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52화 (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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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2. 마! (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2화 마! (9)

후반전.

4-2-3-1에 대한 우려는 팬들만이 아닌, 코치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전술은 뉴캐슬에게 있어서 만큼은 패배만을 선사해주었으니까.

그럼에도 라파엘 배니테즈는 오늘 경기에서 지금의 전술을 구사하고자 했다.

지난 전술이 3연승을 이끌었다지만 한계가 명확해보였다.

‘실점 빈도가 잦으면서도 점차 상대가 대응해나갔다.’

더욱이 단조롭고도 일관된 전술은 언제고 파훼되기 마련이었다.

브렌트포드전 이후 2라운드, 3라운드 상대로도 득점을 뽑아내긴 했으나 슈팅 찬스 자체가 막히는 빈도가 갈수록 늘어났다.

그래서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확신이 들었으니까.’

라파엘은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노리치 시티 진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마인구가 보였다.

사실 뛰고 있는 게 아니라 그는 걷고 있었다.

노리치 시티의 수비수들 사이 틈에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손을 써가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폴! 너무 내려갔어! 살짝 올라와. 네 뒤를 보라고!”

이제 4라운드를 뛰는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부주장인 폴 다밋에게 아낌없이 지시를 내렸다.

그 말마따나 폴 다밋의 옆에서 노리치의 공격수, 테무 푸키가 언제든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려는 시도를 보였다.

‘댄 라셀스, 그리고 로보트 파이기가 높게 평한 이유를 알겠군.’

그간 라파엘의 4-2-3-1이 뉴캐슬엔 통하지 않았던 데는 해당 전술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차비 알론소라는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이었다.

‘존조 셀비나 호베르투 케네지, 그 외 선수들도 알론소의 롤을 소화할 수가 없었지.’

특히나 4-2-3-1의 2에서, 차비 알론소는 넓은 시야를 활용해 처진 위치에서 공격을 이끌 뿐만 아니라 조율까지 힘썼다.

‘더불어 리버풀을 이끌 시기엔 하바애르 마스체라노가 합세하며 전체 라인을 높게 선점해도 수비적으로 단단할 수 있었다.’

반면 뉴캐슬엔 그들과 같은 월드클래스가 전무했다.

굳이 클래스로 따지자면 개개인이 A에 도달하지 못한 B클래스.

하지만 마인구가 투입되면서 라파엘은 이러한 고민을 떨쳐내고 다시금 해당 전술을 끄집어냈다.

‘스트라이커지만..., 시야가 매우 넓어.’

훈련 장면마다 인구는 수비 지역까지 관여하는 성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라인 컨트롤에 능했다.

뒤에도 눈이 달린 것마냥 상대 선수들이 오프사이드를 깰 듯하면 어김없이 소리친 것이다.

그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했다.

해당 조율이 먹히자 선수들도 따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 초반엔 상대의 패턴을 읽어나가는 듯 했다.’

인구의 특징이었다.

‘마치, 상대를 분석하고 약점을 파악한 뒤에 공략하는 것 같다랄까.’

더불어 아군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법까지.

지금에서 그는 적재적소에 지시를 내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존조!”

투웅!

인구가 상대 센터백을 등진 채 외치자 존조 셀비는 땅볼 패스를 찔렀다.

툭!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볼을 받자마자 노리치의 센터백, 래깃이 바짝 붙어 압박했다.

“올라가!”

피지컬이 좋은 인구는 래깃의 압박에도 버텨내며 소리쳤다.

투웅!

뉴캐슬의 멧 리치가 우측 사이드 깊숙이 올라가자, 동료 풀백 디안드루 예들린은 우측 하프에서부터 뛰어들었다.

“어딜!”

노리치의 급히 내려앉은 미드필더와 수비수가 각자 한 명씩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타앙!

그 순간에 맞춰 인구는 우측면이 아닌, 반대 측면으로 백힐을 구사했다.

툭!

[오오! 제이코 머피이!]

측방에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인구가 반대 측에서 빠르게 올라온 레프트 윙어 제이코 머피에게 공을 연결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올!”

인구의 외침에 이미 슬금슬금 올라오던 레프트백 폴 다밋이 상대 센터서클을 넘어서는 순간 언더래핑을 시도했다.

이는 훈련 간에 연습한 플랜이었다.

경기 초반엔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느라 이와 같은 팀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허나 지금은 가능해졌다.

"뭐 이런..!"

폴 다밋이 사이드가 아닌 중앙으로 쇄도하자 노리치 라이트백은 지역방어에 임해있다 말고 기겁했다.

그러다 그만 한 눈 판 사이, 사단이 나버렸다.

후욱!

공을 연결받아 차고 달리기를 시작한 제이코 머피에게 뒷공간을 허용한 것이다.

[아! 제이코 머피! 노리치 디펜시브 좌측 사이드 깊숙이 파고드는 데 성공합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인구의 실시간 조율이 가미되면서 일사분란하고도 예측 불가능해진 뉴캐슬에 노리치는 마크 자체에 실패했다.

“마크! 마크으! 마크으으으!”

노리치 시티 진영 벤치에 서 있던 에드 스미스 감독은 고래고래 소리쳤다.

갑자기 여러 명의 선수가 벌떼처럼 뛰어드니 노리치 수비수 여럿이 순간 마킹을 놓쳐버렸다.

인구의 뒤쪽에 붙어있던 래깃은 혼란한 눈으로 상대 선수들이 좌우, 하프로 뛰어들자 그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역방어로 임해야 하나?’

‘아니면 이 새끼 계속 마크해?’

분명 박스 안으로 크로스가 날아올 것 같은 촉이었다.

하지만 고민하는 짧은 순간, 인구는 움직였다.

투웅!

“!”

래깃은 왼발을 축 삼아 반원으로 회전하는 인구에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새끼가 또...!’

자신을 앞에 두고서 돌아서는 움직임부터가 한 템포 이상 빨라졌다.

그럼에도 래깃은 있는 힘을 다해 우측 어깨를 들먹여 놈을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퍼억!

“쿠헛!”

도리어 래깃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옴과 함께 좌측으로 휘청이며 밀려났다.

스윽!

인구는 그 열린 틈으로 순식간에 쇄도해 들었다.

“여기!”

박스 안으로 뛰어들며 인구는 한 손을 흔들었다.

타앙!

때맞춰 사이드 좌측 깊숙이 침투한 제이코 머피가 문전으로 러닝 크로스를 올렸다.

다행히, 이번엔 최후방에 노리치의 센터백 하나가 버티고 서 있었다.

199cm의 장신, 마르셀 프랑크는 인구가 박스 안으로 뛰어들다 말고 높이 솟구치자 같이 뛰어올랐다.

두 눈으론 똑똑히 녀석의 다음 플랜을 보았고, 예측했다.

‘슈팅이다!’

활어처럼 솟구치며 머리를 뒤로 홱 치우친 게 딱 문전으로 다이렉트 헤더를 노리는 게 분명했다.

그렇듯 프랑크는 그 정면을 막아서듯 뛰어올랐다.

고공 경합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장신인 건 둘째치고 점프력도 월등했으니까.

그렇게 막 인구가 휘두른 머리에 낙하한 공이 닿는 순간이었다.

투윽!

“?!”

거의 동일 선상 높이라는 것에 한 번 놀란 프랑크는 곧 인구가 공을 쓸어내듯 머리를 옆으로 비트는 것을 보며 두 번 놀랐다.

발로 차는 것마냥 머리를 강하게 전방으로 휘둘렀는데, 갑자기 공의 면적이 닿은 순간에 방향을 틀어버렸으니까.

‘이, 이게 말이...!’

홱!

생각을 채 잊기도 전에 두 동공은 그만 좌측으로 크게 쏠렸다.

전방으로 내리꽂히거나 직선 방향으로 날아갈 것 같던 공이 돌연 우측 사이드로 크게 비켜나간 것이다.

마침 페널티 우측 스퍼트로는 뉴캐슬의 멧 리치가 접근해 있었다.

“오 마이 가쉬..!”

프랑크의 이맛살이 와락 구겨졌다.

멧 리치는 떨어진 공을 향해 왼발을 가볍게 휘둘렀다.

툭!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멧 리치이이이이이이이!]

[환상적인 빌드업에 이은 간결한 득저어어엄!]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후반전 10분 만에 스코어 4 : 3! 또 다시 대역전극을 만들어 냅니다아아!]

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전하던 툰들이 두 팔 벌려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뉴캐슬의 벤치에 앉아있던 코치, 선수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쁨을 표출했다.

반면 라파엘 베니테즈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에 서서 생각했다.

‘내게 새로운 창을 선물로 주겠다고 했지?’

라파엘 배니테즈는 피식, 하니 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저 남자는 창이자 방패였다.

로보트 파이기와 댄 라셀스에게 사과의 몇 마디도 전하고 싶었다.

‘미안하군. 자네들 말대로 저  친구는 천재야.’

*       *       *

“후윽!”

인구는 짧게 짧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좌우, 멀리 나아가 뉴캐슬의 디펜시브 지역까지 살폈다.

‘전반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네.’

상대의 거친 압박에 흐트러졌던 라인이 제대로 잡히기 시작했다.

4-2-3-1 플랜 자체의 훈련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렇듯 경기 초반엔 서로의 움직임이 맞지 않아 위험 상황을 수도 없이 연출했었다.

그러는 동안 인구는 상대의 공격 플랜 몇 개와 동시에 파생되는 약점들을 포착하고 파훼법을 찾았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재임스 매디슨이 볼을 잡으면 일단 세 명의 쓰리톱은 뛰고 본다.’

‘그 순간에 미드필더와 공격수 간에 간격이 크게 벌어져.’

‘상대가 쓰리백을 기반으로 한 만큼 특히나 좌우 사이드가 열리고 말이야.’

‘테무 푸키를 필두로 계속해서 오프사이드를 깨려 하니까, 자말을 통해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저지해야겠어.’

수비 시,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릴 것을 대비해 풀백들의 시선 방향을 아군 디펜시브 쪽으로 돌려세우기까지 했다.

‘등진 거랑 등지지 않은 거랑 반응 차이는 천지 차이거든.’

이 모든 건 라파엘의 전술 기반 아래서 이루어졌다.

일종의 보수작업.

채 전반전 30분 만에 이러한 결과물을 도출해낸 것이고 말이다.

‘상대 공수 간에 벌어진 틈으로 발 빠른 선수를 넣으면 되겠네.’

‘좌우 사이드가 넓으니까, 인터셉트나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끊어내고 속공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겠어.’

그때부터 연속해서 득점을 뽑아냈다.

조금 전 득점은 농구의 기술 중 하나인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이었다.

좌우 풀백들, 윙어들을 넓게 두어 한쪽으로 수비가 쏠린 틈을 타 반대 방향으로 공을 연결하는 방식.

‘중간에 멀대 하나가 끼어들어 조금 방향성이 바뀌긴 했다만.’

복병이 등장하면 자신이 복병이 되어 막으면 그만이었다.

어쨌거나 추가 골을 작렬하면서 스코어는 역전됐다.

*       *       *

에드 스미스는 보다 적극적이고도 신중한 공세를 퍼부으라 주문했다.

“박스 안에서 그래! 패스! 패스! 오케이! 패스...! 슈웃! 슈웃! 슈우우웃! 그 타이밍엔 슛 때려야지! 아으..!”

중간중간 그는 답답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도 그럴 게 후반전 40분.

라파엘 배니테즈는 이제 4-2-3-1 대신 4-5-1 플랜으로 전환했다.

전체 라인을 내려앉혀 수비에 온전히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과 달리 테무 푸키의 라인 브레이킹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아예 내려앉아서 디펜시브에 죽치고 있으니 우리 선수들이 쉬이 공간을 파고들지를 못하는 데요?”

옆에서 수석코치가 짜증이 치민 얼굴로 말했지만 에드 스미스로선 당장 차선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롱볼 전략 말고는...!’

상대가 텐백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내려앉으면 대개는 롱볼로 응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노리치 시티엔 장신 센터백 프랑크 말고는 고공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없었다.

오히려 크로스 플레이를 구사했다가 튕겨져 나온 공에 역습을 맞을 가능성이 컸다.

“저 어린노무 쉐끼...!”

홱하니 눈동자가 돌아갔다.

다름 아닌 하프라인에 홀로 어슬렁거리고 있는 마인구에게.

사실 적극적인 크로스 플레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저놈의 지분이 컸다.

조금 전에도 크로스를 올렸다가 하마터면 역습을 허용할 뻔 했으니까.

겪고 보니 평속은 평균적이지만 순속은 또 지랄맞을 만큼 빨랐다.

노리치에서 가장 큰 센터백, 프랑크를 상대로도 헤더를 곧잘 따내기까지!

‘탈압박 능력도 좋다.’

탈압박으로 버텨내며 좌우로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질 좋은 패스마저 뿌리는 녀석이었다.

‘거기다 뛰어드는 타이밍 자체가 좋아.’

눈 깜짝할 사이 수비수를 벗겨냈다.

그래서 에드 스미스는 공격을 퍼붓대 땅볼로, 신중히 공략하는 것을 중점에 두었다.

그 탓에...,

툭, 툭!, 투욱!

[테무 푸키가 재임스 매디슨에게! 매디슨이 스티븐 내이스미스! 내이스미스! 치고 올라갈듯하다가...! 아!]

[조시 콜리에게 백패스로 볼을 물립니다!]

[다시 한번 매디슨이 공을 연결받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노리려 하는...!]

다다다!

[아! 빠르게 올라와 압박하는 존조 셀비이!]

[매디슨 역시 백패스로 볼을 물리네요...!]

“...하!”

에드 스미스는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더욱이 황당한 건 바로 마인구의 손동작이었다.

슥슥!

수숙!

녀석이 하프라인에서 노리치 수비수를 등진 채 뉴캐슬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직접 조율하고 있었다.

마치 악장처럼!

그에 따라 잠깐 열렸던 공간은 금세 메워졌다.

방금 전 재임스 매디슨이 중거리 각을 재는 것을 보고 퍼뜩 달려들어라! 라는 지침을 내린 것도 인구였다.

그렇게,  남은 시간도 모두 소진되면서...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

경기는 4 : 3.

뉴캐슬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 052. 마! (9)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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