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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7. 마! (1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7화 마! (14)
원정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원톱에 마인구(28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아유세 페레즈(25세).
좌우 사이드 미드필더엔 제이코 머피(23세), 멧 리치(29세).
중원 투 볼란테는 존조 셀비(26세), 모하메드 디아메(31세).
포백은 폴 다밋(부주장/27세), 파비안 세어(27세), 자말 라셀스(주장/27세), 디안드루 예들린(25세).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29세).
이에 맞서는 브라이튼 알비온은 당초 크리스 휴턴 감독이 말한 대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해설진은 외쳤다.
[홈팀 또한 4-2-3-1 플랜으로 최전방엔 베테랑 글랜 머레이가!]
2선엔 위겐 로카디아, 앤디 스티븐스, 조쉬 마치.
중원은 제퍼손 레르마와 가비 프뢰퍼.
[포백은 베르나르, 맷 더피, 잔셀 음벰바, 다비드 알론소!]
[골키퍼 장갑은 매투 라이언이 착용했습니다!]
[앞서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대로 핵심 라인업이 대거 결정했군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자리한 라파엘 배니테즈는 중얼거렸다.
“1.7군급 정도는 되겠군.”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는 덧붙였다.
“예. 그래도 여전히 우위는 브라이튼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라파엘 배니테즈는 부정하지 않았다.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순간부터 뉴캐슬의 선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거야 당연했으니까.
그렇듯 상대가 1.7군을 내세웠다 하더라도 선수단 전체 몸값은 최소 뉴캐슬의 두 배가 넘는다.
“조금은 걱정이네요.”
던컨 이클스의 느닷없는 발언에 라파엘은 그라운드에 자리해 몸을 푸는 선수들을 주시하곤 물었다.
“뭐가 말인가?”
“저, 제퍼손 레르마랑 잔셀 음벰바 말입니다. 상당히 거친 선수던데요.”
라파엘도 알고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카드 수집이 잦은 편이다. 허나 던컨이 진정 우려를 표하는 데는 따로 있었다.
라파엘은 그 생각을 대신 입 밖으로 꺼냈다.
“카드 수집이 잦지만, 퇴장은 당하지 않는다라.”
“그만큼 지능적인 놈들입니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아유세 페레즈를 분명 거칠게 다룰 거고요.”
뉴캐슬의 아유세 페레즈는 몸싸움을 피하는 경향이 잦은 선수였다.
또 성격적으로 참을성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조금만 툭툭 건드려도 평정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고 말이다.
* * *
던컨 이클스와 라파엘 배니테즈의 우려대로였다.
퍼억!
“어억!”
전반전 초반부터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제퍼손 레르마가 등진 채 공을 연결받은 아유세 페레즈를 향해 거친 차징을 가했다.
철푸덕!
뒤에서 무릎으로 엉덩이를 찍자 아유세는 짧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렸다.
“아아, 미안~”
제퍼손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잽싸게 사건 현장에서 벗어났다.
주심은 옐로카드조차 꺼내 들지 않았다.
전반전 4분엔 아유세 페레즈가 중앙 센터서클까지 내려갔다가 공을 연결받아 차고 달리기를 시전했다.
투웅! 투우웅-!
[오오! 아유세 페레즈으! 빠르게 전진....!]
그 순간 여지없이 제퍼손 레르마가 측면에서부터 강력한 어깨 피딩을 가했다.
퍼억!
휘청-!
쓰러지진 않았지만 아유세는 그만 공에서 우측으로 다섯 걸음이나 휘청이며 떨어져 나갔다.
당연히 아유세는 반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투욱!
[오! 주심!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킵니다아!]
[제퍼손 레르마! 우측면 깊숙이 올라간 조쉬 마치에게 땅볼 패스으!]
[마치! 속도가 붙은 그대로 공을 몰고 사이드 깊숙이 파고듭니다아아!]
“아니, 왜! 이게 왜 반칙이 아닌데!”
아유세 페레즈는 팔짝 뛰어오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허나 주심은 이미 저 멀리 가고 없었다.
타앙!
때맞춰 브라이튼의 조쉬 마치는 노 마크 찬스에서 어려움 없이 문전으로 향해 정교한 크로스를 구사했다.
순간 브라이튼의 스트라이커이자 베테랑, 글랜 머레이가 수비수 틈을 비집고 페널티 스퍼트로 발을 들였다.
타앙!
기어이 머레이의 오른발 끝에 무릎 높이로 날아온 공이 걸렸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인구의 수신호가 수비수들에게 전달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락!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채 뛰쳐나가기도 전에 우측 포스트로 강렬히 공이 쏘아져 물결쳤다.
“예에에에에에에-!”
이른 시간 득점에 성공했다고 확신한 글랜 머레이는 팔짝 뛰어오르며 포효를 내질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갈매기(브라이튼 서포터) 또한 어쩌면 이번 시즌이 마지막 은퇴 시즌일 수도 있는 글랜 머레이의 득점에 단체로 기립해 환호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 기쁨은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뭐?”
동료들의 축하까지 받았던 글랜 머레이는 부심이 오프사이드 기를 앞으로 쭉 내민 것을 보며 이맛살을 찡그렸다.
골 취소가 된 것이다.
“나쁘진 않구만.”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위치한 브라이튼 감독, 크리스 휴턴은 짧게 탄식했다가 말고 글랜 머레이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자신 또한 순간 득점이라 확신했을 만큼 기민한 라인 브레이킹이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에 그 득점은 취소.
“오프사이드가, 맞습니다.”
비디오분석관은 손에든 태블릿 pc를 보여주었다.
조금 전 조쉬 마치가 크로스를 구사하기 직전, 이미 글랜 머레이는 수비수보다 손가락 마디 차이로 앞서 있었다.
휴턴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말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 입가에 걸린 미소는 쉬이 지워질 새가 없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확실히 경기 초반부터 브라이튼이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었으니까.
* * *
브라이튼의 글랜 머레이는 전반전 10분이 되어 또 한 차례 기회를 맞았다.
중앙 미드필더 가비 프뢰퍼가 중언 싸움에서 소유권 싸움에 승리하자마자 자신에게 스트레이트 패스를 찌른 거다.
타앙!
[글랜 머레이이이!]
머레이는 페널티 아크 지점에서 가차 없이 터닝 슛을 구사했다.
“아으!”
아쉽게도 공은 우측 포스트 바깥으로 크게 벗어났다.
척!
글랜 머레이는 언제 아쉬움을 토해냈냐는 듯 양질의 패스를 제공해준 동료에게 엄지를 쳐들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이번 시즌은 특별했다.
팬들, 해설진의 예측처럼 올 시즌을 끝으로 글랜 머레이는 은퇴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렇듯.
‘반드시 이길 거야.’
은퇴 직전에, 지난 몇 시즌 간 자신을 위해 응원해준 갈매기들에게 보다 더 많은 승리와 득점을 선물로 주고 팠다.
잔셀 음벰바는 거의 미드필더처럼 올라가 제퍼손 레르마와 함께 적극적으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있었다.
이는 감독의 지침이기도 해다.
두 선수 모두 파울이 잦은 선수였기에, 위험지역에서 끊기보단 조금이나마 더 멀리서 끊어내는 게 이로웠으니까.
그리고 두 사람의 주요 타겟은 아유세 페레즈였다.
퍼억!
“아쒸...!”
어김없이 아유세 페레즈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제퍼손 레르마가 가까이 밀착하자마자 두 손으로 그를 밀어버린 거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다행히 주심과 부심은 이 장면을 보지 않았다.
전반전 14분쯤엔 아유세가 두 눈에 불을 켜고 차고 달리기를 시전했다.
쏴아아아아!
이번엔 기습적인 제퍼손 레르마의 우측면 슬라이딩 태클마저 폴짝 뛰어넘었다.
좌측 에어리어 외곽에선 인구가 한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여기!”
오오, 오오오!
간만에 맞이한 빅찬스에 원정팬, 툰들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딱, 인구의 지점으로 땅볼 패스만 찔러줘도 곧바로 슈팅 각이 나올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퍼억!
철푸더억!
[잔셀 음벰바아아! 강력한 어깨 피딩으로 아유세의 침투를 저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속절없이 무릎을 꿇어버린 아유세에!]
이번에도 주심은 카드 대신 그저 파울을 선언했다.
“이 씨발!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어!”
그만 참다못한 아유세 페레즈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척!
도리어 주심은 아유세를 향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말이다.
* * *
“이거지! 이거야!”
크리스 휴턴의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었다.
제퍼손 레르마와 잔셀 음벰바는 무척이나 거칠면서 지능적이었다.
그들의 엄청난 장점이라 한다면 바로 역으로 상대의 분노를 끌어내어 경고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오늘 주심이 관대하기 그지없군요.”
옆에서 수석코치는 흐뭇한 미소로 거들었다.
휴턴은 현 주심의 성향을 아주 잘 알았다.
“어지간해선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양반이지.”
일정량의 거친 파울엔 아예 휘슬조차 불지 않는 주심이었다.
이렇듯 경기 전부터 휴턴은 두 선수에게 보다 더 거칠게 아유세를 비롯한 뉴캐슬의 공격진을 봉쇄하라 일렀고 말이다.
롱 빌드업에 능한 그 외 선수들에게도 브라이튼 선수들이 바짝 붙어 압박했다.
휴턴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것만으로 뉴캐슬의 주 공격은 막힌다.’
4-2-3-1 플랜에서 뉴캐슬은 롱 카운터 어택이야 말로 주된 공격 전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아유세 페레즈를 비롯해 빌드업에 능한 이들의 발만 묶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선수 개인 역량에서도 브라이튼이 우위고 말이야.’
반면, 뉴캐슬은 브라이튼의 공격수들을 제대로 봉쇄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랬다.
투욱!
[오오! 조쉬 마치! 측면에서 순식간에 언더래핑으로 파고듭니다!]
[뉴캐슬의 레프트백 폴 다밋을 역동작에 빠뜨리며...!]
타앙!
[마치! 또 다시 크로스으!]
[글랜 머레이에 이어 위겐 로카디아까지 반대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빠르게 쇄도하는 군요오!]
투웅!
[로카디아의 헤더어어~]
[아아~ 볼이 높이 뜨고 말았어요! 골문을 크게 벗어납니다!]
아직 득점이 터지진 않았지만 거의 분 단위로 브라이튼이 위협적인 찬스를 가져가고 있었다.
휴턴은 확신했다.
‘조만간 득점이 터지겠어.’
* * *
전반전 40분.
스코어 0 : 0
[확실한 우위를 점할 거라 예측했던 것과 달리..., 어, 음, 글쎄요. 브라이튼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분명한 건 흐름이 예측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거죠!]
“...”
연신 웃음을 짓고 있던 크리스 휴턴도 이쯤 되자 표정이 굳었다.
‘이게 대체 무슨...’
라파엘 배니테즈가 추구하는 전술의 수비라인은 평균적으로 높다.
그렇듯 발이 느린 글랜 머레이가 최전방에 위치해도 충분히 뒷공간을 노릴 수가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말이다.
투욱!
[오오! 글랜 머레이! 수비수 틈으로 파고들어 대각으로 찔러준 동료의 스루 패스를 연결받아...!]
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음이었다.
척!
[아아아! 부심! 또 오프사이드 깃을 들어올립니다!]
꿈틀.
크리스 휴턴의 눈 밑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그도 그럴 게 벌써 오프사이드 선언만 10번째였다.
올 시즌, 아니 지난 몇 시즌 동안 전반전에 이렇게 많은 오프사이드 선언이 된 건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수비수 중에 조율에 임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은데...”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은 글랜 머레이가 침투하기 직전, 한 걸음 더 앞서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들어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혼란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삐이이이이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 처음으로,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뉴캐슬이 프리킥 찬스를 맞이했다.
프리 키커는 다름 아닌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
“...”
휴턴의 얼굴 근육은 대번에 일그러졌다.
아군 지역에서 파울을 허용한 것부터가 불안해다.
무엇보다 방금 전 인구와 경합을 벌였던 센터백 잔셀 음벰바가...,
“반칙이야! 쟤가 먼저 내 엉덩이를 걷어찼다니까! 아까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때렸다고! 방금도 얘가 먼저 날 밀쳐서...!‘
흥분에 겨워 주심을 향해 속사포처럼 따지고 있었다.
척!
그러다 옐로카드 한 장을 받았고 말이다.
< 057. 마! (1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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