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0화 (60/200)

=======================================

< 06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0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

교체 투입된 브라이튼의 수비수, 레오 발로쿤은 우측면에서 한 걸음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가 말고 흠칫, 거렸다.

인구의 한 템포 이상 빠른 발리 슈팅에 우측 뺨 너머로 공이 지나가는 걸 허용해버렸으니까.

포스트 사이를 끼고 있던 골키퍼, 매투 라이언은 그만 입을 쩍 벌렸다.

“억...!?”

가슴 높이에서 때려 찬 슈팅이 눈 깜짝할 사이 페널티 스퍼트를 가로질러 제 머리 위로 도달했잖은가!

찰나지만 라이언은 공의 각도를 보곤 예측했다.

‘크로스바를 넘길 것도 같은데?’

딱 봐도 붕 떴다.

발로쿤을 넘어설 시점엔 얼굴 높이였던 게 그새 더욱 치솟았다.

그럼에도 반사적으론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일차적으로 공을 좀 더 골문에서 멀리 굴절시킬 목적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닿았...!’

다행히 왼쪽 중지에 아슬아슬하게 공이 닿았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후웅-!

“...?”

닿았다 싶은 순간, 갑자기 공이 중지 끝의 아슬아슬하게 타고 바깥이 아닌, 골망이 있는 인사이드로 말려들었다.

높이 솟구칠 것 같던 공이 급격히 아래로 낙하했다.

“뭣...?!”

라이언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조금 전 인구의 슈팅 스탠스도 떠올렸다.

‘분명 왼발 발리였잖아!’

페널티 좌측 대각에서 구사된 왼발 발리였다.

그것도 가슴 높이에서 어거지로 때려 찬...!

3면에서 압박이 가해졌던 만큼 급작스레 때린 슈팅이라 확신했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아니었던 모양이다.

라이언은 이제 두 팔을 들어 올린 그대로  쩌저적 얼어버렸다.

속으론 초연하게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아웃프런트로 찼다고...?’

그 생각이 최선이었다.

촤라악!

공은 중지 끝을 기점으로 반원을 그리더니 기어이 반대편 포스트 골망 아래로 쏙 빨려들어갔다.

동시에 그라운드가 울릴 정도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

해설진은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

[쐐기골! 잔혹합니다아아! 브라이튼을 상대로 기어이 쐐기골을 박아버리는군요오오오!]

2만 여명에 달하는 홈팬들은 후반전 말미에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팀을 상대로 거의 패배가 확실시 되자 일부는 눈물까지 보였을 정도다.

반면 원정석은 축제의 장이었다.

[툰들이 날뛰는군요오오! 믿을 수 없는 장면에 흥에 겨워합니다아아!]

툰들은 마치 클럽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날뛰었다.

“우오오오! 빌어먹을 갈매기들놈들아! 봐라! 이게 바로 뉴캐슬이다아아!”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몇몇은 웃통을 홀라당 까면서까지 즐거움을 만끽했다.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이번엔 홈석이 아닌 원정석, 툰들이 있는 곳을 향해 말처럼 다닥! 다닥! 뛰어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데뷔전을 가졌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 온몸을 찌릿찌릿 달아오르게 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두 골이나 넣었어! 두 골이나 넣었다고오!’

한층 더 수준 높은 팀을 상대로 기록한 득점이서 그런 걸까?

힘차게 내뱉는 숨결부터가 거칠면서도 뜨거웠다.

‘아무렴 어때!’

인구는 이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그 뒤로는 동료들이 줄지었다.

쏴아아아악!

곧 인구는 첫 번째 골을 넣은 직후처럼 원정석에 다다를 즈음에 무릎 슬라이딩을 뽐냈다.

뒤이어 활짝 펼친 두 손을 귓가에 가져가 씨익 웃어 보였다.

“뭐? 뭐라고? 안 들려! 더 크게!”

갈매기들은 욕지거리와 쓰레기 비를 한껏 선사했지만, 툰들은 달랐다.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 인쿠우우! 인쿠우우우-!

그들은 광신도 집단처럼 불끈 쥔 주먹을 쳐들며 제 이름을 열정적으로 부르짖었다.

그러다 문득, 인구는 화들짝 놀랐다.

원정석, 관중석 한편에 익숙한 두 사람이 보인 것이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두 사람은 다름 아닌 가은이와 세나였다.

일이 끝나자마자 곧장 아이를 데리고 왔는지 오피스룩 차림새의 가은이는 입가에 미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인지 그녀의 두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시울까지 붉어져 있었고 말이다.

그런 그녀는 열띤 관중들의 환호에 입모양으로나마 말했다.

잘. 했. 어, 라고.

인구의 가슴이 다른 의미에서 뜨뜻하게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축구 일생을 쭉 지켜봐 왔던 만큼, 그녀의 두 눈에선 많은 게 교차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리고 양갈 머리에, 포동포동한 볼살이 매력적인 세나는 아빠와 두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그마한 두 팔을 벌려 외쳤다.

“서프라이쯔으으~!”

감동이었다.

당장 저 담장을 넘어가 두 사람을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하지만 지금 자신은 땀에 절어있었기에 그럴 수야 없었다.

대신 인구는 훌쩍이며 말했다.

“크흡! 오늘 외식하자! 아빠가 맛난 거 사주께. 다 사주께!”

두 골로 득점 보너스 수당 확정이었다.

물론, 외식은 실패했다.

첫 번째 골에서 역주행 세레머니를 펼친 탓에 갈매기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다 못해 폭발해버렸으니까.

그렇듯 원정팬인 툰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통제에 따라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야 관중석을 조용히 빠져나갈 수가 있었다.

브라이튼 지역은 구경도 못 해보고 뉴캐슬로 돌아와야 했고 말이다.

*       *       *

경기 후 언론은 난리였다.

[인쿠! 브라이튼 상대로 멀티 골 작렬...!]

[뉴캐슬 유나이티드! 브라이튼 누르고 16강 진출!]

[갈매기들! 크리스 휴턴 감독 맹비난! ‘뉴캐슬 상대로 로테이션 돌리다 된통 당했어...!’]

[방심하다 두 차례 일격에 무너진 브라이튼...!]

[뉴캐슬 유나이티드! 무패행진 지속...!]

해당 소식은 한국에서도 널리 퍼졌다.

이미 챔피언십에서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던 만큼 팬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 <그리운청량리> : 내 생각엔 다음 시즌에 프리미어리거 한 명 더 늘어난다. 그 이름은..., 마인쿠!

ㄴ <조기축구경력1년차>  : 뉴캐슬 소속으로 뛸까요?

ㄴ <그리운청량리> : 제가 볼 땐 첼시나 맨시티, 또는 리버풀로 갈 것 같습니다. 폼이 너무 무시무시해서요.

- <니가뛰던지> : 우리 인구 물건이네. 물건이야.

- <손세이셔널> : 하이라이트봄? 막판 득점은 그냥 태권도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내이름은박지송>  : 난 즐라탄이 보이더라. 어찌 그 몸뚱이에서 그런 기민한 슛 동작이 나오는지.

- <인생은한우물> : 마인구 선수! 한국을 빛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응원하겠습니다!

- <32년째다이어트> : 진짜 지렸다! 때리면 그냥 다 들어가네? 드디어 손흥빈 다음 가는 프리미어리거가 또 탄생하는 건가?

ㄴ <밥지수>  : 너무너무 기대돼! 흥빈이랑 인구랑 같이 EPL에서 뛰는 거 >

*       *       *

일부 팬들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뉴캐슬의 경기력에 의문을 표했다.

그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라운드 내내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인구에 대한 의심도 여전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을 내세웠다.

[인쿠가 활약할 수 있는 데는, 아직 상대 팀들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차차, 시간이 흐르면 인쿠를 봉쇄할 수 있는 팀이 하나둘씩 늘어날 겁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 축구판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정보력 및 전술 싸움이기도 했다.

그리고 암만 전 시즌 파괴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해도 다음 시즌엔 귀신같이 침묵하는 선수도 많았다.

이는 한 개인이 집중 견제를 비롯해 상대의 취약한 전술에 막히면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전 시즌 득점왕인 마테아 비드라만 하더라도..., 올 시즌은 겨우 2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지요!]

[과거, 한 시즌에 리그 경기에서만 30골을 뽑아낸 글랜 머리도 다음 시즌에선..., 졸전을 펼치다 벤치 자원으로까지 밀려났습니다.]

[물론 챔피언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리버풀까지 간 리키 렘버트와 같은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물죠!]

허나, 인구는 적어도 전반기 동안은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색하게 할 만한 가공할 경기력을 뽐냈다.

리그 10라운드.

뻐어어엉!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

[페널티 아크 아래! 아니 한참 아래에서 때린 기막힌 중거리포오오오오오오!]

[수비벽 등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 공이 골키퍼가 다이빙할 새도 없이 빠르게! 또 강력하게 골망을 울립니다아아!]

리그 11라운드에서 상대팀은 인구의 중거리 슈팅이 위험하다 판단하고 대인 방어를 지침했다.

적어도 그가 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으면 적극적으로 압박해 슈팅을 못하게 만들라! 라는.

하지만 인구에겐 먹히지 않았다.

툭, 타앗! 투웅!

[오오오! 인쿠우우우우! 수비수가 바짝 밀착해오자마자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넛메그를...! 이어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수비수를 벗겨내는 데 성공합니다아!]

밀착 압박을 하면 인구는 순간 스퍼트로 상대를 눈 깜짝할 사이 제쳐버렸다.

직후엔...,

타아앙!

촤락!

[고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 이번엔 왼발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공략합니다!]

[이게 진정한 양발잡이지요오오!]

애석하게도 뉴캐슬은 압도적인 승점차로 1위를 유지하진 못했다.

공격이 좋은 반면, 수비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었기에.

그렇듯 12월 말이 되었을 때 뉴캐슬의 현 순위는 이랬다.

(1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21경기 18승 2무 1패 승점 : 56점.

(2위.) <애스턴 빌라> 21경기 16승 3무 2패 승점 : 51점.

(3위.) <스토크 시티> 21경기 15승 3무 3패 승점 : 48점.

(4위.) <미들즈브러> 21경기 13승 4무 4패 승점 : 43점.

(5위.) <스완지 시티> 21경기 13승 3무 5패 승점 : 42점.

(6위.) <노팅엄 포레스트> 21경기 11승 4무 6패 승점 : 40점.

(7위.) <더비 카운티> 21경기 11승 3무 7패 승점 : 36점.

.

.

.

반면 인구는 21경기 동안 36골이라는 경이적인 득점력을 뽐냈다.

이는 2004년, 풋볼 리그 챔피언십이 탄생한 이래 가장 많은 득점 수치였다.

거기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경기수는 46경기. 인구의 득점 행진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EFL컵에서의 행진은 8강에서 멈췄다.

하필 8강 상대가 EPL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우승 경쟁을 다투는 중인 리버풀이었다.

그렇듯 모하매드 살라, 사다오 마네에게 각각 두 골씩 헌납하며 4 : 1로 완패한 거다.

그렇게 시간은 더욱 흘러..., FA컵 3라운드 상대가 결정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 06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 > 끝

ⓒ 강로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