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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2화 (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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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2.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2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3)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내겠네.”

라파엘 배니테즈가 집무실 접객용 소파에 앉고서 말했다.

인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해주세요.”

사실 거두절미하고 곧장 말하진 않았다.

벌써 10분씩이나 구구절절 투 머치 토커로서의 위용을 뽐냈으니까.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에 대해서 아나? 필드의 로맨티스트라는 선수야.]

[로마의 황제, 프란채스코 토티는..., 진정 남자 중의 남자지.]

[요즘은 한 팀에 진득하게 눌러앉아 있는 선수가 없어. 뭐, 물론 좋은 제안이 오면..., 떠나는 게 맞긴 하다만. 크흠!]

[이적은 선수에게도 부담이 따른다네.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서, 때때론 실력이 충분함에도 벤치에 앉아있기 일쑤거든. 그런 선수를 여럿 보아왔지. 이적을 후회하는 선수도.]

라는 등등.

그렇게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빌드업 끝에 라파엘은 입을 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제안이 왔네.”

“어?”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인구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라파엘은 쓴 것을 먹은 얼굴로 덧붙였다.

“우리 뉴캐슬 측에 제안한 이적료는..., 3200만 파운드(한화 499억).”

“오...!”

“이적 및 임대 담당자를 통해 들었네만. 자네에게 주어질 주급도..., 뉴캐슬에 받는 금액보다 최소 7배 이상이야.”

“오옷?”

인구의 입이 동그랗게 벌어졌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액수가 아닌가.

괜스레 우쭐한 기분까지 샘솟았다.

현재 트랜스마켓이 책정한 인구의 추정 몸값은 2000만 파운드(한화 312억)였다.

암만 챔피언십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할지라도 2부 리그.

그렇듯 유럽 5대 리그나, 그 밖의 리그 내에서의 활약이 아닌 이상은 몸값 상승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특히나 잉글랜드 챔피언십 선수를 향해 2000만 파운드(한화 312억) 이상을 제안하는 팀은 흔치 않다.

‘상위 리그 진출해서 실패한 케이스가 어디 한 둘인가.’

인구의 두 뺨은 이제 붉게 상기되었다.

‘그런데 3200만 파운드(한화 499억)씩이나?’

원래 트랜스마켓이 책정한 금액보다 더욱 비싸게 제안하는 게 이 바닥 룰이라지만..., 생각보다 금액이 훨씬 좋았다.

그것도 한때 박지송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니?

드디어 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심장은 날뛰었다.

한편 라파엘은 생각했다.

‘엄청난 상승세야.’

반 시즌만에 인구의 가치가 20배 이상 상승했다.

말도 안 되는 성장세라고도 할 수 있지만, 라파엘은 두 눈을 가느스름하게 좁혔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만한 가치를 지녔던 선수야.’

재야에 있던 선수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원래의 실력을 뽐냈을 뿐인 거다.

거기다 라파엘은 아직 더 이 눈앞의 선수가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쳐주리란 걸 잘 알았다.

그래서일까.

라파엘은 이런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너무 빨랐다.

‘하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니.’

알랙스 퍼거슨이 떠나간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뿌리채 뽑힌 것마냥 이리저리 흔들려왔다.

올 시즌에도 그들은 EPL에서 겨우 순위 9위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라파엘의 허벅지 께에 가 있던 주먹이 꽈악 쥐어졌다.

‘그럼에도 많은 선수들이 원하는 구단이다.’

암만 졸전에 졸전을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EPL에서 명성만 놓고 본다면 최고였다.

그에 반해 뉴캐슬은 딱히 매력적인 구단이라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문제는, 그만한 이적료라면..., 현 구단주라면 크게 고민 없이 자네를 보낼 수도 있다는 거지.”

“구단주가 응한 건가요?”

뉴캐슬의 선수 영입 방출권은 라파엘 감독이 아닌 구단주가 쥐고 있었다.

인구의 물음에 라파엘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직 회담을 갖진 않았어. 조만간이겠지만. 그전에 자네를 이렇게 부른 건..., 묻고 싶어서네.”

라파엘의 표정이 조금 더 진중해졌다.

인구는 대충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팀에 남고 싶냐, 아니면 떠날거냐, 이거겠군.’

예상대로였다.

“자네는 어찌하고 싶나?”

결국, 의사권은 선수가 갖는다는 소리였다.

구단에서 이적에 승인해도 선수가 거부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라파엘은 말하였다.

“난 자네가 팀에 남았으면 하네. 같이, 이 뉴캐슬을 EPL로 올려놨으면 한다고.”

라파엘 배니테즈에게 있어 인구는 아주 오랜만에 마주한 뛰어난 창이었다.

‘아니, 내가 마주한 창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야.’

그렇듯 라파엘은 눈앞의 스트라이커를 쉬이 놓치기가 싫었다.

하지만 불안했다. 이 축구판의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는 세계였고 말이다.

한때 리버풀을 위해 헌신할 것 같던 페르난도 토래스도 결국은 돈 앞에 큰 고민 없이 팀을 떠나버렸지 않던가.

‘탓할 순 없다.’

그건 본인 또한 다르지 않았으니까.

결국 프로의 세계에선 연봉과 몸값이 선수의 대우와 가치를 대변하는 법이었다.

솔직히 말해 라파엘이 본 인구는 지금보다 더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했고 말이다.

그런 만큼 라파엘은 제안했다.

“팀에 남겠다면, 구단주를 찾아가 재계약을 청해달라 할 거네. 자네 주급을 대폭 인상함은 물론이거니와, 자네에게 이로운 쪽의 계약을 주도하겠네.”

*       *       *

공식 제안이 아닌, 암암리에 오간 제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이적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이는 맨유가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FA컵 3라운드 상대가 두 팀 간의 대결이었던 만큼, 이런 방식으로도 팀의 분위기를 흩트리기 위한.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약팀, 강팀 가리지 않고 경기 외적으로도 공략하는 인간이었다.

단연 뉴캐슬 서포터들은 발끈했다.

- : 감히 인쿠를 빼앗아가려 해?

- : 맨유 이 새끼들은 지들이 무슨 바이에른 뮌헨이라도 되는 줄 아나? 잘하는 선수는 다 데려가려고 하네.

- : 내 생각엔 술수야. 우리랑 곧 경기하니까 이딴 방식으로 선수 멘탈을 흔드는 거지!

- : 공격수도 많은 놈들이, 우리 인쿠 데려가서 제대로 써먹기나 하겠냐! 어?

- : 3200만 파운드는 너무 적어. 최소 5000만 파운드는 불러야지!

- : 인쿠를 떠나보내선 안 됩니다!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의 지분을 지닌 선수를 보내면..., 우린 승격 못해요!

ㄴ : 내 생각도 그래. 인쿠 떠나면 귀신같이 연패할걸?

툰 입장에선 한창 팀이 잘 나가는 데 있어 일등공신인 스트라이커를 건드렸다는 것에 분통이 터졌다.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뉴캐슬 수뇌부들은 툰들에게 어떤 답변도 없이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 팀들의 제안엔 판매 불가! 라 선언해놓고 맨유의 규모가 큰 제안엔 조용했으니까.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들은 인구의 영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 : 인쿠? 이 선수 뉴캐슬에 사는 내 친구가 말하길 머지 않아 월드클래스가 될 선수랬어.

- : 오우. 잉글랜드 챔피언십 득점 랭킹 1위 선수구나. 그럼 우리가 넙죽 영입해야지!

- : 지송팍 다음으로 아시아 선수 한 명 더 영입했으면 했는데..., 딱이네.

ㄴ : 난 개인적으론 이란의 그..., 메흐디 타래미인가? 그 친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물론 주전급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       *       *

같은 시각.

한때 동안의 암살자라 불리던 울레 군나르 솔사르에게 있어서 이번 시즌은 매우 중요했다.

그는 사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턱을 쓰다듬었다.

‘잘하면..., 진짜 잘만 하면 정식 감독직 제안이 올 수도...’

2018-2019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끈 감독은 다름 아닌 조제 모리뉴였다.

하지만 모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하위권 팀을 상대로도 패하는 등 졸전의 연속을 보였다.

그러다 순위 14위까지 떨어지자 구단 측에선 경질을 선택.

그리고 그를 대체한 게 바로 울레 군나르 솔사르였다.

하지만 그 신분은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

솔사르는 두 눈을 살포시 찡그렸다.

‘처음부터 정식 제안이 왔으면 했다만...’

다행히 부임 후 최근 7경기의 성적은 훌륭했다.

5승 2무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팀을 순식간에 순위 9위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런 그가 한국 국적의 마인구에게 접근한 데는 간단한 이유였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 유별나게 잘하는 선수니까.

그리고,

‘잘 보여야 할 때다.’

특히나 구단 보드진들에게.

진즉부터 맨체스터의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옛날 지송 팍때처럼 쓸만한 선수를 영입해 아시아의 팬층을 다시 확보하려는 거였다.

‘그게 곧 돈이니까.’

그렇듯 솔사르는 단장인 애드 우드워드에게 최근 핫한 마인구를 넌지시 영입해달라 전달했다.

개인이 탐나는 것보다는, 그저 맨유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이 동일하다, 라는 의미로.

쉽게 말해 잘 보이려고 꼬리를 흔든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선수이기도 하지요. 갖은 기행을 보면은..., 그 옛날 아대바요르, 또는 마리우 발로텔리가 떠오르기도 하고.”

접객용 소파에 앉아 작전판을 들여다보고 있던 수석코치, 마이크 팰란은 중얼거렸다.

솔사르는 그 중얼거림에 예의 ‘착한 미소’를 입가에 띠며 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구태여 인쿠의 영입이 필요했습니까?”

느닷없이 마이크 팰란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두 눈은 평소처럼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알다시피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엔 공격 자원이 풍부합니다. 당장은 인쿠가 낄 자리는 없을 만큼요.”

팰란은 말했다.

차라리 공격 쪽 말고 수비 또는 미드필더를 보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솔사르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말처럼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로는 앙토니 마샬.

마커스 래시퍼드, 로맬루 루카쿠, 알랙시스 산체스 등이 있었으니까.

그들 모두 최소 5000만 파운드(한화 780억)에서 8000만 파운드(한화 1,249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들이었다.

“매이슨 그린우드라는 젊은 재능도 있고 말이지요.”

그에 반해 인쿠는..., EPL 경력이 전무한 선수였다.

신중함의 대명사, 마이크 팰란 입장에선 암만 2부 리그에서 일찍이 득점왕을 따놓았다고 해도 의문이 따랐다.

EPL에서도 먹힐 만한 인물인지에 관한.

‘나이도 29살이고 말이야.’

그에 반해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처음부터 인쿠를 즉 전력감이라 생각지 않고서 영입을 요청한 것이다.

‘잭팟이 터지면 좋지만 그게 아니어도 뭐...,’

팰란의 말처럼 맨유의 공격층은 두터웠다.

그렇듯 영입 후 그를 우선은 벤치 자원으로 기용할 생각이었다.

‘딱히 큰 이적료가 든 것도 아니잖나.’

적어도 매 시즌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는 맨유에게 있어 3200만 파운드(한화 499억)라는 이적료는 결단코 거금이라 할 수 없었다.

직전 시즌에도 루카쿠를 영입하는데 옵션이 포함된 8000만 파운드(한화 1,200억)를 지불하지 않았던가.

‘알랙시스 산체스를 영입하는데도 많은 돈을 들였다.’

더불어 핵심 자원의 주급만도 30만 파운드(한화 4억 5천 만원)가 넘어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그에 반해 인구는 맨유로 온다 하더라도 그 주급이 겨우 7만 파운드(한화 1억) 수준.

충분히 질러볼 만 했다.

‘그러니 애드 우드워드도 큰 고민없이 영입에 응한 게지.’

잭팟이면 좋고, 아니면 도로 팔아버리면 그만이니까.

맨유에서 실패한다 할지라도, 맨유라는 커리어가 생기면 그것대로 가치가 어느 정도 보전이 되니까.

더욱이 뉴캐슬을 비롯한 선수 본인은 맨유의 제안에 큰 고민 없이 응할 거라 확신했다.

리그 수준 차이도 차이지만 뉴캐슬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비교 불가능이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으음?”

작전판에 이어 휴대폰 화면에 눈을 두고 있던 팰란의 미간이 갑작스레 좁혀졌다.

< 062.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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