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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9. 마! (1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59화 마! (16)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리스 휴턴은 뉴캐슬의 핵심이 아유세 페레즈라 확신하고 있었다.
인구가 암만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 하더라도, 아유세는 플레이메이커 성향까지 갖춘 데다 발도 빨랐으니까.
‘거기에 킥 실력까지...’
아유세의 위치 또한 인구의 바로 뒤쪽.
공격의 연결고리 그 자체였다.
그러니 아유세만 잡으면 뉴캐슬의 공격은 알아서 무뎌질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꿈틀!
눈밑이 아까부터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후반전 13분이 흐른 현재 휴턴의 눈에는 오직 한 선수만이 보였다.
“헤이~! 왼쪽!”
“아니, 올라오지 마! 내려가!”
“볼 몰려! 그러취이!”
“라인 간격 좀 맞춥시다 다드을!”
대부분 시간을 전방에 머물러 있는 마인구가 브라이튼의 골문을 등진 채 리딩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웃긴 건 그의 손동작과 외침에 따라 뉴캐슬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때때론 위협상황을 직접 만들어냈다.
“반대편 크로스으으!”
인구가 뒷걸음질 치며 외쳤다.
타아앙!
순간 뉴캐슬의 폴 다밋은 좌측에서 우측면으로 길게 공을 때리며 사이드 체인지를 노렸다.
브라이튼 선수들이 한쪽으로 크게 몰려 있었던지라 우측의 멧 리치는 압박이 덜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갔다.
투웅!
인구가 막 페널티 에어리어를 주파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타앙!
[멧 리치의 러닝 크로스으으으!]
타앙!
[인쿠의 이마에 정확히 떨어지는 고오옹!]
폴짝, 투윽!
[우측 포스트 아래로 방향을 틀어버립니다아아!]
[아! 브라이튼의 골키퍼! 매투 라이언이 아슬아슬하게 손끝으로 걷어내네요!]
“후우!”
자기도 모르게 숨죽여 지켜본 휴턴은 와락 이맛살을 구겼다.
리딩 뿐만 아니라 공격마저 날카로운 녀석이라는 것에서..., 휴턴은 새로운 지시를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곧 그는 한 선수에게 소리쳤다.
“제퍼손!”
후반전 15분이 지나선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아! 브라이튼! 글랜 머레이가 빠지고 알리래자 자한바크슈를 투입시킵니다!]
[수비 쪽에도 변화가 있군요! 맷 더피를 빼고 레오 발로군이 그라운드로 들어옵니다!]
[브라이튼! 생각과 달리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주축 자원 두 명이 투입되네요!]
* * *
확실히, EPL 팀이라 그런지 피부에 와닿는 체감부터가 달랐다.
인구는 두 눈으로 슥슥! 주변을 훑으며 생각했다.
‘애들 템포가 2부 리그 선수들보단 빨라.’
실점을 허용해야 할 장면에서도 개인 기량으로 극복하는 브라이튼이었다.
공격 및 수비 리딩에 있어서도 더욱 빨라야 했다.
조금만 방심해도 놓치기 일쑤였으니까.
“디안...!”
인구가 예들린의 이름을 채 부르짖기도 전에 브라이튼의 공격수가 움직였다.
투웅!
[아아! 뉴캐슬의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프런트 태클을 가하기 직전, 위겐 로카디아가 우측 배후로 파고듭니다아아!]
185CM의 브라이튼 공격수, 위겐 로카디아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발밑 재간을 비롯해 발이 빨랐다.
툭, 탓!
[센터백 자말 라셀스를 앞에 두고 오른발 인스텝으로 공을 툭 쳤다가 말고 다시 아웃스텝으로...!]
일순간 인스텝에 몸이 끌려갔던 자말 라셀스는 이를 아득, 악물었다.
위겐 로카디아는 두 눈을 빛냈다.
‘기회다!’
아웃스텝으로 즉시 공을 전환시키자마자 우측 공간이 열린 거다.
타앙!
로카디아는 자말이 밸런스를 되찾기 전에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투윽-!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힘껏 뛰어올라 두 손으로 잡아냅니다아]
[아아! 방향을 예측했군요!]
“FUCK!”
공이 골키퍼 품에 안기자 위겐 로카디아는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잘해쒀!”
상대 진영에 있던 인구는 골키퍼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역시 신호였다.
부우웅!
[오옷! 두브라파카! 곧장 멀리던지기를 시도합니다아!]
“아유세에에!”
인구가 수신호와 함께 외쳤다.
“오케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갔던 아유세 페레즈는 포물선을 그리며 뚝 떨어진 공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기민하게 잡아냈다.
“뒤쪽!”
자말 라셀스는 외쳤다. 그 또한 손동작 수신호를 활용했다.
아유세는 그새 자신의 배후로 상대 미드필더가 달라붙었음을 인지했다.
툭!
[아유세! 백패스로 브라이튼의 압박을 무산시킵니다!]
아군 페널티 아크까지 올라간 자말 라셀스는 백패스를 연결받자마자 우측 진영으로 길게 공을 뿌렸다.
이어 막 하프라인을 넘어선 멧 리치가 뒷걸음질 치다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냈다.
오오오!
원정석에선 감탄에 이른 탄성이 터져 나왔다.
뉴캐슬이 브라이튼을 상대로도 전진적인 패스 축구를 구사하고 있잖은가!
브라이튼의 레프트백, 베르나르는 그런 리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스윽!
퍼억!
허나 그 몸뚱이는 얼마 못 가 벽에 가로막혔다.
잠깐 사이 디안드루 예들린이 하프 방향에서부터 달려와 몸뚱이로 베르나르의 진로를 방해한 것이다.
“예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이를 지켜보던 라파엘은 짧게 소리쳤다.
시간이 갈수록 뉴캐슬의 팀워크와 패스워크가 좋아지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윽!
인구는 멧 리치를 향해 오른손 검지 끝을 위로 치켜들었다.
타앙!
리치는 망설임 없이 하프라인과 사이드라인이 맞닿는 지점에서 상대 디펜시브로 크로스를 올렸다.
순간 브라이튼의 미드필더, 제퍼손 레르마가 인구보다 한 걸음 앞선 채 팔꿈치를 들어 올렸다.
단순 저지의 목적이 아니었다.
‘이 새끼...!’
경기 내내 레르마는 놈의 순간 스퍼트가 상상 이상으로 빠름을 직접 체감했다.
방금 또한 놈은 필드를 박차고 달려들었다.
레르마로선 배후가 털릴 것을 예상한 것과 더불어 인구를 꽤 거칠게 다룰 필요가 있었다.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이놈이 문제야.’
인구를 오늘 처음 상대했지만, 확실히 이 녀석은 뉴캐슬의 주축이었다.
감독도 새로운 지침을 내리지 않았는가.
[인쿠를 거칠게 몰아세워!]
잔셀 음벰바가 카드를 받은 만큼 레르마가 이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있었다.
확실하게 흔들어야 했고 말이다.
이미 동료들은 주심 부심의 시야를 몸뚱이로 가린 상태.
퍼억!
‘됐다-!’
레르마의 입꼬리가 찰나지만 미약하게 끌어 올라갔다.
기어이 자신의 팔꿈치로 인구의 얼굴을 후려쳐버렸다.
놈의 상체는 단번에 휘청하며 뒤로 밀려났다.
그런데,
쐐애액-!
“으어...?”
웬 서슬 퍼런 공기가 귓가를 간질였다.
레르마는 이 불길한 소리가 뭔지 0.1초도 되지 않아 인지했다.
인구의 상체가 뒤로 고꾸라지는 과정에서 투박하고도 커다란 손 하나가 불쑥 얼굴 정면을 향해 날아왔으니까.
레르마의 경직된 얼굴에 닿기 직전엔 갑자기 주먹이 꽈악 쥐어졌다.
‘이 미친...?’
레르마는 이 순간이 정말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
“이, 이...!”
빠가악!
피할 겨를도 없이, 레르마의 코에서 매운맛이 쫘악 터졌다.
* * *
“어억...!”
크리스 휴턴은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선 속엔 두 선수가 철푸덕하고 쓰러져 있었다.
아니, 레르마에게 빰따구를 맞은 인구는 찡그린 얼굴로 금세 상체를 반쯤 일으켜 세웠다.
“아 졸라 아프네.”
반면에 제퍼손 레르마는...,
[즉시 의료진이 투입되는군요! 다행히 의식은 있습니다만...!]
[아 코피입니다. 그것도 쌍코피...! 단순 코피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레르마 선수! 쉽게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어요!]
‘너, 너무 아파...!’
해설진의 말대로 레르마는 알싸한 코를 부여잡을 수조차 없었다.
충격에 눈물샘은 터진 듯했고, 의료진이 코를 진찰하는 과정에서도 코에 뭔가 묵직한 게 올려진 기분이었다.
그때, 한 녀석이 다가왔다.
입 밖으론 절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너 이 새끼...!”
방금 전, 엉덩방아를 찧기 직전 손을 휘두른 인구였다.
‘주먹까지 쥐었어...!’
명백한 고의였다.
허나 인구는 세상 순수하고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말했다.
“괜찮아?”
레르마는 부릅뜬 눈으로 인구를 노려봤다.
‘이 간악한 새끼...!’
더티플레이의 대가답게, 그가 지금 고의가 아닌 척 연기하는 것임을 잘 알았다.
의료진이 곁에 있던 만큼 곧 인구는 레르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게 나대지 말았어야지. 새끼야. 앞니 털어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이, 이 쒸@[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너 이 개[email protected]%$!!#! 죽여[email protected]$%!!#”
결국, 더티플레이의 대명사, 레르마는 심리적으로도 폭발했다.
그렇게 코 골절로 부상 아웃당했고 말이다.
* * *
후반전 40분. 아직 경기 종료까지는 5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공격에 또 공격으로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 써도 모자를 시간.
하지만 브라이튼은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반대로 뉴캐슬은 전진 또 전진했다.
그 중심엔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가 있었다.
투욱, 투욱, 투웅!
[오오오! 달립니다! 인쿠우! 달립니디아아아!]
페널티 아크 아래에 있던 잔셀 음벰바는 발목에 어느 때보다 힘을 주었다.
하필 인구가 자신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섣불리 달려들어 태클을 가할 수는 없었다.
“이 새끼...!”
분명 접을 게 뻔했으니까.
두 걸음 간격까지 좁혔을 때, 놈은 예상대로 오른발로 공을 접었다.
‘페이크!’
음벰바는 확신했다. 저건 페이크다. 그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수욱!
놈이 한 걸음 더 접근하며 이번엔 오른발 아웃스텝으로 재차 공을 돌려세웠다.
음벰바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뒷걸음질 치자 엉덩이가 들썩였다.
수윽!
와중에 인구가 한 번 더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접어 음벰바의 밸런스를 흩트리고자 했다.
‘내가 당할 줄 알고!’
음벰바는 이 다음이 진짜라 여겼다.
이미 왼발은 뒤로 스윽 뺐다.
언제든 바닥을 딛고서 상체를 들먹여 막아낼 생각으로.
바로 그 순간이었다.
투웅-
“...? 아니, 잠깐만효오?”
바짝 긴장했던 잔셀 음벰바의 표정이 돌연 풀렸다.
입에선 바람 빠진 소리가 나왔다.
동공은 위로 홱하고 치솟았다.
재차 아웃사이드 또는 넛메그(알까기)를 먹일 거라 예상했건만 아니었다. 갑자기 인구가 왼발로 공이 옮겨지는 순간에 발등으로 띄워버린 거다.
팔딱!
음벰바는 반사적으로 물고기처럼 뛰어올라 어떡해서든 헤더로 공을 걷어내려 했으나...,
“이런 쒸....!”
욕지거리만 터져 나왔을 뿐이다.
머리끝에 닿기는커녕 공이 이미 자신을 뜀틀마냥 넘어선 뒤였으니까.
슈웅!
인구는 어려움 없이 음벰바의 좌측 빈공간으로 파고들었다.
“막아아아아!”
브라이튼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던 크리스 휴턴은 버럭 소리쳤다.
다행히 음벰바가 나름의 시간 지연을 벌인 덕에 인구를 향해 좌측, 정면, 우측면에서 각각 수비수들이 달려들 수 있었다.
저마다 발을 뻗거나, 어깨를 들먹이며.
굳이 공에 다다르지 않아도 슈팅 각도, 패스 각도를 완전히 죽여놓았다.
위치도 중앙보다는 음벰바의 수비가 있었기에 골문에서 좌측으로 꽤 치우쳤다.
휴턴은 입술이 메말라가는 와중에도 기대했다.
‘저 상황에선 슈팅은 확실히 불가능...!]
허나 그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뻐엉!
[인쿠의 발리슈우우우우우웃!]
공이 가슴께에 낙하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인구가 힘껏 뛰어올라 왼발 옆차기를 날렸으니까.
< 059. 마! (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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