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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4. 마! (1)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4화 마! (1)
조금 전.
득점은 눈 깜짝할 사이에 터졌다.
브렌트포드의 중앙 미드필더이자 핵심, 헨리 쿠드는 패스를 받자마자 치고 달리기를 시전했다.
바로 그때였다.
툭!
“뭣?”
공을 짧게 찬 그 순간에 검은 그림자가 눈앞에 엄습했다.
슉!
이어 그대로 공과 함께 자신을 가로질렀다.
“미친!”
뒤늦게 헨리 쿠드는 상대가 조금 전 교체 출전한 마인구라는 것을 인지했다.
인구는 스트라이커면서 하프라인에 내려앉아 있었다. 전반전 벤치에서 쭉 관찰한 결과, 헨리 쿠드가 중앙에서 치고 달리기를 선호한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으니까.
‘거기다, 터치가 길어.’
그렇듯 인구는 뒤쪽에서 어설렁거리며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다 한순간 스퍼트로 뛰쳐나가 쿠드의 발밑과 공이 떨어진 타이밍을 노려 인터셉트를 성공시켰다.
거기서부터 브렌트포드의 진영은 일시에 붕괴됐다.
브렌트포드 디펜시브 아래에 머물러있던 두 센터백 아론 스톤과 리 도슨은 움찔거렸다.
툭, 투욱, 투우욱!
인터셉트에 성공하자마자 뉴캐슬의 카운터 공세가 시작되었으니.
인구가 공을 길게 차내며 전력으로 달려들었고, 좌우, 하프 사이에서도 뉴캐슬 선수들이 득달같이 뛰어들었다.
순간 마크해야 할 대상에 혼란이 올만큼 그 수는 많았다.
그나마 베테랑 센터백, 아론 스톤은 빠른 판단을 내렸다.
‘결국은 공을 소유한 놈을 막아야지!’
생각과 동시에 외쳤다.
“리! 넌 페레즈를 견제해!”
“오케이!”
파트너 센터백에게 후위를 맡긴 아론 스톤은 필드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대인방어로 인구를 저지할 계획이었다. 최소한 패스 및 슈팅 각도라도 죽을 참으로.
‘다행히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아!’
인구의 공을 차고 달리는 속도는 평균적임에 지나지 않았다.
아론 스톤은 최대한 빠르게 접근해 공을 컷트하리라 자신했다.
그렇게 페널티 아크 아래, 두 사람이 약 한 걸음 차 간격까지 붙었을 때였다.
투웅!
일시에, 인구는 디딘 왼발 스터드를 뒤틀어 보다 더 스퍼트를 끌어올렸다.
“말도...!”
아론 스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한 걸음 차에서 왼발 프런트 태클을 가하려는 찰나, 인구가 오른쪽 배후 공간을 불시에 파고든 거다.
스톤은 그가 공과 함께 바로 옆을 지나칠 동안 경직된 채 고개 한 번 돌리지 못했다.
머릿속은 엉망이 되었다.
한 걸음 차에서 녀석은 방금, 혼자서만 빨리감기 된 것마냥 속도가 배로 붙었으니.
[오오오! 마인쿠우우우우!]
해설진은 부지불식간에 센터백을 제친 인구를 향해 벌떡 일어나 외쳤다.
“막아! 막으라고오!”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케일 힐론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때맞춰 최후방 센터백, 리 도슨이 막 에어리어로 발을 들이는 인구를 마크하려 했지만,
퍼억!
“어디 가려고?”
“이 새끼가...!”
뉴캐슬의 또 다른 스트라이커, 아유세 페레즈가 왼 다리와 엉덩이를 크게 집어넣어 그 앞길을 막아섰다.
“꺼져!”
퍼억!
190cm에 달하는 피지컬을 갖춘 만큼, 도슨은 이를 악물며 페레즈를 힘으로 밀어냈다.
직후 슬라이딩 태클이라도 할 기세로 인구를 향해 사선 방향에서 힘차게 달려들었다.
허나, 인구는 그 정도 시간 지연이면 충분했다. 그는 속도가 붙은 그대로 오른발 인스텝 슈팅을 때렸다.
타앙!
슈윽!
“!”
최후방 수비수, 도슨의 동공이 아래위로 들썩였다.
눈 깜짝할 새 인구의 발등에서 쏘아진 공이 흩날리는 머리끝을 아슬하게 스쳐, 촤락하고 골망을 물결쳤으니.
* * *
“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 방문한 원정팬, 툰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를 내질렀다.
“뭐, 뭐야!”
“누가 골 넣은 거야? 응? 누가 골 넣은 거냐고!”
실망한 나머지 일찍이 관중석을 떠나려 했던 툰들은 돌아서 반문했다.
이윽고 득점의 주인공이 마인구라는 것에 그들은 방방 뛰며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박수와 함께 외쳤다.
마! 마! 마! 마! 마! 마! 마!
“예에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조마조마해 하던 라파엘 배니테즈는 추격골이 터지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짧게 포효했다.
코치들은 그새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라파엘은 곧장 정신을 차리고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지금처럼! 딱 지금처럼만 하면 돼! 자말! 조금 더 라인을 내려서 미드필더랑 간격을 좁히도록!”
“제이크! 멧! 카운터 시엔 연습한 대로 중앙보다는 사이드로 치고 올라가! 방금처럼 말이야!”
라파엘의 심장은 방방 뛰고 있었다.
그 두 눈은 어느덧 셀러브레이션 대신 공을 안아 들고 하프라인으로 뛰는 검은 머리 청년, 마인구에게 고정됐다.
그가 합류한 시기는 굉장히 짧았다.
고작 전술 훈련이라고 해봐야 일주일 정도 소화한 게 다일 만큼.
그런데도 방금, 녀석은 공격의 중심이 되더니 기어이 날카로운 창 역할까지 해냈다.
과정에서 똑똑히 보았다.
‘선수들이 따랐다!’
문득, 며칠 전 일화가 떠올랐다.
* * *
라파엘 배니테즈는 활짝 열린 집무실 블라인드 너머, 한 선수가 여러 선수를 앞에 두고 지시하는 것을 보았다.
“마인쿠?”
자율 훈련 시간을 부여했건만, 검은 머리 동양인 인구는 삐딱하니 서서는 동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라파엘 감독이 선호하는 플레이가 어떤지 알겠어. 수비며, 미드필더 간에 간격을 좁혀서 수비에 보다 중점을 두지.”
“컴팩트하게 라인과 라인 사이를 좁혀서 상대에게 공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주요 포인트야.”
리버풀 때는 반대였다.
그 당시엔 라인 자체를 올린 채 공격, 미드필더, 수비수 간에 간격을 좁혔으니까.
이 탓에 뒤가 털털 털리는 경우가 잦긴 했다.
털린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골을 기록했고 말이다.
하지만 뉴캐슬은 전체적으로 선수 수준이 그때보다 낮은 만큼 반대로 라인을 내린 채 컴팩트한 대형을 유지한 거다.
“그리고, 수비, 수비, 또 수비만 하다가 역습 카운터로 상대를 한순간 무력화시키는 거지.”
그랬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촘촘한 간격 속에서 한순간의 카운터 어택을 구사하는 것을 좋아라했다.
이는 리버풀 시절, 페르난도 토래스의 기량을 만개하게 한 전술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뉴캐슬에선 이러한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았다.
라인을 내린 게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선수의 기량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인구는 내리쬐는 햇살 아래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내가 시발점이 될게.”
“시발점이 된다고?”
주장인 자말 라셀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몇몇 선수들의 두 눈엔 미심쩍음이 자리했다.
또 다른 몇몇은 듣는 둥 마는 둥.
당연한 반응이었다.
마인구는 합류한 지 며칠 되지 않았기에 선수단 내 영향력이 전무하다 할 수 있었으니.
몇몇은 얘가 지금 우리 불러 세워놓고 뭐 하는 거야? 라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아마, 내가 투입될 시기엔 우리가 밀리고 있는 상황일 거야. 마음같아선 선발로 뛰고 싶은데. 그건 좀 이른 감이 있으니. 어찌 됐든 투입되면 나를 중심으로 역습 카운터를 가져가 보자~는 말이지.”
몇몇 이들은 네가 투입될 일은 없을 거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라파엘은 뻔뻔하고도 능글스런 인구를 보며 작게 감탄했다.
‘리더십이 있군.’
일단 선수들을 자기 앞으로 불러들인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계속해서 말했다.
라파엘 배니테즈의 전술 특성을 너무나 세세히 말하는 인구에 어느덧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선수들까지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라파엘은 두 눈에 이채를 보였다.
‘지능적이기까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구는 팀 내 개개인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아주 능수능란하게 말을 이었다.
“아유세. 넌 스피드가 뛰어나잖아. 그러니까 내가 공을 소유하면 어떡해서든 박스 안으로 뛰어가. 분명 수비수, 한, 두 명은 너한테 붙겠지.”
“멧. 넌 왼발 킥 능력이 출중해. 반면에 돌파력은 썩 좋지 않으니까, 디안드루. 네가 어그로를 좀 끌어주면 되겠네.”
“내, 내가?”
“응. 팀 내에서 너보다 빠른 선수는 없잖아.”
“하, 하긴 그렇지. 후흣.”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이들 중 한 명이었던 예들린이 칭찬에 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레 선수에게 달달한 당근을 먹이며 보다 제게 집중하게 만든 인구였다.
그는 덧붙였다.
“넌 사이드가 아니라 우측 하프 깊숙이 뛰어들어. 크로스 능력이 다소 떨어지니 언더래핑으로 파고 들 거다! 라는 미끼를 상대에게 던지는 거지. 나 냅두면 직접 득점 노릴 수 있어! 라고.”
인구는 말했다.
예들린에게 분명 또 수비가 붙을 거고, 그렇게 되면 멧 리치에게 사이드 깊숙이 파고들어 왼발 크로스를 올릴 공간과 찬스가 나올 거라고.
이후로도 인구는 개개인의 장, 단점을 읊으며, 또 라파엘의 전술 특성 안에서 설명에 설명을 더했다.
라파엘처럼 선수들 또한 감탄에 이를 지경이었다.
‘어떻게 나에 대해 이렇게 잘 알지?’
‘이 녀석 대체 뭐야?’
‘얘 이번에 영입된 선수 맞아?’
끝에서 인구는 얼굴께에 손가락 몇 개를 펴 보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것만으로 여러 가지 공격 옵션이 파생되는 거야. 단 한 번의 역습 카운터로 말이지. 라파엘 감독이 진정 원하는 그림인 거고.”
그게 인구가 팀에 합류한 지 3일째 되던 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선수단을 전부 파악했던 거고 말이다.
* * *
축구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스포츠라 할 수 있었다.
자기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가 있다면, 또 팀에 이로움까지 준다면 자연스레 따라가기 마련이었으니까.
‘새끼들.’
인구는 짧게 짧게 숨을 토해내며 동료들의 위치를 일일이 살폈다.
막 투입했을 당시엔 자신은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 어느덧 그들은 틈틈이 제 위치를 살피고 있었다.
‘방금 전 득점도 혼자서 해냈기보다는 협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다.’
지난날 짧게 짧게 교육한 보람이 있었다.
‘중앙에서 치고 달리는 순간에 내가 말 한대로 녀석들이 따라 침투해줬어.’
무지성 침투가 아닌, 개개인에게 공이 넘어갈 시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코스로 뉴캐슬 선수들은 뛰어들었다.
그로 인해 브렌트포드 수비수들은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제 앞길을 막는 수비수는 고작 한 명이었던 거고 말이다.
더욱이, 인구는 여실히 깨닫고 있었다.
‘나, 여기서도 먹히는 것 같은데?’
체력이야 k리그2에서 충분히 키웠으니 하등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렇듯, 추격 골을 성공시킨 것만으로 마인구는 뉴캐슬 공격 탄두가 되어있었다.
[마인쿠! 좌측 사이드에 빠져있다가 말고 에어리어로 방향전환을 시도합니다!]
타앙!
[뉴캐슬의 존조 셀비의 칩패스으!]
[인쿠우! 달려든 풀백을 등지고서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연결받는데요오오!]
툭!
인구는 바짝 붙은 상대 풀백, 앙소니 노스의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대신, 우측 반대 에어리어로 뛰어든 아유세 페레즈에게 사이드 패스를 찔러넣었다.
퍽!
스윽!
동시에 엉덩이를 쏙 빼 앙소니 노스의 중심을 흩트리곤 에어리어로 재차 주파했다.
‘빠, 빨라!’
노스는 순간 인구의 스퍼트에 화들짝 놀랐다.
평상시 속도와는 다르게 상상 이상으로 빨랐던 거다. 미처 손을 뻗을 새도 없을 만큼.
타앙!
아유세 페레즈는 우측 페널티 스퍼트까지 접근해 슈팅보다는 다시금 반대 포스트로 롱볼을 띄웠다.
그새 뒤쪽으로 풀백이, 앞쪽으로 센터백이 붙었으니까.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케일 힐론은 골라인에서 불쑥 뛰쳐나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금방 그 입에선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fuck...!”
타앙!
활어처럼 솟구친 인구가, 힐론이 내지른 손끝보다 먼저 낙하한 공을 이마 정중앙에 내리꽂듯 때려 맞춘 것도 그 순간이었다.
투읏-! 촤락!
< 044. 마!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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