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21화 (1,02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21화

축축한 비 냄새.

보통 실외에서 맡을 만한 냄새가 실내에서 진동을 하고 있다.

"어……."

비주와 내가 무대 위에서 수플레들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세요. 여러분?"

"네……."

수백 명의 수플레들이 단체로 비에 젖어 있었다.

분명 우리가 수플레들에게 기념 굿즈로 우산과 우비를 줬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했다.

"에취-!"

재채기를 하는 어느 팬에게 우리가 물었다.

"비를 왜 이렇게 많이 맞으셨어요?"

"구, 구… 흐에취!"

남자 팬이 안경의 물기를 털어 내며 코를 훌쩍였다.

"굿즈를 쓸 수 없었어요."

"……."

"이걸 여기서 쓰면 보관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굿즈를 품에 안고 그냥 달렸다는 모양인데, 너무나 짠해서 비주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팬들의 모습이 꽤 보여서 내가 탄식했다.

"저희의 센스 부족이네요. 그냥 일반 우산도 같이 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얼굴에 수분 보충했어요!"

수분 로션 바른 셈 치겠다는 누군가의 말에 우리가 웃었다.

그렇게 굿즈를 쓸 수 없어서 비를 맞았다는 수플레들을 지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부분의 팬들도 청바지 끝단이나 허벅지가 잔뜩 젖어 있었다.

신발에도 물이 꽉 차 보이는 느낌.

"비바람이 엄청 심했나 봐요."

"네!"

아무리 우산을 써도 바람이 심해서 소용이 없는 그런 소나기였던 모양이다.

팬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우리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리허설 준비를 하는 스탭들 주변에 졸개들이 서 있었다.

"너희는 비를 안 맞았구나."

끄덕끄덕.

"왜 대답을 안 해 주니?"

리혁이가 손으로 X자를 표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개인 멘트 금지라고?"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들의 모습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비주에게 말했다.

"비주야. 리혁이 지금 아무 말도 못한대."

"진짜요?"

우리가 신이 나서 외쳤다.

"음이온 팔찌를 차고 원적외선 치료를 받으면 몸이 좋아진다!"

"체온이 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대요."

"족발에는 콜라겐이 풍부하기 때문에 족발을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

리혁이가 눈을 감고 주먹을 쥐었다.

곁에서 중현이와 지호가 배를 잡고 웃을 때.

마구 웃던 팬들이 내가 했던 마지막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족발이… 효과가 없어?"

"그럼 족발의 껍데기는 존재 의의가 뭐지??"

"맛있음…?"

당황한 팬들에게 내가 말했다.

"리혁이 말에 따르면 족발을 먹는다고 피부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위장으로 들어가면 어차피 단백질로 분해되는 거라 아무 효과도 없대요. 아, 바르는 것도 마찬가지래요."

오오~ 하는 소리 후에 단체로 다들 웃었다.

"오늘도 여러분의 상식과 교양이 풍부해지는 우비즈의 음방입니다. 재미있고 유익하죠?"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비주가 말끝을 흐리는 동안 내가 중현이를 불렀다.

"참, 중현아."

끄덕.

"어제 형이 기우제 지내라고 이야기 했는데 기우제 지냈니?"

끄덕끄덕.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는 중현이의 충직한 모습.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을 보고는 팬들에게 말했다.

"어제 중현이가 기우제를 안 지냈다네요. 오늘의 비는 중현이를 탓하시면 됩니다~!"

"!!"

"중현아. 형이 너의 잘못을 용서해 줄게."

"!"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졸개와 좋아서 빵 터지는 둘을 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메라 세팅 완료.

무대 세팅 완료.

카메라 뒤편의 피디님이 OK 사인을 보내는 모습에 우리가 수플레들에게 말했다.

"수플레! 다들 준비됐어요?"

"네!"

"그럼 시작해 볼까요~?"

* * *

음악 방송은 방송국마다 특징이 있다.

그중에서 K넷의 특징이라면.

‘아, 뭐 시키는 게 이렇게 많아.’

오프닝에서 응원봉을 이렇게 들어 달라, 함성 소리를 어느 정도 볼륨으로 내어 달라 등등.

수플레들은 속으로 구시렁대면서도 겉으로는 방긋 웃으며 요청사항에 응했다.

‘눈이 즐겁구나!’

‘크으, 이거지. 이거지.’

무대 위에서 가만히 서 있는 두 멤버를 보기만 해도 절로 찐 웃음이 나왔다.

"자, 오프닝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정숙해 주세요."

아무래도 우비즈의 데뷔 음방이기도 하고, ‘최초 공개’에 집착하는 K넷답게 오늘은 촬영할 분량이 많았다.

우선은 오프닝.

그리스 신전과 비슷한 세트장이 무대 위에 차려졌다.

[♪♬♩-]

성스러운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치 성스러운 불이 타오르고 있는 신전에서 들려올 법한 음악에 수플레들이 감탄했다.

아까 전 우주가 한 말 때문이었다.

-여기서 바이올린 파트는 제가 연주했어요.

우주가 직접 오프닝용으로 작곡한 BGM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팬들이 미소를 지었다.

‘우주는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되나.’

‘언제 또 바이올린 실력이 저렇게 늘었지.’

Y앱에서 현악기 레슨을 받는다고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런 녹음을 해도 될 정도로 바이올린 실력이 성장한 우주였다.

그렇게 팬들이 감탄하고 있는 동안.

치이익-

짙게 깔린 드라이아이스 속에서 오프닝 촬영이 시작됐다.

무대 양끝에 따로 앉아 있는 우주와 비주.

좌우 배경이 조금씩 달랐다.

왼쪽에는 구름 속의 옥좌에 리드보컬이 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파란 LED를 배경으로 산호로 장식된 의자에 메인댄서가 앉아 있다.

‘우와아아…….’

그야말로 천상계의 비주얼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무료한 듯 앉아 있던 두 멤버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각자 독무를 추기 시작했다.

처음의 스타일은 제각각이었다.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안무를 펼치는 우주.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만큼 화려한 기교가 가득한 비주.

그렇게 두 멤버가 서서히 무대 중앙을 향해 움직이면서 안무 스타일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와…….’

‘뭐야. 어떻게 한 거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무 스타일이 바뀌어 간다.

정석적이었던 우주의 안무에 기교가 섞여 들어가고, 비주의 안무가 조금 더 깔끔해져 간다.

마치 서로에게 맞춰 가는 듯한 풍경.

그렇게 두 사람의 안무가 마침내 완벽하게 똑같은 스타일로 바뀌며 일치감을 줄 때.

[-♪♬♩]

그들이 서로 등을 맞대면서 음악이 멈췄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마치 정확히 자로 잰 듯한 타이밍이었다.

이윽고 카메라맨이 두 멤버의 손끝을 담으면서 마침내 오프닝의 촬영이 끝났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숨죽였던 환호성을 터뜨리는 팬들에게 우비즈의 두 멤버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신화적인 존재 같았는데 지금은 영락없는 개구쟁이 같았다.

바로 무대 아래로 내려온 우주와 비주가 촬영분을 모니터링하더니 다시 깡총깡총 뛰어왔다.

"여러분. 한 번만 더 갈게요~"

"네!"

그렇게 오프닝 촬영을 두어 번 정도 한 후.

마침내 본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온 우비즈가 돌아오면서 함성이 터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너무나… 예뻤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수플레들의 눈에 심박수 [매우 높음] 하는 문구가 보일 정도.

‘아니. 그치만 우리 애들을 보라구!’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늘과 바다에서 온 신이라는 설정을 반영한 것처럼 고급지면서도 자유분방한 패션이었다.

이번 우비즈의 컨셉.

[신(神)들의 유희]

색조가 들어간 여름 선글라스.

고급스러운 귀걸이와 반지.

시원해 보이는 재킷.

파란색을 베이스로 하는 알록달록한 의상으로, 80년대풍의 의상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듯했다.

‘청바지 브랜드가 어디지? 품절되기 전에 산다.’

‘오늘 너무 예뻐….’

팬들에게 씩 웃어 보이던 우비즈가 오프닝의 마지막과 동일한 포즈를 취했다.

그 뒤에 서는 댄서들.

카메라맨이 우비즈의 손끝을 찍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머릿속으로 구도를 상상했다.

자연스럽게 씬과 씬 사이에 의상이 바뀌는 장면.

"와아아아아아아-!"

수플레들이 달봉이를 흔들면서 본격 무대가 시작됐다.

신나는 드럼 비트.

등을 맞댄 우주와 비주가 쌍둥이처럼 안무를 펼쳤다.

‘우와… 데칼코마니 같아.’

완벽한 대칭.

색조가 들어간 선글라스를 슬쩍 벗은 우주가 비주와 등을 맞댄 채 노래를 불렀다.

뜨거운 태양에

달아오른 ocean blue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긴 ocean view

선글라스를 톡 하고 무대 아래로 던진 우주.

이번엔 비주가 우주와 같은 동작으로 서서 노래를 불렀다.

익숙해진 지루함

잊고 있던 adventure

그런 날 일깨워 줄

너만을 기다려왔어

뉴블랙의 리드보컬을 바짝 맹추격하고 있는 비주의 보컬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러면서 둘의 페어 안무가 이어졌다.

쌍둥이처럼 춤을 추던 초반 안무가 지나고, 음악이 고조되면서 안무의 형식이 변화했다.

‘우와….’

마치 둘 사이에 물결이 이는 것처럼 한쪽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비주가 우주를 향해 손짓을 하면, 우주가 자연스럽게 슬쩍 밀려나는데 마치 정말 물살이 일렁이는 듯했다.

그동안 뉴블랙의 리드보컬이 고음을 올려 갔다.

조금 가까이

붙어 봐

너의 심장소리가

들리게

화음을 넣어 주던 비주가 가사를 이었다.

뜨겁게 울리는

우리의 심장 소리

저 너머 보이는

우리의 destination-

자, 이제 가 볼까 하는 듯한 분위기.

서리혁이 ‘연습량을 늘려야겠군…’ 하고 있는 동안 마침내 두 멤버가 파도 위로 올라탄 듯한 안무를 펼쳤다.

Bada- Bada-

아무도

물결의 흐름을 탄 것처럼 춤을 추는 우주와 그에 호응하는 비주.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순 없어

후렴구.

특별한 가사 없이 댄스 파트로 이뤄진 구간에서 뉴블랙 댄스라인의 춤사위가 이어졌다.

"!"

"!!"

청량함이 폭발하는 음악.

그 속에서 우주와 비주가 웨이브를 타면서 손목의 스냅을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리허설 때의 설렁설렁한 안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어어…….’

‘어… 우와아…….’

분명 뉴블랙 안무를 할 때만큼 칼각으로 각도를 맞춘 느낌은 아니다.

곡의 분위기에 걸맞게 살짝 자유분방한 분위기.

그럼에도 손짓 하나하나가 팬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뭐지?’

절도 있게 각을 딱딱 맞춰 주는 댄서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흐름을 타고 있다.

연습한 춤을 춘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떠오르는 대로 추는 느낌.

춤이라는 인지가 안 될 만큼 부드럽게 흘러가는 춤선은 처음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수플레들이 입을 떡하니 벌린 가운데.

"……."

"……."

스탭들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삼블랙의 눈은 촉촉해져 가고 있었다.

‘김비주…….’

‘대체 연습을 얼마나 한 거야?’

‘에잇! 진짜 이 형들 장난 없게 추네!’

맨날 비주가 연습하자고 우주를 끌고 갈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모르고 있었다.

특히나 댄스 라인끼리만 모여 있어서 그런 걸까.

마치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후후후! 너희는 우리의 짐덩이였던 것이다!

스포츠 만화의 클리셰 중 하나인 모래주머니를 보는 듯한 느낌.

우주와 비주가 갑자기 발목에 있는 ‘졸개들’이란 모래주머니를 딸깍- 하고 풀면서 본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막내가 아련한 목소리로 불렀다.

"형들…."

"응……."

"우리 돌아가면 안무 연습 좀 더 해야 될 거 같아요."

"그래야겠어…."

졸개들이 흑흑 울었다.

‘또야. 또 앞서 나갔어.’

‘이대로 있다가는 졸개들이 아니라 떨거지들이 되고 말 거야.’

‘괘씸한 인간들. 노래 연습 더 해서 괴롭혀 줘야지.’

삼블랙이 촉촉한 눈가를 감동한 척으로 위장하고 있는 한편.

무대 위를 신나게 누빈 우비즈가 3절의 하이라이트 파트를 끝내고 엔딩 포즈로 섰다.

팡-

하늘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금박을 맞이하며 화려하게 웃는 두 미청년.

하지만….

완벽했던 이 무대의 엔딩 장면이 쓰이는 일은 없었다.

"감독님."

"응?"

"우주 씨 금니 됐는데요."

뉴블랙에 대한 과도한 열정으로 금박을 넉넉하게 준비한 K넷 제작진.

금박이 입가에 들어간 두 멤버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짝-

금니가 된 우비즈가 반짝반짝 웃고 있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 * *

우비즈의 성공적인 데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K넷 본방송이 시작되면서 우비즈는 아이돌 팬들의 어마어마한 관심을 모았다.

[네~ 월드클래스 슈퍼스타가 마침내 유닛으로 뭉쳤습니다!]

[오늘 <뮤직 K>에서는 방송 최초로 공개되는 우비즈의 무대를 비롯해 특별한 코너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엄청 신이 나 보이는 K넷 음악 방송 <뮤직 K>였다.

‘시청률 올랐나 보네.’

아이돌 팬들의 예상대로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방송이었다.

특히나 가장 시청률이 폭발하던 순간은 우비즈의 첫 무대.

뮤직비디오에서는 안무가 짧게 나왔던 만큼, 모두의 마음속에 호기심이 싹텄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탑은 탑인 이유가 있었다.

-막 어려운 동작은 없는데 느낌있게 춘다ㅋㅋㅋ

-둘이 cg처럼 생겻어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막상 커버하려고 추면 절대 저 분위기나 느낌 안 나올거 같애ㅋㅋ

-개쩐다..

-와 오늘 카감 열일하네 0_0 케넷 웬일이냐

-그야 $_$ 상태이기 때문 (끄덕)

쉴 새 없이 춤을 추면서도 쨍하게 라이브를 하는 두 가수를 보며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저게 되는구나.’

후렴구 안무뿐만 아니라 기본 안무에도 발재간이 계속 들어가는데 숨 차는 기색 하나 없다.

퍼포도 퍼포지만 노래가 너무 좋다.

처음에는 ‘음?’ 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서 흥얼흥얼하고 있었다.

뉴블랙이 나온다는 말에 실시간 음방을 보던 동료 가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빠다~ 빠다~"

"시발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으셈~"

"아, 유닛 뽕 차오른다. 우리도 유닛 고고?"

아이돌들의 눈이 반짝였다.

‘안무 재미있다. 커버해 봐야지.’

노래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일반 대중들보다 더욱더 민감한 귀를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었다.

그러하기에 가 얼마나 좋은 노래인지 알 수 있었다.

‘노래 진짜 좋다.’

가벼운 분위기라 썸머송으로 즐기기도 좋고.

안무도 장기자랑이나 회식을 할 때 분위기를 띄우기 좋을 법한 그런 춤이었다.

‘다음 주에 1위 먹겠네.’

오늘의 1위는 한 달 전에 컴백해서 아직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칼렛의 신곡.

마치 레몬이 레몬에게 바톤 터치하는 상황이었다.

본래였다면 다음 주에 1위로 유력했을 세레니티나 원더 차일드가 박수를 치면서 아련하게 미소를 짓는 장면이 잡혔다.

-세렌이나 원차 둘 다 노래 좋은데..ㅠㅠㅠ

-상대가 너무 강함

-km이랑 mop여도 이젠 레몬한테 밀리는구나

-ㄴㄴ 걍 뉴블랙이 센거

-확실히 레몬이 프로듀싱관련해서 투자 확 늘린 게 차이가 큰듯. 격차가 슬슬 보인다

-우주선 : 아니 내가 다했다니까???

그동안 오늘 음악 방송의 비하인드도 화제가 되었다.

우비즈의 사녹이 이뤄지는 동안 상암동에 잠깐 내렸던 소나기, LED로 반짝이는 우산 굿즈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중이었다.

-우비즈 ‘WAVE’, 음원 차트 ‘1위’ 퍼펙트 올킬

-"올 여름은 WAVE", 썸머송 전쟁 속에 나타난 최강자

-[릴레이댄스] 우비즈(Woobiz) - ‘WAVE’

거기에 뉴블랙 TV에 올라온 우주의 바이올린 연주 장면을 비롯해 여러 가지 연습 장면들까지.

가파르게 조회수가 상승하는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뉴블랙의 안티들이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흥."

"흥…."

칭찬만 가득한 분위기에 미간을 찌푸릴 때였다.

게시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우비즈 미니 팬 미팅에서 갠멘 쩔었던 팬들]

맥락 없이 가수에게 크게 외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이른바 개인 멘트.

방송이 끝나고 진행한 미니 팬 미팅에서 잡음이 있었다는 말에 안티들의 가슴이 설렜다.

‘여기다!’

‘이곳인가!’

하지만 그들의 설렌 얼굴이 비친 핸드폰 액정에 등장한 것은.

(뽀짝뽀짝 뛰면서 형들의 이름을 외치는 삼블랙.twt)

오늘 사전 녹화까지 참석한 뉴블랙의 세 멤버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씨.. 식겁했자나ㅋㅋㅋ

-쟤네 유명한 무리임ㅇㅇ 저거 끝나고 가수들이랑 포옹하고 밥 먹으러 갔다더라

- 같은 비행기 탄다던데.. 스케줄마다 동행함

-와 악플 ㅡㅡ 여기 지금 악플 다는 애들 다 ppt 따는 중

-특정 팬 편애에 대해 공론화 요구합니다ㅠㅠ

-ㄹㅇ 이거 공룡화해야 함

드립을 치며 놀고 있는 모습에 안티들의 가슴에 비가 내렸다.

그들이 조용히 창을 닫고 먼 산을 바라보는 가운데.

"음?"

"어라…?"

신나게 놀고 있던 아이돌 팬들의 눈에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내일 PBS 뮤직on 우비즈 사전녹화 장소 (+정보 추가)

그것은 바로 우비즈의 독특한 사전녹화 장소였다.

* * *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 방송을 좋아했다.

그런고로 나에게 시즌송 하면 떠오르는 공식이 하나 있었으니.

-여름이면 워터 파크, 겨울이면 스키장이지!

음악 방송에서 주기적으로 ‘여름 특집!’ 하면서 워터 파크에서 무대를 설치해 노래를 하던 그런 장면들.

"드디어……."

내가 감격 어린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용인시의 유명 워터 파크.

옛날 음악 방송에서 여름 특집을 하던 이곳에 우비즈의 특별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다…! 꺄르륵!"

"저도 너무 좋아요~"

워터 파크 한가운데 세워진 특별 무대.

PBS 측이 뭔가 특별한 거 해 보고 싶은 거 없냐는 말에 제안을 했는데, 바로 승낙이 떨어졌다.

마침 우비즈의 는 80년대의 레트로한 색채도 담겨 있지 않은가?

그런 썸머송에 걸맞은 최적의 무대.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했다.

"와아아아아아-."

수영장 안에서 함성을 지르는 대중들.

튼튼하고 안전한 무대.

우리의 컨디션.

"근데……."

유일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중현아."

[네.]

내가 들고 있는 영상통화 화면 속에서 중현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어제 기우제 지냈다고 하지 않았니."

[그랬죠.]

"그런데 이게 뭐니……."

내가 화면을 돌려 하늘을 보여 주었다.

쏴아아아아아아-

본래였다면 무더위로 찜통이었을 워터 파크 위로 얇은 빗방울들이 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자연의 힘은 신묘한 거예요. 형.]

"……."

[그럼 전 이만.]

하체 운동하러 가겠다며 통화를 뚝 종료하는 중현이.

비주와 나는 조용히 먹구름이 낀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와아아아아-."

"와, 시원해졌어!"

관객들은 시원하다면서 좋아하고 있긴 한데… 우리는 왠지 모르게 슬플 뿐이었다.

직캠이 찍혀도 안 예쁘게 나오는 날씨.

"왜……."

"어째서……."

왜 자꾸 비가 오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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