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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5. 마! (2)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5화 마! (2)
뉴캐슬어폰타인을 연고로 한 툰들은 지금 순간이 믿기 지가 않았다.
“어어억...!”
“오오옷...!?”
“으오오오옼!”
그들은 저마다 입을 쩍 벌린 채 숨죽였다.
눈 깜짝할 사이 브렌트포드 풀백의 배후를 파고들다 못해 박스 안까지 침투한 인구가 무시무시한 점프 헤더를 시도했으니까.
그 높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케일 힐론이 뻗은 손끝보다도 그 이마가 반 뼘 정도 더 높았을 정도로.
해설진은 탄성을 터뜨렸다.
[오옷! 로날두를 보는 것 같은 엄청난 점프 헤더어어!]
때마침 아유세 페레즈의 롱볼은 그 이마로 뚝 떨어졌고,
공중에 뜬 인구는 허리와 함께 머리를 뒤로 당겼다가 말고 힘껏 앞으로 퉁겼다.
타앙!
그걸로 끝이었다.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골키퍼의 좌측 엄지를 비켜 간 공은 우측 포스트 바닥으로 강렬하게 꽂혔다.
이어 공은 투읏-! 골라인을 쓸어내더니 기어이 뒤로 솟구쳐 포스트 안쪽 골망을 촤락! 하고 물결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엉덩이를 들썩이며 이 장면을 주시하던 해설진은 벌떡 일어나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소리쳤다.
[멀티골! 후반전 교체투입되어 멀티골을 작렬시킵니다아아아아!]
[뉴캐슬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에요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숨죽였던 팬들은 단체로 두 팔 벌려 우렁찬 환호를 내질렀다.
반대로 브렌트포드의 홈팬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충격에 빠진 얼굴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축제 분위기였던 그들은 굳은 얼굴로 현실을 부정했다.
“맙소사..”
“오 마이 가쉬...!”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폴짝 뛰었다가 애먼 허공만 휘저은 골키퍼, 케일 힐론은 주저앉아 주먹으로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fuck! fuck!”
한순간의 역습에 2차례 일격을 허용했다는 것에 브렌트포드의 수비수들은 반쯤 혼이 나간 얼굴들이었고 말이다.
“으하핫!”
“예에에에에!”
“내가 말했지! 잘 할 거라고! 먹힐 거라고오!”
뉴캐슬의 벤치에선 추격 골 때보다 더한 반응이 나왔다.
코치들을 비롯, 벤치에서 일어나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까지 뛰쳐나온 것이다.
인구의 투입을 반대했던 닐슨 오클리는 입씨름을 벌인 코치 애런 롤백과 껴안으며 기쁨을 공유했다.
“당신 말이 맞았어! 당신 말이 맞았다고오!”
라파엘 배니테즈도 이번만큼은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는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어퍼컷 세레머니를 연타로 날렸다.
“예에! 그렇지! 그렇지이! 바로 이거지이이이!”
해설진은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양 팀의 극명히 갈린 반응을 보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승리를 확실시하던 브렌트포드였습니다만...!]
[단 한 선수! 단 한 선수에 의해 경기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후반전 20분 만에 추격 골에 이어 동점 골을 작렬한 인구는 툰들이 있는 코너 플래그를 향해 천천히 뛰어갔다.
척! 와락!
도중에 동료들은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너 이 새끼!”
“이리와! 그냥은 못 가! 응?!”
멀찍이 있던 센터백이자 주장, 자말 라셀스까지 인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어느덧 코너 플래그 앞에 서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활짝 편 두 손을 귓가에 가져갔다.
그리고 슬그머니 입꼬리까지 끌어올린 그는 툰들에게 반문했다.
“뭐라고? 안 들리는데? 함성이야, 비명이야?”
자리한 툰들은 세상 그 미소가 천사의 미소처럼 와닿았다.
단연 그들은 인구의 물음에 화답해주었고 말이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스타디움이 떠나갈 것 같은 함성 뒤에 그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 성과 함께 박수를 연달아 쳤다.
마! 짝! 마! 짝! 마! 짝! 마! 짝! 마! 마아-! 짜악! 마아아-! 짜아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의문과 역정을 내던 툰들은 이제 마인구를 위한 광신도로 변모했다.
여기에 더해 인구는 신고 있던 축구화를 벗어 자신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는 중계 카메라를 향해 얼굴과 함께 가져갔다.
그는 칭찬해달라는 듯이 외쳤다.
“세나! 보고 있지? 우리 딸! 아빠 골 넣었어! 두 골이나!”
끝에서 인구는 자신의 뒤쪽에서 열정적으로 들썩이는 툰들을 가리키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또 넣을 거야! 지켜봐! 아빠가 우리 딸한테 첫 승리를 선물로 줄게!”
집에 있을 딸이 이 순간 어떤 반응을 할지 상상이 돼 웃음보마저 터졌다.
분명, 코이뜨~!(Come on you spurs) 라고 화답할 테니.
그건 토트넘을 응원하는 구호이니, 조만간 정정해줘야 할 것 같았다.
* * *
후반전 20분 만에 터진 뉴캐슬의 동점 골에 브렌트포드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비에서의 집중력부터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브렌트포드의 핵심 미드필더 헨리 쿠드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기까지.
‘갑자기 바뀌었어!’
전반전만 해도 브렌트포드는 자신을 필두로 매서운 공세를 펼쳤다.
중원에서도 쉼 없이 압박하며 승리를 따냈고 말이다.
그런데 후반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정확히는 마인구가 투입된 시점부터.
[헨리 쿠드에게 연결된 공!]
공이 연결된 순간마다 그는 전반전엔 곧장 공을 몰고 뛰쳐나갔었다.
말 그대로 공격의 시발점이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그럴 수가 없었다.
[아아! 헨리 쿠드. 센터 서클 아래에서 공을 소유한 채 우물쭈물 거리는 데요!]
이유야 간단했다.
‘이 새끼들...!’
뉴캐슬의 미드필더, 존조 셀비부터 교체투입 된 롤란드 아룬스 등이 지근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자신이 언제든 공을 차고 나가기를 기다리기를 바라며.
그때 뒤쪽, 브렌트포드의 디펜시브 라인에 머물러있는 검은 머리 동양인은 외쳤다.
“저 새끼 또 뛰쳐나간다! 잘 봐! 볼 터치 기니까 그대로 한 칸 뒤에서 머물러있다가 돌파하려 하면 그냥 뺏으면 되니까!”
으득!
이가 갈렸다.
‘저 놈...!’
등 번호 28번의 스트라이커, 마인구였다.
오늘 처음 본 녀석인데 놈은 자신의 문제점을 대번에 간파했다.
이른 실점도 저놈이 드리블 치는 자신의 공을 뺏으면서부터 시작된 거였다.
그 탓에 헨리 쿠드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굼떠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놈은 스트라이커면서 실시간으로 지령까지 내리고 있었다.
“오케이이이! 다들 잘하고 있어!”
“제이코!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와!”
“하비! 넌 뒤로 물러나서 역습에 대비하고!”
“헤이! 자말! 조금 더 내려가서 커버해!”
손동작으로 공수 간격까지 조율하고 있던 거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조율만으로 브렌트포드의 공세가 뚝 멈췄다는 것.
지금에서 헨리 쿠드는 혼란한 얼굴로 의문을 표했다.
“저, 저 미친놈은 대체 뭐야?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데?”
툭!
상념에 빠진 사이, 그만 존조 셀비의 기습적인 태클에 공을 강탈당했고 말이다.
* * *
원래라면 경기 며칠 전 상대 선수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법이었다.
허나 마인구를 향해선 정보랄 게 없었다.
아예 관심 밖의 인물이었으니까.
하물며 툰들에게 까지도.
브렌트포드 감독은 인구를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대신 다른 선수들을 견제했다.
[살로몬은 등지는 플레이에 능한 것 말고는 보잘것없으니까. 아유세 페레즈를 보다 견제하도록 해.]
[혹여나 후반전에 호샐루가 투입되면, 아론 네가 밀착 마크하도록. 고공에 조금 더 신경 쓰고 말이야.]
딱 이러한 지침이 전부였다.
실제로 살로몬 런던은 등지는 것 말고 보여준 거 없이 교체아웃되었다.
애초에 브렌트포드 전력분석관 중에서도 누구 하나 마인구가 교체로라도 투입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래도, 센터백 아론 스톤은 인구의 움직임을 토대로 실시간으로 그의 스타일을 나름 분석해냈다.
첫 번째 득점은 오른발로 넣은 것이었다.
‘슈팅 시 동작이나 정확성, 세기. 다 좋았어.’
그런 만큼 오른발잡이지 않을까 싶었다. 선수 중엔 오른발잡이가 다수이기도 하니까.
‘패스도 오른발로만 하고 있잖아.’
슈팅이나 길게 찔러준 패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랬다.
툭!
자신을 등지고 있다 말고 인구는 오른발 밑으로 흘러온 공을 다시 오른발로 좌측 사이드를 향해 보냈다.
[디안드루 예들린! 그대로 가랑이 사이로 공을 통과시키더니..., 멧 리치에게 연결된 공...!]
타앙!
우측 사이드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멧 리치는 어김없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순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기회를 엿보던 뉴캐슬의 존조 셀비가 빠르게 쇄도해 다이빙 헤더를 시도했다.
타앙!
[존조 셀비의 강력한 헤더어!]
투읏!
다행히, 이번엔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케일 힐론이 손끝으로 쳐냈다.
[힐론! 간신히 손끝으로 걷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걷어낸 공이 하필 박스 바깥에 있던 인구의 발아래로 재차 떨어졌다.
“막아아아아아아아!”
벤치에서 브렌트포드 감독의 짜증이 치민 목소리가 센터백 아론 스톤의 귀에 쏙 박혀 든 것도 그때였다.
‘나도 알아!’
굳이 감독의 외침이 아니어도 이미 반사적으로 몸은 움직였다.
인구의 발아래로 공이 떨어지는 찰나, 한 걸음 차까지 간격을 좁히고 선 것이다.
밸런스는 보다 좌측으로 기울었다.
‘이놈은 오른발잡이다!’
단 한 경기, 풀타임도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만에 녀석이 그냥도 아닌 무시무시한 오른발잡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니 오른발을 필히 붙잡을 필요가 있어!’
동시에 적당히 우측으로도 언제든 튀어나갈 듯 말 듯 하는 페이크성 움직임을 보였다.
상대가 쉬이 돌파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좌우로 흔드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시간 지연을 벌여서 디펜시브 라인을 다시 단단히 정비해야 한다고!’
조금 전처럼 직접 1대1 경합을 시도할 엄두는 내지 못했다.
놈의 순간 대시 스킬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맛보았으니까.
툭!
“...무슨?”
순간 스톤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인구가 발밑에서 공을 제자리에서 굴리다 말고 돌연 왼발 아웃프런트로 가벼이 차 냈다.
거기까진 슈팅 각도를 만들고자 공의 위치를 이동하는 거라 여겼다.
이에 맞서 스톤은 디딘 오른발을 옆으로 옮겨가 다시금 슈팅 각도를 좁히고자...!
타앙!
“!”
채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기도 전, 녀석이 슈팅 스탠스를 취할 새도 없이 아직 떠 있는 왼발 그대로 인사이드로 공을 때려 차버렸다.
반 박자, 아니 한 박자 이상 빠른 슈팅에 아론 스톤의 두 눈은 빠질 것처럼 크게 떠졌다.
‘슈팅 밸런스도 잡히지 않았는데 때린다고?’
왼발로 공의 방향을 전환 직후, 채 슈팅 스탠스를 위해 발을 바닥에 딛기도 전에 기습적인 슈팅을 구사했다.
말 그대로 투 바운드로!
스톤은 힘이 실릴 리 없다고 못 박았다.
‘정확성에서도 크게 떨어질...!’
슈윽!
채, 생각을 잇지 못했다. 날카로운 바람이 우측 불가를 빠르게 스쳤을 때, 스톤은 벌어진 입 밖으로 허- 라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촤락!
공이 자신을 가림막 삼아 그대로, 좌측 포스트 방향에서 우측 포스트 상단 구석으로 확 감겨 들어갔으니까.
휘어짐의 정도가 비정상적이었던 지라 골키퍼는 골라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말고 어깨가 축 처졌다.
그게 골키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 045. 마!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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