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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 멋진 아빠란 (9)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32화 멋진 아빠란 (9)
- <유럽충> : 마인구 조만간 유럽 가는 거 아니냐?
- <한강물뜨뜻> : 서울이랑 전북, 울산에서도 공식 오퍼 넣었다던데 실화?
- <청량리> : 와. 마인구가 이렇게 부활하네;;;
- <산소탱크> : 늦었다, 늙었다 하는데 아직 28살이다. 스트라이커로서 최고 전성기에 오른 나이라구.
- <뫄인구입니다> : 웃긴 건 우리 인구형 매 경기마다 폼이 더 오르는 것 같음. ㅋㅋㅋㅋ
국내축구 커뮤니티의 지분 90% 이상은 이제 마인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는 k리그2를 넘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과시하고 있었다.
반면 한강 서포터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 <한강이최고> : 또! 또 내보내려고! 지난 시즌에 핵심 팔아놓고 또 우리 인구까지 내보내려고오오! 빼애애애애애액!
- <킬러k> : 오늘 밤 9시에 한강 구단주 암살하러 가실 분?
- <암동규> : 줫같네. 어째 한강은 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붙들 생각은 안 하고 매 시즌 팔 생각만 하는 거지? 이러니 맨날 k리그2에서 올라가지를 못하는 거잖아!
그랬다.
리그 전반기가 끝나가는 와중에도 한강 측은 아직 마인구를 붙잡을 만한 제안을 넣지 않았다.
* * *
한강의 구단주 집무실.
와인색 정장 차림의 구단주, 강경민은 접객용 소파에 단장과 함께 자리해 있었다.
“너무, 늦게 불러들인 게 아닌가도 싶은데요.”
단장 이태민이 조금은 난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지난날부터 마인구와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간곡히 청했었다.
이를 상석에 앉은 구단주는 무시해왔고 말이다.
지금에선 모른 척 되물었다.
“뭐가요?”
“마인구 선수 말입니다. 이제 계약 기간이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괜찮을까요? 선수가 상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있는 데다, 하이에나들이 너무 많아서요.”
단장과 달리 강경민 구단주는 마인구를 당장이라도 팔고 싶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이 있잖던가.
최근 눈에 띄는 활약에도 재계약에 임하지 않았던 건..., 혹여나 이적 제안이 쏙 들어갈까 봐서였다.
‘아무래도, 계약일이 늘어나면 그만큼 가치도 올라가는 법이니까.’
당시만 하더라도 재계약 시 상대 구단들이 부담을 가지고 접근을 무르지 않을까 싶어 잠자코 지켜만 봤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마인구는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었다.
“16경기 37골 17도움? 푸흣. 내가 말했죠. 이 친구,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고.”
“하, 하핫. 네. 역시 구단주님이십니다.”
“아, 뭐 대단할 것까지야. 척 보면 아는 거지.”
대단하다고는 안 했으나 단장 이태민은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예의 직장인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반드시 도움 될 거라고도 안 했지만...’
강경민은 다리를 교차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문제는 없을 겁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에요.”
뭔 자신감입니까? 라고 단장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겨우 삼켰다.
강경민은 한 손에 든 커피잔을 입가에 기울이고는 덧붙였다.
“걔 에이전트 없다면서요.”
“맞습니다.”
“그럼 쉽겠네. 조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
“예?”
“아니, 그렇잖아~ 최저연봉 제안했을 때도 옳다구나!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들였다며? 거기에 28살. 또..., 어떻게 보면 우리 한강이 걔한테는 삶을 바꿔놓은 격인데...,”
말끝을 늘어드린 강경민은 씨익 웃어 보였다.
“당연히 충성하려 들지 않을까요? 연봉도 한 3배 정도 인상하고.”
에이전트는 구단에게 있어 악마의 입이라 불렸다.
선수의 가치를 과하게 높이는 인간들이 바로 그들이니까.
반면에 선수들에게 있어서 그들은 천사의 입으로 불리었고 말이다.
허나 마인구는 아니다.
‘에이전트가 없으면 그만큼 구단에 이로운 협상이 가능하다고.’
무엇보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마인구를 한 시즌 더 붙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재계약하고 얼른 팔아치워야지.’
이미 k리그1 다수의 구단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이적료는 최소 15억 원부터.
‘잭팟이네, 잭팟이야!’
상상만으로 경민의 목이 살짝 달아올랐다.
k리그1의 평균 이적료는 3억 원 수준이었다.
여기서 주전급 선수들의 평균 이적료는 10억 원 정도.
팀 내 핵심급이면 20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k리그2, 그것도 아직 한 시즌도 뛰지 않은 28살의 스트라이커에게 경쟁이 붙어 최소 15억원의 이적료까지 치솟았다?
‘그것도 여러 군데에서!’
강경민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가 싫었다.
또 욕심이 샘솟았다.
‘여기에 재계약에 임하면..., 이적료는 더욱 뛰겠지!’
체하지 않게 딱 1년만!
계약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규모의 이적료가 아닌가.
그러니 1년만 더 연장해도 최대 두 배 가까이 이적료를 벌어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버틴 보람이 있구만!’
당연히, 마인구는 자신의 제안에 응하리라 여겼다.
경민의 두 눈이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길바닥에서 허우적대던 놈 데려와 빛을 보게 해준 게 누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인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그는 에이전트 없이 혼자 이곳을 찾았다. 가벼운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새로.
경민은 환하게 반겼다.
“오오. 앉아요, 우리의 캡틴 코리아!”
“캡틴 코리아?”
“아, 왜~ 캡틴 코리아지. 우리 한강을 지켜주고 있는데. 순위 1위에서 좀처럼 내려가지를 않고 있잖아요? 이게 다 마인구 선수 덕인 거고.”
능글스러운 강경민에 인구는 어깨를 으쓱대며 마주한 소파에 자리했다.
간단한 인사치레 후 단장 이태민은 본론을 꺼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한강은 마인구 선수의 활약상을 인정해 재계약을 청하고자 합니다.”
“아, 예.”
옆에서 강경민은 은근하게 강조했다.
“우리 마인구 선수. 한강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1년은 더 썩혔거나 아니면..., 아예 축구와 담쌓았을지도 모를 일 아니에요? 참,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니까~”
“후흣.”
인구는 가벼운 미소로 화답하고는 다시 단장을 응시했다.
단장 이태민은 구단주의 도움 되지 않는 멘트에 절로 미간이 구겨졌지만 금세 펴며 계약 사항에 관해 읊었다.
“이번 계약은 1년 재계약입니다. 연봉은 기존 1890만 원에서 세 배 이상 인상된 6000만 원. 별다른 바이아웃 조항은 삽입하지 않았고, 보너스 조항은 있습니다. 우선 시즌 내 리그 경기 한정 10골 이상을 기록하면 보너스 수당으로...,”
인구는 잠자코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경민은 속으로 쾌재를 불러일으켰다.
‘딱히 거부감이 없어 보이는군.’
혹 연봉에 태클을 건다면 처음부터 8000만 원까지는 인상할 생각도 있었다.
‘그래 봤자 k리그2 평균에 못 미치지만.’
말 그대로 이번 재계약은 이적료를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서였을까? 인구가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더니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작은 탄성을 터뜨렸다.
“와~ 연봉이 세 배나 인상됐네요. 대박. 근데요. 재계약은 안 하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민이 손뼉을 한 번 치며 껴들었다.
짝!
“...잘 됐네요, 잘 됐어! 그러면 계약을 이렇게 진행하는..., 예?”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어가던 강경민의 표정이 일순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거절한 거야?’
인구는 두 눈을 끔뻑거리며 재차 말했다.
“재계약, 안 한다고요.”
“아, 아니 왜?”
반말과 존대를 섞어가던 경민이 예상치 못한 난항에 이젠 아예 반말로 돌아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소파 등받이에 편히 등을 기대며 덧붙였다.
“연봉이 너무 짜요.”
“짜, 짜다고?”
“그러면 최대 8000만 원까지 인상할 수도...!”
단장이 기습적으로 껴들었으나 인구는 에이 에이~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짭니다.”
“무슨...”
구단주는 너, 1890만 원에도 무지 좋아하던 놈이었잖아! 라고 눈길로 쏘는 것 같았다. 인구는 소파 턱에 한쪽 팔을 껄렁하게 걸쳤다.
단장은 구단주를 앞에 두고도 천연덕스러운 그 모습에 당황했다.
“그건 그때고요. 지금은 지금인 거지.”
인구는 입을 벙긋대는 구단주 면상을 빤히 쳐다봤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 새끼 이거, 그냥 날 호구로 보고 있었네?’
원래라면 재계약에 임할 생각이었다.
직장을 옮기기엔 세나에게도 부담이 갈 수 있었기에.
‘혹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고.’
거기다 한강은 순위 2위와 승점 12점 차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다.
대이변이 없는 한은 자신은 계속해서 골을 넣을 것이고 팀은 k리그1으로 어려움 없이 승격할 것이다.
‘가장 깔끔한 시나리오라고.’
아무런 증명도 하지 않은 자신을 거둬들인 한강에 애정이 있는 것도 응당 당연했다.
하지만 활약 대비 연봉이 과하게 짰다.
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날 고기 방패로 써먹었잖아요?”
“무, 무슨?”
“옛 제 과거를 홍보용으로 들먹여서 관중의 관심을 사게끔 만드는 거. 그것도 거의 날 마다 말이야. 못하면 그냥 오지게 먹는 거였지. 제가 잘해서 망정이죠.”
보통은 속에서나 하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입 밖에 꺼내자 뻔뻔한 구단주의 얼굴도 대번에 뻘게졌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핫.”
웃음을 띠지만 잔뜩 일그러졌다.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뭐, 거기까지야 넓은 마음으로 가벼이 넘길 수 있습니다. 나였으면 애초에 나같이 검증 안 된 선수는 영입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솔직히 재계약을 미뤄도 너무 미뤘어요. 저, 섭섭했다고요?”
“그거야 구단 내 세부 회의를 거쳐야 했기에...”
단장이 거들었으나 인구는 그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불쑥 갑자기 재계약을 제시하신다?”
인구는 콧잔등을 찡긋거리다 말고 탁! 소리나게 제 무릎을 손바닥으로 쳤다.
“딱 봐도 몸값 부풀리기네. 팔아치울 수 있을 때 더 비싸게 팔아치우려고! 어린 애도 눈치채겠어요. 처음엔 간 보다가 지금에서야 발등에 불 떨어진 거 아니야?”
“아니, 아니지.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넌 팀 내 핵심이잖아. 한강 팬들은 다 우리 마인구 선수가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구단주인 난 이를 들어주고자 하는 거야.”
강경민은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속은 엉망이었다.
‘속이 들춰진 기분이야.’
인구는 차분히 말했다.
“2년, 3년 계약도 아닌 1년 단기 계약을 제안한 것만 봐도 뻔하잖아요.”
한강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인구 그 역시 구태여 마음을 주고 싶진 않았다.
곧 그는 팔짱을 꼈다.
“뭐어, 그것도 구단주시니까. 이해합니다. 구단주는 구단 경영에 힘써야 하니까요. 돈 굴릴 수 있으면 아낌없이 굴려야 하고.”
이제 더는 우겨봐야 밉보이기만 할뿐이었다.
속이 낱낱이 까발린 강경민은 잠깐 한숨을 후우! 쉬고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얼마를 원하는데? 얼마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줄 건데?”
인구는 미간을 좁힌 채 고심에 빠졌다가 말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 한..., 연봉으로 최소 5억 4천만 원은 받아야 할 거 같은데?”
구단주가 반말을 하니 인구 그도 이제 자연스레 말을 놨다.
< 032. 멋진 아빠란 (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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