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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1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
“잉글랜드 챔피언십 내에서, 21경기 동안 36골을 기록한 선수가 있던가요?”
“없습니다. 글랜 머리도 30골을 기록하며 챔피언십 득점왕에 올랐었죠. 리키 렘버트도 27골.”
“사실상 득점왕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축구 전문 공영방송, 뉴캐슬 어폰타인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메인 주제는 단연 마인구였다.
안드레 우드라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지닌 중년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불과 반 시즌 전만 하더라도 뉴캐슬에 거주하는 사람 중, 인쿠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엔 그 선수에 대한 의문 덩어리로 가득했죠. 과연, 이 선수가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도 잘 할까, 라는.”
“그 의문은 곧장 해소되었습니다.”
맞은편 패널 자리에 앉아있던 로스 그레이엄이란 축구 전문가가 덧댔다.
날렵한 인상의 그는 실테 안경을 고쳐 쓰며 덧붙였다.
“강력한 양발잡이에다, 순간 스퍼트는 패르난도 토레스를 떠올리게 할 만큼 빠릅니다. 거기다...,”
툭, 툭!
로스 그레이엄은 자신의 검지 끝으로 머리 부근을 툭툭 건드렸다.
“축구 지능도 상상 이상이죠.”
진정 놀란 부분이었다.
매 경기마다, 인구는 선수들의 위치를 직접 조율해 내는 능력을 뽐냈으니까.
“인쿠는 위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서 선수들을 안전한 길목에 배치시키는 능력까지 지녔어요.”
“아아, 저도 봤습니다. 직전 경기에서도 발 빠른 공격수가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려하니 아예 수비 라인을 적정한 타이밍에 올려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봉쇄했었죠.”
“마치, 상대 선수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한 리딩 능력이에요.”
정말로 전문가들이 보기에 인구는 경기 흐름을 모두 읽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으며 아낌없이 지시했다.
출연한 패널 모두 툰이었던 만큼 인구에 관한 평가를 하면 할수록 입가엔 진득한 미소가 걸렸다.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선수였으니까.
안드레 우드의 입가에도 그새 아빠 미소가 자리했다.
“툰들에게 있어 인구는 이제 아유세 페레즈, 이상 가는 애정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역주행 세레머니 및 기자들을 상대로 욕설을 퍼부으며 다소 논란이 일긴 했습니다만..., 딱히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그럼요. 뉴캐슬 외 지역에선 그를 악동이라고도 칭합니다만..., 적어도 뉴캐슬 내에서 그는 영웅이니 말입니다.”
“특히나 브라이튼은 그를 악마라고까지 칭하며 여전히 맹비난을 가하고 있죠.”
“그들은 쫌생이일 뿐입니다. 졌다고 그리 한 선수를 까대기나 해대니.”
로스 그레이엄은 농담마저 던졌다.
“저는 그 친구가 제 딸과 잘됐으면 좋겠더군요. 아아, 제 딸이 인쿠의 열렬한 팬입니다.”
잠깐이지만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안드레 우드의 입가에 미소는 사라지고 근심 어린 미간이 잡혔다.
이어 그는 진짜 본론을 꺼냈다.
“문제는, 인쿠를 뉴캐슬이 잡을 수 있냐는 거겠죠.”
다가올 1월이면 겨울 이적시장이 열린다.
그리고 21경기에서 36골을 기록한 인구는, 적어도 챔피언십 소속 선수 중엔 가장 탐나는 물고기였다.
* * *
타닥, 타닥! 탓, 탓!
선수 이적 및 임대 담당관, 마이클 워즈는 키보드 자판을 연신 두들기고 있었다.
머지않아 1월 이적시장이 오픈하는 만큼 임대생들에 관한 서류를 작성 중이었던 거다.
“이 친구는..., 1군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쩝...,”
서류를 작성하는 와중에 아는 이름과 얼굴이 보이자 워즈는 안타까운 탄식을 터뜨렸다.
‘릴 메이라’ 라는 리저브 리그에서 뛰고 있는 18세 선수였다.
일전에 유스 레벨에서 그 꼬마의 경기에 큰 인상을 받았던 만큼 머지않아 1군 무대에 진출하리라 생각했건만.
“라파엘 그 영감. 유스는 절대 안 써먹는다니까.”
결국은 해당 유스의 에이전트가 임대 요청을 보내왔고 구단은 이에 승인했다.
“SC 파렌스라.”
흠칫!
워즈는 갑자기 들려온 굵직한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고개를 슬쩍 돌리니 그새 사무용 의자 뒤쪽으로 또 다른 이적 및 임대 담당자, 롤 케이크가 서 있었다.
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워즈의 책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포르투갈 2부 리그지?”
“네, 맞아요. 커피 감사합니다.”
워즈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케이크는 뒤쪽에서 사무용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물었다.
“인쿠에 관한 건 어때?”
최근 마인구는 뉴캐슬 관련자 모두에게 있어 화젯거리였다.
라운드마다 엄청난 경기력을 뽐내면서 그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니까.
인구의 담당이기도 한 워즈는 지난 며칠 동안 줄기차게 이어진 문의와 제안서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꽤 많은 제안이 왔어요.”
“오오, 그러네. 울버햄튼에, 왓포드, 크리스탈 팰리스 등.”
대부분은 EPL 중하위권 구단에서 온 제안서 및 문의서였다.
인구에게 두 차례 일격을 맞고 침몰한 브라이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적료가..., 2000만 파운드(한화 309억), 1800만 파운드(278억), 또 2300만 파운드(356억)라.., 브라이튼 이놈들은 인쿠에게 당해서인지 1500만 파운드(한화 232억)를 제안했구만. 아무튼, 대체 몇 배나 오른 거야?”
각 구단이 제안한 이적료는 저마다 달랐다.
롤 케이크의 감탄에 겨운 질문에 워즈는 그새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입을 열었다.
“반 시즌 전에 100만 파운드(한화 15억)에 데려왔으니까. 거의 20배 넘게 오른 거죠.”
“이야~ 잭팟이네, 잭팟이야.”
반 시즌만에 선수 몸값이 이리 가파르게 상승한 건 두 사람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워즈는 덧붙였다.
“사우샘프턴의 리키 렘버트도 400만 파운드(한화 61억)에 리버풀로 갔었죠. 그에 반해 인쿠는..., 그 이상이에요!”
마이클 워즈의 두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어느덧 그는 인구의 열렬한 신봉자 중 한 명이 되어 있었으니까.
컴퓨터 바탕화면도 인구의 역주행 세레머니 장면이었다.
분개한 갈매기(브라이튼 서포터)들과, 쓰레기 비가 쏟아지는 적지 한복판 속, 무릎 슬라이딩을 뽐내며 포효하는 마 인쿠...!
‘크으으~ 인쿠우...!’
워즈는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현재 구단은 판매 불가 방침을 내린 상태였다.
워즈는 두 뺨이 붉어진 채로 말했다.
“판매 불가 방침을 내린 건 잘한 결정 같아요.”
“아니, 왜?”
“단순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우리 인쿠의 가치는 더 높은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긴 해.”
“아마, 조만간 재계약 제안도 할 테죠. 아니, 반드시 할 겁니다.”
“근데 쫌생이 구단주가 쉬이 그럴까? 혹여나 상상 이상으로 좋은 제안이 들어오면? 그 방침을 그대로 고수하긴 하려나?”
쫌생이 구단주란 현 뉴캐슬의 구단주를 말함이었다.
선배의 팩트에 워즈의 좋았던 표정은 금방 구겨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서도 뉴캐슬의 구단주는 핵심 일부를 아주 대차게 내보낸 전적이 있으니까.
이번 시즌만이 아닌 전 시즌, 그 전전시즌도!
‘그 나쁜 자식...!’
그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다.
겨울 이적시장 개막이 코앞인 만큼 두 사람은 또 다른 문의서 또는 제안서라 여겼다.
“음?”
“어어?”
해당 메일을 확인한 워즈와 케이크는 그만 두 눈이 빠질 것처럼 커졌다.
* * *
화창한 오후.
경기 후 다음 날이었던 만큼 선수단엔 하루 휴식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인구는 어김없이 출근하여 개인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세나를 유아 학교에 데려다준 이후엔 딱히 할 게 없었으니까.
“후윽!”
그렇듯 그는 트레이닝복 차림새로 발 앞에 있는 스피드 래더 훈련에 임했다.
해당 훈련은 하체의 민첩성, 균형 감각, 신체 조정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래더의 끝에 다다른 순간엔 돌연,
스윽!
방향을 급전환해 우측방으로 질주했다.
다다다다다!
약 10M를 질주 후엔 또다시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해 질주.
단순히 뛰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인구는 한 걸음, 한걸음에 최대한 보폭을 늘렸다.
‘관절 및 근육을 이완시켜야 해.’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선 엉덩이를 비롯해 무릎, 발목을 모두 가동해야만 한다. 해당 부위의 근육 사용량을 늘리면서 스피드도 느는 법이었고 말이다.
“후으윽-!”
해당 코스를 14번이나 반복한 끝에 인구는 길게 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멈춰 섰다.
“겁나 힘드네.”
곧 그는 터덜터덜 걸어가 벤치 한편에 올려둔 물병을 집어 들었다.
벌컥, 벌컥, 벌컥!
뚜껑을 따고는 옷에 튀든 말든 콸콸콸 입으로 들이켰다.
“크으!”
금세 갈증은 해소되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속도가, 생각보다 안 돌아와.”
순간 스퍼트는 빨랐다.
거기에 더해 상대의 밸런스가 깨진 틈을 곧잘 파고드니만큼 해당 순속은 지금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평속이 과거 17살 때와 비교하자면 턱없이 떨어졌다.
“한강에서 뛸 때보다는 빨라지긴 했다만.”
스피드 한정,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7살 때와 비교하자면 그저 그런 수치였던 거다.
이와 관련해 뉴캐슬의 각 코치들과 메디컬닥터는 조언해주었다.
[사람의 신체는 기계가 아닙니다. 기계야 녹을 벗겨내고, 닳아버린 것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배터리를 갈아주기만 하면..., 그냥 새것이 되는 거죠. 반면에 사람은 그저 늙을 뿐이고요.]
[재기를 통해 신체 능력이야 일정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야 있지만..., 한계가 명확합니다.]
[달리기는 사람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운동이죠. 또 치타와 같은 동물과는 달리, 우리 인간은 오로지 다리의 근골격계만 활용합니다. 이는 상당히 비효율적일 만큼 많은 열량을 소모시키고요.]
덧붙여 해당 부위는 특히나 빠르게 닳고 닳아버린단다.
긴 시간 쓰지 않으면 녹슬기만 할뿐만 아니라 탄성까지 잃는다고 하였다.
딱 잘라 말해, 사람 몸이라는 게 한 번 맛이 가면 쉬이 원상태로 돌아가기란 힘들다는 소리다.
‘스피드는 더욱 더라...,’
인구는 쓴 것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염병하네.”
지금 평균 속도도 썩 나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었다.
[챔피언십보다는 이피엘이 더 재미쒀...]
라는 세나의 진심을 전해 들은 순간엔 열망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그렇듯 EPL로 진출하다 못해 거기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 위해선 보다 많은 공격 옵션이 필요하다 여겼고 말이다.
그때였다.
“나 좀 보세.”
동상, 생각하는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서 상념에 잠겼다가 말고 인구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
감독 집무실 창문 너머, 대머리 진행형인 라파엘 배니테즈가 자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꽤 심각해 보였다.
< 06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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