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31화 (1,03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31화

같은 시각.

[* LIVE] 뉴블랙이 함께 하는 월정사 기우제

뉴블랙 TV로 진행하는 라이브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주지 스님이 축문을 읊고 있을 때, 어린이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빠아빠! 왜 저 스님은 양복 입고 있어?]

카메라가 박규호 대표를 클로즈업으로 잡았다.

당사자도 웃긴지 입을 꾹 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마치 그런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다들 필사적으로 손을 합장한 채 눈을 감고, 심지어 스님들도 입술을 꿈틀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

-실시간 웃참 챌린지

-애기 귀여워

-규호도 웃참중ㅋㅋㅋㅋㅋㅋㅋ

-애기야.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사람이 k팝의 유일한 빛과 소금이란다..ㅠㅠㅠㅠㅠ

-빛은 알겠는데 소금은 뭐임??

-정수리땀..?

-사탄: (기립박수)

하지만 아기의 말이 이해가 가는 비주얼이었다.

정말이지 온화한 인상.

불교 신자답게 합장을 하고 기도를 올리는 박규호 대표의 폼은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했다.

‘어우, 근데 엄청 더운가 보다.’

정수리에서 연신 땀을 흘리고 있는 스님들과 박규호 대표뿐만 아니라 다들 더워하는 게 보인다.

조용히 웃던 수플레들이 댓글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

-unnie-dle what is this??

-did i miss something again?

-나는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영어 댓글이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본토 돌아가는 소식을 알지 못해 갑갑해하는 외플레 및 구름단(미국 팬덤)에게 수플레들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니.

설명해 주려고 했다.

‘어어… 내 댓글 떠내려간다!’

‘안 돼!’

댓글을 하나 쓸 때마다 바로 페이지가 넘어가 버려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흐어, 이게 다 몇 명이야?"

수플레들이 경악했다.

뉴블랙 TV · 87만 명 시청 중

Y앱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라이브를 분산시켰는데도 미튜브에만 87만 명이 모여 있었다.

그러니까 전 세계의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국내 커뮤 게시판에서 글을 쓰던 수플레들이 웅성거렸다.

-근데 해외 팬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만하겠다ㅋㅋㅋㄱㅋ

-토삼이 라이브 때 떠오른다ㅋㅋ

-해외 가수로 대입하면 미튜브 라이브 켰는데 신부님들이랑 엑소시즘 의식하고 있는 거임

-비유 왤케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네가 왜 당황하는지 알 것 같다ㅋㅋㅋㅋ

해외 팬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뉴블랙이 방송을 켜서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가운데.

[예…….]

주지스님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다음은 우비즈의 무대 순서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카메라의 포커스가 이동했다.

신발부터 위로 훑는 카메라 무빙.

꽃신을 신은 단아한 한복 의상의 2인조가 나타나 있었다.

마치 화랑도의 비주얼 센터 같은 분위기!

"헉…!"

매의 깃털을 꽂은 모자를 쓴 우주와 비주가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등장하고 있었다.

* * *

사람들이 양옆으로 갈라서는 동안 비주와 내가 발걸음을 옮겼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서 찍는 신도들.

어깨를 으쓱으쓱하는 졸개들.

"……."

차분하게 눈을 내리깔고는 무대로 향했다.

이 행사에 섭외되고 나서 어제 하루 동안 비주와 기우제 안무를 간단하게 짰다.

-어떻게 해야 비를 부르는 안무처럼 보일까?

비주가 한참 동안 고민하곤 답했다.

-비가 오고 있는 것처럼 춤을 추는 건 어떨까요?

-현장에 비가 오는 것처럼?

-네.

그리하여 예전에 <바람꽃> 활동 당시 후속곡이었던 를 로 편곡했다.

웨이브 무대를 하기 전에 인트로로 들어갈 무대.

짝짝짝-

천막 아래 선 어른들이 손뼉을 치는 가운데.

‘준비됐어?’

‘네.’

화려한 스타일링으로 잔뜩 꾸민 비주와 내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쁘다! 김비주!"

"잘생겼다! 선우주…!"

동생들의 말을 흘려 넘기며 무대에 집중했다.

지금이야 특별한 능력이 생겨서 안무를 펼치는 데 지장이 없지만, 나는 예전부터 지독히도 몸치였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태현아. 나 이거 안무 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또…?

-그러니까 안무에 담긴 뜻이라든가. 그런 거 말이야. 몸이 못 따라가니 머리로라도 이해를 해야지.

항상 무대를 하기 전에 춤을 열심히 공부했다.

왜 이 노래를 부를 때 이런 안무를 해야 되는가?

안무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

그 덕에 몸이 동작을 따라가지 못해도 안무 이해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프로로서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른 식으로라도 만회를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니겠는가.

그래서 항상 무대를 하기 전에 ‘내가 지금부터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편이었다.

-빗속의 춤.

비가 너무나도 내리길 바라는 두 사람이 있다.

비주와 내가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고는 서로를 중심으로 가볍게 몸을 회전했다.

손끝을 애처롭게 하늘로 향하다가 체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그러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비가 오는 것처럼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우와아아아아……."

여전히 매미 소리가 들려오는 강원도의 계곡이지만 비주와 나는 서로의 안무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매미 소리가 지워지고.

어디선가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안무의 동작이 서서히 바뀌어 간다.

정말 옷이 비에 젖은 것처럼 비주의 팔 동작이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살짝 둔해진다.

내가 호응하며 춤을 출 때마다 비주가 마치 나에게서 빗방울이 튕긴 것처럼 젖어들고.

비에 젖은 머리를 가볍게 털면서도 빗속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처럼 비주와 내가 호흡을 맞췄다.

‘즐겁다.’

어느 정도 안무를 짜긴 했지만 중간중간 빈칸을 남겨 두었다.

자유롭게 춤을 추도록.

그리고 그 공백은 그간의 노력이 메웠다.

어떤 프리스타일 안무를 하고 있을 때는 어떤 안무를 해야 하는지, 선배 가수들 중에서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추는지.

항상 공부하고, 다양한 춤을 무의식적으로 체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물이 빛을 발하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몸이 알 것 같다고 할까.

비주가 어떤 춤을 출 때, 내가 어떤 춤으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빗속에서 즐겁게 춤추는 사람들처럼 비주와 내가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자료 조사를 해 봤지만… 솔직히 기우제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자료 조사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그럼요?

-우리만의 기우제를 지내자.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걸로.

그래서 제일 잘하는 무대로 기우제를 펼쳤다.

-정말 비가 오는 것처럼 춤을 추자. 하늘도 깜빡 속아서 비를 내릴 만큼.

그렇게 비주와 함께 로 1분 30초간의 인트로를 마친 후.

주지스님에게서 마이크를 받아 든 내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현대 무용을 감상한 것처럼 와아아아… 하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웃어 보인 후.

-네. 그럼 지금부터…….

"……?"

비주와 내가 옷의 지퍼를 쭈욱 내리고 옆으로 휙 던졌다.

시원하고 블링블링한 의상으로 돌아온 비주와 내가 후후 웃으며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그럼 지금부터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우리 졸개들이 뿅 하고 튀어나와서 백업 댄서로 선 가운데.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절 근처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무대에 어른들이 문화 충격을 느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스님들과 대표님이 합장을 한 채 둠칫둠칫 리듬을 탔다.

Bada- Bada

아무도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누구도

우릴 막을 순 없어-

"관세음보살……."

그야말로 대혼란의 기우제.

쉴 새 없이 춤을 추던 비주와 내가 ‘감사합니다!’ 하며 의 무대를 마무리 지을 때.

‘뭐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냥 맑고 쨍한 하늘인데.

UFO라도 찾을 기세로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이마에 손을 올려 그늘을 만드는 모습들에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들.

"비가 안 내리는데?"

"왜 안 내려…?"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는 맑은 하늘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우리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야 저희는 비를 내리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무언가 우비즈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 * *

[중현이는감자를찢어 @potato_bbozzak]

@kma_weather

선생님덜

오늘 강원도에서 우비즈 무대했는데 왜 비 소식이 없죠ㅠ

[기상청 @kma_weather]

기상현상은 개별적인 인간 활동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존잘남캐 보면 짖는 개 @wallwall]

기상청 팔로워가 급격히 늘었다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수줍어 하는 이모티콘)

* * *

정말이지 놀랍게도 우리가 기우제를 지낸 이후로 강원도 소양강댐 부근에는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리네."

"심지어 날씨에 [흐림]조차 없어요."

비주와 함께 날씨 예보를 보면서 감탄했다.

그 때문에 기사도 떴다.

오늘 댓글 수 1위를 달성한 기사.

-비를 부른다던 우비즈, 하지만 월정사 기우제에 하늘 ‘묵묵부답’

은근슬쩍 ‘너네 비 온다고 하더니 안 왔네?’ 하며 까는 내용의 기사였다.

당연하게도 댓글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야 기자놈 찐으로 우비즈가 무대하면 비 오는 거라고 믿은거??

-하늘 묵묵부답 ㅇㅈㄹ ㅋㅋㅋㅋ 기사 꼬라지에 네티즌 묵묵부답이다

-사실 뉴블랙은 한국의 왕실 아닐까? 전 국민이 좋아함(O). 국민들을 위해 기우제를 지냄(O).

-게다가 가끔씩 외국에 나가서 오랑캐들 정벌하면서 금은보화를 가져옴

-과몰입해서 욕하는 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ㄱㅋ 비 맡겨 놓음??

실시간으로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는 현장을 바라보며 훈훈하게 웃었다.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인 분도 있구나."

"그러니까요."

그냥 비가 오는 시간이랑 우리의 무대랑 우연히 겹쳤던 건데.

그걸 다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무대할 때마다 비가 온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지금처럼 비가 안 올 때도 있는 걸요."

"그러니까."

참으로 희한하게도 강원도 월정사 기우제 이후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마치 하늘이 우리에게 응답하는 것 같다고 할까.

-왜 우리 무대할 때마다 비가 내리는 거야?!

-알았다.

-?!

-흥.

오늘 상암동은 정말이지 뙤약볕이었다.

아까 수플레들이 빗방울 대신 땀방울을 잔뜩 흘려 대면서 ‘차라리 비 올 때가 나았어’ 할 정도.

어쨌거나.

기우제 스케줄을 마친 우리는 음악 방송을 돌면서 1위 트로피를 수집하는 중이었다.

-네! 축하드립니다! 우비즈의 !

-축하드려요!

음방 2주차이자 우비즈 활동의 마지막 주였다.

K넷의 <뮤직 K>에서 트로피를 받고, 다음 날인 금요일에는 PBS의 <뮤직 On>에서 트로피를 받았다.

이제 주말 동안 트로피를 수집하면 끝.

이번 우비즈의 활동은 큰 성과를 얻었다.

-미튜브 역대 최단기간 1억 뷰.

직전 뮤직비디오인 <백야> 때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아무래도 뉴블랙의 유닛이 나왔다는 소식에 수플레들이 관심을 가져서 그런 모양이다.

뮤비 퀄리티도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이번에 뮤비를 함께 찍었던 허창재 감독님이 업계에서 반짝 부상했다고 들었다.

-어느 때든 불러 주세요. 스케줄 항상 비워 두겠습니다.

언제든 뉴블랙 스케줄을 1번으로 할 테니 연락을 해 달라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이어서 음원 성적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나 이번에 기우제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들어서 그런 걸까.

농촌에서 커다란 스피커로 를 틀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대중 호응이 좋았다.

‘그치만 썸머송인데…….’

무더위를 싹 다 날려줄 청량한 썸머송을 목표로 했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비를 부르는 노래가 되어 있었다.

썸머송이 아니라 장마송이 됐다고 해야 되나.

중부 지역에 크게 비가 내렸던 화요일에는 음원 사이트 ‘망고’에서 이용자 수 신기록을 세웠다.

[우비즈(Woobiz) - ‘WAVE’ 24시간 이용자수]

1,573,799명

쉽게 말해서 그날 24시간 동안 를 들은 사람이 157만 명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전까지 1위였던 우리의 <백야> 기록이 깨졌다.

"안 돼…!"

"우비즈 멈춰……!"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괜찮았다.

곧 찾아올 로 저 기록들을 다 깰 거니까.

"기다려라! 토삼아! 기다려라! 웨이브!"

"남 일인 것처럼 말하지 마요…. 자기가 맨날 만들어 놓고."

"……."

리혁이의 말을 무시하면서 탕수육을 우물거렸다.

"오묘한 맛이구나."

"먹을 때마다 신기한 맛 같아여. 비주얼은 별로인데…."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은 요즘에 다시 핫해지고 있다는 김피탕이었다.

김치피자탕수육이라는 말에 질겁을 하고 안 먹겠다고 했는데, 유행하는 건 꼭 먹어 봐야 하는 우리 막내가 먹자고 해서 먹었다.

기괴한 요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맛은 괜찮다.

"음흠흠~"

우리는 지금 오버쿡의 안무 연습을 하다가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TV 우측 상단에 NBS 로고가 떠 있고, 그 아래 귀여운 폰트로 <뉴니버스>라고 적혀 있다.

뉴니버스 본방을 앞두고 지금은 광고 타임.

[라라라라라라라~]

틴스피릿이 이온음료 광고를 하면서 샤랄라 해변을 뛰어다니는 광고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

[에헤헤헤헤!]

팬들이 보기에는 귀엽고 깜찍할지 모르나 지인들이 보기엔 작위적인 웃음.

"…저게 이번에 찍었다고 한 광고인가?"

"아마도 그럴걸요."

"부럽다…."

소년소년하고 청량해서 찍을 수 있는 광고였다.

금요일인 오늘, 우리는 두 가지 방송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뉴니버스 예고편 눈길, 뉴블랙 "식당 전산화 성공"

-[도깨비 식당편] 스포일러 홍수에 기대 반 걱정 반.. "재미있을까"

-식당 준비부터 15%, 뉴블랙X구재영 조합은 언제나 옳다

하나는 오늘부터 본격 식당 영업을 시작하는 <뉴니버스 프로젝트>.

-‘미션 싱어’ 가왕 선우주, 4연승 가왕 이어 갈까?

다른 하나는 우리 메인보컬이 출연한 가왕이었다.

아마 차우현 선배가 등장하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감을 품는 동안.

기나긴 광고가 끝나고 뉴니버스가 시작됐다.

[저번 주!]

김덕순 여사와 지호네 아버님이 출연했던 분량이 흘러나오고.

이번 주부터 나오게 될 식당 특집에 대한 예고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지호가 김피탕을 우물우물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저때만 해도 너무 힘들고, 막 토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보니까 추억 같네요."

"다시 할래?"

"차라리 리혁이 형이랑 번지 점프를 할래요."

리혁이가 ‘?’ 하며 눈을 깜빡이는 동안 첫날 우리가 영업했던 장면들이 지나갔다.

"어우, 창피해…."

"으으으……."

아무래도 첫날이다 보니 실수 연발이었다.

특히나 장사 영업을 안 해 보았다 보니 실수를 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눈에 비쳤다.

『점점 늦어지는 대기 시간..』

피비린내 나는 자막과 음산한 BGM을 깔면서 구재영 피디님이 쫄깃하게 편집을 하는 한편.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좋아하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해하는 지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윽고 등장한 내가 지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지호야. 왜 그래?]

[저 손님들한테 실수한 게 좀 있는데…….]

[모르셔?]

[네.]

화면 속 내가 묻는다.

[혹시나 주문 수량에 문제가 있다거나 해서 우리가 지금 정정을 해 드려야 하는 문제야?]

[아녀. 그건 아닌데… 저는 실수했는데 모르셔서.]

[주문 상에 오류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가서 말씀드릴 필요 없어.]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내가 말했다.

"큰 실수나 아니면 바로 정정해야 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말씀드릴 필요까지는 없거든."

"맞죠."

리혁이가 공감했다.

"손님들은 이미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데, 굳이 자잘한 실수까지 이야기해서 깎아먹을 필요 없어요."

"헹~ 아무래도 형들이랑 달리 저는 아직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

삽시간에 형들을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막내에게 우리가 응징을 가하고 있을 때였다.

짝짝짝-

중현이가 화면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찌나 만족해하는지 흐뭇한 얼굴로 중얼거릴 정도.

"굳이 실수했다는 걸 이야기해서 까먹을 필요 없다… 정말 맞는 말인 거 같아요."

"?"

"아, 제가 요 며칠 고민을 하나 하고 있었거든요."

중현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고민에 답이 좀 된 것 같아요."

"?"

그러면서 혼자 후후후 웃는 우리 셋째였다.

* * *

3일 전.

월정사 기우제에 참석하기 전날, 김중현은 밤늦게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아 맞다. 김중현."

"?"

"내일은 기우제 안 지내줘도 괜찮아. 우리 월정사에서 비가 내리게 하려는 거니까."

"아, 오키."

우비즈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리더가 그에게 농담 삼아 부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중현아. 우리 비 안 내리게 해 줘~

-제가 기도한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그냥 느낌이라도 내는 거지. 나쁠 거 없잖아.

-기억하기 귀찮은데….

그래서 운동할 때마다 잠깐씩 기도했다.

귀찮아서 대충 핸드폰 수첩에 쓴 문구를 읊는 식이었다.

-비가 안 내리게 해 주세요~

-오늘도 비 없이 무사히 무대 하기를~

이제 필요 없다는 친구의 말에 중현이 핸드폰을 들어 메모장의 문구들을 삭제하려고 할 때였다.

‘어?’

멈칫.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야…."

"?"

"나 근데 반대로 이뤄지는 거였지?"

"응."

중현이 석상처럼 굳었다.

‘헷갈렸다…!’

그렇게 끙끙 앓기를 며칠.

"쟤 왜 저렇게 웃어?"

"모르겠는데요."

며칠간 고민했던 것에서 해방된 중현이 행복한 얼굴로 고구마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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