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29화
최근 수플레들은 간만에 덕질다운 덕질을 하는 중이었다.
-머글이… 없다……!
항상 그들과 함께 하기 일쑤였던 머글들이 이번 우비즈의 활동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다.
예능 떡밥도 없고, 말 그대로 무대만 하고 있으니 일반인 입장에선 크게 관심을 가질 거리가 없었다.
‘꺄르르륵!’
‘쾌적하다! 쾌적해!’
그저 뉴블랙 TV에 올라오는 안무 영상이나 우비즈의 자컨을 보며 행복하게 손뼉을 칠 뿐이었다.
일반적인 탑 아이돌이 컴백하면 그러하듯 팬들은 덕질을 하고, 머글들은 노래를 듣거나 예능 정도만 소비하는 분위기.
그렇다고 음원 화력이 약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피치 @peach_jiho · 3시]
길치인 친구랑 명동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미치겠음ㅋㅋㅋ
===
나 : 너 어디야?
친구 : 나 지금 여기 우주비주 노래 나오고 있어
나 : 웨이브?
친구 : ㅇㅇ
===
첨부된 영상 속에선 작성자가 명동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가 흘러나오는 화장품 매장을 지나가니, 카페에서 를 틀고 있고, 카페를 지나고 나니 이번에는 골목의 음식점에서 가 나오고 있다.
길을 잃은 친구가 근처에서 웨이브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인지 짐작조차 안 가는 상황.
길거리 어디를 가도 들릴 만큼 대흥행 중인 썸머송이었다.
‘그럴 만해.’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018년 여름 썸머송의 최종 승자는 우비즈라는 기사가 나올 만큼, 이 무더위에 어울리는 곡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왜 공방 때마다 자꾸 비가 오냐….’
남들은 덥다고 땀방울을 흘릴 때 얼굴에서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있는 수플레들이었다.
이제는 온라인 커뮤에도 유머글로 올라올 정도.
[진정한 썸머송은 비를 내린다 (feat. 우비즈) - 스압주의]
어떤 수플레가 작성한 정리 글이었다.
우비즈가 6시에 음원을 공개했을 때 잠깐 내렸던 소나기.
워터 파크에서 사녹을 할 때 내렸던 소나기.
우비즈가 현장 무대를 할 때마다 해당 지역에서 비가 내리는 우연이 계속해서 겹치고 있었다.
-컨셉 확실하네ㅋㅋㅋㅋ 제우스 (벼락) + 포세이돈 (물)
-물벼락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하나 따져 보면 우연이긴 한데ㅋㅋㅋㄱ 어케 딱 그 지역만 핀포인트로 골라잡아서 비가 내리냐
-심지어 저 사녹할때 다른 동네는 비 안옴ㅋㅋㅋ
-네다섯 번 비온 거 가지고 오바쌈바쩌네ㅋ 왜 아예 기우제라도 지내라고 그러지그래
유머글인데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갑자기 대뜸 비아냥거리는 이들.
-대중 반응 저조하니까 별걸로 다 영업이네ㅋㅋ
-영업할 거리 진짜 없나 보다ㅠㅠ
-엥..? 우비즈 반응 저조해??
-솔직히 머글들 딱히 반응 없는 건 맞지 않음?? 다들 그냥 뉴블랙 노래라고 하지 우비즈라는 이름도 모르던데
그러자 댓글이 폭발했다.
-저조한 대중ㅋㅋㅋㅋㅋ 반응ㅋㅋㅋㅋ 아 예예
-(망고 차트 음원 주간 1위.jpg) 너네 말 맞음ㅇㅇ 그니까 저조한 대중 반응의 우비즈 많관부~~♡
-야.. 나 뉴블랙 팬은 아닌데 저조한 반응은 너무 나간거 아니냐ㅋㅋ
-뭐야 왤케 댓글 많음?
-어떤 미친 애들이 우비즈 머글 반응 1도 없다고 해섴ㅋㅋㅋ
-내비둬 호그와트 다니는 애들인가 보지
시비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흩어질 때.
연예계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글은 곧장 다른 곳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잔뜩 비에 젖은 가수와 팬이 미니 팬 미팅을 하며 슬픈 미소를 짓는 장면들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진정한 여름노래는 폭우로 완성하는 법
-우비주야 우리 동네 좀 와 줘..ㅋㅋㅋ
-자 이제 기우제를 지내자 얘들아
-진짜 비 오면 좋겠다ㅠㅠㅠㅠ 더워 뒤지겠는데 ㅈ소라 사장이 에어컨 못틀게 함
그렇게 농담 삼아 기우제라도 지내봐~ 하면서 이야기를 할 때였다.
-헐ㅋㅋㅋㅋㅋㅋ
-이거 봐봐ㅋㅋㅋ
-???? 오피ㅕㅅㄹ 떴네
네티즌들이 게시판에 올라온 기사 링크를 보며 웅성거렸다.
-‘썸머킹’ 등극 우비즈, 이번에는 ‘내 고향’ 출격한다.. "기우제 지낼 것"
"…?!"
* * *
"에취! 어으으음……."
콧물이 살짝 흘러나오면서 몸에 오한이 일었다.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물었다.
"아이구, 괜찮어?"
"요 따끈한 국물 좀 먹어라."
뜨끈한 잔치국수 국물을 종이컵에 담아 건네주는 마을 주민 분들.
비주와 내가 으으 하면서 국물을 들이켰다.
"어어……."
"형 괜찮아요?"
"응. 괜찮아. 갑자기 비를 맞아서 그런가 봐."
잠깐 소나기를 맞아서 그런지 몸에 살짝 오한이 일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바깥에서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어르신들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마을 회관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었다.
"하이고. 드디어 비가 내리네."
이장님이 속이 시원하다는 듯 웃었다.
"간만에 비가 내리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네. 뭐어, 요걸로는 어림도 없지만서도 이게 어디야."
"그르니까."
"이래서 옛 어르신들이 단비라고 한 것이지."
그런 말을 하며 비를 바라보는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혀 있었다.
처음에만 해도 비가 너무 쏟아져서 큰일이 아닌가 걱정을 했다.
가뭄에 비가 내린다고 해도 적당히 내려야 좋은 거지, 저렇게 소나기처럼 내리면 좋지 않다고 들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30분 정도 세차게 내리던 비는 이제 적당하게 내리는 정도로 잦아들었다.
비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던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 덕분에 비가 내렸나 보다."
"그…건 아닐 거예요."
비주와 내가 손사래를 치며 아닐 거예요, 했지만 어른들은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주민 여러분! 오늘부터 우리 마을의 주제가는 우비주입니다!"
"아~ 좋지~"
"박수~~!"
우비주가 아니라 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다.
다들 행복하면 됐지.
어르신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
"그대 사랑은 못 막아~"
뭔가 다른 노래와 퓨전이 된 듯한 가사를 우리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때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비가 거칠게 흩뿌려졌다.
"……."
"……."
마을 회관에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 참 신통방통한 노래라며 중얼거리는 동안, <지금 내 고향은>의 제작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내 고향 제작진과 촬영할 장소들은 한 곳이 아니었다.
충남 홍성에서 시작해서 대전을 거쳐, 충북으로 쭈우욱 이어져서 서울로 복귀하는 루트.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했다.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니 여기저기서 아쉬움 가득한 눈길이 돌아왔다.
"자고 가지~"
"오늘 일정이 많아서요."
"아이고. 고생이 많다."
따스하고 주름진 손길들이 어깨를 토닥여 주거나 손을 잡아 주는데 왠지 할머니 생각이 나는 온기였다.
"저희 그럼 가 보겠습니다~"
"가 봐~"
그렇게 배웅을 해 주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차에 탈 때.
주머니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
"??"
…언제 넣으신 거지?
어느새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간식거리에 웃을 뿐이었다.
누룽지 사탕을 하나 까먹으면서 웃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희 우비즈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대전광역시를 방문해서 엑스포 분수대 앞에서 의 무대도 펼치고.
동생들한테 선물로 줄 튀김 소보로도 사고.
중부 지역에서 최대한 들릴 수 있는 도시, 마을들을 돌면서 여기저기서 기우제와 함께 무대를 펼쳤다.
하지만….
-예, 저희가 이번에 무대를 할 때마다 비가 내리더라고요.
-와아아아아아!
-근데… 안 내리네요??
홍성군의 한 마을에서 잠시 내렸던 비를 제외하면 오늘 어디를 가든 쨍쨍한 무더위가 우리를 맞이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청개구리 같은 하늘이었다.
사람들한테 ‘저희가 노래를 하면 비가 내리더라고요…’ 하는데 하늘이 쨍 하고 빛나고 있었다.
"이럴 때는 하늘이 참 맑아……."
"너무 맑네요. 형을 보는 거 같아요."
"꺄륵!"
아무튼 좋다.
기왕 비가 올 거라면 가뭄 지역에나 내려라~ 하는 좋은 마음으로 추진한 기획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지금 내 고향은> 출연의 목적은 대중들에게 무대를 노출하는 거였으니까.
-1.9%
이번에 우리가 출연했던 PBS 음악 방송 <뮤직 On>의 전국 시청률이다.
평소 시청률의 3배.
비주와 내가 워터 파크까지 가서 화제성을 끌어모은 덕분에 우리 무대를 하는 동안에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4.0%까지 가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시청률인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반해 내 고향의 최근 시청률은….
-8.3%
특히나 평소 미튜브 등과는 접점이 딱히 없는 세대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게 큰 매력 포인트였다.
물론 이분들에게 ‘WAVE 잘 들어 주세요~!’ 하며 음원 성적을 올리려는 목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저희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면서 어르신들이 ‘여전히 살아 있구나!!’ 하면서 껄껄 웃게 만드는 게 목표.
"항상 경계해야 돼."
내가 눈을 빛냈다.
"우리가 어디 한 군데를 소홀히 하는 즉시 경쟁자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맞아요."
연예계는 대체재가 널리고 널린 곳이다.
지금은 우리가 국민 아이돌처럼 보일지 몰라도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갑자기 꽃미남 혹은 꽃미녀 4인조 트로트 아이돌이 혜성처럼 등장한다면?
-아이고!! 주선아!
-네…?
-미안하다. 그렇게 됐다!
-네? 저희를 평생 사랑하신다면서요?!
-본디 사랑을 하면 이별도 하고, 이혼도 하는 것이지. 아직 어리구나. 홀홀홀….
홀홀 웃으며 흐릿하게 사라지는 어르신들의 잔상이 눈앞에 남으면서 주먹을 꼬옥 쥐었다.
비주도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인정 못해요."
"용납 못하지."
그래서 이렇게 우비즈로 나왔어도 어르신들에게 ‘저희 노래 나왔습니다~’ 하는 게 목표였다.
국민 아이돌 타이틀을 단 이상 그 어느 세대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1등의 숙명이었다.
계속해서 도전자들을 물리쳐야 하는 운명!
"그……."
우리 이야기를 듣던 민기 형이 살짝 질렸다는 얼굴로 답했다.
"진짜 너희같이 독한 애들은 처음 본다…."
"칭찬 고마워요. 형."
"나날이 독해지는 거 같아."
독버섯 같다며 감탄하는 매니저에게 찡긋 웃어 보일 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는 우리에게 제작진이 다가왔다.
"우주 씨, 비주 씨.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매니저들이 제작진에게 시원한 음료를 돌리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푹 젖은 머리에 생수를 뿌리며 열을 식힐 때.
"방송은 언제쯤 나올까요? 내일 정도로 보면 될까요?"
"아마 오늘부터 조금씩 나눠서 나올 거 같습니다."
"오늘부터요?"
"예, 아까 아침 일찍 찍은 촬영본은 바로 보냈어서… 아마 홍성군에서 찍었던 촬영분이 몇 장면 나올 거 같네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조연출의 말에 우리도 기대감을 품었다.
과연 우리가 어떻게 나오려나.
* * *
오후 6시.
전국 곳곳의 TV에서 PBS1 <지금 내 고향은>이 틀어졌다.
뉴블랙이 나온다는 소식에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틀어져 있었다.
원래 농촌에서 어르신들이 살고 있는 집의 국룰은 PBS1 채널인 법이다.
[지금 내 고향은]
다양한 지역들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로고가 나온 후.
오늘 회차의 예고가 흘러나왔다.
청년회장이 트랙터를 타고 마을을 순회하는 장면, 여름 문어를 잡는 고기잡이 배 등이 나올 때였다.
"음?"
"으음?"
어른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반가운 얼굴이 등장하고 있었다.
머리를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인 비주와 하늘색으로 물들인 우주가 뿅 하고 등장했다.
[비야! 비야! 내리거라!]
…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몹시 반가웠다.
‘우주야! 비주야!’
‘딴 애들은 어디 갔어?’
과거 장기간 출연하기도 했고, 보기 드문 어린 출연자여서 유독 기억에 박혔던 아이들.
오랜만에 손주들이 집에 방문한 것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곧이어 화면이 스튜디오로 바뀌면서 남녀 아나운서가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MC들이 오프닝 멘트를 읊었다.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연일 폭염에 이어 열대야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무더위에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응급 상황에서는 어디에 연락을 하라는 정보성 멘트가 흘러나온 후.
방송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그동안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네티즌들이 웅성거렸다.
-뉴블랙은 언제 나옴??
-모름
-마지막에 나올거 같은데ㅇㅇ 오프닝에서 소개 순서 마지막이었음
그 말대로 방송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됐을 때.
MC들이 말했다.
[네. 오늘의 마지막 코너입니다.]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죠?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2인조 유닛 그룹 ‘우비즈’로 데뷔를 하면서 지금 내 고향을 다시 방문해 주셨습니다!]
패널들이 ‘워어어어-!’ 하면서 손뼉을 치고, 사전 녹화한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우비즈입니다~!]
어른들이 볼륨을 높였다.
[저희가 오늘 왜 출연을 했냐면요.]
선우주가 스케치북을 들고 설명했다.
우비를 입고 있는 두 청년이 노래를 하고 있다.
-우주는 그림 그리지 마..
-그림체 개열받네ㅋㅋㅋㅋㅋㅋ
-놀라울 정도로 안 닮은 이목구비
-이야 연필을 주먹으로 쥐어도 저것보단 잘 그리겠다
스케치북을 넘기자 비가 내린다.
우비즈가 무대를 할 때마다 비가 내리는 우연이 겹쳐서 슬펐다는 이야기를 한 후.
비주와 우주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저희가 이렇게 물이랑 연관이 깊은 것 같더라구요.]
그런 이유로 기우제 특집을 나섰다는 이야기.
레몬 엔터에 있는 뾰족한 누군가가 ‘유사과학…!’ 하며 피를 토하고 있는 동안 어른들은 감탄했다.
‘이치에 맞아.’
‘둘이 사주에 물(水)이 많은가 보구만!’
그렇게 첫 번째 목적지인 [충청남도 홍성군]의 한 마을로 향하는 우비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을 전경이 나오면서 목소리만 들려온다.
[매미를 보면 리혁이가 떠올라요.]
[그치.]
[어쩜 저렇게 작은 몸으로 큰 목소리를 낼까요?]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마을에서 둘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를 극대노하게 만들 노래였다.
서리혁이 누구인가~
귀여운 매미라네~♬
그렇다네~ 매일 미모가 아름다워서 매미라네~♬
하지만 매미라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귀ㅋㅋㅋㅋㅋ
-이것은 홍보인가 욕인가
-자꾸 맴돈다~ 서리혁은 매미라네~ 귀여운 매미라네~
또렷한 마을 앞에 흐릿해 보였던 우비즈로 초점이 잡힌다.
귀여운 의상을 입은 두 청년이 ‘안녕하세요~!’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분위기를 풀어 준 후.
마을 이장이 등장해서 마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헐..
-가뭄 개심각했구나
-여기 광주인데 진짜 심해
-저수지 메마른 거ㅠㅠㅠㅠㅠ
지금까지 잘 몰랐던 이들이 중부 지역 가뭄의 심각함을 깨닫는 한편.
마을 사람들에게 환대 받는 우비즈로 장면이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리고 대망의 기우제.
"음?"
"으음?"
TV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기우제를 지낸다기에 대체 뭘 어떻게 지내는 건가 하고 궁금했는데….
-우주야..??
-왔다 인간문화재 타임
-또 빙의했나??
-지금 영혼 목록에서 기우제 지낼 업계 20년차 할아버지 소환중인 듯
-ssr 할아버지 소환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가챠 돌리는 중ㅋㅋㅋㅋㅋ
돗자리 위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선우주.
곧이어 홀홀홀… 웃는 할아버지 웃음과 함께 선우주가 꽹과리의 채를 스냅으로 튕겼다.
챙-!
"?"
"??"
챙래래래 챙챙챙챙! 챙챙!
접신한 사람처럼 상모를 돌리듯 머리를 빙글 돌리는 선우주의 모습에 다들 웃음과 기침을 터뜨렸다.
"콜록! 콜록! 케헤헥!"
"으하하하!"
그리고 그 옆의 비주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분노하듯 촤악 뻗는 손가락.
곧이어 비주가 양팔을 귀신 들린 사람처럼 흔들며 기우제 안무를 펼쳤다.
-얜 또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멤버 피셜 둘이 붙여 놓으면 가장 위험한 조합
-서리혁: (나를 제외한) 우리 그룹의 문제점은 사회적인 체면이 없다는 것
-재능낭비ㅋㅋㅋㅋ
-무형문화재 마이너스 1호 누불액
-마을 주민 표정 = 내 표정
하늘을 원망하는 듯하기도 하고, 애원하기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비주와 꽹과리를 연주하는 우주.
한바탕 인간 무형문화재 타임이 지나간 후.
여전히 눈을 깜빡이며 ‘이건 뭐시여…’ 하는 어른들 앞에서 기우제가 시작됐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 신령께 비나이다~]
구수한 목소리로 기우제를 지내는 우주를 바라보며 다들 웃었다.
‘진짜 진심으로 하는구나.’
‘진짜 인정이다.’
처음에는 웃겼지만, 이내 땀방울을 뻘뻘 흘릴 정도로 제대로 하는 우주와 비주의 모습에 미소가 그려졌다.
장난으로 기우제 지내볼까요? 가 아니라 진심으로 임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한편.
마지막 순서로 마을 돗자리 위에서 의 특별 무대를 펼칠 때였다.
『바로 그 순간..!』
제작진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어? 비 온다?]
[비 와요!]
진짜로 하늘에서 비가 뚝뚝 떨어지더니 비가 곧이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TV를 보던 시청자들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 때문이었다.
-??
-어?
-진짜 비오는데??
쏴아아아아아- 하면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얼싸안고 와아아악 환호하는 사람들.
"?"
"??"
TV를 보고 있는 이들 모두가 똑같은 표정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조연출의 목소리가 들렸다.
[1시간 전에 기상청에서 특보가 왔네요.]
마침 비구름이 그쪽을 지나던 차였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아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이네.’
‘우연이구나.’
그동안 TV 화면 속에서는 마치 영화 BGM 같은 멋진 하모니카 소리가 깔렸다.
마을 사람들과 포옹하는 우비즈, 그들과 함께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오면서 미소가 그려질 때.
뚝.
화면이 아련하게 멈추면서 영상이 끝났다.
‘어? 안 돼!’
‘아이고!’
10분 정도 되는 분량이 벌써 끝난 거였다.
그러면서 이번 주 내내 나오게 될 우비즈의 지역 방문 특집들이 예고로 나왔다.
산골을 찾아가고, 땡볕에서 무대하는 장면 등등.
[비를 부르는 우비즈의 활동,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하면서 패널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온 화면.
MC들이 소감과 함께 마무리 코멘트를 하고 있는 동안, 인터넷에는 기사가 우후죽순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인터넷에 올라오는 실시간 움짤들.
"음?"
"오?"
우비즈의 가 비를 내린다는 유머글에 사람들이 제법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리 반응이 큰 편은 아니었다.
"이거 봤어? 우주랑 비주 내 고향 나왔는데 비 왔대."
"그거 목격담 막 올라오더라. 아까 대전에서도 뭐 분수대? 그런 데서 무대 하고 갔다던데."
"진짜?"
"그거 신기하더라. 어떻게 비가 딱 그 타이밍에 내리나."
대중들 사이에서 오늘의 이슈 거리 하나 정도로 소비되는 우비즈의 소식.
그저 흔하디흔한, 흥미로운 토픽 하나 정도로만 언급이 되는 분위기였다.
다음 날 새벽이 되기 전까지는…….
* * *
딩동.
[기상청 날씨 예보]
딩동.
[오늘 오후 서해안 일대에서 형성된 비구름의 영향으로 충남 일대를 비롯해 중부 지역에 비가 예상됨.]
딩동.
[인기 5인조 아이돌 뉴블랙과 금일 비 예보는 "과학적인 상관 관계가 전혀 없음을" 밝힘.]
[자세한 사항은 보도 자료를 참조… (후략)]
딩동.
[다시 한번 인기 아이돌 뉴블랙과 금일 비 예보는 "과학적인 상관 관계가 전무함"을 거듭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