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30화
오전 07:00.
[HBS 오늘의 날씨~]
쏴아아아아아아-
[오늘 전국의 하늘이 흐린 가운데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비 예보가 있겠습니다. 비는 서해안 일대에서 시작해서 오후가 되면 일부 경북 지역까지 확대가 될 예정인데요.]
쏴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가뭄 피해에 시달렸던 농가에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습니다.]
비가 후두두둑 떨어지는 날이었다.
자동차들이 물을 촤악 튀기면서 출근길 도로를 달리고, 지하철에서도 축축한 비 냄새가 풍기는 날.
‘오랜만에 비가 오네.’
지하철 자리에 앉아 다리 사이에 우산을 끼워둔 대학생이 핸드폰을 바라보려다가 멈칫했다.
"음?"
옆자리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다른 여성 때문이었다.
‘뉴블랙?’
우주랑 비주가 뭔가 이상한 걸 하는 영상을 보고 있다.
그것까지야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바로 또 옆자리의 아저씨가 핸드폰으로 똑같은 영상을 틀고 있었다.
"……?"
뭔가 해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좋아요]를 한 페이지에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다.
[⌂ 오늘 핫이슈] 47분
(유머) 지금 중부 지역에 비 오는 이유ㄷㄷㄷ
사진으로 정렬된 글이 보였다.
우비즈가 중부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소식이었다.
-고마워요 우비즈ㅠㅠㅠㅠ
-@김혜린 여보야 이거 봤오?
-주작 아님??
-날씨 주작ㅋㅋㅋㅋㅋㅋ 존나 신박하네ㅋㅋㅋ 야 그게 가능하면 얘네를 왕으로 모셔야지
-날씨도 조종하는 가왕 선우주 클라스ㄷㄷㄷ
영양가 없는 드립 댓글들을 쭉 내려다본 대학생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별거 없는 소식이었다.
우비즈가 어제 TV 촬영을 하면서 기우제를 지냈고, 마침 맞게 비가 내리더라 정도.
‘근데 왜 이걸로 난리가 났지?’
옆자리에서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의아할 때였다.
동아리 단톡방에 누군가 올린 링크가 보였다.
[다들 이거 봄???]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리글이었다.
대학생의 눈이 링크를 빠르게 훑었다.
"……!"
그러곤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건 우연이 아니구나!’
지금까지 우비즈가 무대를 할 때마다 기가 막히게 비가 내렸다는 사실들이 합쳐지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무대를 할 때마다 그 지역만 소나기가 내린다. → 중부 지역 곳곳에서 무대를 했더니 전체적으로 비가 내린다!’
심지어 이론적으로도 완벽했다!
그러자 호기심이 일었다.
대체 기우제를 어떻게 지냈기에 이 정도로 비가 내린단 말인가?
미튜브 어플을 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추천 영상으로 우비즈가 춤판을 벌이는 썸네일이 떴다.
‘호오…….’
그렇게 지하철에 앉아 있는 한 명의 시민이 우비즈의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 한편.
어르신들 사이의 메신저를 통해 공유되는 링크.
산악회_오병철_43 [이거 봤나]
산악회_오병철_43 [미투브 영상인데 이래서 비가 왔단다!]
산악회_김정문_50 [신기합니다~~!!]
출근길에 사원증을 찍는 사람들끼리 ‘ㅋㅋㅋ’ 웃으며 하는 잡담.
"이거 우비즈가 비 내리는 거라면서요."
"아 맞아."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그거."
그리고 운전을 하는 중이거나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오는 라디오 DJ와 게스트의 잡담.
[그 소식 아세요? 오늘 비가 내리는 게 어제 우비즈, 그러니까 우주랑 비주 씨가 내린 거라면서요.]
[아 그래요?]
[그분들이 무대를 할 때마다 비를 내리는데…….]
신청곡으로 가 흘러나오고.
음원 차트의 실시간 순위에서 의 이용자 수가 미친 듯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비즈가 비를 뿌린다더라!
유쾌한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 * *
[헛소리 하는 계정 @hutsorry]
님들 그거 아시나요?
오늘 우비즈 때문에 비 내리는 거 기상청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힘든 기현상’이라고 발표했음ㄷㄷㄷ
|
[기상청 @kma_weather]
근거 없는 이야기는 삼가 주십시오.
* * *
부들부들….
"리혁아."
"……."
"뭐 하니?"
"……."
핸드폰을 보면서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에 뭘 보고 있는 건가 했더니.
-헐 개신기ㅋㅋㅋㅋㅋㅋㅋ
-와 이쯤되면 과학이네
-우비즈 이즈 사이언스
-리혁아 봤니 이게 과학이다ㅋㅋㅋㅋㅋ
리혁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건… 과학이… 아니라고……!"
"하지만 비가 내렸죠?"
"캬아아아아악!"
왜 나한테 난리인 걸까.
엄한 사람에게 심술을 부리는 메인보컬에게 우르르르 까꿍, 하면서도 달래 주었다.
"키야아아아아악!"
음.
더욱더 화를 내는군.
군산에 있는 고양이 나비에게 그러했듯 턱을 긁어 주려고 하자 리혁이가 극대노했다.
"아니, 사람들이 진짜 과학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냥 기상현상이랑 인간현상의 시간대가 일치했을 뿐인 건데…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데……."
"리혁아."
중현이가 인자한 농사꾼의 미소를 지었다.
"원래 미신은 그만큼 사람들이 간절해서 생기는 거야. 우리는 좋게 받아들이면 돼."
"그건 알아요."
"가뭄이 하도 심하니까 사람들이 ‘제발 비가 내렸으면…’ 하고 있던 거잖아. 근데 마침 비가 내렸고."
마침 사람들의 염원과 우비즈의 활동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가 두 손을 모으며 깜찍한 표정으로 영화 대사를 따라 했다.
"약간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거 같네요. 이 어둠의 시기…! 당신의 가면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거예요……!"
"흐하하하하!"
슈퍼 빌런 가뭄 백작에게 대항하는 히어로 우비즈 콤비!
머릿속으로 영화 한 편을 상상하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히어로 영화 키워드라는 말에 마침 뭔가가 떠올랐다.
"참, 지호야. 영화는 어떻니? 잘돼 가?"
"둘 다 조만간 미팅할 거 같은데염."
얼마 전 슈퍼 히어로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III>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로 계약한 우리 막내.
그 외에 <치킨집 사남매(가제)>도 출연 미팅 약속이 잡혀 있다는 소식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모양이다.
지호에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이야기를 하고는 연습실에 놓인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음~♬"
비주가 손으로 하나하나 서류를 넘기면서 들어온 스케줄들을 살피고 있었다.
어제 기우제로 화제가 된 것 때문인지, 여러 지역에서 기우제 콜라보 제안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곁에 서서 물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이거 어때요. 형?"
"거랑장?"
처음 들어 보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경북 경산이랑 예천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행사 같은 거래요. 그러니까 평소에 5일장 같은 거 열잖아요."
"응응."
"거랑장은 그러니까 평소에 열던 시장을 강가로 옮기는 거래요."
"왜?"
"그렇게 시장을 열어서 강에 있는 용신을 깨우면 용신이 비를 내린대요. 신기하죠?"
시장에서 기우제를 지내면서 무대를 하는 그림이라.
"좋은데…?"
"괜찮은 거 같죠? 요것도 빼놓을게요."
안 그래도 PBS1 <지금 내 고향은> 측에서 추가 촬영을 할 생각이 없냐는 연락이 오고 그랬다.
그만큼 지금 반응이 뜨거웠으니까.
중현이가 말했다.
"이번에 중부 지방이 너무 심해서 그렇지, 올 여름이 전체적으로 너무 더워서 전국이 가뭄이거든요."
"그런 것 같더라.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
"그만큼 다들 마음이 초조한 거 같아요."
리혁이의 말마따나, 사실 기우제는 과학적인 효력이 없다.
단지 비가 하도 안 오니까 마음이 타고, 애가 타서 뭐라도 해 보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사.
그만큼 현재 비를 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아이고! 비 온다!]
[비야 솔솔 내리거라~]
온라인에서도 창가에 서서 ‘우비주야 고맙다~!’ 하고 있는 자기 할아버지를 찍은 영상이 올라오고 그랬다.
왜 마을 회관 스피커로 를 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지나갈 뻔했던 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독특하게, 그리고 좋게 각인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음……."
정말 여기저기서 다양한 요청이 들어왔다.
유명 썸머 페스티벌도 있는데 여긴 물을 좀 많이 쓰기로 유명한 곳이라 부적절하고.
지역 행사도 있고.
대학 행사도….
"음?"
TF팀이 적은 문구가 들어왔다.
"대학 행사는 들어오려다 말았음…?"
"어? 왜여? 왜여? 왜지?"
"우비즈의 섭외 금액을 듣고 도망갔다는 것 같은데."
"우리 지금 얼마인데요?"
마지막으로 대학 축제에 갔던 때의 금액만 기억난다.
그게 최소 2년은 넘었으니까.
"지금 금액은 모르겠네."
"저는 조금 알아요."
중현이가 말했다.
"저 이번에 가을에 대학 축제 행사 섭외 들어온 거 꽤 있거든요. 작년에 제가 냈잖아요."
"아. 맞아."
중현이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이자 20대 사이에서 사랑 노래로 히트를 친 안마의자 랩 .
중현이가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보니까 저 혼자랑 원더 차일드, 세레니티랑 같더라고요."
"!"
지상파 서바이벌로 데뷔해서 남자아이돌 중에서 가장 대중성 좋기로 유명한 KM 엔터의 원더 차일드.
그리고 원탑 걸그룹으로 포지셔닝한 MOP 엔터의 9인조 세레니티.
잘 모르지만 아마 둘 다 현재 대학가에서 섭외 비용이 가장 비쌀 터였다.
우리가 눈을 깜빡거리는 동안 지호가 손가락으로 중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니까 중현이 형 1인분이 저 그룹 하나씩이랑 같다는 거네요."
"아마도…?"
"우비즈는 곱하기 2니까……."
왜 대학 축제에서 섭외가 안 들어오는지 바로 이해가 갔다.
동생들과 슬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대학 축제가 요즘에 안 들어오는 이유가 있었구나…."
"우리 하버드 대학 축제밖에 못 가겠는데요?"
아무래도 공익적 목적을 띠고 있어서 요청이 쉬운 기우제 행사들과 달리 상업적인 행사들은 요청이 굉장히 적었다.
대학 행사는 조금 아쉽긴 하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러 서류를 넘겼다.
"흐음……."
여러 행사들이 눈에 뜨이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이 컸다.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제 우비즈가 끝나고 나면 바로 를 준비해야 하니까.
지금도 단체 안무를 연습하다가 쉬는 중이었다.
여기에 아시아 투어까지.
"음… 아까 비주가 말한 거랑장 정도 빼고는 시간대가 다 안 맞겠네."
"그러게요."
시간대가 가장 여유로운 건 오늘이나 내일 정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지이이잉-
석환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나야. 바빠?
"응. 바빠."
-그래. 중요한 용건이 하나 있는데… 너희 다섯 명한테 내일 비는 시간에 스케줄 하나가 들어왔거든. 혹시 관심이 있을까 해서.
"잠시만… 스피커폰으로 할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동생들에게 ‘스케줄’ 하면서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석환 형의 말에 우리 모두 눈을 크게 떴다.
"……!"
기우제 중에서 가장 메이저한 스케줄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 *
다음 날.
푸르른 녹음이 진 이곳은 바로 강원도.
"와아……."
무더우면서 그늘 아래 시원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바로 강원도의 오대산(五臺山)이었다.
"하, 공기 좋다~"
대한민국 제11호 국립공원.
그에 걸맞게 오대산에 오른 우리는 싱글벙글 웃는 중이었다.
"공기가 참 좋지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중년인이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와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분은 바로 한국수자원공사의 소양강댐관리단의 단장님이셨다.
"여기를 찾는 건 올해 벌써 2번째네요. 지난 6월에도 기우제를 지냈는데도 어찌나 비가 안 내리던지……."
멀찍이서 기와지붕 위로 현수막이 걸렸다.
[평창군이 뉴블랙을 환영합니다.]
[뉴블랙과 함께 하는 월정사 법회.]
강원도 평창군에서 ‘어서 와!’ 하면서 반겨 주는 현수막.
그리고 오늘 기우제 행사를 주최하는 월정사에서 뉴블랙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있다며 써 붙인 현수막.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면…….
-기우제 지내 주실 수 있습니까?
-누구…?
-We are 수자원공사.
-!!!
수도권과 중부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가 위치한 곳이자, 최근 가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소양강댐.
무려 수자원공사 측에서 우리에게 기우제를 지내지 않겠냐며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근데 저희 아이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언제?
-어… 오늘내일 아니면 당분간은 좀…….
-내일.
-예?
그렇다.
그리하여 성사된 거였다.
"으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된 속도에 살짝 부담이 느껴졌다.
"뭐라도 준비를 좀 하고 왔어야 했는데… 너무 준비 없이 온 것 같아 걱정이 되네요."
"왜 그런 걱정을 하세요?"
댐 관리단의 단장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거창하게 기우제라고 했지만 그 정도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하하. 사실 진짜 기우제는 지난 6월에 지냈고요. 오늘은 그냥 뉴블랙 분들과 함께 한 번 더 가볍게 지낸다는 느낌으로……."
"아아…."
"사실 중요한 건 노래니까요."
우비즈의 로 수위가 내려가고 있는 소양강댐에 비를 불러 모으겠다- 하는 포부인 듯했다.
비주가 물었다.
"원래도 이렇게 기우제를 지내시나요?"
"아뇨. 2000년 이후로 안 지내다가 15년도부터 다시 조금씩 지내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때 아마 봄에 술상을 차려서 가볍게 지냈는데, 요즘에는 월정사 스님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멀찍이서 반짝이는 이마를 가진 인물이 다가왔다.
우리가 반갑게 인사했다.
"대표님!"
"어어, 왔구나! 허허허!"
우리 박규호 대표님이었다.
오늘 행사에 온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게도.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제가 레몬 엔터 대표 박규호입니다."
"아, 예. 소양강댐관리단 단장 안희백입니다."
외부 행사에 참여하는 높으신 분들과의 소통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렇게 높은 사람들이 많을 때는 대표님이 있어야 했다.
한 회사에서 부장을 보내면, 다른 회사에서도 부장을 보내서 미팅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하하하!"
"허허허!"
중년 아저씨들이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우리는 걸음을 옮겨 월정사 경내로 들어섰다.
"스님."
우리가 손을 합장하고 인사하자, 주지 스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합장을 해 주었다.
"이것 참, 오늘 아침부터 새 소리가 유달리 잘 들려오더라니 우리 절에 반가운 객들이 오실 걸 알았나 봅니다."
주지 스님과 그 뒤에 다소곳하게 서 있는 다른 스님들.
스님들과 함께 월정사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번에 평창 올림픽으로 방문했을 때도 월정사는 오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거든요."
"아, 그러신가요?"
"예. 특히 리혁이나 많이 아쉬워했는데……."
멀찍이서 리혁이가 넋이 나간 얼굴로 건축물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아름다워……."
"네, 보시다시피."
스님들이 웃었다.
그동안 지호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저 이거 한국사에서 틀렸던 거 같아요."
"지호야…."
"네에……."
"조용히 해. 스님들한테 들릴라……."
지호가 넹 하면서 ‘와, 아름다워요!’ 하고 칭찬을 했다.
그렇게 월정사 경내를 둘러보고 난 후.
"자, 사진 찍겠습니다!"
"근데 절에서는 사진 찍을 때 뭐라고 해야 되나요~?"
"그냥 찍으시면 됩니다. 처사님들…."
사진도 한 장 찍고.
쪼르르르르-
주지 스님과 함께 방에서 녹차를 마시면서 차담도 가지고.
잠시 법회에도 참여해서 스님들의 좋은 말씀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법회에 참여한 월정사의 신도 분들에게 공손하게 합장을 하면서 인사를 마친 후.
"자, 이동하겠습니다."
스님들, 신도들과 함께 월정사의 금강연(金剛淵)으로 이동했다.
오대산 골짜기 물이 모이는 연못으로, 과거 문헌에서 한강의 근원이 된다고 적혀 있는 장소.
뙤약볕 아래서 졸졸 흐르는 물들이 맑고 투명하다.
안에서 조약돌이 반짝이는 게 보일 정도.
"와……."
금강연 앞에 설치된 천막 아래에는 잘 차려입은 평창군과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있고.
스님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신도들과 함께 섰다.
대표님이 손수건으로 정수리를 닦고 있는 동안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먼저 순서는 주지 스님이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을 하나하나 잘 와 주셨다며 호명하는 시간.
평창군수, 경찰서장, 조계종 교구 관계자 스님 등등.
어떤 아이가 ‘으잉…’ 하면서 지루하다며 몸을 배배 꼬는 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빤히 바라보는 어린아이.
내가 손가락으로 ‘쉿’ 하면서 윙크를 했다.
끄덕끄덕.
곧바로 조용해진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동안 본 행사가 시작됐다.
스님들이 순서에 따라 절을 하고.
주지 스님이 대표로 마이크 앞에서 산불 예방, 가뭄 해결 등에 대한 축문을 읊고 있을 때였다.
꼬물꼬물.
지루해서 용트림을 하려는 지호의 손끝을 꾸욱 잡으며 ‘가만있어…’ 하고 있을 때였다.
-자. 그럼 다 같이 한 마음이 되어…….
다 같이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한 염원을 보내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고 있을 때였다.
"아빠."
아까 그 어린아이가 아빠를 보채는 소리가 들렸다.
"민주야. 조용히 해야지."
"아빠아빠."
눈을 살짝 뜨자 아빠를 보채던 아이가 우리 쪽을 가리키는 게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규호 대표님.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저 스님은 양복 입고 있어?"
조용히 합장하고 있던 스님들의 입꼬리가 씰룩이면서 다들 고개를 푹 숙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시작부터 최대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