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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3. 멋진 아빠란 (20)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3화 멋진 아빠란 (20)
경기 직전부터 라파엘 배니테즈 사단은 수차례 설전이 오갔었다.
그건 원정길에 오르기 전날에도 다르지 않았다.
바로 마인구의 선발 여부를 두고서.
공격전담 코치, 닐슨 오클리는 회의장에서 말했다.
“마인쿠를 비롯해 올 시즌 영입한 선수들은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번 라운드에선 제외시키시죠.”
곧장 수비전담 코치 애런 롤백이 반박했다.
“최근 경기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뭐요?”
“마인쿠는 훈련장에 발을 들인 첫 경기에서부터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치러진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스트라이커가 두 번이나 골을 넣었는데, 팀에 녹아들고 말고가 뭐 있겠습니까?”
“첫 번째는 연습경기였고, 그건 선수들이 방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프리시즌 역시..., 솔직히 무의미하고요. 3부 리그 소속 팀과의 경기가 아니었습니까?”
공격전담 코치, 닐슨 오클 리가 받아치자 뒤이어 그의 의견을 지지하는 자들이 살을 보탰다.
“솔직히 우린 공격 자원이 넘쳐납니다. 크리스티안 아추도 있고, 아유세 페레즈. 그리고 살로몬 런던도 있지요.”
“거기에 호샐루까지. 단순 몸값만 봐도 넷 모두 마인쿠를 압도합니다.”
마인구의 몸값은 100만 파운드(한화 16억)였다.
그에 반해 살로몬 런던은 1200만 파운드(한화 196억).
지난 시즌 내내 벤치만 데우던 호샐루는 800만 파운드(한화 131억).
크리스티안 아추는 650만 파운드(한화 107억).
“그리고 우리의 핵심 스트라이커이자 윙어인 아유세 페레즈는 3000만 파운드(한화 494억)의 가치를 지닌 선수지요.”
아유세 페레즈는 팀이 강등된 순간 수많은 오퍼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뉴캐슬을 위해 남았던 선수였다.
물론 구단주는 팔고싶어 했지만.
수비전담 코치, 애런 롤백은 재차 반박하려 했다.
“고작 선수 몸값이 높다고 해서 기량도 출중하다는 건...!”
“평균적으론 그렇지요. 일단 검증되지 않은 선수와는 달리, 이 유럽 무대에 검증은 됐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런던과 페레즈를 선발로 내세우고, 벤치에 호샐루, 아추를 둬야 합니다.”
닐슨 오클리는 자신감에 깃든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호샐루는 연계 플레이에 능하고 아추는 빠른 발을 활용한 카운터가 가능하죠. 기존 선수들이 전반전, 후반전 간에 상대의 체력을 빼놓은 후, 카운터용으로 투입시키기 아주 적절합니다!”
오클리는 쓴 것을 먹은 것마냥 덧붙였다.
“물론, 저도 봤습니다. 마인쿠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는 것을요. 적어도 새로 영입한 선수 중에선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죠. 하지만 그 포지션엔 경쟁 자원이 너무 많습니다.”
오클리는 말했다.
당장 7명의 벤치 자원엔 아추와 호샐루가 반드시 자리해야 한다고.
“그 외에도 윙어 자리에 제이코 머피, 호베르투 케네지, 마르틴 셰어, 멧 리치 등이 있죠. 이 선수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오클리는 이제 상석에 앉아있는 라파엘 배니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감독님. 불확실함보다는 그래도 검증된 자원을 기용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마인쿠는 조금 더 지켜보고 말입니다.”
그런 오클리는 속으로 확신했다.
‘굳이 이렇게 설득하지 않아도..., 그러실 거잖아요?’
오클리가 아는 라파엘 배니테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실험을 좋아하라하지 않음은 둘째치고, 유망주, 또는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까탈 했으니.
마치 낯가림이 심해 친해지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후훗.’
오클리는 주변을 한 번 살피곤 속으로 승리자의 웃음을 흘렸다.
수비전담 코치를 비롯해 제 의견에 반박했던 이들이 그새 합죽이가 되었다.
이미 그들도 라파엘 배니테즈가 자신이 제안한 의견에 동의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허나, 잠자코 듣고 있던 라파앨은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마인쿠는 로테이션 멤버에 포함한다.”
* * *
약 1만 7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경기 시작부터 열띤 함성을 펼치고 있었다.
‘브렌트포드여어어! 우리는 서런던의 왕이라네!’
‘켄 쿠트! 짐 타워스라는 레전드가 뛴 구단이 바로 우리 브렌트포드지이이!’
라파엘 배니테즈는 브렌트포드 감독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며 뉴캐슬의 벤치로 향했다.
뉴캐슬의 선발 라인업은 이랬다.
4-4-2 플랜으로 최전방 살로몬 런던(29세), 아유세 페레스(25세.)
중원은 존조 셀비(26세), 호베르투 케네지(22세).
좌우 윙어는 제이코 머피(23세), 멧 리치(29세).
포백은 하비에르 만키오(24세), 키어론 클락(29세), 자말 라셀스(27세), 디안드루 예들린(25세).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29세)가 착용했다.
벤치엔 7명의 로테이션 자원들이 있었다.
공격 자원인 크리스티안 아추(26세),
미드필더 롤란드 아룬스(23세).
미드필더 모하메드 디아메(31세).
센터백 파비안 세어(27세).
풀백 폴 다밋(27세).
골키퍼 프래디 우드먼(21세).
그리고 마인구(27세)까지.
“객관적인 전력만 본다면..., 호각입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다가가자 곧장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가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대로 이제 뉴캐슬은 3년째 챔피언십에 머물러있는 브렌트포드와 선수단 댑스 수준이 비슷해졌다.
라파엘 배니테즈의 눈 밑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그만큼, 우리가 가파르게 몰락해가고 있다는 소리지.’
실제 언론의 예상 순위 집계에서도 뉴캐슬은 10위. 브렌트포드는 9위를 기록했다.
그때였다.
“개인적으로,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느닷없는 칭찬에 라파엘은 던컨 이클스를 보았다.
“뭐가 말인가?”
“마인쿠를 벤치에 앉힌 거 말입니다. 선발로 투입시키지 않고서, 일단 벤치에서 대충이나마 경기 흐름을 익히게끔 하신 거요.”
공격전담 코치 닐슨 오클리나 기존 코치들이 들었다면 놀랄만한 소리였다.
대다수 코치들은 라파엘이 마인구를 벤치에도 앉히지 않으리라 판단했으니.
하지만 수석코치의 말처럼, 오늘의 라파엘은 달랐다.
“아주 간만에, 느꼈거든.”
어느덧 그는 뒤쪽 벤치 쪽에 은근한 시선을 두며 말했다.
시선 끝엔 검은 머리칼을 멋들어지게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가 한 손에 낙서로 도배된 축구화를 든 채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던컨 이클스의 물음에 라파엘은 나직하게 답했다.
“2008년에 난 한 선수를 영입했지. 페르난도 토래스를. 그런데, 당시 난 단번에 녀석의 경기를 보고 심취해버렸어.”
라파엘은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이 본 토래스는 불터치가 투박했고, 개인기나 드리블이 그리 특출나게 좋은 편도 아니었다고.
반면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능력과 위치선정 선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말이다.
“그런 기타 능력들을 떠나..., 처음 본 순간부터 확신이 어렸지. 아, 저놈. 리버풀의 레전드가 되겠구나, 라는.”
라파엘은 인구를 향한 두 눈을 떼지 않으며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그런데 저놈한테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단 말이지. 생긴 것도 다르고, 플레이 스타일도 다른데 말이야. 내 축구 인생에서 두 번째로 요상한 느낌을 받았다니까.”
* * *
대부분 언론 매체는 브렌트포드의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브렌트포드는 경기 시작부터 뉴캐슬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다.
툭, 탓!
[짐 쿠트! 아이반 워스의 패스를 받아 좌측 하프에서부터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쏴아아아!
[아아! 뉴캐슬의 미드필더 존조 셀비가 몸을 던지는 측면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하려 하는..!]
[오오! 폴짝 뛰어넘어 무력화시키는 짐 쿠트으!]
투웅!
[쿠트! 에어리어 좌측 깊숙이 올라가자마자 문전으로 러닝 크로스를...!]
우다다다다다!
페널티 박스로 순식간에 침투한 브렌트포드의 장신 공격수 킨 포터는 힘껏 뛰어 머리를 휘둘렀다.
타앙!
함께 뛴 뉴캐슬의 센터백 자말 라셀스가 무안할 만큼 낙하한 공은 정확히 포터의 머리를 맞고 크로스바 아래로 뚝 떨어졌다.
치익!
[오오! 뉴캐슬의 골키퍼 두바라파카! 가까스로 손끝으로 공을 크로스바 뒤쪽으로 걷어내는 데 성공합니다아!]
오우우!
단체로 기립해 있던 브렌트포드 서포터즈들이 머리를 감싸며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반대로 원정길에 오른 툰들은 간담을 쓸어내렸다.
그들은 금세 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브렌트포드의 미드필더 헨리 쿠드! 뉴캐슬의 롤란드 아룬스에게서 볼을 탈취하며 역습을 가져갑니다아아!]
[오오! 브렌트포드! 대다수의 선수들이 발 빠르게 뉴캐슬 진영으로 파고드는데요오오!]
결국 전반전 23분.
타앙!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스트라이커 짐 쿠트으으!]
[왼쪽 에어리어에서 뚝 떨어진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 짓습니다아아!]
[스코어 1 : 0! 강하게 몰아붙이는 브렌트포드를 상대로 뉴캐슬이 경기 초반부터 크게 고전하는 군요오!]
* * *
전반전 43분.
경기는 브렌트포드의 일방적인 공세의 연속이었다.
한편 벤치에 앉은 인구는 아까부터 손에 든 축구화를 보며 히죽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얬던 축구화엔 검은색 유성펜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뭉게구름. 그리고 자그마한 집.
마인구라고 적혀있는 남자 하나.
세나가 전날 그려준 그림이었다.
인구는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우리 세나.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던 거야?’
“대체 그게 뭔데 그래?”
그때, 옆에 있던 부주장, 폴 다밋이 아까부터 축구화를 보며 헤픈 미소를 띠는 인구를 향해 참다못해 물었다.
‘무슨 그림인지도 모르겠네.’
몽땅 구불구불한 게 낙서가 아닌가 싶었다.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골드부츠.”
그런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의 첫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대개는 떨리는 게 정상이건만.
‘전혀 떨리지가 않아.’
그 이유가 어쩌면 이 하나밖에 없는 축구화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림, 긴장보다는 행복감, 뿌듯함, 더 나아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망을 샘솟게 해줬으니.
* * *
후반전이 되어서도 뉴캐슬은 브렌트포드의 공세에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퍼억!
“크윽!”
중원의 롤란드 아룬스는 브렌트포드의 헨리 쿠드와의 어깨싸움에서 밀렸다.
그럼에도 끝까지 볼을 지켜내려 했으나,
툭!
“제길...!”
아룬스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 브렌트포드의 또 다른 미드필더가 측면에서 들이박아 제게서 공을 강탈한 것이다.
타앙!
[오오! 길게 로빙 패스를 차올립니다아! 브렌트포드! 단번에 빅찬스를 맞이...!]
툭!
촤라락!
[고오오오오오올! 짐 쿠트!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자마자 땅볼로 연결된 공을 오른발 발끝으로 툭 건드려 추가 골을 작렬합니다아!]
[브렌트포드으으! 뉴캐슬을 기어이 침몰시키네요오오오!]
[충격에 빠진 툰들 좀 보십시오오!]
[아아...! 일부 팬들은 벌써부터 관중석을 떠나가고 있습니다아아!]
후반전 10분 스코어 2 : 0이 되었다.
찡그린 얼굴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라파엘 배니테즈는 결단을 내렸다.
곧 그는 벤치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인쿠. 준비해.”
* * *
[살로몬 런던 OUT, 마인구 IN]
[라파엘 배니테즈가 경기 내내 보이지 않던 살로몬 런던을 빼고 마인쿠를 투입시킵니다!]
[첫 원정 데뷔전을 갖는 마인쿠 선수! 의외의 투입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해설진의 반응과 별개로 툰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추격 골을 넣어도 모자랄 시간에 신입생이자 듣보 마인구를 투입시켰으니.
“헤이! 라파엘! 벌써 경기를 포기한 거냐아!? 어어?!”
“차라리 호샐루를 벤치에 앉히지 그랬어어!”
“아추! 아추를 투입시켜야지 이 멍청이!”
거의 승리를 확실시하고 있는 브렌트포드의 감독 필 네트는 실소를 머금었다.
“마인쿠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수석코치를 통해 최근 영입된 선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신경 쓰지 않았다.
변방에서도 변방 출신의 선수가 아닌가.
누가 봐도 즉 전력감의 선수가 아니었다.
“뉴캐슬도 다 죽었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라파엘 배니테즈가 일찍이 이 경기를 포기했음은 물론, 어떡해서든 경질되고 싶어서 발악 아닌 발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후반전 12분.
인구가 교체투입 된 지 고작 2분 만에 추격 골을 성공시켰으니까.
< 043. 멋진 아빠란 (2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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