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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46화 (4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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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6. 마! (3)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6화 마! (3)

촤락 하고 골망이 물결쳤다.

“오우 쉣...!”

관중석에 자리한 홈팬들은 이제 절망에 빠진 얼굴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반면에 툰들이 자리한 곳은 축제의 장 그 자체였다.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에 이에 펜스 가까이 자리한 팬들은 기어이 펜담장까지 넘어서려 한 것이다.

중계 카메라엔 안전요원이 급히 웃통을 홀라당 벗고 넘어서려는 이들을 저지하는 게 비쳤다.

후반전 투입해 해트트릭을 작성한 인구는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포효했다.

“우어어어!”

하마터면 습관처럼 코이뜨, 라고 외칠 뻔했지만 겨우 참아내며 중계 카메라를 향해 검지 끝으로 콕 찍어 외쳤다.

“보고 있지? 우리 따알?!”

*       *       *

후반전 37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남은 정규시간은 8분. 추가시간까지 부여된다면 대충 10여 분 정도.

단연 2대 3으로 역전된 마당에, 브렌트포드 감독은 고래고래 소리를 쳐댔다.

“올라가아! 볼 끌지 말고 받으면 곧장 다이렉트로 찌르라고오오!”

그의 말마따나 브렌트포드의 디펜시브 지역에서 롱볼이 연결되면 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쳤다.

하필 길게 찬 볼은 고스란히 뉴캐슬 수비수의 발아래 떨어진 것이다.

“아니! 왜! 대체 왜! 신중히 차야 할 거 아니야! 어?! 자신이 없으면 짧게 짧게 전개하던가!”

브렌트포드의 센터백, 아론 스톤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그 얼굴은 균열이 난 것마냥 일그러진 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줏대 없이 흔들리는 동공은 한 선수에 못 박혔다.

‘마인쿠...!’

자신과 엇비슷한 키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순간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1대1 대치 상황에서 섣불리 발을 뻗다간 눈 깜짝할 사이 배후가 털릴 만큼.

그뿐만이 아니다.

‘양발잡이었어...!’

지금에선 배신감마저 느꼈다.

‘저 개새끼가 날 속인 거잖아!’

투입 내내 오른발만 쓰더니, 그건 세 번째 골을 넣기 위한 페이크성 빌드업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노가 치밀었으나 동시에 겁도 났다는 것이다.

녀석이 공을 소유한 채 달려들면, 속절없이 뚫려버릴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했으니까.

‘순간 대시 스킬도 빠른 데..., 발재간도 간결하고 좋아. 거기에 슈팅 속도도 반박자 이상 빠르고...!’

어깨 피딩을 가해도 어지간해선 밸런스가 깨지지 않았다.

꿀꺽!

아론 스톤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런 건 FA컵 대회에서 재수 없게 맨체스터 시티 같은 공격수를 만났을 때나 느껴보던 감정이었으니까.

브렌트포드 감독은 결국 후반전 남은 교체 카드를 몽땅 꺼내 들었다.

[아아! 브렌트포드! 풀백에 이어 중앙 미드필더의 숫자를 줄이면서까지 두 명의 공격수를 새로 투입시키는데요!]

[거의 전방에 5명, 아니 6명에 달하는 공격수가 배치되는군요!]

[어떡해서든 동점 골을 넣겠다, 이거죠!]

“모두 내려앉아!”

라파엘 배니테즈는 이때다 싶어 맞대응 전술을 구사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뉴캐슬 선수들은 마인구만 전방에 두고서 전원 내려앉았다.

발 빠른 대신 피지컬적으로 약소한 아유세 페레즈도 교체해주었다.

[아유세 페레즈가 빠지고 중앙 미드필더 자원인 모하메드 디아메를 투입시키는군요!]

[아아! 뉴캐슬! 지금의 스코어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뉴캐슬은 촘촘한 수비벽을 형성하며 브렌트포드의 무지성과도 같은 공격을 막아냈다.

오히려 브렌트포드의 공격은 공격 숫자를 늘리면서 더욱 단조로워졌다.

타앙!

[아아! 짐 쿠트! 박스 바깥에서 슈팅을...!]

쏙!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아주 손쉽게 두 손으로 잡아냅니다!]

고작 1분 뒤에도.

타앙!

[브렌트포드의 헨리의 대각 슈팅...!]

쏙!

[이번에도 두브라파카가 아주 가볍게 잡아내네요!]

해설진은 브렌트포드의 공격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너무 조급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전방에서 만들어가기보다는 무조건 때리고 보는군요!]

후반전 43분이 되었을 때, 뉴캐슬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는 거의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다.

옆에 있던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도 같은 의견이었다.

“브렌트포드의 저 공격 방식은 오늘 처음 선보인 것 같네요. 단조롭고도, 선수들 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 것 같군.”

수석코치의 말처럼 너무 공을 쉽게 뉴캐슬 측에 넘겨주고 있었다.

나아가 상대는 중원 숫자와 수비 숫자를 줄이면서 배후 공간이 버젓이 드러났다.

조금은 아쉬움이 어렸다.

‘아유세 같은 발 빠른 스트라이커를 남겼어야 했나?’

골키퍼 두브라파카는 빌드업 능력을 갖춘 만큼 역습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아유세가 침투하고 말이야.’

허나 긴장감 속에서도 그 입가엔 티나지 않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

‘마인쿠.’

어느덧 라파엘은 하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인구를 주시했다.

‘굉장하군.’

처음 구단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마인구 선수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박지송, 손흥빈 같은 선수가 이미 EPL에서 활약하긴 했으나 그건 로또와도 같은 기적이었으니까.

‘하물며 성인무대 경력이 얼마 되지도 않는 선수였지.’

한편으론 뉴캐슬의 오랜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가 이제 한물간 게 아닌가도 싶었다.

하지만 막상 녀석을 처음 본 순간부터 라파엘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대개 라파엘이 알고 있는 동양인은 소심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사납게 생긴 것처럼 입단식 인터뷰에서부터 난장을 부렸다.

[“fuck you, stupid, Ah. Yippi kaye mutherfu000.]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던 기자에게 욕이란 욕은 다하더니, 기어이 가운데 손가락까지 들먹인 거다.

[이거나 먹어라.]

당시 해당 인터뷰를 본 라파엘은 그만 웃음보가 터졌었다.

성격적인 부분에선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 상의 모습만으로도 쉽게 포기하고 주저앉을 위인은 아닌 것 같았기에.

더 놀라운 건, 바로 첫날 연습 경기에서였다.

‘곧바로 적응했다.’

적응한 수준을 넘어 마치 자신의 지도 아래서 몇 년간 함께 한 스트라이커와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선 선수들을 직접 컨트롤하기까지.

‘보고도 믿기 지가 않았다. 마치 실시간으로 전술과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을 파악하는 것 같았어.’

나아가선 활용하였고 말이다.

그때였다.

“응?”

라파엘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상대 센터백과 대치 중에 있던 인구가 스리슬쩍 턱짓으로 텅 빈 뒤쪽 배후를 가리켰다.

때마침 두브라파카가 재차 브렌트포드의 슈팅을 잡아내더니 갑자기 투포환을 던지듯, 긴 팔을 휘둘러 공을 멀리 보냈다.

[오오오오?!]

[길게 던진 고옹...!]

툭!

[인쿠! 수비수를 등지며 받아 내는 데 성공합니다!]

투윽!

“!”

라파엘의 두 눈이 보다 더 크게 떠졌다.

오른발 아웃스텝으로 낙하한 공을 깔끔하게 받아내더니 그대로 공과 함께 우측면으로 돌아 뛰어든 것이다.

그 상대는 여지없이 브렌트포드의 아론 스톤이었다.

“이익!”

아론은 우측 배후를 파고드는 인구를 향해 엉덩방아를 찧듯 측면으로 태클을 가했다.

하지만 늦었다.

투웅!

[오오! 마인쿠우우!]

그새 인구는 세 걸음 차 이상 거리를 벌린 뒤였으니까.

순간 라파엘은 마인구에게서 엄청난 스피드를 주무기로 삼았던 페르난도 토래스를 보았다.

하지만 금방 냉정한 얼굴이 되어 다음을 예상했다.

‘막히겠군.’

순간적으로 스프린트로 치고 나가는 것만큼은 빠르나, 그 속도가 지속되지는 않았던 거다.

그렇듯 그새 공을 치고 달리는 인구의 우측면으로 또 다른 센터백 리 도슨이 붙었다.

스윽!

아론 스톤보다 발이 빠른 도슨은 옆쪽으로 반걸음 차까지 붙었을 때 어깨를 뺐다가 말고 반동을 이용해 힘껏 밀어붙였다.

파울로라도 저지할 계획으로.

그 순간, 인구의 입꼬리는 슬며시 끌어 올라갔다.

‘오케이.’

동시에 녀석의 왼 어깨가 제 어깨를 가격하려는 찰나,

스윽!

급정거하듯 멈춰서 오른발 스터드로 공을 쑥! 뒤로 뺐다.

후욱-!

“....!?”

아낌없이 몸을 던졌던 도슨의 왼 어깨가 애먼 허공을 때렸다.

“어엇...?!”

휘청!

타격 대상이 갑자기 뒤로 급히 물러나자 도슨은 중심을 잃은 채 엎어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기까지...!

타아앙!

인구는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저앉은 도슨을 방벽 삼아 이번엔 오른발 인프런트 킥을 때렸다.

오오오오...!

어느덧 자리에서 일어나 관전하던 툰들의 입이 하나같이 기대감으로 벌어졌다.

멘탈이 터질 대로 터진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케일 힐론은 페널티 스퍼트까지 나와 있다가 말고 급히 뒷걸음질 쳤다.

얼굴은 잔뜩 구겨졌다.

이윽고 그는 돌아설 새도 없이 점프하며 허공을 향해 힘껏 손을 뻗었다.

입 밖으론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이 씨봐아아아아알!”

투윽!

또다시 낙하한 공이 그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크로스바 상단 아래로 쏙 박혀 들었으니까.

촤라악-!

*       *       *

경기 후, 기자회견장.

라파엘 배니테즈는 기자회견장에 오래간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

파팟, 파팟!

카메라 스트로보가 사방에서 터졌다.

“좋은 밤입니다.”

라파엘은 자리에 착석하며 방긋 웃음 짓고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얼핏 살펴본 기자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건 라파엘 배니테즈, 자신도 다르지 않았다.

쿵! 쿵!

심장은 아까부터 크게 뛰고 있었다.

발밑에서부터 치솟은 전율은 꺼질 새가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인구라는 한 선수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였다.

“2 : 0 스코어에서 후반전, 마인쿠를 투입하며 2 : 4 대역전 스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놀랐습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주었지요. 오늘 원정길에 오른 우리 선수들은 불굴의 전사, 그 자체였어요.”

기자들 역시 형식적인 질문 후 곧장 후반전 데뷔전 데뷔 골에 이어 포트트릭까지 작성한 마인구에 관해 쉴새 없이 질문했다.

“마인쿠 선수를 뉴캐슬의 저명한 스카우트! 로보트 파이기가 발굴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선수에 대해 한 말씀 좀...!”

“후반전 투입한 인쿠는 브렌트포드의 수비수를 완전히 궤멸시켜버렸습니다. 이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도 이와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요?”

“일부 언론은 브렌트포드가 인쿠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이리 속절없이 패했다고 보도하던데요? 이와 관련해 한 말씀을 부탁...!”

라파엘은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 머릿속에선 조금 전 마인구의 환상적인 플레이가 여기저기 유영했다.

‘댄 라셀스 말대로였어...!’

일전에 영입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던 중, 단장인 댄 라셀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로보트 파이기가 그러더군요. 라파엘 당신에게 간만에 좋은 창을 선물로 줬다고.]

당시엔 코웃음을 쳤었다.

하지만 지금.

쿵! 쿵! 쿵!

심장은 도저히 진정할 기미가 없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공식전, 한 경기만으로도 충분했다.

짧은 시간 인구는 소위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을 라파엘에게 버젓이 증명하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속,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건넸다.

“비록 짧은 시간 그 선수를 지도하셨겠지만..., 감독님이 곁에서 본 마인쿠는 어떤 선수입니까?”

라파엘은 해당 기자를 응시하고선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입을 열었다.

“마인쿠는, 뉴캐슬의 산티아구 무네즈입니다.”

< 046. 마! (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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