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58화 (5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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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8. 마! (1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8화 마! (15)

조금 전.

브라이튼 알비온은 4-2-3-1 플랜을 가동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봤을 때, 뉴캐슬은 브라이튼보다 부족한 팀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아유세 페레즈를 비롯해 대부분 선수들이 1대1 싸움에서 밀리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더해 잔셀 음벰베와 제퍼손 레르마는 주심의 관대한 성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새끼들. 대가리는 작은데 똑똑하네.’

관대한 성향의 주심이 결정 내리기 모호한 파울을 저지르거나, 아예 시선 밖에서 뉴캐슬 선수들을 툭툭 쳐 분노를 유발했다.

이에 인구는 잠시, 포지션 체인지를 강행했다.

아유세 페레즈를 최전방에 올린 대신 스스로가 조금 더 아래에 처져 음벰바와 레르마를 직접 상대한 것이다.

라파엘도 같은 의견이었다.

과정에서 더티 플레이도 잊지 않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지.’

잔셀 음벰바가 얼굴 쪽을 향해 팔꿈치를 가져오는 것을 본 순간, 인구는 오른 팔꿈치로 송곳을 만들어 놈의 옆구리를 그냥 찍었다.

쿡!

“악! 뭐, 뭐야. 이 새끼가...!”

잔셀 음벰바는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급히 비켜섰다.

인구는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왜? 뭐. 갈빗대 좀 부러뜨리려 했는데.”

“...뭐?”

“넌 새끼야. 방금 내 턱주가리 깔려고 했잖아. 그러니 이 정도 견제는 당연한 거 아니야?”

아무렇지 않게 그런 무서운 말을 하는 인구에 순간 음벰바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너 이...!”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으르렁거렸지만 끝내 말을 잇지는 못했다.

타아앙!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기습적인 로빙 패스으으!]

뉴캐슬의 존조 셀비가 간만에 공을 소유하자마자 길게 롱볼을 때렸다.

투웅!

인구는 순식간에 음벰바의 우측 뒷공간으로 뛰어들었다.

‘미친...!’

순간 스피드가 너무 빨라 음벰바는 손을 뻗을 수조차 없이 놓쳐버렸다.

쏴아아아아!

다행히 파트너 센터백인 멧 더피가 아슬아슬한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먼저 터치라인 바깥으로 걷어냈다.

“후우...!”

음벰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를 향해선 엄지를 쳐들었다.

하지만 그 안도의 한숨은 그 한 번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인구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마치 1대1 대인방어에 임하는 센터백마냥 바짝 붙었으니까.

과정에서 주심과 부심의 눈치를 살피곤 아낌없이 손과 발을 썼다.

퍼억!

“으윽!”

쿡!

“아악!”

퍽, 퍼억, 퍼어억!

“이, 이 새끼가 좀 떨어...!”

꾸욱!

“아악!”

음벰바는 발등이 인구의 스터드에 밟히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인구는 곧장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한 기색을 비쳤다.

“아아, 미안. 이건 진짜 실수.”

음벰바의 짧은 비명에 이쪽을 돌아봤던 주심은 금세 공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구가 세상 미안한 표정으로 정말 실수였어요, 라고 전달하였으니까.

음벰바의 누적된 파울도 있던 데다, 주심 사이에서도 유명한 더티플레이어였단 점도 침묵의 플러스 요인이었다.

홈팬, 갈매기들은 그런 인구를 향해 온갖 야유를 터뜨렸다.

우우우우우-!

펜스 가까이서 모공 공격을 당했던 롭 케인도 그새 분노에 찬 얼굴로 외쳤다.

“이, 이 나쁜 새끼야아아아! 탈모인은 건드리는 게 아니야아아!”

왜인지 두 눈엔 아까부터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러다 전반전 40분.

타아앙!

존조 셀비가 또 한 차례 브라이튼의 디펜시브 라인을 향해 크로스를 구사했다.

인구는 1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찰떡처럼 음벰바에게 붙어 있었다.

때때론 제퍼손 레르마에게 징글맞게 붙었다.

그 덕에 아유세 페레즈는 보다 자유로워졌고, 반대로 음벰바의 분노 게이지는 턱 끝까지 차올랐다.

지금도 음벰바는 아예 한 몸마냥 붙어 압박하는 인구를 떨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온몸을 퉁겨도 보고 두 팔로 밀어도 보는 방식으로..., 하지만,

‘안 밀려...!’

피지컬이 어찌나 좋은지 이제는 한쪽 뺨을 어깨에 촵! 하고 붙였을 정도다.

“우리 딸한테서 배운 거야. 어때 귀엽지?”

“이, 이 게이같은...!”

음벰바는 짜증이 치민 표정으로 녀석에게서 벗어나 낙하하는 공을 먼저 걷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꽈악!

“아아아악! 이 fuck...!”

갑자기 놈이 옆구리살을 교묘하게 꼬집어버렸다.

음벰바는 순간을 참지 못하고 인구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쳤다.

철푸덕!

“우어어어억!”

여태 밀리지 않던 인구는 강풍에 휩쓸리기라도 한 것처럼 1m나 날아가 바닥을 뒷구르기로 뒹굴었다.

*       *       *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프리 키커라고 한다면 대개는 멧 리치였다.

그는 왼발로 몇 차례 프리킥 득점을 성공한 바 있을 만큼 정확성이 좋았으니까.

“근데 네가 왜...?”

하지만 리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보다 먼저 인구가 파울 지점에 자리한 공 뒤에 서서 세상 매서운 눈으로 골문 방향을 보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긴장된 숨을 토해내는 그는 아주 능글스런 제안을 건넸다.

“이번 프리킥. 나한테 기회를 줘봐.”

“하지만 감독님이...”

“괜찮아. 골 넣으면 이해해줄 거니까. 그리고 이 거리에선 직접 골 넣기도 힘들잖아?”

“그, 그야 그렇지.”

거리가 거리인지라 뉴캐슬 선수들은 크로스를 받으러 죄다 브라이튼 진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라파엘 배니테즈는 전담 키커로 멧 리치를 1순위로 선정한 상태였다.

2순위는 아유세 페레즈.

그럼에도 인구, 그가 직접 차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스스로의 실력을 믿는 건 둘째치고, 세나가 이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 중에 있을 테니까.

‘거기다 내가 얻은 프리킥이고.’

지분은 충분하다.

그러니 꼭 득점을 성공시키고 싶었다.

물론 프리킥 욕심이 있는 리치는 쉬이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감독님은...”

‘새끼가. 지가 차고 싶어서 감독님 지시 자꾸 들먹이네.’

그럼 방법은 하나였다.

“내가 이번에 못 넣으면 최소 5경기 동안은 프리킥 안 찰게.”

“지, 진짜?”

효과는 직빵이었다.

아유세 페레즈와도 프리킥 경쟁이 있는 만큼, 굴러온 경쟁자가 알아서 빠져나간다니 그새 화색이 되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거리상 직접 골은커녕,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하기도 힘든 위치이기도 했으니까.

“저, 저놈이?”

던컨 이클스 수석코치는 인구가 프리킥 키커로 나서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라파엘 배니테즈는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은근히 기대감도 샘솟았다.

브라이튼 감독, 크리스 휴턴은 거리가 먼 만큼 긴장을 조금 덜어내면서도 수비벽을 향해 지시했다.

“조금 더 붙어! 아예 바짝 붙어서 공간을 주지 마!”

한 선수에겐 공이 땅볼로 향할 수도 있으니 그냥 뒤쪽에서 누워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은 희박하다고 보았다.

‘지금 뉴캐슬엔 제공권에 능한 선수들이 없다.’

살로몬 런던도 벤치고, 호샐루도 벤치였다.

공격진 중 유일한 장신인 인구는 프리킥을 준비 중에 있었고 말이다.

딱 봐도 문전 안에 밀집된 브라이튼 선수들이 뉴캐슬 선수들보단 머리 하나가 더 커 보였다.

“우리 수비벽 맞고 튕겨 나갈 겁니다. 그 순간을 역 카운터로 가져가면 될 듯하고요.”

옆에서 수석코치는 긴장된 눈길로 다음 순간을 예측했다.

크리스 휴턴도 그러길 바랐다.

삐이이이!

때마침 주심은 프리킥 휘슬을 불었다.

뻐어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귀청을 울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허!?”

그만 휴턴의 입에선 황당한 소리가 토해졌다.

인구가 디딤발도 없이 그냥 제자리에서 오른발을 급작스레 휘둘렀으니까.

문제는 다음 순간이었다.

무회전을 띤 공이 아래위로 크게 들썩이며 불시에 솟구친 수비벽 머리를 크게 넘어서더니, 돌연 큰 낙폭을 그렸다.

그때쯤 브라이튼의 골키퍼는 좌측 포스트 상단으로 힘껏 몸을 날린 뒤..,

공은 그가 내지른 왼쪽 겨드랑이 아래로 쏙 빠졌다.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쿠우우우우우우우! 미쳤습니다!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이 인쿠의 발끝에서 터졌어요오오오오!]

[전반전 14개의 슈팅을 기록한 브라이튼이, 고작 2개의 슈팅을 기록한 뉴캐슬을 상대로 1점 차로 뒤처지는 순간입니다아!]

[대이변의 현장이 이곳, 브라이튼의 홈구장에서 생생히 벌어지는 군요오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원정길에 오른 툰들에게서 실로 어마어마한 환호성을 터져 나왔다.

반면 자리한 갈매기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갈매기들의 절망과 분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구가 불난 집에 기름까지 들이 부어버린 거다.

“우허허허헛!”

EPL 소속 구단을 상대로 첫 골을 기록했다는 것에 흥이 날대로 난 인구는 갑자기 역주행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얀마! 어디가!”

기쁨에 겨워 수비지역에서부터 달려왔던 자말 라셀스는 인구가 쌩하니 자신을 지나치자 멈춰섰다.

“거기 홈팀들 있는 데야!”

벤치에서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토해내던 중, 던컨 이클스 수석코치는 아연실색해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인구는 개의치 않았다.

다다다다다다!

전력으로 달려간 그는 기어이 데드라인 직전에 다다르자 무릎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쓰으으으윽!

쭈욱 미끄러지는 중에 두 손은 귓가에 가져가 활짝 펼쳤다.

세상 오만한 표정으로.

갈매기의 다음 반응은 뻔했다.

“FUCKAAAAA!”

“이, 이 미친놈이!”

“이리와, 이리와아아! 죽여버릴라니까!”

순간 얼이 빠진 채 굳었던 갈매기들이 단체로 험악한 얼굴이 되어 욕지거리를 토해냈다.

일부 지역에선 파도가 일렁이는 것마냥 사람들이 아래로 쏟아져 내려왔다.

“나와! 다들 나오라고! 저놈 대갈통을 깨버릴 테니까!”

“이 빌어먹을 뉴캐슬 놈들!”

“다리를 걷어차 주마! 이 FU!#[email protected]!$!#!!”

안전요원은 좀비떼로 일변한 갈매기들이 펜스를 넘지 못하게 안간힘을 써 막아냈다.

손에 들고 있던 온갖 쓰레기는 그라운드로 비처럼 아낌없이 떨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슬그머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중계 카메라가 비치자 인구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말했다.

“새대가리 놈들아. 이게 바로 뉴캐슬이다.”

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살고 보는 인구의 복수였다.

경기 내내 놈들은 자신을 향해 온갖 야유와 욕지거리를 내뱉었으니까.

물론, 딸이 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인구는 곧 카메라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아빠 잘해찌?”

콩!

도중에 빈 물병 하나가 인구의 정수리를 정확히 때렸다.

그건 대머리 롭 케인의 의지였다.

*       *       *

후반전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였다.

“이, 이잇...!”

크리스 휴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뒤늦게 발견했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인구는 아군 진영을 보며 여지없이 손을 휙휙 내지르고 있었다.

스윽, 척!

“앞으로!”

스윽, 툭!

“뒤로!”

툭!

“일렬 횡대에에!”

그에 따라 뉴캐슬 선수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놈...!”

휴턴은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공격 진영 리딩뿐만 아니라..., 아예 전지역을 리딩하고 있어...?!”

< 058. 마! (15)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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