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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28화 (2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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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8. 멋진 아빠란 (5)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28화 멋진 아빠란 (5)

3월 21일. 리그 3라운드.

마인구는 선발로 출전했다.

상대는 2연승을 달리고 있는 부산 워터파크.

상당수 언론은 한강이 1승 1무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승리를 점쳤다.

선수단 몸값 부분에서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으니까.

하지만 예측은 철저히 빗나갔다.

전반전 14분.

툭, 탓!

[오오! 마인구!]

마인구가 좌측면 하프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맞닿는 지점에서 패스를 받자마자 터닝 동작을 취했다.

순간 전면, 측방에서 두 명의 부산 선수들이 득달같이 발을 뻗어왔다.

두 발끝이 공에 도달할 찰나,

툭!

협소한 공간 속, 인구는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공을 두 선수 사이 작게 열린 공간으로 차 냈다.

“어억?!”

“뭣...!”

두 선수는 흠칫 몸을 떨며 경악했다.

인구는 그들이 버벅거리는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필드에 디딘 왼발 스터드를 비틀었다.

투윽!

허벅지는 불끈! 팽창했다.

곧 육상의 스타팅 블록을 밀어내듯, 아직 닫히지 않은 두 선수 사이 틈으로 맷돼지처럼 뛰어들었다.

퍼억!

[마인구우! 두 선수 사이를 비집고 돌파해버립니다아! 그냥 뚫어버렸어요오!]

오오오오오오!

원정길에 오른 한강 서포터즈의 입에서 고조에 어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투욱!

아직 속도가 살아나지 않은 만큼 인구는 동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프라인 중앙에서 뛰쳐나온 석현기에게 곧장 패스하는 마인구...!]

투우웅!

공을 전달한 직후 인구는 온전히 전방으로 내달렸다.

[오오오! 마인구! 공을 연결하자마자 좌측 에어리어 하프로 빠르게 돌진합니다! 50m 달리기 경주라도 하는 건가요!]

이미 염동규는 우측 하프에서. 풀백은 좌우 사이드에서 오버래핑을 구사하며 상대 선수를 끌어낸 뒤.

그리고 석현기는 직접 공을 몰고 페널티 아크 아래까지 빠르게 올라갔다.

그때, 멀리서 부산의 감독은 비명에 가까운 지시를 내렸다.

“막아아아아!”

부산의 핵심 센터백, 민현철은 디펜시브 지역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말고 석현기를 향해 불쑥 프런트 태클을 가했다.

투욱-!

상대 발끝이 한 걸음 간격까지 접근한 그 순간, 석현기는 좌측 대각으로 땅볼 패스를 찔렀다.

인구는 속도가 붙은 그대로, 상체만 굴러오는 공을 향해 틀었다.

오른발은 바깥으로 들어 올려졌다가 말고,

타앙!

공이가 뇌관을 쳐 탄환이 발사되듯, 정확히 공이 인구의 중심부 아래를 통과하는 지점에 맞춰 발등으로 때려 찼다.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구우우우우!]

[먼 거리에서 때린 다이렉트 슈팅이 골망을 강렬하게 물결 칩니다아아아!]

[부산의 골키퍼가 채 손을 뻗을 수조차도 없이 우측 포스트와 크로스바 아래로 직선상으로 꽂혀 들어갔어요오!]

득점에 성공한 마인구는 한쪽 무릎을 꿇고서 화살 세레머니를 뽐냈다.

이후 인구는 전반전 30분 동안 2도움을 더 기록하며 교체 아웃 됐다.

팀은 90분간의 텐백 전략 끝에 3 : 1 승리를 거머쥐었고 말이다.

3월 27일.

마인구는 리그 4라운드에서도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전반전 30분을 소화하며 2골 1도움을 기록.

팀은 우승권 팀이라는 홍대를 상대로도 3 : 2로 승리하며 단번에 순위 2위로 치솟았다.

*       *       *

축구 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근육은 단연 허벅지였다.

강한 허벅지를 지녀야 슈팅을 비롯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구사할 수가 있으니까.

그렇듯 인구는 자율 시간 동안 테크니컬 센터에서 하체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후으읍! 후우우!”

전신 거울 앞에 선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토해내며 약 100kg 중량으로 백 스쿼트를 진행했다.

열 개를 채운 뒤엔 10kg씩 중량을 늘렸다.

“후욱, 후으으읍!”

신체는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었다.

‘아니, 발전이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해야 하나.’

지난 10년간 술과 담배만 퍽퍽 피워대며 망가뜨린 몸뚱이를 갱생시키는 과정이랄까.

몸무게는 어느덧 87kg까지 줄었다.

이제 외관상으로만 본다면 듬직한 체형의 스트라이커였다.

‘스피드도 이전보다는 올랐고.’

단 2주 사이, 스프린트 평균 측정 속도가 1km/h이나 증가했다.

공을 계속 차다보니 발 밑은 점점 더 유들유들해지는 느낌.

문득 히죽, 웃었다.

“후흣.”

얼마 전 세나가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아빠! 히어로야!]

[히어로?]

뭔 소리인가 싶었는데, 다음으로 이어진 딸의 발언에 인구는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아졌다.

[웅! 우어어! 아빠 몸 울버린 가타아! 울버린처럼 되꺼야?]

울버린은 최근 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 중 한 명이었다.

감동이었다. 살이 빠지고 근력량이 늘었다곤 하나, 아직 울버린에 비할 바는 못될 텐데...,

‘우리 착한 세나...!’

“우오오오!”

일순 인구의 두 눈에 투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는 곧장 열 개를 채우곤 중량을 두 배로 늘렸다.

센터 내 동료들은 인구를 힐끗, 힐끗 훔쳐보았다.

한강의 캉태라 불리는 석현기는 작게 감탄했다.

“이제 두 달 정도 같이 훈련했는데..., 그새 중량이 저렇게 늘어난다는 게 말이 돼?”

“괴물이네, 괴물이야.”

옆에서 5kg짜리 덤벨로 깨작, 깨작 이두근 훈련에 임하던 풀백, 함재환은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스쿼트뿐만 아니라 데드 리프트, 레그 익스텐션, 스탠딩 카프 레이즈 등. 다양한 종목에서도 이제 팀 내 상위권을 찍었다.

‘선수단 내 최하위권에서 고작 두 달 사이에 말이야.’

이게 정말 말이 되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일면서도 석현기는 한편으로 납득이 갔다.

‘하긴, 천재니까.’

프로 선수를 목표로 끊임없이 달리는 이들이라면 잘 안다.

석현기, 그 또한 k리그2에서 뛰기 이전에 천재로 불리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k리그2 소속 선수들도 저마다 어느 무리에선 천재로 불리었고 말이다.

그만큼 프로의 벽은 단단하고도 높았다.

k리그2 선수의 입장에서 1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또 한 차원 높은 레벨의 천재들...,

‘확실히, 달라.’

천재 속의 천재들은 저마다 달랐다.

‘습득력이 유별나게 뛰어나다던가.’

또 어떤 선수는 훈련을 게을리해도 막상 실전에선 엄청난 퍼포먼스를 뽐냈다.

‘굳이 훈련을 통하지 않아도 결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던가...’

노력으론 이룰 수 없는 게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기는 새삼 쓴웃음을 머금었다.

‘노력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게 있어.’

그건 바로 눈앞 마인구와 같은 선천적인 재능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기량이 과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 중인 건 둘째치고, 성장에 있어 한계란 게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아닌가.

'대체 그릇이 얼마나 크길래...'

처음엔 망가진 몸뚱이에 그 또한 의심이 한가득이었으나 이젠 아니었다.

‘이거야 원..., 때가 어느 정도 벗겨지니 번쩍번쩍 빛나는 순금인 격이잖아.’

4라운드 동안 인구가 기록한 공격포인트만도 7골 5도움이다.

‘때리면 그냥 다 들어갔어.’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믿기 지가 않았다.

‘슈팅 파워는 또 어찌나 쎈지...!’

석현기로선 백날 연습해도 불가능한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의 걷다시피 했던 활동량은 4라운드 동안 눈에 띄게 늘었다.

‘출전시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새삼 부러움이 넘실거리는 순간이었다.

함께 프로를 목표로 두고 뛰었던 선수 중에서도 이처럼 재능 넘치는 자는 없었으니까.

어느덧, 프런트 스쿼트로 동작을 바꾼 인구는 개수를 채우면서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아임 빠이인! 땡큐 앤드 루? 흐으으읍!”

“....”

“아이 라이쿠 마이 도우털! 으흐읍!”

“...”

“마이 도우털! 잇츠 큐티이!”

석현기는 황당한 얼굴로 그의 옆모습을 보다 말고 픽하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영어는 빨리 안 느는 것 같네.”

*       *       *

한강의 5라운드 상대는 현재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시흥 프로축구단이었다.

그리고 경기 전날, 박동일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오늘따라 많이도 왔네?’

평소 2명에서 3명만이 회견장에 참여하는데, 오늘은 7명이나 이곳을 찾았다.

기자들은 동일이 의자에 착석하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내일 있을 시흥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단독 선두에 오르게 되는데요! 한강이 시흥과의 홈 경기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아아, 경기는 뛰어봐야 아는 거지요.”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와 반대로 올 시즌 한강은 4라운드 3승 1무로 순위 2위를 기록 중에 있습니다! 매 시즌 하위권을 달리던 한강이 승격 경쟁에 뛰어들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순간 몇몇 기자들에게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동일은 개의치 않고 입가에 어울리지도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기분은 매우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승격에 대해 언급할 시기는 아닌 것 같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들은 한 선수에 관해 물었다.

“마인구 선수와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듣기론 고등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던데요.”

“그를 알게 된 건 중등부부터입니다. 제가 영입하고자 접근했었죠.”

“아마추어 출신도 아니었던 마인구를 영입하게 된 배경이 무엇입니까?”

“가능성을 보았으니까요.”

원래라면 무슨 가능성이요? 라는 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

마인구의 축구 커리어는 청대로 끝이었으니까.

허나 이젠 자리한 기자 중 누구도 반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일은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잘하면 장땡이지.’

솔직히, 그도 마인구가 이렇게 빨리 적응을 끝내버릴 줄은 몰랐다.

‘이 정도일 줄이야.’

K리그2는 분명 만만한 리그가 아니었다.

그런데 녀석은 첫 미팅 당시 이런 말을 했었다.

[이놈 이거 진짜 2부 리그를 줘엇밥으로 보내?]

[줘엇밥까진 아니라 개밥으로는 보고 있다니까요?]

제자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았지만, 결코 이 리그가 녀석에게 쉽게 우호적일 수는 없으리라 보았다.

허나 마인구 그놈은 단기간 내 실제로 증명해버렸다.

아직 풀타임을 뛰는 데 있어선 무리가 따르지만...,

‘적은 시간 안에서 보여주는 폭발적인 몸놀림은 k리그2에서도 최상급 수준이야.’

4경기를 합산한 인구의 출전시간은 고작 125분이 전부.

단순히 계산하면 한 경기 하고도 전반전을 덜 뛰고서 7골 5도움을 달성한 거다.

엄청난 생산력에 딱 생각나는 단어는 하나였다.

‘미친놈.’

그때였다.

한 기자가 뜻밖의 질문을 건넸다.

“마인구 선수의 계약 기간이 고작 1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아, 선수 연봉 수준도 최저 연봉이라고 들었고요.”

이 시기 K리그엔 유럽과 달리 FA 제도까진 있어도 보스만 룰은 존재치 않았다.

보스만 룰이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선수가 다른 팀과 자유롭게 협상을 가능케 하는 제도였다.

“그래서요?”

동일은 특유의 도끼 눈을 가늘게 좁히며 반문했다.

기자는 질문을 이어갔다.

“아마,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몇몇 팀에서 마인구 선수를 원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의 폼만 놓고 보면 그는 득점 기계, 그 자체니 말입니다. 제 말은 그러니까, 마인구 선수를 지키려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질문을 드리는 거죠. 아니면 이미 구단 내에서 얘기가 오간 걸까요?”

< 028. 멋진 아빠란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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