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20화 (1,02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20화

수플레들은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

"??"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 때문이었다.

‘어?’

‘왜 여기에 애들이……?’

길거리에서 뉴블랙을 만난다?

그럴 수 있다.

맛있기로 소문난 소고깃집에서 뉴블랙을 만난다?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심지어 얼마 안 가 미래 시점에서는 남극에서도 뉴블랙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공방 출첵하는 데인데??’

이곳은 사전 녹화에 참여하는 팬들이 출석 체크를 하는 곳이다.

가장 가수를 만나기 힘든 장소인데.

"짜잔!"

"삼블랙 등장."

삼블랙이 윙크를 하면서 브이를 하고 있었다.

마네킹 같은 비율을 자랑하는 남정네들의 등장에 남녀 가리지 않고 수플레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 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만나는 팬 사인회와 달리 갑자기 등장하니 당혹스러웠다.

지호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수플레. 왜 도망가요~?"

"어, 그, 그, 그, 그……."

"여러분이 도망치면 저희도 도망칠 거예요."

뽀짝.

그 말에 리혁도 참새처럼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 중현이 그들을 향해 양손을 들어 보이며 슬쩍 물러났다.

‘아니. 우리가 무슨 맹수냐고.’

사자나 호랑이를 대하는 사육사 같은 표정.

그런 삼블랙의 모습에 그제야 수플레들이 긴장을 풀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우비즈의 사전 녹화를 보러 왔더니 삼블랙을 코앞에서 마주친 상황.

상암동을 거닐고 있던 일반 시민들도 ‘어머, 어머’ 하면서 멀찍이서 핸드폰을 들거나 구경을 하고 있었다.

경계심이 풀린 수플레들이 앞다투어 질문했다.

"오늘 여기 왜 왔어요??"

"저희 공개방송 참석하려고 왔어요."

리혁이 대표로 대답했다.

"사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거든요. 팬분들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입장을 하는지, 대기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어요."

"아아……."

"불편한 점을 비롯해 저희가 회사에 건의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기도 하고."

실제 팬의 입장에서 사전 녹화 과정이 어떤지 직접 체험해 보러 왔다는 이야기인 듯했다.

논리적으로 말을 하던 서리혁이 헛기침을 했다.

"그… 그리고 겸사겸사, 뭐, 시간도 있고 하니, 어… 그, 뭐, 형들… 응원도 좀 해 주고……."

"리혁이 형 부끄럽대요!"

대뜸 크게 외친 막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왕지호 목소리 짱 커, 진짜.’

우렁찬 목소리에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리혁이 지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대며 째려보았다.

어쨌거나 수플레들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놀라운 소식이었다.

다들 트위터를 비롯해 SNS에 글을 쓰기 위해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저기 봐요."

한 팬이 멀찍이 팬매니저들을 가리켰다.

공방을 관리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팬매니저들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 있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는 팬들과 달리 그들의 동공은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다들 표정이 엄청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

"저 지금까지 공방 n회차 뛰면서 저 사람들 저런 표정은 처음 봐요."

"이거……."

그때 누군가 말했다.

"이거 약간 그거 같지 않나요?"

"?"

"사극에 나오는 암행어사."

그들이 빵 터져서 웃음을 터뜨렸다.

-암행어사 출두요~!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 * *

출석체크.

출석을 확인해 준 팬매니저들이 팬들의 손목에 팔찌를 감아주는 동안 왕지호가 눈을 크게 떴다.

‘팬들! 우리 팬들!’

그냥 사람만 보면 신나는 리트리버처럼,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만 만나면 신이 나는 막내였다.

"안녕하세요!"

"허, 헛… 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달랐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머릿속으로 할 말을 시뮬레이션까지 돌려 가면서 준비를 해야 최애와 대화가 가능한 것이 보통의 팬들이었다.

‘그, 그치만 난 팬싸도 아직 못 가 봤는데…….’

당황한 팬들이 어어 하는 동안 지호가 말을 걸었다.

"저 실물이 더 귀엽죠?"

"네? 네…."

신기하긴 했다.

뉴블랙에서 서리혁 다음가는 뽀얀 피부.

잡티 하나 없이 투명한 피부 위로 여름의 열기 때문에 땀이 성글성글 맺혀 있는데….

"!"

"!!"

남자든 여자든 그냥 심장이 떨리는 미모였다.

아무 특색 없는 검은 반팔티에 청바지.

장신구로 예쁜 탄생석 목걸이 하나를 걸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데… 그냥 모든 게 다 눈에 들어왔다.

"다들 어디서 오셨어요?"

"어, 어……."

"??"

뭐라도 대답해 줘야 할 것 같은 초롱초롱한 강아지 눈망울.

지호의 눈길을 받은 한 팬이 당황해서 말했다.

"트, 트위터요."

"?"

‘앗 시발, 이게 아닌데!’

머리와 입이 따로 논다.

한 팬이 ‘주둥이!’ 하면서 슬퍼하고 있을 때, 트위터에서 왔다는 말에 지호가 헉 하고는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그러곤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

"저는 인스타에서 왔어요!!"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수플레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창피해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수플레가 손을 내밀면서 지호가 마구 흔들어 주었다.

"우리 하이파이브?"

"어, 어…."

‘하, 하이파이브는 왜…….’

대체 왜 하이파이브까지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이 난 알프스 소녀처럼 손뼉을 짝짜꿍 쳐 주는 지호였다.

‘텐션이 감당 안 된다.’

어버버 하는 팬을 본 김중현이 지호의 뒷덜미를 스윽 잡아당기면서 팬은 마침내 구조될 수 있었다.

중현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잘못을 사과하는 견주 같은 표정.

형들에게 붙잡힌 막내가 팬들을 향해 손키스를 날리면서 다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왕지호 진짜.’

‘지호는 진짜 아이돌 안 했으면 뭐 했을까.’

이윽고 출석 체크를 마치고 손목에 팔찌를 감은 삼블랙이 수플레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 조금 이따가 봐요!"

"안녕~!"

그렇게 대화를 마친 삼블랙이 고개를 돌렸다.

팬들에게 걷은 편지를 비롯해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팬매니저들.

그들의 업무를 조용히 지켜보던 리혁이 담당자를 불렀다.

"저, 매니저님."

"네? 네!"

"저희가 업무를 지켜보면서 조금 느꼈는데……."

서리혁이 그들에게 질문했다.

"…인력 더 필요하시죠?"

"!!"

팬매니저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갑자기 하늘에서 LED 동아줄이 반짝반짝하면서 내려오는 걸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인력이 더 필요하냐는 말에 그들이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끄덕끄덕!

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었다.

"인력 충원 관련해서는 저희가 본부장님한테 말씀드려 볼게요. 그 밖에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

처음에는 암행어사처럼 등장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잠행을 나온 임금님이었다.

신문고를 두드리면서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하는 백성들처럼 팬매니저들이 앞다투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한 번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팬사인회, 미니 팬 미팅, 공개방송 등에서 팬덤을 관리하고 사생을 물리치는 팬매니저들.

현장 업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던 삼블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방송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팬매니저들이 삼블랙에게 물었다.

"같이 안 가시나요?"

"네, 어차피 이따가 만날 거라서요. 저희는 주변에서 좀 시간을 때워 보려고요."

진짜 공방에 참석한 것처럼 시간을 때워 보려고 한다는 말에 팬매니저들이 웃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경호학과 출신이자 로드매니저 경민수와 함께 남겨진 삼블랙이 팔찌를 바라보았다.

지호가 인증샷을 찍으며 말했다.

"오길 잘한 거 같아요. 울 아빠가 옛날부터 그랬거든요. 뭐든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맞아. 농사도 직접 봐야 아는 게 있지."

"맞아여. 그래서 현장에 자주 나가야 경쟁자들이 뭐 훔쳐 가거나 다른 사람들이 삥땅 칠 생각을 못 한다고."

핫핫핫! 하고 웃는 왕현탁 회장의 웃음소리가 잠시 귓가에 들리는 기분.

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길 잘했어. 실제 현장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충분히 파악한 거 같아."

항상 그들이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팬들의 시각으로 보면 어떠한가?

콘서트 티켓팅은 어떠하고, 교통편을 타고 오거나 입장을 하거나 하는 그런 부분들.

이런 부분을 알아야 나중에 이벤트를 기획할 때도 ‘아 이걸 하면 팬들이 힘들겠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고.

공연에서 멘트를 할 때도 좀 더 사려 깊은 멘트를 할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렇게 음방에 대한 부분을 체크할 수 없었다.

‘항상 5인조로만 뛰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우비즈가 유닛 데뷔를 하면서 별도로 음방을 살펴볼 기회를 얻은 삼블랙이었다.

"개인 멘트 금지, 개인 응원도구 금지……."

리혁이 중얼중얼하면서 공방의 주의사항 문구들을 암송하고 있을 때.

당근이 그려진 양산을 든 중현 곁에서 지호가 미니 선풍기의 바람을 형들에게 쐬어 주었다.

"아직 점심도 아닌데 왜 일케 덥지. 형들 우리 시간 어디 가서 때워여~?"

"음……."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몰려들 게 뻔한 상황.

잠시 고민하던 중현이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는 가장 사람이 적을 만한 곳을 찾아냈다.

"저기 가자."

"케넷 카페요?"

"응."

K-net 사옥 1층 로비에 있는 사내 카페로 향한 삼블랙이었다.

다 같이 먹을 커피와 디저트를 넉넉하게 시킨 삼블랙이 주변 테이블에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

막내가 손바닥을 비비며 포크를 들었다.

"이제 이 디저트를 먹으면서 우리 시간을 때우는 거예요."

"좋아."

"아아! 아직 손대지 마요. 사진 찍어야 돼."

최애인 얼그레이 케이크에 포크를 올리려던 리혁이 샐쭉한 표정으로 포크를 슥 치울 때.

막내가 요리조리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동안 리혁이 중현에게 말했다.

"형. 오늘은 우리 진짜 팬들처럼 체험을 해 보는 거예요. 공방 기다리면서 대기도 한 번 해 보고."

"수플레들처럼."

곧이어 우비즈의 뮤직비디오를 화면에 띄운 채 ‘와아아아-’ 하며 영혼 없이 바라보는 삼블랙.

삼블랙이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ID 왕지호바라기에욤."

"서리혁™입니다."

"ID 싹난감자입니다."

옆 테이블에서 바닐라 라떼를 마시고 있던 어느 K넷의 PD가 코로 액체를 뿜어낼 때.

켁켁- 하는 K넷 직원들의 소리 속에서 삼블랙이 수플레를 따라 했다.

"우비즈에서 최애가 누구신가용? 저는 지호예요!"

"리혁이만 보이던데요?"

"중현이가 제일 커서 제일 잘 보이네요. 나머지 멤버들은 너무 작아서 안 보이네요."

조용히 듣던 사람들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팬이 아니라 악개들 모임 같은데…….’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대화를 엿듣고 있을 때.

한참 동안 즐겁게 시간을 보낸 지호가 형들에게 말했다.

"와, 수플레들처럼 얘기하니까 너무 재미있다."

"그러네."

"우리 시간 얼마나 됐어요? 30분쯤 지난 것 같은데……."

"아니."

중현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우리 5분 지났어."

"……."

"……."

삼블랙이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대기… 쉽지 않군…….’

* * *

갑자기 들려오는 웃음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민기 형이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뭐예요. 형?"

민기 형의 최애인 슈가피쉬 리사 선배님 미튜브라도 보나 했는데.

"너희 동생들 때문에 그래."

"?"

어느 SNS에 올라온 글이었다.

[왕지호박고구마] @Go_gu_33 · 17분

죽고 싶다 진짜

리트윗과 하트가 엄청 찍혀 있는 트윗이었다.

첨부된 동영상을 눌렀다.

어디서 왔냐고 묻는 지호의 말에 주인공이 ‘트, 트위터요’ 하고, 지호가 ‘저는 인스타에서 왔어요’ 하고 있었다.

-울 댕댕이 센스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 >트,트위터요< 뭔데

-귀여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21세

-아 왜일케 웃겨ㅋㅋㅋㅋㅋㄱㅋㅋ

나와 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이게 뭐예요?"

영상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K넷 사옥 앞.

손목에 공방 참여 팔찌를 하고 있는 졸개들의 모습을 보고는 나와 비주가 눈을 깜빡였다.

"얘네 오늘 공방 와요?"

"응."

"우리는 몰랐는데……."

"너희한테는 비밀로 해 달라고 했어. 형들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러던데……."

딱히 깜짝 놀라진 않았다.

중현이가 갑자기 ‘형… 저 아이돌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하고 싶어요’ 하지 않는 이상에야 동생들의 이상한 짓은 언제나 범위 안이었다.

"그래도 너무 좋은데요."

비주가 맑게 웃었다.

"이따 애들 얼굴 보고 너무 좋다."

"그러게."

그래도 형들 응원을 해 주겠다고 저렇게 와 준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딩동-

마침 리혁이에게 톡도 왔다.

리혁이 【파일명 : 사전녹화 관련 건의안.txt】

리혁이 [초안이에요. 이따 제대로 정리해서 다시 한번 더 보내 줄게요]

내 핸드폰을 바라보던 비주가 모른 척하고, 나도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

어쨌거나.

응원을 해 주러 온 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꼈…….

"어머, 어머."

"왜 그러세요?"

"애들 실시간 트렌드랑 실검에도 올랐나 봐."

응원을 해 주러 온 삼블랙이 화제성을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에 비주와 내가 조용히 팔짱을 꼈다.

"괘씸한……."

"칫."

내가 비주에게 눈짓을 하면서 일어났다.

"비주야."

"네."

"우리도 지지 말고 가자."

원석이 형이 큼지막한 종이 상자를 들고 우리를 따라 나왔다.

종이 상자에 적힌 문구.

[신인 아이돌 우비즈 데뷔 기념!]

상자에서 따끈따끈한 열기와 함께 고소한 쌀 냄새가 흘러나온다.

이번에 우리가 대기실을 돌면서 인사할 때 돌릴 선물이었다.

-우리가 이번에 CD가 없잖아요.

-그치.

-뭔가 CD 대신 돌릴 만한 게 없을까요?

보통 데뷔하거나 컴백을 하면 사인 CD를 돌리면서 인사를 하는데 이번엔 디지털 싱글이라 실물 앨범이 없다.

그 대신.

"안녕하세요! 신인 아이돌 우비즈입니다~!"

"떡 받아 가세요~"

동료 가수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했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떡이에요~"

"엇. 네… 가, 가, 감사합니다!"

모락모락 김이 나오는 떡을 접시에 얹어서 대기실마다 돌려주었다.

다들 멍한 표정으로 떡을 받았다.

그러곤 맛을 슬쩍 보더니 엄지를 들었다.

"우와……."

"맛있죠? 진짜 맛있더라구요."

내가 떡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비주가 이곳에서 사자고 추천해 준 곳.

스칼렛의 리더이자 나와 <우리 가족은 외계인> 촬영을 했던 아라의 부모님이 하시는 떡집에서 산 떡이었다.

아까 아버님이 직접 오셔서 배달도 해 주셨다.

"자, 가수들은 다 돌렸고. 어디 가지?"

"스탭 분들 모인 곳도 가 봐요."

"그러자."

K넷 스탭들에게도 떡을 돌렸다.

작가진을 비롯해 스탭들에게 떡을 돌릴 때마다 ‘잘 먹을게요~!’ 하는 즐거운 웃음이 돌아왔다.

직캠 편집을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떡을 돌리며 ‘저희 비주 예쁘게 부탁드립니다, 후후후’ 하며 떡을 뇌물로 바치기도 하고.

우비즈의 릴레이 댄스의 촬영을 담당하는 스탭들에게도 떡을 돌렸다.

물론….

"뭔 아침부터 떡이야. 너는 지금 선배가 다이어트 하고 있는데, 떡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누가 이런 떡을 돌려서…… 헙."

기분이 별로였는지 후배들에게 심술을 부리던 고참 감독님과 떡 접시를 든 우리의 시선이 딱 마주치기도 했다.

"……."

"누, 누가 이런 떡을 돌려서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드나!"

"……."

"마, 맛있네!"

뒤에서 입술을 꾹 말고 웃음을 참는 우리 댄서들과 K넷 직원들에게 우리가 눈웃음을 지었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감독님의 동공.

곧이어 인생의 역작을 찍는 듯한 열정으로 릴레이 댄스를 촬영해 준 감독님이었다.

"자… 잘 나온 거 같죠?"

"네. 좋네요."

떡도 돌리면서 신인 아이돌 우비즈 홍보도 했고.

댄서들과 함께 릴레이 댄스도 찍었고.

음방 MC들과 함께 사전 인터뷰도 촬영을 마쳐서 이제 남은 것은 사전 녹화였다.

민기 형이 말했다.

"얘들아. 의상 준비됐다."

"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지하의 대기실로 향할 때였다.

쿠르르르릉-

바깥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리에 비주와 내가 고개를 돌렸다.

"?"

"??"

* * *

월요일에 공개된 우비즈의 .

중독성 가득한 멜로디가 가미된 이 음원은 현재 음원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Bada- Bada

아무도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순 없어

사람들이 신나게 물을 튀기는 워터 파크에서도 나오고.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피신해 있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진짜 여기저기 나오네.’

‘어딜 가든 우리 애들 노래….’

수플레들이 배회하고 있는 상암동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카페를 들어가든 간에 우비즈의 노래가 한 번씩은 나오곤 했다.

무더운 더위를 날려 주는 듯한 시원한 멜로디.

"아, 덥다."

"엄청 덥네."

곧이어 사전 녹화에 참여하기 위해 수플레들이 다시 K넷 사옥 근처로 모이고 있을 때였다.

길을 걷던 행인들이 수플레들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들은 뭐야? 왜 단체로 우산을 들고 다녀?"

"그러게."

수군수군하는 사람들.

양손에 우비와 우산을 든 채 걸어가는 수플레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수플레들이 고개를 숙였다.

‘창피해.’

‘왜 역조공 굿즈가 우비랑 우산…….’

‘응원봉이라는데 누가 우산을 응원봉처럼 쓰냐구.’

그럴 수밖에.

8월 초로 접어들면서 서울 기온이 39도를 찍어 버린 역대 최악의 폭염이었다.

아스팔트에 계란을 올리면 순식간에 후라이가 되어 버리고, 그냥 길을 걷는데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

행인들이 호기심을 품었다.

‘오늘은 비 예보도 없…….’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바람이 축축해지기 시작하더니 뙤약볕이었던 하늘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

"??"

한여름에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지성 소나기.

쏴아아아아아-

상암동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어!"

"어어어어!"

사람들이 저마다 건물 처마나 근처 카페 등으로 대피할 때.

수플레들은 손에 들고 있는 우산을 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을 바라보며 살짝 비웃던 사람들을 향해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후. 이것이 바로 준비된 아이돌 팬.’

‘부럽죠?’

하지만 그들이 우산을 촤악 펼쳤을 때였다.

지이이잉-

광선검처럼 우산의 기둥과 뼈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엥…?’

‘어?’

광선검, 아니 광선 우산을 든 수플레들이 벙찐 표정을 짓는 가운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저거 봐. 글씨도 써져 있어!"

"어머어머. 뉴블랙 팬들인가 봐."

반짝반짝!

LED로 빛나는 [저는 뉴블랙의 팬입니다]라는 글씨.

‘선우주, 김비주 가만 안 둬…!’

우산을 든 수플레들이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