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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20화 (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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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0. 아빠의 클라스 (4)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20화 아빠의 클라스 (4)

“후욱! 후욱!”

대기심 옆에 선 인구는 제자리에서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주었다.

“야이 쒜끼야아아아~!”

아침 댓바람부터 술을 처먹은 건지 한 극성팬은 아까부터 자신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금도 그는 펜스 가까이 똥배를 받친 채 당장이라도 넘어설 기세로 침을 튀겨댔다.

“이리와아! 이리오라고오오! 이 쉐키야아!”

인구는 두 눈알을 부라렸다.

참다 못한 그는 슬쩍, 해당 팬을 돌아보곤 말했다.

“뭐야 이 미친놈은?”

“뭐, 뭐? 미친놈? 선수가 팬한테 그래도 되나! 어어?!”

미친놈의 얼굴이 보다 더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인구는 그 말 한 마디를 끝으로 그쪽은 쳐다도 안 봤다.

더 봤다간 자칫 중계카메라의 타겟이 될 수 있었으니까.

새삼 인구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다.

‘우리 딸이 날 바꿔놨어...!’

원래 성격이었다면 미친놈 선에서 끝나지 않을 텐데, 방금은 아주 수줍고도 간결하게 매듭짓지 않았던가.

꽈악!

두 손엔 힘이 들어갔다.

“후욱!”

짧게 한 번 더 숨을 토해냈다.

긴장은..., 원래 워낙에 강심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되지 않았다.

대신 그 머릿속엔 온통 세나 생각뿐이었다.

‘지금쯤 곤히 자고 있으려나? 아니면 이 경기 진짜 보고 있을까?’

어린이집 원장 유선해가 축구광에다가 목동 fc의 광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나를 부탁하기 전 그는 자신에게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고 말이다.

[세나 어린이와 함께 열띤 응원을 펼쳐보겠습니다!]

순간 코이뚜우우! 라는 세나의 청량한 음성이 귓가를 간질이는 것 같았다.

인구의 두 눈엔 절로 힘이 들어갔다.

긴장은 고사하고 골을 넣어야겠다는 스트라이커의 욕심이 꿈틀하니 치솟는 순간이었다.

*       *       *

[후반전 23분 만에 마인구 선수가 투입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마인구 선수의 현재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요!]

짝, 짝, 짝!

몇몇 과거의 마인구를 알고 있는 팬들이 기대 어린 마음에서 손뼉을 쳐주었다.

물론 일부는 야유를 토해냈다.

“마인구?”

목동 FC 감독 김철민은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었더니 점점 더 추워지자 그새 그는 가슴께까지 담요를 덮고 있었다.

그런 그는 혀를 쯧! 찼다.

“그래 봤자 달라질 건 없을 텐데?”

청대 시절에야 탐나던 인재였을 뿐이다. 지금의 마인구는 절대로 위협적인 존재라 여기지 않았다.

[아아! 마인구가 투입되면서 포메이션에 변화가 있습니다! 4-4-2로 전환하는 한강 FC!]

[중앙을 더욱 두텁게 할 계획인가 본데요?]

해설진의 말처럼 한강은 공격 숫자를 줄이고 경기 내내 탈탈 털리던 중원에 숫자를 추가했다.

[이로써 최전방엔 염동규, 마인구가 투톱 채제로 위치하게 되는군요!]

중원 라인엔 강민기, 나상규, 석현기, 이준완.

포백은 그대로 김석형, 김벽, 송벽, 함재환으로 유지됐다.

염동규는 내심 조기 교체를 당하지 않아 안도했다.

또 반대로 염려스러웠다.

‘마인구, 이 새끼랑은 같이 호흡을 맞춘 적이 두 번밖에 없는데...?’

고작 연습 경기가 다였다.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었기에 중간중간 의도치 않게 동선이 겹치는 장면이 더러 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동규가 본 마인구의 플레이 스타일은 자신과 흡사했다.

‘이 녀석도 타겟터잖아.’

그것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만 머무르는, 활동량이 적은 공격수.

이는 염동규에게 있어선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평균적으로 염동규가 잘한 경기는 항상 주변 동료들이 왕성한 활동량, 미끼 역할을 해주었으니까.

‘지금은 한돌도 교체아웃됐어...!’

유일한 물꼬였던 동료 선수마저 아웃됐고 포메이션 형태도 뻥 뻥 뚫리던 중원에 무게를 보탰다.

그렇듯  염동규의 머릿속은 복잡스러웠다.

“얀마.”

“...어?”

그때, 막 스트라이커 위치에 도달한 인구가 불렀다. 동규는 흠칫 몸을 떨었다. 샤워장 사건 후 녀석만 보면 거대한 용이 떠올랐으니까.

인구는 그런 동규를 향해 들어 올린 검지를 가벼이 상대 진영을 향해 흔들었다.

“잡생각 말고 그냥 앞으로만 뛰어.”

*       *       *

후반전 27분.

툭, 타앗, 투욱!

[목동의 박돌이! 오오 박돌이! 또다시 우측 사이드라인을 타고 질주합니다아아!]

쏴아아아!

[아아! 태클! 하프라인을 넘어서기 직전에 강민기가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터치라인 바깥으로 걷어내네요! 이번엔 수비에 성공했습니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인가요!]

“아우!”

슬라이딩 태클을 점프로 피해낸 목동 FC의 박돌이는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하지만 금세 그 입가엔 흥겨운 미소가 걸렸다.

찬스가 무산됐음에도 주변 동료들 역시 하나같이 밝은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게 스코어 차를 떠나 아예 한강 FC를 반코트로 몰아붙이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놈들은 지난 시즌보다 더 약해졌는데?’

감독의 말대로였다.

오버래핑 과정 자체에 있어 압박이 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쉽잖아?’

사실상 경기는 이대로, 어쩌면 한 골을 더 뽑아내고 끝나지 않을까 싶었다.

‘쟤들도 반쯤 포기한 것도 같고.’

문득, 한 선수가 시야에 잡혔다.

저기 저 목동 FC 디펜시브 라인에 틀어박혀 있는 덩치 큰 마인구에게.

‘저놈...’

박돌이도 그 이름을 몇 번쯤 접해봤다. 오래 전 청대의 전설적인 존재로 불렸으니까.

비슷한 나잇대에 축구선수라면 누구라도 우러러봤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는 에이스 중에 에이스였지.’

하지만 그는 투입 후 5분 넘게 한 번도 볼 터치를 가져가지 못했다.

옛날처럼 내려오는 플레이도 없었고 말이다.

박돌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짧게 평했다.

“세월에 장사 없네.”

*       *       *

한강 FC의 어태킹 서드로 공이 배달되는 일 자체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염동규는 일단 마인구의 지시에 따랐다.

‘감독님 지시겠지?’

흔치 않으나 공이 중앙라인을 넘어 상대 디펜시브까지 넘어오려고 하면 일단 달리고 본 것이다.

우다다다다!

처음엔 수비수 하나가 달라붙었다.

하지만 염동규는 진 빠진 얼굴로 금세 멈춰섰다.

‘똥개 훈련 시키나...!’

막 디펜시브라인으로 넘어올 것 같던 공이 그새 뒤돌아보니 한강 FC 진영에서 노닐고 있었다.

툭, 탓, 툭, 툭, 탓!

[오오! 박돌이에게서 김석현에게! 김석현이 다시 박훈에게!]

[박훈! 빠르게 치고 올라갈 것 하다가 좌측 사이드로 뿌려줍니다아!]

[목동 fc! 환상적인 패스 워크군요!]

동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르셀로나야 뭐야?’

고작 2분 뒤에도 그에겐 기회가 왔다.

한강의 중앙 미드필더 석현기가 직접 아군 디펜시브까지 내려가 상대 공을 인터셉트 후 돌아서 치고 달리기를 시전한 거다.

오오오오!

간만에 팬들에게서 기대에 들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다다다다다!

염동규는 이 순간만을 기다린 선수처럼 뒤돌아 힘껏 뛰었다.

이번에도 상대 수비수가 여지없이 붙었다.

우뚝!

채 몇 걸음 뛰어나갔던 염동규는 맥 빠진 얼굴로 멈췄다.

“똥개 훈련 시키나, 진짜...!”

잠깐 전방을 내달린 사이에 뒤를 보니 공은 또 한강 FC 진영에서 핀볼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힐끗, 염동규는 자신과 비슷한 라인 선상, 우측에 머무른 인구를 바라봤다.

눈밑이 꿈틀거렸다.

‘산책하네...?’

자신은 인구의 투입 이후 짧은 시간이긴 했으나 혀가 빠지게 달리고 또 달렸다.

반면 인구는 후반전 35분이 될 동안 단 한 번도 뛰지를 않았다.

공이 넘어오려 해도 뒷짐 쥐고 구경하는 듯했고 말이다.

‘이 새끼 뭐지?’

인구를 뒤쪽에서 마킹하고 있던 수비수, 강태환은 요상한 놈 보듯한 시선으로 그 뒤통수를 훑었다.

실제로 인구는 한강 FC 진영에서 공이 노닐 동안 뒷짐 지고 서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마저 지었다.

“이야~ 날씨 한 번 좋다. 이런 날 파전에 막걸리 한잔 먹으면 딱인데.”

“...”

“날씨 조금 더 풀리면 세나랑 놀이공원 가도 될 것 같고.”

“...”

그냥 경기를 포기한 건가 싶었다. 굳이 이 녀석을 마크해야 하나라는 의문도 어렸다.

후반전 40분.

나름 vip석에서 마인구의 플레이를 살펴보고자 했던 구단주, 강경민은 황당하니 소리쳤다.

“아니, 저 새끼 지금 뭐하는 거야? 마실 나왔어?”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를 영입한 것도 결국 마케팅 용도였고 말이다.

그의 과거는 충분히 관중을 끌어들일 만한 메리트적인 요소가 있었으니까.

그렇다곤 해도...,

“저 봐, 저 보라고! 아예 안 뛰는 건 뭐냐니까! 지금 반항하는 거야? 뭐야?”

후반전 41분쯤 되었을 때 인구를 향한 마킹은 아예 사라졌다.

이는 목동 fc 감독, 철민의 지시였다.

그가 바라본 마인구는 더는 쓸모 가치가 없어진 선수, 아니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퇴물이네 퇴물이야!’

그렇듯 철민은 차라리 공격 숫자를 더 늘려 한강에 더 큰 쪽을 선사하고자 했다.

*       *       *

후반전 42분.

우우우우우!

언제 손뼉을 쳐주었냐는 듯 나머지 팬들마저 야유에 가담했다.

그들이 본 마인구는 투입 직후 아무것도 하지를 않았으니까.

이기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팬들은 외쳤다.

“좀 뛰어라, 이 놈아아아!”

“왜! 왜 가만히 있는 건데에!”

“이 새끼 이거 스파이야! 목동의 스파이라고!”

그런 와중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돌연 인구가 어태킹 서드에 머물다 말고 천천히 하프라인을 향해 내려갔다.

“야, 야 마인구!”

전방에서 인구 몫까지 개처럼 뛰어댕기던 염동규는 당황해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한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아아. 넌 거기 있어.”

“이, 이 미친놈아!”

염동규는 버럭 소리쳤다. 여기 있는 거야 당연하지만 저 녀석이 저리 산책하듯 내려가는 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또 억울했다.

“너, 너 이 새끼 안 올라와? 나 혼자 뛰게 만들고. 이, 이 개새...!”

허나 동규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탓!

센터백처럼 내려가 분전하던 중앙 미드필더, 석현기가 다시 한번 목동의 공격을 끊어내고 땅볼 패스를 찌른 것이다.

일직선으로 쭉 뻗어 나간 공은 마침내 아군 센터서클까지 내려온 인구의 발아래로 정확히 배달됐다.

그 순간이었다.

“달려.”

인구의 나직한 목소리가 염동규의 고막을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언제 불만을 토로했냐는 듯,

치익!

동규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터드를 틀어 재차 목동의 골문을 향해 돌아 뛰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파앙!

동시에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그라운드 전역을 울렸다.

[오오오오옷?!]

차분히 중계를 이어가던 해설진의 입에서 경악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등지고 있던 인구가 갑자기 터닝과 함께 장거리 로빙 패스를 구사했다.

< 020. 아빠의 클라스 (4)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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