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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21화 (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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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 아빠의 클라스 (5)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21화 아빠의 클라스 (5)

염동규가 목동의 페널티 에어리어를 통과했을 때였다.

스윽!

머리 위로 날카로운 바람이 스쳤다.

“!”

염동규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마인구가 길게 차올린 공이 때맞춰 지나쳐왔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선 공은 급격히 아래로 꺾여 안간힘을 써 달리고자 내지른 발끝으로 뚝 떨어졌다.

툭!

“억?!”

염동규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슈팅 동작을 취하기도 전에 공이 뚝 떨어져서는 오른발 끝을 맞춰버렸으니까.

철렁!

“어어억!?”

앞으로 튕겨 나간 공이 뛰쳐나온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쏙 빠져 득점으로 연결되자 그는 더 큰 비명을 내질렀다.

*       *       *

[염동규우우우우우우!]

[후반전 41분 만에 추격 골을 성공시키는 한강 FC입니디아아아아!]

해설진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부릅뜬 눈은 얼떨떨한 표정의 염동규에 이어 저 먼 뒤쪽, 하프라인에 서 있는 한 선수를 직시했다.

[마인구우우! 굉장합니다! 방금 전 터닝 후 러닝 패스 보셨습니까?]

[마치 루카 모드뤼치! 맨체스터 시티의 캐빈 더 브라이너를 연상케하는 정교하고도 강력한 로빙 패스였어요오!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단 말입니다아!]

해설진의 말대로 방금전 로빙 패스는 단 한 순간에 상대의 허를 찔러버렸다.

[득점 장면을 한 번 보시죠! 염동규 선수가 목동의 수비 라인 선상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본 순간에 마인구 선수는 카운터를 날렸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아니면 한강이 숨겨둔 비장의 전략인 가요?]

“이, 이 미친 뽀록이잖아!”

언제 담요를 목 끝까지 덮고 있었냐는 듯 목동의 감독 김철민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반대편 테크니컬의 박동일은 생각지도 못한 득점에 너무 놀라 어떠한 퍼포먼스도 펼치지 못했다.

대신 하프라인에 산책하러 온것처럼 서서 중계 카메라를 찾는 인구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새끼....?”

인구를 알고 있는 그로선 방금 전 카운터는..., 절대 행운에 의한 게 아니었다.

*       *       *

벤치에 앉은 순간부터 인구는 목동의 경기력을 분석했다.

‘저 박훈이라는 스트라이커는 뒷공간 침투를 잘하네?’

‘라이트백 박돌이는..., 힘도 좋고, 스피드도 좋아. 거기에 크로스 능력까지 장착.’

투입된 후론 직접 부딪치기보단 염동규를 활용해 상대 수비수의 여러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살폈다.

결과적으로 목동의 개인 레벨은 한강보다 강했다.

하지만,

‘1대1 레벨만 강해.’

팀 밸런스 적으로는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수비 방식에서의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각자도생이야.’

기본적으론 지역 방어 형태를 유지하는 듯했으나 자세히 보면 팀으로 움직이기보단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였다.

‘어떤 녀석은 지역방어로 임했다가 갑자기 대인 방어로 전환한다.’

‘저 박돌이라는 놈은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을 때도 있어. 더 나아가선 위쪽에서부터 패스를 기다린다고.’

라이트백이 올라가면 그 자리를 누군가 커버해야 하는 게 응당 맞다.

하지만 목동은 그러지 않았다.

‘센터백까지 중앙 미드필더처럼 올라가잖아.’

그만큼 한강을 상대로 자신이 있다는 소리였다.

‘반대로 말하면..., 자만하고 있다는 거지.’

이렇게 될 경우 목동의 디펜시브라인은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롱 카운터 어택을 구사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이었다.

방금 전 득점도 그랬다.

인구는 아군 중앙 미드필더 석현기가 인터셉트를 성공하자마자 뒤쪽을 훑었다.

그리고 보았다.

염동규의 옆에 발이 느린 수비수 한 명만 마크하고 있는 것을.

그것도 염동규와의 간격이 3걸음이나 떨어져 있었다.

‘빌드업이 먹혔다.’

실속 없는 염동규의 거듭된 뜀걸음으로 적들의 방심을 불러온 거다.

일순 인구는 두 눈을 빛냈다.

동규를 마크 중인 최종 수비수는 아크 아래 태평하게 서 있었다.

그 외 수비수들은 라인 자체를 올린 채 대형조차 흐트러져 있기까지.

그리고, 마침 인구의 발밑으론 석현기의 땅볼 패스가 연결됐다.

한치 템포를 끌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인구는 돌아서자마자 로빙 패스로 염동규에게 득점을 먹였다.

“예에에에에!”

언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염동규는 그새 짧게 포효를 내지르며 골망에 걸린 공을 챙겨 하프라인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인구는 피식하니 웃었다.

아직 경기 종료까지 4분여, 추가시간을 더하면 5분 이상이 남았다.

그보다...,

스윽.

인구는 중계 카메라를 발견하곤 세상 착한 미소를 띠고선 슬그머니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가슴께에 가져갔다.

‘딸, 보고 있지? 봤지? 방금 대지를 가르는 패스?’

*       *       *

“우호호홋...!”

떡잎 어린이집 원장, 유선해는 머리를 감싸 쥐며 얄궂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옆에 앉아있던 세나는 벌떡 일어나 킹콩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코이뜨으으! 코이뚜우우우우! 우어어어어!”

교사인 채송아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조심스레 다과가 담긴 접시를 가운데 자리에 스윽 두었다.

어느덧 그녀 또한 시청자의 입장이 되었다.

‘생각보다 재밌네...?’

특히나 아는 사람이 나오니 신기하고도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말고 유선해는 언제 비명을 질렀냐는 듯, 억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세나 어린이. 이제 겨우 한 골입니다. 남은 시간이라고 해봤자 몇 분 정도. 아마..., 이대로 경기가 끝날 거에요. 방금 건 한강의 마지막 일격이었고 말이죠오!”

이에 맞서 세나는 큰 눈을 보다 크게 떠 받아쳤다.

“그러치 않아요! 아빠가 골 넣을 거야아! 미끄럼틀 내꺼야!”

*       *       *

2 : 0 스코어와 2 : 1 스코어의 체감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여유롭던 목동 FC는 단 한 골로 승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플레이 자체가 급박해졌다.

반대로 반쯤 포기하고 있던 한강 FC의 기세는 크게 상승했다.

툭!

[아! 중원 지역에서 볼 스틸에 성공하는 한강의 나상규!]

투욱!

[빠르게 올라가는 석현기를 향해 다이렉트 패스를 연결합니다!]

퍼억!

[압박하는 목도오옹!]

몸으로 밀어붙이는 압박에 석현기는 손쉽게 볼을 빼앗겼다.

조금 전이었다면 목동은 그대로 적진 깊숙이 치고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퍼억!

[오오옷! 재차 압박해 볼을 강탈하는 한강의 이준완!]

우측면에 빠져있던 미드필더, 이준완이 빼앗긴 즉시 빠르게 올라와 스틸에 성공했다.

꽈악!

철푸덕!

삐이이이!

[아아! 파울! 파울입니다!]

[목동의 홍태민이 이준완의 옷깃을 잡아당겨 역습을 저지했어요!]

[옐로카드를 꺼내 드는 주심!]

[목동이 옐로카드를 한 장 수집합니다!]

“후욱! 후욱!”

한편에서 염동규는 아군이 중원이나 디펜시브라인에서 볼 스틸에 성공만 해도 달리고 또 달렸다.

이는 인구의 지시였다.

지금도 마인구는 아군이 스틸에 성공하자 외쳤다.

“달려어!”

다다다다다!

그 말에 염동규는 곧장 반응했다.

처음엔 수비수 하나가 붙었는데 득점에 성공하니 이젠 수비수 둘이 따라붙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어째 마인구가 투입되기 전보다 투입된 직후 짧은 시간 동안 체력은 더 많이 고갈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몸뚱이는 인구의 지시를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오른발 끝에서 터진 시즌 첫 골의 감각은 참으로 상쾌했으니까.

‘또 느끼고 싶어...!’

더불어 확신했다.

조금 전의 득점으로, 마인구 저놈이 생긴 것과 다르게 계획이라는 게 있는 남자라는 것을.

‘은근..., 잘 맞는 것 같기도...?’

축구선수에게 있어 골은 만사형통이랬다.

또라이 같던 마인구가 새삼 달라 보였다.

추격 골에도 불구, 팬들의 기대감은 금세 시들해졌다.

해설진은 말했다.

[아아..., 시간이..., 한강의 편이 아닌 것 같은데요?]

[확실히 촉박한 시간 속에서 동점 골을 터뜨리기란 쉽지 않죠!]

한강이 이전보다는 훨씬 더 분투하고 있으나 시간이 다음 골을 허락지 않을 것 같았다.

더욱이 팬들은 어처구니없는 장면마저 목격해버렸다.

이를 악물고 뛰어도 모자랄 시간에...,

“어? 잔디가 파였네?”

툭, 툭!

어슬렁대던 인구가 돌연 목동 진영, 좌측 페널티 아크 바깥에 쭈그리고 앉아 뜯겨나온 잔디를 묻어주었다.

“잔디 상태 봐라. 관리를 아예 안 하나 봐? 이래서 우리 축구가 발전이 없는 거야. 아니, 할 생각이 없는 건가. 이거 뒷돈 새고 있는 거 아니야? 쯧!”

“푸흣.”

추격 골에 덜컥 겁을 집어먹었던 목동의 감독, 김철민은 그새 벤치 의자에 등을 딱 붙이고 앉았다.

그 표정엔 한결 여유로움이 감돌았다.

‘괜히 쫄았네.’

시선엔 보였다.

한창 치고받는 와중에 멀찍이 떨어져 잔디를 심고 있는 잔디남을.

철민은 피식하니 웃으며 확신했다.

“게임 끝났네, 끝났어.”

후반전 45분,

이제 팬들은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

그래도 한강 선수들만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우측 진영으로 이동한 한강의 강민기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석현기가 볼 스틸 후 자신에게 배급하자 치고 달렸다.

허나 그 걸음은 얼마 못 가 멈췄다.

‘막혔어..!’

그새 목동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공간을 점유하며 서 있었다.

정규시간이 거의 끝난 만큼, 목동은 온전히 수비로 전환했다.

고로, 루트는 백패스 밖에 없어 보였다.

자신의 크로스 질은 썩 좋은 편도 아니었기에 저들의 머리 위를 온전히 넘기기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막 몸을 돌려 백패스로 볼을 물리려 할 때였다.

“그냥 때려!”

반대편 에어리어 바깥에서 마인구가 외쳤다.

“넌 뛰고 새꺄!”

수비수 틈새에 있던 염동규가 개처럼 박스 안으로 쇄도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타앙!

이를 본 강민기는 백패스 대신 일단 때리고 봤다.

어차피 공을 물려도 진 거는 매한가지니까.

목동의 센터백, 강태환은 박스 안을 뛰어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퍼억!

“크허억!”

우측 배후를 파고들려는 염동규를 어깨 피딩만으로 저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염동규는 쇄도하려다 말고 그만 옆으로 크게 밀려났다.

“이 새끼...!”

마지막 기회인 만큼 그는 악에 박친 표정으로 재차 몸을 퉁기며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강태환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슈욱!

“풉!”

그만 실소마저 머금었다.

한강 측에서 연결한 크로스가 염동규를 노리고 향하긴커녕, 머리 위로 멀찍이 가로질러버렸으니까.

‘점프해도 안 닿겠다, 야!’

투읏.

“....?!”

그러나 순간 강태환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고개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갔다.

“!”

그만 두 눈은 부릅떠졌다.

‘이놈, 언제...?!’

저 앞쪽에서 스터드에 찍혀 나온 잔디를 무심하게 심어주던 녀석이..., 불시에 자신의 왼쪽 배후로 파고들었다.

“어억...!”

강태환의 입은 이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다.

공중에 떠오른 그는 허리를 활대처럼 휘어 필드를 비추던 조명 빛을 온몸으로 가렸다.

인구의 머리 높이는..., 거의 크로스바를 넘어서는 수준.

때맞춰 그가 휘두른 이마를 향해, 높게 뜬 공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타앙!

촤라악!

< 021. 아빠의 클라스 (5)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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