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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50화 (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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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 마! (7) >

아빠는 축구인생 2회차

50화 마! (7)

인구의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뷰에 툰들은 오히려 즐거워했다.

- : 역시 인쿠네!

- : 생긴 것처럼 화끈한 녀석이야. 마음에 든다!

- : 입단식때도 이렇게 기자들을 엿 먹였었지!

- : 에드 스미스! 저 새끼 앞에선 고고한 척, 뒤는 항상 구린 놈이었어! 이렇게 대놓고 까는 놈도 처음이지만 내가 다 속이 시원하네.

이미 툰들은 인구의 스타일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첫 입단식에서 기자들을 적대한 만큼, 가만히 있어도 인구에 관한 좋지 않은 기사들이 줄기차게 터져 나왔고 말이다.

[뉴캐슬에 또 다른 악동 등장? 마인쿠! 기자들 상대로 우롱해...!]

[다혈질적인 마인쿠! 한때 뉴캐슬의 악동으로 불리던 라일 레인저를 떠올려...!]

[마인쿠는 예의라는 게 없어...]

허나 선수는 결국 실력으로 말하는 법.

실력이 좋다면 이런 악동 그 자체인 모습도 툰들에겐 사랑스럽게 비칠 뿐이었다.

이는 일종의 까방권이었고 말이다.

*       *       *

경기 전날.

뉴캐슬의 감독 라파엘 배니테즈는 선수단에 휴식을 부여한 상태였다.

허나 아유세 페레즈(25세)는 트레이닝 센터에 발을 들였다.

저벅, 저벅, 저벅!

입구 게이트의 가드와 짧게 인사를 주고받곤 걸어서 훈련장 내부로 들어간 그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 몸담은 시기는 지난 2014년부터.

‘당시엔 1부에 있었는데.’

그때가 그리운 그였다.

당시 그의 이적료는 2000만 파운드(한화 326억)였다.

자신을 영입했던 감독은 앨런 파두로, 그가 경질된 이후엔 아주 잠깐 고전하긴 했으나 금방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강등...’

그것도 자신이 뉴캐슬 소속으로 있는 동안에만 두 번씩이나 강등당했다.

첫 번째 강등엔 서로가 으샤으샤 뭉치며 다이렉트 승격을 성공해냈다.

“하지만 이번에 또 강등...”

길을 거니는 내내 아유세 페레즈의 표정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없었다.

솔직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그는 팀을 떠나려 했었다.

‘ 실망했거든.’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진한 애정이 있는 건 맞지만, 이 팀은 지금 EPL이 아닌 챔피언십 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선수단 규모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판이고.”

기존에 으샤으샤 힘을 내며 팀을 재승격시켰던 핵심은, 이제 주장인 자말 라샐스와 부주장 폴 다밋, 그리고 멧 리치가 다였다.

그런데 또 강등을 당해버렸으니 그들 역시 힘이 빠질 만했다.

“와중에 선수 보강이라곤 로테이션 수준의 자원들.”

물론 막상 뚜껑을 까보니 한 녀석은 아니었다.

“마인쿠.”

지난 3경기 동안 6골을 넣은 녀석이었다.

순간 스프린트 능력만큼은 자신보다 빠른.

‘그게 말이 돼?’

지금 생각해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속은 팀 내에서도 딱 평균적인 데 말이다.

‘난 우리 팀에서 가장 빠르다고.’

처음 아유세는 마인구에게 별달리 감정이랄 게 없었다. 아유세의 시선에서 본 인구는 그저 로테이션 자원 용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소극적인 투자만 해오는 구단에 실망했다.

‘그래서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가기 전까지 팀을 떠나고자 했어.’

현 뉴캐슬의 체급부터가 낮아진 만큼, 챔피언십에서 재차 다이렉트 승격을 이룬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리그 3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그 생각은 잠시 뒤로 미뤘다.

‘마인쿠.’

보류하게 된대는 검은 머리 동양인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놈이 전방에 머물면서 내가 보다 쉽게 공을 잡고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잖아.’

처음엔 상대 수비수란 수비수들이 죄다 자신에게 붙어 집중 견제했지만 이젠 아니었다.

때리기만 해도 골이 되니 마인구에게 수비가 분산된 것이다.

팀 성적은 둘째치고 개인 성적도 좋으니 일단은 전반기는 치러보고 싶었다.

‘다른 의미에서 몸값 올리기에도 좋으니까.’

몸값이 오르면 자신의 연봉 또한 보다 높게 딜을 칠 수 있는 부분이었고 말이다.

그래도 불만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현재 뉴캐슬의 댑스는 얇아졌으며, 얇아진 댑스는 후반기에 가까워질 수록 문제를 드러낼 테니까.

또 시설 부분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문도 말이야.”

퍽!

삐꺽!

아유세는 신경질적으로 발굽으로 트레이닝 센터 입구 문을 찼다.

한 50년은 묶은 듯한 낡은 문이 가냘픈 소리를 내며 살짝 찬 것만으로 열렸다.

“나 참.”

어쨌거나 아유세는 전반기 정도만 치른 후, 뉴캐슬이 승격이 불가능하다 싶으면 언제든 팀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어?”

아유세는 입구 앞에서 멈춰섰다.

그도 그럴 게 트레이닝 센터에 누군가 있었다.

“백만 스무두울! 백만 스물 하나아!”

왜 거꾸로 세고 있는데, 라는 의문과 함께 그 걸음은 자연스레 검은 머리 남자, 인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어 그는 그만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웃통을 홀라당 벗은 인구가 엄청난 근육을 드러내며 데드리프트에 한창이었다.

자연스레 원판에 시선이 간 아유세는 총 무게가 260KG이나 된다는 것에 두 번씩이나 기겁했다.

무엇보다 그는 연속해서 10RM을 해냈다.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 중엔 하체가 어느 구기종목보다 중요한 만큼 200KG 이상을 드는 선수가 꽤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260KG은...’

적어도 뉴캐슬 내엔 없었다.

거기다 정자세로 연속해서 10개를.

‘이래서 안 밀리는 건가?’

아유세는 경기 때마다 보았다. 인구가 상대의 거친 차징에도 밀리긴커녕 역으로 튕겨내던 것을.

“와...!”

절로 입 밖으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한편으로는 감동했다.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이었어!’

경기 전날까지 와서 이처럼 열정적으로 신체 단련에 임하고 있지 않나!

괜스레 자신이 다 나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신은 그저 간만에 몸이 근질거려 들린 게 다였으니까.

쿠웅!

끝에서 데드리프를 끝낸 인구는 유리벽 앞에서 킹콩 자세를 취하며 대뜸 포효했다.

“으어어어어! 코이뚜우우우우우!”

“코, 코이뚜?”

*       *       *

오늘은 가은이와 세나가 단둘이서 소풍을 떠난 날이었다.

‘단. 둘.이.서 말이야.’

마음 같아선 함께 동행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야 없었다.

‘선을 지키자고 먼저 말한 게 나니까.’

그래서 인구는 세나와 함께 할 수 없을 때면 이처럼 훈련장에 발을 들여 땀을 빼곤 했다.

지금은 벤치프레스 260KG으로 세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열심히 떨쳐내고 있었다.

“코이뜨으으!”

딸에게 전염되버린 기합과 함께.

그때였다.

“너, 왜 뉴캐슬 온 거야?”

쿵!

순식간에 3RM을 끝낸 인구는 상체만 반쯤 일으킨 채 옆을 보았다.

깨작, 깨작, 깨작.

처음 봤을 때부터 축구선수치곤 왜소한 체형이었던 아유세 페레즈가 7KG짜리 덤벨로 서서 가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뉴캐슬에 왜 왔냐니?”

“그냥, 궁금해서.”

아유세는 문득 궁금증이 동한 얼굴로 물었다.

이적 사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 입장에선 지난 3경기 동안 보여준 인구의 플레이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듯 그는 확신했다.

‘뉴캐슬 말고도 몇몇 구단에서 분명 제안이 왔을 거야.’

같은 챔피언십이라 할지라도 뉴캐슬보다 더 좋은 구단에서도 제안이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봤다면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연유에서, 그가 뉴캐슬을 택한 건지.

왜 이리도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지.

반면 인구의 답이야 뻔했다.

‘세나 때문에.’

세나가 만약 스페인이나 독일로 갔다면, 그 역시 같은 나라로 어떡해서든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의식이 한층 세부적으로 바뀌었다.

흠칫!

순간 아유세는 잘게 몸을 떨었다.

‘이놈 눈빛이...?’

갑자기 인구의 두 눈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전날 세나가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아빠가 뛰는 챔피언십은..., 이피엘보다 아래자나...]

[이피엘이 더 재미쒀...]

그때 당시 충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성적만능주의 세상...!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곧 그는 결연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입밖으론 뜨거운 열기가 토해졌다.

“뉴캐슬을 승격시키고 싶어서.”

“...뭐?”

“아니, 뉴캐슬을 승격시킬 거야. 꼭 그래야만 해. 그러려고 여기 왔거든. 난 딴 거는 생각 안해. 오직 승격만 바라고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 임하며 뛴다고.”

“...너...,”

아유세 페레즈는 하던 동작을 멈췄다.

순간 그는 인구의 타들어 가는 눈빛에서 이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냈다.

기타 잡다한 계산 없이 오직 뉴캐슬에 대한 애정만으로 헌신하던 그때 그 자신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부끄, 러워.”

입 밖으로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은 팀의 승격보단 개인 성적을 중시하고자 했으니까.

인구는 한쪽 눈썹을 세우며 반문했다.

“뭐?”

“아니, 아니야.”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에 아유세는 애써 웃음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시에 차갑게 식었던 그만의 ‘열망’이 인구로 인해 조금이지만 데워졌다.

*       *       *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였던 만큼,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는 만석을 이뤘다.

원정팀 서포터에게 할당된 관중석은 3천석.

그리고 그들은 한 선수가 입장하자마자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마인쿠우우! 이 새끼! 감히 우리 감독을 모욕해?”

“뒈져! 뒈져버려!”

“오늘 넌 골을 넣을 거야! 자살골! 자살 골 넣고 벤치에 쳐박혀라아!”

노리치 시티 팬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에드 스미스 감독은 충분히 좋은 감독이었다.

그렇듯 팬들이 대신해 전날 감독을 모욕한 인구를 향해 날선 욕을 퍼부은 것이다.

물론 인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벤치 한편에선 에드 스미스가 그런 인구를 아주 뚫어버릴 것 같은 기세로 노려보았다.

‘이 어린노무 쉐키...!’

해설진은 뉴캐슬의 새로운 전술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오늘 뉴캐슬은 지난 라운드때와 다르게 4-2-3-1 플랜을 가지고 나왔군요!]

[올시즌엔 처음 선보이는 전술인데요?]

뉴캐슬의 오랜 팬이기도 한 한 해설진은 우려를 표하였다.

[해당 전술을..., 지난 2016년에 라파엘 배니테즈가 구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뒤가 허허벌판으로 뚫리다시피 하며 참사를 당한 바 있는데요...]

딱 잘라 말해 뉴캐슬엔 맞지 않은 옷이라는 게 대부분의 평가였다.

이후로도 몇 차례 해당 전술로 라운드를 소화했으나 언론과 여론의 야유와 비난만 샀었다.

경기 시작 3분.

우려는 현실로 도래했다.

타앙!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올~!]

[노리치 시티의 스트라이커, 테무 푸키이이이이이이이!]

[재임스 매디슨의 얼리 크로스를 수비수 공간 사이로 파고들어 잡아내더니 기어이 투 터치 슈팅으로 골망을 갈라냅니다아!]

[아아! 실점 장면에서 뉴캐슬 수비수들의 라인이 너무 높았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푸키가 살짝 올라온 것만으로 널따란 공간이 형성됐으니 말입니다!]

< 050. 마! (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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