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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26화 (2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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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6. 멋진 아빠란 (3)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26화 멋진 아빠란 (3)

이번엔 골키퍼가 손을 뻗을 새도 없이 왼발 아웃프런트로 찬 공이 파 포스트로 휘어져 들어갔다.

예에에에에에에에~!

골망이 물결치자 1200명에 달하는 관중은 단체로 기립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좀비처럼 물고 늘어질 염동규를 사전에 떨쳐내곤 코너플래그로 내달렸다.

촤아아아악!

이어 그는 무릎슬라이딩을 펼쳐 보였다.

여러 대의 중계 카메라는 오직 자신만을 비추고 있었다.

곧 인구는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외쳤다.

“세나!”

*       *       *

[전반전 5분 만에 안양이 두 골을 헌납합니다!]

[스코어 2 : 0!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강이 2경기 연속 이변을 연출 중이네요!]

[그 중심엔 다른 누구도 아닌 마인구가 있습니다!]

해설진은 덧붙였다.

[목동과의 경기 때와 다르게 오늘 마인구 선수의 초반 스퍼트는 왕성한 편인데요?]

그 말대로였다.

5분 사이 두 골을 넣은 뒤에도 인구는 전방에서 틈틈이 스프린트를 쳤다.

타아앙!

안양의 디펜시브 서드 부근에서 동료들 간에 공이 돌기만 해도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한 거다.

쓰윽!

다다다!

두 골을 넣은 인구였기에, 안양의 수비수들은 더욱 억세게 붙었다.

[석현기가 안양의 센터서클까지 내려온 염동규에게! 염동규 돌아서자마자 박스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마인구를 발견합니다!]

안양의 센터백들 사이로 뛰어든 인구를 향해 염동규는 기습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안양의 센터백 이필립은 어깨로 인구를 적절히 견제하며 다음을 예상했다.

‘걷어낸다...!’

딱 날아오는 공의 궤적부터가 헤더로 걷어낼 각이었다.

예상대로 인구는 달려 들어가다 말고 돌연 골문을 등지며 폴짝 뛰었다.

툭!

“뭐?”

순간 이필립의 동공이 크게 들썩였다.

헤더로 걷어내리라 여겼던 마인구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받아냈으니까.

투욱!

이어 공이 필드에 바운드 되기도 전, 왼발 트래핑으로 높게 띄웠다.

“...?!”

스윽!

필립의 시선이 솟구친 공에 향했을 때, 순간 인구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 뛰었다.

퍼억!

쇄도하는 과정에서 공에 의해 타겟을 놓친 필립의 우측 어깨를 가격해 밸런스를 깨뜨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는 쫓지 못하도록 완전히 무력화시킨 것이다.

센터백 한 명을 제치는 것만으로 안양의 페널티 에어리어가 훤히 드러났다.

흠칫!

안양의 골키퍼는 이른 시간 두 골을 실점해서인지 골라인에 서서 겁먹은 게 훤히 보였다.

지근에 있던 또 다른 센터백은 이를 악물며 측방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와중에 인구는 보았다.

‘우측 포스트 공간이 열렸네. 골키퍼가 방향 예측하고 다이빙해도 닿지 않겠어. 아예 무게 하중을 줄 생각도 않잖아.’

녀석은, 이른 두 골에 멘탈이 나갔다.

일체 망설임 따윈 없었다.

[오오, 마인구우...! 순두부 가슴 트래핑 직후 박스 안으로 빠르게 차고 들어가...!]

타아아앙!

[슈우우우우웃!]

촤라아악-!

[해트, 해트트리이이이이이이익!]

[전반전 7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마인구우우우우우우!]

*       *       *

전반전 20분.

“믿을 수..., 없어!”

스코어가 3 : 0이 된 순간부터 오태건 감독의 이맛살은 구겨진 채 좀처럼 펴질 새가 없었다.

그 불안하고도 짜증이 어린 시선엔 한 선수가 보였다.

자신들을 상대로 이른 시간 3골 폭격을 가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인구의 영향력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툭, 탓!

[마인구! 등진 채 패스를 연결받자마자 좌측 깊숙이 올라온 한돌에게 연결합니다! 깔끔한 포스트 플레이네요!]

툭!

[아아! 마인구! 높게 뜬 공을 헤더로 반대편, 사이드라인에 머물러 있던 풀백의 코앞에 떨궈줍니다!]

“지금까지 공중볼 성공률이 100퍼센트입니다.”

“...”

수석코치 정대길이 질린 눈으로 말했다.

그 말처럼 현재 마인구는 한강의 질 나쁜 로빙 패스, 크로스도 죄다 헤더로 받아내고 있었다.

목동전과는 달리 압박의 강도도 남달랐다.

전체적으로 한강은 안양이 디펜시브 라인에서부터 볼을 오래도록 소유하는 걸 두지 않았다.

[안양의 라이트백 황태민이 빠르게 치고 올라가...! 아아!]

[안양! 예상치 못한 한강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에 볼을 물립니다!]

[황태민이 골키퍼에게 연결한 볼! 골키퍼! 다시 센터백에게...!]

우다다다다!

순간 에어리어 바깥에 있던 인구는 두 눈을 빛내며 염동규와 함께 달려들었다.

측방에도 안양의 풀백들을 향해 이미 한강 선수들이 붙었다.

좌우, 정면으로 이어질 패스 코스를 일시에 차단한 거다.

“이, 익...!”

기겁한 센터백은 그만 이 상황을 회피하고자 로빙 패스를 차올렸다.

허나 그마저 인구는 1m 거리에서 순간 높게 떠 정수리 끝으로 튕겨냈다.

투윽!

[아아! 우측면 뒤쪽으로 굴절된 보오오올!]

툭!

[우측 하프스페이스로 올라온 석현기가 가볍게 잡아냅니다!]

해설진은 감탄에 겨워했다.

[와..! 전반전 20분 동안 한강이 모든 세컨 볼을 따내고 있네요!]

[확실한 건..., 오늘 경기에서 마인구 선수의 영향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마인구 선수는..., 벌써 20분 동안 3km를 뛰었어요! 지난 1.3km를 소화했을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왕성한 활동량입니다! 지치지도 않는 건가요?]

“후윽! 후우욱!”

해설진의 감탄과 달리 인구의 벌어진 입에선 쉴 새 없이 거친 숨이 토해졌다.

‘벌써 입에서 단내가 나네.’

확실히 실전용 체력은 시간을 적절히 두고 끌어올려야 했다.

딱 잘라 말해 오버페이스였다.

‘내 체력의 한계를 넘어섰어.’

그럼에도 인구가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뛰는 이유는 조만간 교체당할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15분 바짝 뛰고 교체아웃인데.’

아마 20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감독이 자신을 내버려두는 건..., 상대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이지 싶었다.

‘세 골이나 넣었으니까.’

상대 수비수 입장에선 세 골이나 달성한 공격수를 다른 선수들보다 더욱 견제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봐라.

우측 하프스페이스로 슬그머니 접근하는 순간,

‘세 명이나 달라붙어?’

미드필더 유해진을 비롯해 센터백, 그리고 지근에 풀백까지 적절한 간격을 두고 자신을 견제하였다.

언제든 공이 연결되면 제게서 빼앗고자.

‘그 덕에 염동규 이놈이 살아났고.’

수비 숫자가 한 선수에게 쏠리면 다른 동료들은 보다 쉽게 상대를 공략하기 쉬워진다.

타앙!

[오오! 염동규의 기습적인 슈티이잉!]

방금도 제게 수비수가 쏠린 그 틈에 염동규는 좌측 에어리어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을 구사했다.

“제기랄...!”

홈런볼이 되면서 욕지거리를 터뜨렸지만 말이다.

인구는 잠깐 걸으며 숨을 골라냈음에도 영 체력이 회복되지 않자 입맛을 다셨다.

‘바닥났나벼.’

인구는 살포시 미간을 찡그렸다가 말고 픽하니 웃었다.

어차피 자신의 역할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조기에 종결되었으니까.

그러다 말고 인구의 입꼬리는 헤벌쭉하게 늘어났다.

‘우리 세나. 지금쯤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지도...?’

*       *       *

같은 시각 어린이집.

목동의 열렬한 팬인 만큼 어린이집 원장 유선해에게 있어 한강은 ‘적’ 그 자체였다.

그렇듯 오늘도 그는 옆에 앉아 자그마한 세나와 내기를 하였다.

다름 아닌 미끄럼틀을 걸고서...!

“으윽...!”

그리고 현재, 유선해는 앉은뱅이 자세로 앉아 짧은 신음을 흘렸다.

꼿꼿이 세웠던 허리도 맥이 빠져 볼품없게 앞으로 구부려졌다.

두 눈으로 보고도 지금 상황은 믿기 지가 않았다.

“어, 어떻게 한강이 이른 시간에 세 골을...!”

만년 꼴등 팀이 아니던가!

그것도 마인구가 세 골을 연속해서 넣었다!

반면 언제 바른 자세로 앉아 tv를 시청했냐는 듯, 세나는 벌떡 일어나 선해를 중심으로 다다다다! 신나게 뛰고 있었다.

“코이뚜우우우우우우! 아빠 최고오오오오!”

“미끄럼틀 이제 내꺼어어어!”

“....”

*       *       *

오태건 감독은 전반전 25분이 되었을 시점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아! 안양! 중앙 미드필더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투입시키네요!]

[전반전에 어떡해서든 스코어 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대로였다.

“마인구 저놈. 조금 전보다 확연히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수석코치, 대길의 말마따나 오태건이 보기에도 인구의 움직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멘탈을 겨우 부여잡은 오태건은 두 눈을 예리하게 떴다.

‘아직 시간은 많다!’

지난 시즌, 안양은 k리그2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득점력을 뽐냈다.

그러니 공격 숫자를 더 늘려 최대한 빠르게 스코어 격차를 줄일 계획이었다.

‘마인구 저 빌어먹을 놈의 기세도 두 풀 이상 꺾였으니.’

녀석을 향한 대인방어를 유지하되 부담이 되더라도 전체 라인을 올릴 참이었다.

한강 수비수들의 기량은 썩 좋은 편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바로 그때였다.

삐이이이이!

[아아! 한강에도 교체 사인이 떨어졌습니다!]

“...뭐?”

오태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 마인구 선수를 불러들이는 한강 fc입니다!]

[어어?]

[염동규까지 불러들이는 한강 fc...!]

[염동규 대신 센터백을 추가로 투입하네요!]

[아아...! 한강! 포메이션에까지 변화를 줍니다!]

[전체적으로 라인을 낮추는..., 오! 한강의 디펜시브 안에서 선수들이 5-5 대형을 갖춥니다! 텐백이군요!]

[이미 골은 넣을 만큼 넣었다 이건 가요!]

그만 오태건은 버럭 욕지거리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씨발...! 이것들이 축구를 개좆같이 하고 있네!”

*       *       *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강은 남은 70분간 텐백 전략을 고수한 끝에 2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최종 스코어는 3 : 1.

안양은 수비수 전원을 공격에 가담시켰음에도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좆같은!”

퍼어엉!

화가 난 오태건은 바닥에 있던 물병을 차며 곧장 게이트를 통해 빠져나갔다.

반면 동일은 경기가 끝난 직후 가장 먼저 벤치에서 빠져나온 인구를 붙잡아 와락 끌어안았다.

“새끼! 잘했다, 잘했어!”

뜻밖의 포옹에 인구는 얼떨떨해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아니, 박 감독님. 이거 왜 이래요? 나이 먹더니 많이 자상해지셨어? 갱년긴가?”

짝, 짝, 짝, 짝!

자리한 팬들은 박수 갈채를 보내주었다.

중계 카메라는 그런 두 사람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한 해설진은 감동에 겨운 얼굴로 두 사람을 지켜보다 말고 이렇게 말했다.

[비록 체력적인 문제로 조기에 교체아웃됐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 팬들은 확실히 느꼈을 겁니다! 마인구가 돌아왔노라!]

한편. 경기 시작부터 종료까지 두 팀의 경기를 쭉 관전하던 금발의 외국인은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탐나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청록색 동공은 오직 한 선수에 꽂혀 있었다.

다소 사나운 인상의 마인구에게.

< 026. 멋진 아빠란 (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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