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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3화 (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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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3.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3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

며칠 전.

인구는 소파 뒤에 앉아 세나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고양이 후드를 뒤집어쓴 세나는 소파 앞에 앉아 리모컨을 조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면 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울버햄튼 간의 경기가 라이브로 진행되고 있었다.

세나의 리모컨 조작이 잠시지만 멈췄다.

툭, 툭!

[아아!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가는 마커스 래시퍼드!]

툭, 타앙!

[달려드는 수비수를 빠르게 깔끔한 트래핑으로 제치자마자 슈....!]

틱!

“...!”

인구의 두 눈이 조금이지만 커졌다.

여지없이 해당 경기를 시청하리라 여겼던 세나가 돌연 채널을 돌려버렸으니까.

시간은 더욱 흘러 이틀 전.

일찍이 경기를 끝내고 돌아온 인구는 늘 그래왔듯 소파에 퍼지게 앉아 세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이 시간만 되면 경기를 시청하곤 한다.

궁금증도 동했다.

‘오늘 내 경기는 봤으려나?’

묻고 싶었지만, 괜히 상처받을까 봐 묻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tv 속, 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웨스트햄 간의 경기가 라이브로 진행되는 게 보였다.

연승 행진을 달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웨스트햄을 상대로는 전반전부터 1골을 내주고 시작하고 있었다.

인구는 짧게 하품을 하고는 말했다.

“이야~ 맨유 다 죽었네, 다 죽었...!”

띡!

허나 그 말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세나가 지난날처럼 과감히 채널을 돌려버렸으니까.

이윽고 세나는 에버튼과 레스터시티의 경기에 채널을 고정하고는 리모컨을 툭! 하니 내려놓았다.

“...세나야?”

“웅?”

적잖게 충격을 받은 인구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세나는 이쪽을 돌아보고는 큼직한 눈망울을 끔뻑거렸다.

인구는 세상 순해 보이는 딸을 보며 물었다.

“아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안 봐?”

“웅.”

“왜?”

“왜냐니?”

“그야....”

세나의 반문에 오히려 인구의 말문이 막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암만 몇 시즌째 부진하고 있다지만 영국에서 가장 대표하는 구단이 아니던가.

‘명성만 놓고보자면..., 여전히 최고고.’

거기다 세나는 EPL의 상위권 팀이라면 다 좋아하는 아이였다.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뿐만 아니라 토트넘, 에버턴 경기까지 챙겨볼 만큼!

‘저 팀들 경기 있을 때면..., 아빠 경기도 뒷전이잖아!’

인구는 소파 등받이에 기댔던 등을 떼며 보다 침착하고도 친절하게 설명을 이었다.

“그, 러니까. 세나야.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금 시청 중인 두 팀 보다는 더 명문구단이잖아? 우리 세나는 빅팀 좋아한다며.”

“웅.”

“근데 왜 맨유는 제쳐두고 에버튼이랑 레스터시티 경기를 보냐는 거지.”

끔뻑, 끔뻑.

세나는 커다란 눈을 재차 끔뻑거리더니 갑자기 두 팔을 활짝 펼쳐 우렁차게 외쳤다.

“세나는 노스웨스트 더비! 맨체스터 더비 때만 맨유 경기 봐!”

“노스웨스트, 맨체스터... 리버풀이랑 맨체스터 시티랑 붙을 때 말하는 거야?”

“웅. 난 리버풀을 더 사랑하구, 맨체스터 시티를 더 더 사랑하니까!”

“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세나는 소위 빅팀 중에서도 선호하는 팀이 나누어져 있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공동의 적이라 하면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말이다.

하지만 세나의 발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새 기운이 빠지는지 세나의 양 눈썹이 아래로 축 처졌다.

“맨유는..., 한 물 가쒀... 매력이 음써!”

그때부터, 인구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맨유는 가지 말아야겠다고.

그러다 문득, 인구는 혹시나 하고 물었다.

“세나야.”

“웅?”

“만약에, 맨유 경기랑 아빠 경기랑 동시간대 겹쳤어. 그러면 어떤 경기 볼 거야?”

“우움.”

곧바로 답이 나오진 않았다.

엄습한 불안감에 또 상처를 입을까 질문 자체를 한 것에 금세 후회감이 밀려들었다.

‘우움, 하는 것부터가....,’

좋지 않은 결말이 도래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잉글랜드 챔피언십보다는 EPL이라는 건가...’

폴짝! 촵!

“으어어!”

“...!”

인구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초연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와중에, 돌연 세나가 폴짝 뛰듯이 품에 안겨 왔다.

이윽고 세나는 가슴에 턱을 밀착한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뉴캐슬이야! 아빠는 산티아구 무네즈자나!”

*       *       *

현재.

라파엘 배니테즈의 설득에 인구는 모호한 표정으로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자네 스스로가 팀에 남는다고만 해도 이 이적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거야. 물론, 구단 수뇌부들은 갖은 설득을 다하겠지만.”

라파엘은 가능한 인구를 이 팀에 남기고 싶었다.

솔직한 말로 선수에겐 좋지 않은 제안이기도 했다.

주급부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제안한 액수가 훨씬 컸으니까.

그래서 애초에 반쯤은 기대를 저버린 상태였다.

‘뉴캐슬은 비전이랄 게 없다.’

구단주부터가 팀을 빅클럽으로 이끌기보다는, 셀링 클럽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값싸게 선수를 영입해 키운 뒤 비싸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야망이 들끓는 친구들에겐, 그저 계단에 불과한 구단이지.’

그리고 라파엘이 본 인구야말로 야망 덩어리 그 자체였다.

‘만족이라는 걸 모르는 녀석이다.’

똑똑히 보았다.

때때로 인구는 경기 후에도, 또는 휴식이 부여된 날에도 훈련장에 출근해 홀로 슈팅 훈련이나 기타 훈련에 임했다.

그날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족이 안 되는 것처럼.

‘때때론..., 뉴캐슬이라는 구단이 작아 보일 정도였어.’

감독이 느끼기에도 그런데, 선수 본인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인구는 돌연 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뉴캐슬에 남을 테니까.”

“...정말인가?”

“예.”

너무나 쉽게 고개를 끄덕대는 인구에 라파엘은 도리어 반문했다.

“왜지?”

“왜라뇨?”

“자네도 알겠지만..., 재계약에 임한다 하더라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제안한 만큼은 줄 수 없어. 그런데도 팀을 위해 남겠다는 건가?”

인구는 이번에도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답했다.

“맨유는 더는 빅클럽이 아니니까요. 적어도 조제 모리뉴가 팀을 떠난 뒤로는 말이죠.”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의 제안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세나의 당연히, 뉴캐슬이야! 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 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20회씩이나 되는 리그 우승을 경험한 팀이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3회 우승...!’

알랙스 퍼거슨 시절의 맨유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부럽지 않았고 말이다.

‘뤼트 반니스텔루이랑 데이비드 배컴 팬이었는데... 웨힌 루니도 쩔었고 말이야.’

돈도 많아서 선수에게 아낌없이 주급을 퍼주는 구단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구의 결론은 뉴캐슬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괘씸하게까지 느껴졌다.

“이 쉐끼들이 언론 플레이를...”

FA컵 3라운드를 앞둬서일까?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확실한 우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신을 상대로 잡다한 짓을 저질렀다.

[울레 군나르 솔사르 ‘인쿠는 올드 트래퍼드와 잘 어울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인쿠 영입 확실시...!’]

일부 매체에선 이미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두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을 정도다.

이는 뉴캐슬 선수단의 사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제 인구는 팀의 핵심으로 비상했다. 그렇듯 팀 핵심이 돌연 시즌 종료도 아닌, 겨울 이적시장에 떠난다?

‘치솟던 사기가 확 식는 건 한순간이지.’

소파 맞은편에 앉아있던 라파엘은 덧붙였다.

그 표정은 선수 스스로가 잔류를 택하면서 한결 편안해졌다.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심리를 곧잘 이용하는 친구야. 어떤 상대로든 간에 말이지. 그러니 자네도 영입할 겸 언론플레이로 팀 사기를 떨어뜨려 놓으려는 걸 테고.”

“생긴 건 순진하게 생겼는데 속은 뱀이네요.”

“나쁘다곤 생각지 않네. 지능적인 게지.”

“예.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리고, 세나는 맨유보다 뉴캐슬을 보다 높게 평하고 있다.

“...”

고로, 인구는 언론 플레이에 언론플레이로 응수할 필요가 있었다.

뉴캐슬 구단 수뇌부의 끈질긴 설득도 예상되니까.

맨유는, 뉴캐슬보다 빅팀이 아니니까.

그러니 한 방이 필요하다.

*       *       *

툰들은 얼른 뉴캐슬이 마인구와 재계약을 치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일부는 벌써부터 뉴캐슬을 맹비난했다.

이런 식으로 팀을 떠나보낸 선수가 한 둘이 아니었으므로.

- : 진짜. 2위 팀이랑 승점 차 5점 차 난다고 내보내는 거 아니야? 구단주 이 짠돌이 새끼는 이 정도 승점 차면 음! 우린 인쿠 없이도 어렵지 않게 승격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할 지도...

ㄴ : 진짜로 그럴 것 같아 두려워!

- : 하, 항상 이런 레퍼토리야. 꽤 비싼 이적료 제안 들어오면 판매 불가 방침 내려도 갑자기 팔아버리더라니까?

ㄴ : 그런 식으로 팀 떠난 선수만 3년 동안 7명은 되는 듯....

- : 일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의 제안이라는 것에서..., 선수 본인도 흔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ㄴ : 대체 언제적 맨유냐. 배컴도, 웨힌 루니도, 퍼디난드도 없는데? 근본 잃은 지 오래됐다고.

ㄴ : 언제적 맨유라 해도, 웬만한 EPL 구단 팀보단 좋은 게 사실인데요.

ㄴ : 뉴캐슬보단 확실히 좋지.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은 인구의 영입을 기정사실화까지 하고 있었다.

- : 인쿠 오면 선발로 뛸 수 있을까?

- ㄴ : 놉. 내 생각엔 벤치임. 요긴하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긴 해. 알다시피 래시퍼드랑 마살 이 두 친구 잔 부상을 꽤 당하는 타입이라...

- : 일단 선발은 래시퍼드, 마살, 산체스로 가고. 경기 안 풀리면 매이슨 그린우드나 인쿠 투입하면 될 듯한데?

ㄴ : 로맬루 루카쿠는 왜 빼냐.

ㄴ : 우리의 피리 부는 사나이, 린가드는 왜 빼는 거야?

ㄴ : 매이슨 진짜 물건이더만.

ㄴ : ....암만 봐도 인쿠가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 : 지송 팍 다음으로 이어지는 한국인 선수구만. 은근 기대돼!지송 팍처럼 헌신을 보여주길! :)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뉴캐슬의 최대 지역지인 어폰타인은 마인구의 인터뷰 소식을 전했다.

이는 레드 데빌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의 분노를 일으켰다.

[마인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어. 거긴 빅팀이 아니니까.’]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       *       *

“이, 이... 이 놈이...!”

마이크 팰란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은 울레 군나르 솔사르의 얼굴은 금세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도 그럴 게 인구가 자신을 겨냥한 인터뷰에 임했으니까.

[마인쿠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임시 감독일 뿐만 아니라 아직 보여준 게 없어. 팀의 연승은 감독이 잘했다기보단 선수가 잘한 거라고 생각해...,(중략)

아직 <임시> 감독인 그가 다음 시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끈다는 보장도 없으며...,(중략)

<임시> 감독인 울레 군나르 솔사르와 달리 라파엘 배니테즈는 명장이야.’]

연달아 이어진 임시 공격에 솔사르는 대노했다.

< 063.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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