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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22화 (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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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 아빠의 클라스 (6)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22화 아빠의 클라스 (6)

애초에 염동규는 미끼였다.

그렇듯 인구는 동규를 전방으로 보다 더 침투시켰다.

골을 넣은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있어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변모하기 마련이니까.

동규만이 아니다.

인구는 몇몇 동료를 더 활용해 목동의 선수를 하나씩 달게끔, 전방으로 침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방금 전, 강민기는 우측 하프라인 부근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를 구사했다.

순간 박스 안으론 동규를 비롯한 양 팀 선수들이 엉키듯 들어찼다.

인구는 맨 뒤에서 스타트를 밟았다.

모두가 날아오는 공을 향해 시선과 밸런스가 쏠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렬한 점프 헤더를 선사하기까지.

찰나, 모든 장면이 느리게 보였다.

활시위를 당긴 것처럼 헤더를 맞고 날아간 공은 우측 파포스트 아래로 방향이 꺾여 향했다.

목동의 골키퍼는 한 걸음 뛰쳐나왔다가 말고 기겁하며 좌측 허공을 향해 몸을 힘차게 던졌다.

염동규를 옆으로 날려보낸 수비수는 뒤늦게 골라인을 향해 주저앉으면서까지 발을 뻗었다.

씨이익-

인구의 입꼬리는 느릿하게 올라갔다.

길게 뻗은 골키퍼의 손끝은..., 세 뼘 이상 차이 났으니까. 수비수의 발끝조차 애먼 허공만 가격했다.

투읏, 촤라아악!

골라인 선상에 바운드 된 공이 튀어 오르며 뒤쪽 골망을 강렬하게 물결쳤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팬들이 단체로 기립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엉덩이를 쏙 빼놓고 지켜보던 해설진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연신 그 이름을 연호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 마인구! 오오! 마인구! 마인구 선수가 데뷔전 데뷔골을 성공시킵니다아아!]

[후반전 45분 추가시간 2분이 부여된 시점에 터진 극장 동점고오오오올!]

“마인구 이 새끼이이!”

득점에 성공한 직후 인구는 이렇다 할 셀러브레이션을 펼치지 못했다.

철푸덕!

가장 가까이 있던 염동규부터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뛰어와 그를 눕혀버렸으니까.

다음 공격을 이어갈 생각은 없었다.

이미 정규시간은 다 지났고 추가시간도 2분 중 1분을 훌쩍 넘겼다.

자칫 무리하게 나아갔다가 도리어 목동의 일격을 맞을 수도 있으니 이대로 끝내고자 한 것이다.

그렇듯 뒤이어 동료들은 좀비 떼처럼 달려와 그를 위에서부터 포개버렸다.

인구는 공식 경기에서 자그마치 11년 만의 터진 득점에 대한 감회를 느낄 새조차 없었다.

“이 쒸발놈들이...!”

“효오오옹!”

“대박! 대박이야!”

“와! 방금 봤어? 그냥 로날두던데? 헤딩 머신 로날두!”

득점 직후 발밑에서 치솟던 전율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인구는 도끼 눈을 뜨고서 얼굴을 들이미는 녀석들을 일일이 손으로 밀어내며 외쳤다.

“나와! 이 개자슥들아! 세레머니 해야 해! 세나가 보고 있다고오!”

“아뉘이! 이건 아니야아아!”

목동의 벤치와 하나인 양 담요까지 덮고 있던 감독, 김철민은 이제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뛰쳐나왔다.

“오프사이드잖아! 내가 봤어! 오프사이드라니까아! 레프리이이!”

사실 철민은 보지 못 했다. 잠깐 딴 곳에 한눈을 판 사이, 동점 골이라는 폭탄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으니까.

일단 그로선 우기고 보는 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흥분한 나머지 항의 도중 터차라인을 넘어서 버리자 주심은 곧장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강의 벤치 쪽은 난리였다.

팬들처럼 반쯤 포기하고 있던 코치들은 언제 쥐죽은 것처럼 있었냐는 듯 단체로 뛰어나와 포효를 내질렀다.

다른 코치와 얼싸안기까지 한 수석코치 동룡은 희열에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박동일 감독에게 말했다.

“보, 보셨습니까?! 방금 그 득점이요!”

하지만 박동일은 득점 직후부터 우두커니 서서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의아해하던 동룡은 순간 동일의 표정을 보곤 흠칫 몸을 떨었다.

피눈물도 나지 않을 것 같던 박동일의 눈시울이 새삼 붉어져 있었으니까.

*       *       *

경기는 2 : 2 양 팀의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하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목동 fc! 다잡은 승리 놓쳐!]

[k리그2 초호화 스쿼드 갖춘 목동의 스쿼드를 두고도 최약체 한강에 무승부...!]

[목동 서포터즈, 감독 역량 의문 제기...!]

[목동 감독, 김철민 ‘축구는 1초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스포츠! 후반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게 원인!’]

[한강 FC 구사일생!]

[경기 종료 직전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 발휘한 한강 사나이들...!]

마인구를 향한 평가는 경기 전과 후로 180도로 바뀌었다.

[1골 1도움 기록한 마인구! 환상적인 데뷔전!]

[후반전 23분 투입 이후 판을 뒤집어버린 한때의 영웅...!]

[천재의 화려한 복귀인가?!]

[후반전 23분 투입 후 추가시간 포함 1.3km 뛴 마인구! 극강의 효율성?]

국내 k리그2 축구 갤러리에서도 인구의 이름이 눈에 띄게 거론됐다.

- : 22분 동안 뛰어서 1골 1도움? 그것도 목동 fc 상대로? 이건 그냥 재능이 미친 거냐?

- <잔디남> : 잔디 심을 때만 하더라도 아 이 새끼는 진짜 끝났구나 했는데..., 기어이 동점골을 넣어버렸네.

- <호탈세> : 점프력 실화냐;;;  지금 다시 보니 머리가 크로스바보다 한 뼘 이상 더 위에 가 있네??

- <암동규> : 22분 동안 뛴 거리 1.3km?? 내가 잘못 본 거지? 그러고도 1골 1도움이라고?

- <마인부우> : 마인구 진짜 미쳤네.

일부는 현실적인 비판을 가했다.

- <축구전문가> : 마인구 선수의 득점은 축하합니다만..., 경기력 자체에선 의문이네요. 활동량도 매우 심각할 정도로 저조하고요.

- <풀백이대세> : 현대 축구는 이제 전 포지션에서 활동량이 강조된다. 근데 마인구는..., 1.3km 뛴 게 전부. 이렇게 되면 다른 선수들이 그 활동량을 매꿔야 해서 후반 갈수록 문제점 노출할걸.

몇몇은 그냥 까내리는 게 취미였다.

- <국뽕꺼져> : 인구 병신. 뽀록 득점으로 애새끼들이 겁나 빨아재끼네 ㅋㅋㅋㅋㅋ

- <학창시절마인구한테맞음> : 마인구는 쓰레기입니다, 님들. 얘 그냥 다 늙어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       *       *

이틀 뒤.

화창한 오후.

마인구는 정규 훈련이 끝난 뒤 개별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자자자, 뛰어!”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선 수석코치, 동룡은 손에 든 스위치를 딸칵! 눌렀다.

우다다다다!

동시에 인구는 짧게 숨을 토해내더니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10m쯤 달려서 천천히 속도를 늦춘 인구를 향해 동룡은 외쳤다.

“31km/h!”

오늘의 훈련은 순간 스프린트 향상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리고 축구에 있어 스프린트는 골을 결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스킬 중 하나로 작용했다.

단지 빠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동룡은 여지없이 필드를 박차며 스프린트를 구사한 인구를 향해 말했다.

“30.4km/h! 암만 스프린트 속도가 빨라도 상대에겐 전혀 위협이 가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느린 스프린트라도 보는 입장에선 빨라 보일 수가 있어. 이 점을 잊지 말라고.”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빨라 보였다.’

직전 목동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인구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동점 골을 기록한 득점 장면에서 인구는 눈 깜짝할 사이, 페널티 좌측 에어리어 바깥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기민했지.’

누구 하나 인구의 움직임을 저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몇 차례 속도계에 찍힌 그의 스프린트는 결코 빠른 수준이 아니었다.

즉, 실상 속도가 죽었다곤 해도 스프린트 타이밍만큼은 여전히 서슬퍼렇게 살아 있다는 소리였다.

빨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의 밸런스가 깨진 빈틈과 달려들어야 할 순간을 잘 포착한다는 거니까.

‘키 크고 발 느린 공격수들이 간혹 박스 부근에서 수비수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들어가 골을 넣는 것도 같은 이치지.’

애딘 제코, 올리비애 지루가 한 예다.

상대 수비수보다 위치적으로 이로운 곳에서 빠르게 출발했으며, 더 나아가 슈팅을 때릴 각도마저 잡고 달린 거다.

‘똑똑한 거야. 경험에서 우러난 노련미고.’

이를 마인구는 본능적으로 해냈다.

새삼 놀라웠다.

‘10년이 넘게 축구를 멀리한 녀석인데...’

센스가 죽지 않았다.

일전에 박동일이 한 말이 이젠 납득이 될 정도다.

[걘 천재야. 내가 본 선수 중에 누구보다도 뛰어난 선수였고.]

과거형인 것을 정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스프린트 속도도 첫 날 훈련장에서 봤을 때보다 확실히 늘었어.'

빠르다고는 할 순 없지만..., 가진 평균적인 스피드를 효율적으로 써먹는 유형이었다. 주변 동료, 상대의 허점을 파악해가며.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마인구. 지난 목동과의 경기에서 스프린트 횟수가 고작 3번뿐이라는 건..., 문제가 있다. 너도 알고 있지?”

동룡은 살포시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인구는 끝없이 반복되는 스프린트 훈련에 땀에 눌어붙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하지만 그 표정엔 어떤 불만이랄 게 없었다.

히죽!

오히려 어느 한 지점을 보며 빙구 미소를 짓는다.

“마인구?”

히죽!

“...”

뒤늦게 동룡은 인구가 훈련장 펜스 너머 양갈레 머리를 한 꼬마 숙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나.”

동룡은 옅게 웃음을 터뜨렸다.

딸바보 아니랄까 봐, 인구는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지금처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딸만을 보았다.

이에 딸은 자그마한 엄지를 치켜들며 화답해주었다.

“아빠아! 최고오오!”

인구는 평소답지 않게 손사래까지 치며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

“아이, 뭐. 이게 뭐라고. 아빠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진짜아?”

“그럼! 그럼! 봐봐!”

투웅!

우다다다다다!

굳이 시키지도 않은 스프린트를 재차 스스로 구사하기까지.

“우와아아아!”

“봤지? 봤지? 아빠 미사일처럼 빠르지?”

“웅! 빨라!”

“한 번 더 간드아! 슈우우웅!”

다다다다다!

“와아! 아빠 안 보여어!”

“흐헛 흐허헝!”

오늘은 공개 훈련이었던 만큼 펜스 근처에서 구경하던 팬들도 아빠와 딸의 모습을 예쁘게 바라봐주었다.

그렇게 연속해서 쉬지 않고 네 차례나 스프린트를 구사했을 때였다.

“후욱!”

막 필드를 박차고 뛰어가려던 인구의 양쪽 눈썹이 돌연 성나게 치솟았다.

“이 미친놈이!”

한창 훈련에 임하던 마인구의 두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왜? 뭐?”

급변한 분위기에 동룡은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다 말고 보았다. 훈련장 펜스 너머, 판교fc의 수비수이자 절친이라는 석구가 화장실에 갔다가 와서 세나 앞에 쭈그리고 앉는 것을.

인구의 부릅뜬 눈은 딱 그곳을 향해 있었다.

“아구~ 귀여워! 너네 아빠를 안 닮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나 아빠 닮았눈데?”

“우리 세나.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해~?”

“나 아빠 세나인데에?”

“오구구! 그래요?”

석구는 인구 못지않은 빙구 미소를 띠며 세나의 포동포동한 양 볼을 살짝 꼬집으려 들었다.

“이 미친놈아!”

그게 화근이었던 모양이었다.

인구는 경악과 충격에 겨운 얼굴로 횡설수설거렸다.

“너 이 새...! 아니, 이 자식 화장실 다녀와서 손 안 씻었지? 손 안씻으면 장티푸스...! 아니! 세나야! 도망쳐!”

다다다다!

채 말을 끝맺지도 못한 인구는 두 사람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

동룡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와중에 그는 캐치하지 못했다.

속도 측정계에 기록된 순간 스프린트 시속이 자그마치 37.4km/h나 떴다는 것을.

이는 현재 가장 빠른 발을 지녔다는 킬리안 음바패, 가래스 배일보다도 비공식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 022. 아빠의 클라스 (6)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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