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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49화 (4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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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9. 마! (6)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49화 마! (6)

오후. 세나네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인 인구네 집.

곰돌이 후드에 곰돌이 모자를 쓴 귀여운 세나가 마루 바닥을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자그마한 손에는 거실 곳곳에 아무렇게나 놓인 장난감 중 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슈우우우우웅~!”

인구는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세나를 뿌듯하니 바라봤다.

‘장난감 사준 보람이 있네.’

이래서, 아빠란 자식을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정면 TV 화면엔 토트넘 VS 본머스 경기가 한창이었다.

인구는 이미 오전 훈련을 끝내고 온 터라 이렇듯 세나와 여유롭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타아아앙!]

[해리 캐인의 중거리...!]

“오옷!”

방방 뛰어다니던 세나가 두 팔을 들어 올린 그대로 우뚝 멈췄다.

TV 화면에 고정된 채 얼어버린 꼬마 숙녀는 이윽고 철렁~ 하고 골이 터지자 온몸을 퉁기며 더 큰 목소리를 냈다.

“코이뚜우우우우!”

툭!

과정에서 손에 든 비행기가 인구의 소파 옆자리로 힘없이 날아와 떨어졌다.

“...”

순간 인구는 힘없이 떨어진 비행기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지만 애써 미소 지었다.

‘헤, 헷.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분명 너무 기쁜 나머지 손에서 미끄러졌을 것이다.

사랑스러우며, 귀엽고 천사보다 더 천사인 세나가 아빠가 사준 장난감을 이리 홀대할 리는 없었다.

‘그, 그럼...!’

거기다 인구, 그는 이런 거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까짓 거 뭐. 크흠!’

힐끗.

겨우 마음을 추스른 인구는 다시 세나를 보았다.

“코이뚜! 코이뚜! 코이뚜우우!”

세나가 개구리처럼 제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며 외치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우리 세나. 아빠 경기 볼 때도 저렇게 흥에 겨우려나?’

상상만으로 입꼬리가 째질 것처럼 걸렸다.

[코이뚜우우우!]

[마인구우우 파이티이이잉!]

[아빠아아 힘내라아아!]

“흐헣.”

입꼬리가 째지다 못해 빙구 미소가 습관처럼 새어나왔다.

k리그2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만 하더라도 세나가 한강 FC의 경기를 시청하기란 쉽지 않았다.

FA컵 대회가 아닌 이상은 TV에 송출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나마, 그 어린이집 원장이 축구광이어서 볼 수 있었던 거지.’

굳이 휴대폰을 TV에 연결해서까지 말이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뉴캐슬어폰타인에선 그런 수작업이 필요치 않았다.

‘뉴캐슬 내에선, 뉴캐슬의 모든 경기가 송출된다고. 후후훗.’

경기만 방송되는 게 아니었다.

선수 개개인의 소식까지 일부 매체에서 전달할 만큼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곳 도시의 삶 일부였으니까.

‘지금도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 중일걸?’

몇 시즌 전 인상적인 경기도 방송되는 게 영국이라는 나라였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세나. 아빠 경기랑 EPL 토트넘 또는 빅 경기랑 동 시간대 열리면 어떤 경기 볼 거야?”

당연히, 세나라면 아빠 경기를 1순위로 두지 않을까 싶었다.

알면서도 인구는 직접 딸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세나는 이쪽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고민 없이 답했다.

“토트넘!”

“그래, 그렇지. 우리 세나 역시 아빠 경기를...! 으응?”

“맨체스터 시튀! 첼시이! 리버풀 경기가 우선이야. 아스널두!”

“... 아니, 딸.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인구는 소파 등받이에서 등을 퍼뜩 땠다.

“아, 아빠 경기가 아니라?”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거렸다.

TV 속 토트넘 VS 본머스의 경기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그제야 세나는 이쪽을 스윽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왜?”

살짝이지만 인구의 두 동공이 흔들렸다.

“그야..., 우움....!”

“거짓말이지?”

인구는 세상 순진무구한 미소를 띠며 부정했다.

허나 세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세나는..., 거짓말 안 해.”

“...아니, 아니지. 세나야. 지금 너 아빠 질문을 잘못 이해한 거 같아. 빅경기랑 아빠 경기랑 동 시간대 열리면 어느 경기를 볼 거냐, 이걸 물은 거였어.”

인구는 조금 전 자신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정정했다.

“아이, 아빠가 바보네. 질문을 잘못했네. 그치?”

하지만 두 눈은 이제 쉼 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가 뛰는 챔피언쉽은..., 이피엘보다 아래자나...”

“...”

인구의 입이 충격에 크게 벌어졌다가 그대로 쩌저적 얼었다.

세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은 소녀는 큰 눈망울을 좌우로 데구르르 굴리더니 바닥으로 떨어뜨린 채 작게 중얼거렸다.

“이피엘이 더 재미쒀...”

쿠쿵!

인구의 머리 위로 벼락이 내리꽂히는 순간이었다.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리그 4라운드 경기는 노리치 시티였다.

현재 노리치 시티는 순위 14위를 기록 중.

그리고 대부분은 노리치의 현 성적을 부진이라 말하고 있었다.

“다행히, 리그 4라운드부터 핵심 자원들이 대거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노리치 시티 감독, 에드 스미스는 해당 질문을 건넨 기자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맞습니다. 팀의 핵심이자 공격의 활로를 풀어줄 재임스 매디슨이 복귀했지요.”

재임스 매디슨은 지난 2016년도부터 노리치 시티의 핵심으로 비상한 인물이었다.

챔피언십에 속해 있으면서도 트랜스마켓이 책정한 몸값만 자그마치 2500만 파운드(409억)인.

그렇듯 지난 이적시장부터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까지 매디슨의 영입을 두고 수많은 루머가 불거졌었다.

에드 스미스 감독은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재임스 매디슨은 우리 계획의 일부이며, 적어도 올 시즌까지는 함께 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프리시즌 간에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진즉에 팀을 떠나고도 남음이 있던 선수였다.

허나 지금에서 그는 남았고 이제 4라운드, 뉴캐슬전을 앞두고 복귀 준비까지 끝마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득점 랭킹 3위를 기록했던 테무 푸키도 내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테무 푸키는 핀란드에서 온 스트라이커로 골 냄새를 잘 맡는 포쳐형의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팀의 에이스이자 플레이메이커인 재임스 매디슨과 함께 환상의 콤비를 보여주었고 말이다.

노리치 서포터 중 한 명인 기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질문을 이었다.

“공격의 핵심들이 돌아온 만큼, 팀이 반등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글쎄요. 확실한 건, 지난 라운드때보다는 전력이 상승했다는 겁니다. 아니, 본래의 노리치에 가까워졌죠.”

겉으로는 겸손한 척, 했지만 에드 스미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전력의 핵이 돌아왔잖나.’

거기다 상대는 현재 순위 3위이나 충분히 비벼볼 만한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여태 약체팀을 상대로 3연승을 달성했지.’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던 브렌트포드도 막상 까보니 하위권이었다.

반면에 노리치는 최근 3경기에서 강팀이란 강팀은 모조리 만났다.

‘애스턴 빌라부터 미들즈브러, 그리고 스토크시티...’

으득.

지난 라운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가 갈렸다.

초반 대진운이 이렇게 나빴던 적도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순위 14위를 기록 중인 건 충분히 선방한 거였다.

거기에 당장 전력은 더욱 플러스되었고 말이다.

‘라파엘도 늙었어.’

한때 명장으로 분류되던 그가, 오도 가도 못 하고 잉글랜드 챔피언십에 머물러 있는 것만 봐도 뻔했다.

그때, 또 다른 기자가 이런 질문을 건넸다.

“뉴캐슬엔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마인쿠라는 선수가 있는데요. 그 선수에 대한 방비는 되셨습니까?”

“마인쿠, 말입니까?”

에드 스미스의 두 눈이 조금은 가늘어졌다.

‘그놈도... 운이 좋았던 게지.’

뻥뻥 뚫리는 약체팀을 상대로 6골을 넣은 게 아닌가.

‘상대 입장에선 아무런 정보도 없던 선수였고 말이야.’

이번엔 속에 있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선수 한 개인에 대한 정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지요.”

“그 말씀은...?”

“당장 브렌트포드만 하더라도 마인쿠 선수가 양발잡이인 것을 알지 못한 채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러다 결국 양발 대비를 못해 일격을 맞았고요.”

양발 자체가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이를 인지하는 것과 하지 못한 것 또한 큰 차이를 띠기 마련이었다.

“뒤이어진 2라운드, 3라운드에서도..., 변방 리그에서 온 마인쿠의 플레이에 대해 상대 선수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더군요.”

에드 스미스는 쓴 것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허나, 이는 흔한 일입니다. 특히나 변방 리그, 아예 이름조차 몰랐음을 넘어, 견제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면..., 구태여 분석을 하려 들지도 않을 테니까요.”

반대로 몇 경기 반짝였다가 어느 순간 두 발이 꽁꽁 묶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경우는, 이제야 견제 대상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해당 선수를 상대 팀들이 적극적으로 분석하며 파훼법을 발견한 것이지요.”

“노리치 시티는 앞선 팀들과 달리 마인쿠 선수를 봉쇄할 수 있단 소리입니까?”

에드 스미스는 방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는 모든 선수에 한정 면밀하게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춰놨습니다. 벤치에 앉을 선수 외에도요. 더군다나...,”

말끝을 늘어뜨린 에드 스미스는 도발을 가했다.

일전에 인구의 몇 경기를 살펴보았을 때, 그가 꽤 다혈질적인 성격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저는 그가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성공하리라 보지 않습니다. 그저 반짝, 하고 지나가는 유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

미리 빌드업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심어 내일 경기에서 조금이나마 온전히 팀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       *       *

경기 전 인터뷰가 끝난 뒤 에드 스미스는 자동차 조수석에 탑승했다.

그런 그는 휴대폰을 보고는 피식하니 웃었다.

화면 속엔 자신 다음으로 기자회견장에 뉴캐슬의 감독이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 옆엔...,

“마인쿠라.”

아무래도 뉴캐슬 내에서 많은 득점을 기록한 만큼, 인터뷰 때와 달리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이는 선수였다.

“그래 봤자지.”

수비에 있어선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이젠 공격의 핵까지 돌아온 만큼 확실히 반등할 때였고 말이다.

허나 약 2분 뒤, 그 얼굴은 대번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게. 뉴캐슬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의 옆자리에 앉은 인구가 해당 질문에 뻔뻔한 얼굴로 이리 답한 것이다.

[노리치 감독, 에드 스미스는 마인쿠 선수가 지금까지 활약할 수 있었던 건,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던데요. 더 나아가 그는 당신이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순간 인구의 양 눈썹은 홱하니 솟구쳤다.

그리고 그 입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말이 터져 나왔다.

[좆까라 하세요. 아까 복도에서 마주친 걔가 노리치 감독이죠? 뭔 희멀건 마요네즈처럼 생겨서는. 개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였네? 조금 전에 앞에서는 나보고 지나치듯 챔피언십에 온 걸 환영한다, 라면서 뒤에서 그딴 병신같은 소리를 해?]

“이, 이 미친놈이... 돌았나!”

이 순간 에드 스미스는 인구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생겨버렸다.

< 049. 마! (6)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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