브를 타며 좌우로 움직인다.
한때 파닥파닥이었던 곡의 후렴.
Bada- Bada-
후렴구 속에서 얼핏 들려오는 ‘바다~ 바다~’에 저도 모르게 같이 흥얼흥얼하고 있는 한편.
돈을 잔뜩 들인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스포츠카에 올라타서 신나게 드라이브도 하고, 야자수 아래 가판대에 기대어 서서 모히또 한 잔을 들이켜고.
그런 장면들을 바라보던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비주 직업만족도 최상
-비주 왤케 행복해 보이짘ㅋㅋㅋㅋㅋ
-찐텐 행복임
-김비주 부럽다ㅠㅠㅠ 최애와 단 둘이서 뮤비 찍기
행복도 100퍼센트로 웃고 있는 비주였다.
단순히 ‘행복함’을 보여 주기 위한 연기에서 나올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다.
우주와 같이 씬을 찍을 때마다 너무 행복해 보이는 비주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 한편.
-우주도 눈에서 꿀 떨어지는 거 같음
-제일 말 잘듣고 알아서 착실히하는 동생ㅋㅋ
-둘 다 너무 귀엽당
뮤비 속에서 비주를 바라보는 우주의 시선에 애정이 뚝뚝 묻어 나온다.
평소에도 비주를 총애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비주는 정말 너무 알아서 잘하는 친구예요. 오히려 그래서 제가 더 잘해 주기 위해 지켜보고 있습니다.]
비하인드 영상에서도 다른 멤버들을 챙기는 비주를 관찰하면서 이것저것 챙겨 주기도 하고.
[우리 비주 너무 잘하지 않나요?? 저는 옛날부터 춤 잘 추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콘서트 백스테이지에서도 비주의 솔로 무대를 동영상으로 찍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리더였다.
그 때문인지 뮤비에서도 우주 특유의 다정한 눈웃음이 자주 보였다.
참으로 서로를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그렇게 수플레들이 대만족한 눈으로 뮤비를 바라보고, 다른 아이돌 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뮤비를 지켜보았다.
각자 희비가 교차했다.
‘꺄르륵! 행복하다!’
‘후우…….’
현재 음악 방송을 뛰고 있는 아이돌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명예로운 죽음이다.’
정작 음악 퀄리티가 별로인데 팬덤이 강해서 밀린다면 좀 서글펐겠지만….
노래가 이 정도면 그냥 명예로운 죽음을 받아들여야겠다는 훈훈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뮤비를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창가로 향했다.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쏴아아아아아아아-
우비즈의 뮤비가 흘러나오는 내내 비가 더욱더 거세지면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번쩍!
쿠르르르릉-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오지.’
‘이상하네.’
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내렸다.
뉴블랙의 두 멤버가 ‘우리 음악 방송에서 만나요~’ 하면서 라이브를 종료할 때까지.
그리고.
"?"
"??"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우비즈의 라이브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자기 비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짹짹-
선선한 저녁 하늘 속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서울에 살고 있는 수플레들과 아이돌 팬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뮤비를 지켜보았다.
‘우연의 일치겠지?’
‘우연이네.’
어쨌거나 맑게 갠 하늘과 선선한 바람에 다들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한차례 폭풍처럼 몰아쳤던 우비즈의 .
지금 이 순간, 뮤직비디오를 바라보며 그 누구보다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의 회의실.
"다들 이리 와 봐."
"네?"
"아니, 댓글이……."
의 연출을 담당한 허창재 감독이 직원들을 불러 모아 댓글창을 살펴보았다.
-뮤비 감독 누구임?? 개잘찍었다ㅋㅋㅋㅋㅋㅋ
-와 테이크 수백 개는 찍었을 거 같음
-뮤비 ㄹㅈㄷ
-감독님 복 받으세요
뮤비를 너무나도 잘 찍었다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제작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그냥 우주랑 비주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다시 찍으라니까 찍은 건데….’
강제로 탄생한 커리어에 대해 쏟아지는 칭찬을 바라보며 허창재 감독과 제작진들이 얼떨떨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 놀란 사람이 있었으니…….
"아니…."
레몬 엔터의 TF팀이었다.
뉴블랙의 홍보와 프로모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홍서영 과장이 눈을 연신 깜빡였다.
"뭐지?"
"왜 그러세요. 과장님?"
"프리징이 풀렸는데 조회수가 너무 이상해."
"낮…은 건가요?"
"너무 높아."
지금까지의 그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더 가파르게 조회수가 상승하고 있는 우비즈의 .
홍서영 과장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국내는 평소보다 프로모션을 덜 돌렸으니 국내일 리 없지. 게다가 미튜브 조회수는 대부분 해외 파이야.’
그렇다는 건 이번에 우비즈의 가 해외에서 반응이 엄청 크게 오고 있다는 건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평창 올림픽 이후 대규모 입덕이나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의 효과는 이미 <백야> 때 다 반영이 됐다.
초동 199만 장.
그 이후로 해외를 타깃으로 한 특별한 활동이 별로 없었기에 의 미튜브 조회수 추이는 <백야>와 큰 차이가 없어야 맞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외적인 요인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최근 가장 컸던 외적인 요인이라면 월드 투어랑……."
바로 그때.
이야기를 나누던 TF팀 직원들이 무언의 시선을 느꼈다.
"……."
"……."
고개를 스윽 돌린 이들의 눈에 TF팀 사무실 소파에 놓여 있는 핑크빛 인형이 보인다.
스타성 가득한 외모의 거대한 토끼 인형.
주변을 핑크빛 아우라로 물들이고 있는 갸륵한 표정의 토끼를 바라보며 홍서영 과장이 현실을 외면했다.
"아니겠지…?"
"……."
"……."
TF팀 직원 모두가 먼 산을 바라보았다.
* * *
불운하게도, TF팀의 추론은 정답이었다.
대체로 미튜브 조회수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얼마나 보았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오호."
"뉴블랙이군!"
"얘네가 뉴블랙이구나."
인기 급상승 영상에 뜬 썸네일에 전 세계인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뉴블랙의 포지션이 무엇이었는가?
-쟤네가 뉴블랙이라는 보이밴드인데 어린 애들이 엄청 환장한대!
-젊은 애들이 좋아하더라.
-잘 모르겠지만 인기가 많다던데?
어린 세대가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음…?’ 하는 인지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동요 <토끼삼촌>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지속적인 노출.
어른들도 뉴블랙의 얼굴을 알게 된 것이다.
‘아, 얘네가 뉴블랙이구나!’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뉴블랙에게 입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눈앞에 영상이 뜨면 음악이 궁금해서 눌러보기도 하는 식이었다.
미튜브에서 인기 가수들의 노래 영상을 발견하면 한 번쯤 눌러보지 않던가.
그리고.
‘뉴블랙의 새로운 뮤비!’
‘오호?’
반쯤 입덕의 경계선에 걸치고 있거나, 이번에 입덕한 신규 수플레들이 영상을 클릭하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이른바 가 불러온 국제적인 규모의 입덕이었다.
그리고 그 입덕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버니버니 엉클버니
-옴버니 엉클반메홈…….
-나는… 뉴블랙 영상을 클릭한다…….
선우주가 얼떨결에 탄생시킨 최강의 대(對) 어린이 전략무기.
지금까지 뉴블랙에게 천덕꾸러기 취급만 받던 토삼이가 불러일으킨 화려한 불꽃 효도쇼였다.
* * *
꿀꺽.
비주의 가냘픈 목울대가 울렁였다.
"눌러볼까요?"
"그럴까??"
나와 비주가 심호흡을 했다.
다른 졸개들도 곁에서 손가락을 모았다.
"과연 차트 순위가 얼마나 나올까요?"
"그, 글쎄…. 홍보도 별로 안 했고……."
솔직히 조금 떨린다.
지금까지는 항상 대중들의 힘으로 차트 순위에 올랐지만, 지금은 대중들도 우리 노래가 나왔는지 잘 모른다.
"그, 그래도 확인해 봐요."
"그럴까?"
비주와 내가 차트를 눌렀다.
[망고 실시간 Top 100] 19:00 기준
1위. 우비즈(Woobiz) - WAVE
"음?"
"오?"
1위네.
그것도 압도적인 1위에 비주와 내가 눈을 깜빡였다.
‘그냥 수플레들이 강한 거였구나.’
‘강하다!’
수플레들의 화력에 감탄을 터뜨릴 때.
차트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지호가 제일 먼저 크게 외쳤다.
"형드으으을! 축하해요오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내 눈을 크게 뜨고는 동생들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그렇다.
대박이 난 거였다.
-베일 벗은 우비즈 ‘WAVE’ MV.. "역대급 썸머송이 등장했다"
-우비즈 신곡 ‘WAVE’ 음원차트 1위 싹쓸이 ‘퍼펙트 올킬’
-우비즈 ‘WAVE’, 신화를 재해석한 스토리 눈길.. 화려한 영상미로 시청자 압도
특별히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그냥 음원이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어 있었다.
음원 사이트 망고의 리뷰창에 들어가서 좋아요 순으로 슬쩍 보기도 하고.
"흐어……."
토끼삼촌 때만큼은 아니지만, 역대급 속도로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 미튜브도 바라보았다.
리혁이가 숫자를 보고는 말했다.
"이 정도면 우리 역대 최단 1000만 뷰 갱신인 것 같은데요? 잘하면 1억 뷰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거 같고…."
"우와아아……."
그뿐만 아니라 관련 영상들도 엄청 많았다.
외국인들이 올린 리액션 영상부터 시작해서 벌써 뮤비를 세세하게 분석한 영상도 올라와 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우비즈 님들의 이번 뮤직비디오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모티브로 한 신들이 바로 제우스와 포세이돈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번개 모양의 귀걸이나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반지를 하고 있는 비주의 캡처 사진.
[그런데 중요한 점은 신화에서 두 신은 크로노스(Kronos)의 아들이라는 점이죠!]
18세기 베네치아의 화가 줄리아 라마가 그린 명화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가 나온다.
[크로노스가 무슨 신인가요? 바로 시간의 신입니다.]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가 나오면서 뮤비 분석이 이어진다.
[원전에서 두 신은 시간의 신에게 반기를 듭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인데요. 그것은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그저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이 뮤직비디오의 주제의식을…….]
리혁이가 호오 하며 턱을 매만지는 가운데.
"?"
"??"
심오한 의미를 담아 분석하는 모습에 비주와 나를 비롯해 다른 졸개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졸개들을 불렀다.
"졸개들아."
"넹?"
"우리 약속."
"?"
"밖에 나가서 이거 원곡이 <파닥파닥>이라는 건 절대 비밀이야."
다 같이 새끼손가락을 꼬옥 걸고서 약속을 했다.
어쨌거나 멋들어지게 해석을 해 준 영상들이 올라올 만큼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운 건 확실했다.
이제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 줄지가 궁금하긴 한데.
"이건 조금 지켜보자."
"네."
대개 일주일 정도는 지나야 반응이 어떻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아직 반응이 다 나왔다고 보기에는 일렀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폰을 보고 싶긴 한데, 겸허하게 폰을 내려놓고 다음 스케줄을 준비했다.
-K넷 음악 방송 ‘우비즈’ 데뷔
축하해 주는 졸개들과 인사하고, 비주와 연습실에서 단둘이 연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안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프로모션에 대해서도 토론을 했다.
"이번에 음악 방송 가는데 저희가 인사 돌면서 실물로 돌릴 CD가 없잖아요. 형."
"그치."
"그러니까 CD 말고 따로 돌릴 걸 마련하는 건 어떨까요?"
"음……."
이내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비주가 정말 좋다고 손뼉을 쳤다.
그러면서 이번에 를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에 대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다.
"꺄르르륵!"
"흐히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좋은 아이디어들이었다.
* * *
마침내 목요일.
우비즈가 컴백하는 날을 앞두고 서리혁과 김중현, 왕지호는 K넷 사옥 주변에 우뚝 섰다.
리혁이 선글라스를 쓰며 말했다.
"솔직히 난 좀 불안해요."
"음? 뭐가?"
"아니 우주 형이랑 비주 형 말이에요. 저 둘을 붙여 놓으면 뭔가 불안해."
중현이 그런가? 하고 있는 가운데 지호가 공감했다.
"뭔 말 하는지 알 거 같아여. 약간 브레이크 걸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둘 다 브레이크가 없어."
서리혁이 뉴블랙의 필수적인 존재인 이유.
그것은 바로 태클을 걸어 주기 때문이었다.
미친 아이디어 같으면 ‘그건 좀’ 하고 태클을 걸어서 제동을 걸어 주는데…….
-꺄르륵! 비주야! 이거 어때?
-저는 형이 하는 건 다 좋아요!!
태초부터 돌아 버린 자와 은은한 광기를 풍기는 자.
며칠 전부터 계속 뭘 꾸미는지, 자기들끼리 속닥속닥하면서 꺄르륵 웃는 둘이었다.
솔직히 자기들끼리만 소곤거려서 짜증 나긴 했지만 일단은 불안한 것이 사실.
‘또 뭘 하려고.’
‘어휴. 저 형들….’
서리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여간 이 그룹에 정상인은 우리밖에 없다니깐."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던 삼블랙은 이내 K넷 사옥 앞을 느긋하게 걸어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을 보고 ‘?’ 하며 얼어붙은 수백 명의 사람들.
삼블랙이 K넷 사옥 앞에 서 있는 팬매니저에게 다가가 핸드폰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저희 우비즈 공개방송 출석체크하러 왔습니다."
"……."
"……."
수플레들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