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6화 (6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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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6.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6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7)

경기 전 전력분석관은 알려주었다.

애스턴 빌라의 핵심 잭 그릴리시의 장점 중 하나는 볼 간수 능력이라고.

그 말대로였다.

오늘,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그는 한 번 공을 소유하면 곧장 전방으로 찔러주긴 보단 직접 몰고가는 모션을 취했다.

덧붙여 전력분석관은 단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공 운반 능력이 스스로 뛰어남을 잘 알고, 또 이러한 플레이를 즐기기 때문에 후반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유형입니다. 더불어 의도치 않게 템포를 끊어먹기도 하지요.]

여기에 더해 인구는 짧은 시간 동안 잭 그릴리시의 운반 루트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왼쪽.

득점 후 인구는 전방이 아닌 또 다시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생각했다.

‘오른발잡이라 그런지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많아. 아니면 습관인 건가.’

중앙에 위치했다가도 볼만 소유하면 좌측면으로 빠진다.

이러한 개인 기량이 경기 초반까진 먹혔다.

뉴캐슬의 디안드루 예들린과 자말 라셀스, 존조 셀비 등이 압박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유려한 개인기로 벗겨냈으니까.

‘먹히니 주구장창 한쪽 공간만 파고드는 거겠지.’

하지만 자신이 가담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지금도 놈은 한 명의 선수를 제치며 순식간에 왼쪽으로 공을 몰고 들어갔다.

어느덧 인구는 풀백처럼 사이드 뒷공간을 지키고 섰다.

스윽!

눈동자를 굴려 반대편 상황을 잠깐 살폈다.

그릴리시가 공을 소유하자마자 애스턴 빌라의 또 다른 공격진들이 슬금슬금 반대편 하프, 사이드로 올라갔다.

‘뚫리면 위험 상황 연출하는 거네.’

툭, 탓!

그릴리시는 불과 2걸음 거리에서 헛다리짚기로 인구의 배후를 노리려 들었다.

하지만 인구는 상체를 숙인 채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먼저 프런트 태클을 가하지 않았다.

퇏!

그 순간 뒤쪽에서부터 접근한 뉴캐슬의 윙어, 멧 리치가 왼발을 뻗었다.

툭!

[아! 잭 그릴리시! 공을 탈취당하고 맙니다!]

[무리하게 공을 끌고 가다가 뉴캐슬의 역습을 허용하네요! 반대편에서 동료 선수가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요...!]

“이런... 씨!”

휘청이며 앞으로 밀려난 그릴리시는 이를 악물며 멧 리치를 향해 빠르게 돌아섰다.

슈욱!

곧장 오른 무릎을 욱여넣듯 발을 뻗었다. 어떡해서든 공을 되찾기 위하여.

툭!

하지만 멧 리치는 공을 몰고 질주하기보단 한 템포 빨리 뒤쪽에 서 있던 인구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했다.

뻐어어엉!

여지없이 인구의 오른발 끝에서 대포가 쏘아졌다.

“으어어어어어!”

간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런던은 조금 전 득점 장면처럼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어서자마자 로켓처럼 몸을 던졌다.

투욱!

애스턴 빌라의 센터백, 악셀 튀앙재브가 공중볼 경합에 임했지만 낙하한 공은 여지없이 런던의 정수리에 뚝 떨어지며 앞으로 튕겨나갔다.

치익!

[아아아! 골키퍼, 셈 존스턴! 높게 뜬 공을 힘겹게 손끝으로 쳐냅니다!]

“아으...!”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진 살로몬 런던은 두 손으로 필드를 때리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멀찍이서 스티븐 재라드 또는 내려앉은 해리 캐인으로 빙의한 인구는 동료들을 향해 손뼉을 쳐주었다.

“오케이이! 지금처럼! 딱 지금처럼만 하자고오!”

며칠 전 처음으로 코치 회의 참석했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라파엘 그 인간 날 너무 높이 사는 거 아닌가 몰라.’

그는 자신이 플레잉코치가 아님에도 참여할 것을 권했다.

[자넨 내 전술의 핵심이야. 필드 안의 감독이기도 하지.]

그리고 인구는 아낌없이 의견을 제시했다.

4-2-3-1 플랜을 그대로 고수하되, 전방에 자신이 아닌 살로몬 런던을 배치하자고 말이다.

[런던이 그래도 호샐루보다는 빠르니까, 전방에 두고, 좌우 사이드에 아유세랑 멧 리치를. 그리고 제가 눈치껏 상황봐서 아래로 내려가 빌드업을 주관하는 거죠.]

이는 전력분석관에게서 공유받은 정보를 토대로 한 애스턴 빌라의 대응법이었다.

전체적인 리딩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것과 수비에 좀 더 가까이 붙어 있을 때의 리딩 타이밍은 다르니까.

‘특히 애스턴 빌라는 잭 그릴리시를 필두로 카운터 어택에 능한 구단이야.’

그러니 인구가 직접 내려가 보다 발 빠른 조율이 필요했다.

‘상황에 따라 수비랑 미들라인 간격을 보다 좁히고, 때로는 벌린다. 반대편 라인에서 침투하는 놈들을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막아 세우고 말이야.’

라파엘 배니테즈는 이에 과감히 응했다.

더불어 그는 세부적인 전술에 관해 첨언하였다.

[디펜시브 라인은 앞선 코치의 조언대로 내려앉히도록 하지요. 대신 살로몬 런던은 다른 선수들보단 발이 느린 타입이니 보다 높은 위치에 배치. 아유세와 멧 리치는 사이드 끝자락에 두어 틈틈이 사이드 체인지로 교란을 주도록 합시다.]

특히 라파엘은 인구에게 지시했다.

잭 그릴리시와 1대1 대치 상황을 만들어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로 봉쇄해달라고.

간단히 말해 애스턴 빌라의 핵심은 눈앞의 이놈이었으니까.

‘이놈만 막으면...,’

수비도 성공, 공격도 성공할 수 있다.

룩업 플레이(주변 상활 읽기)로 놈이 공을 소유했을 때의 애스턴 빌라의 움직임을 똑똑히 보았다.

‘전체적으로 스탠스가 앞으로 치우쳐져.’

발 빠른 공격수를 비롯해 미드필더까지 올라갔다.

그 말인 즉슨, 놈에게서 공을 탈취만 한다면 뉴캐슬의 공격진이 애스턴 빌라의 배후를 노릴 수 있게 된다는 소리였다.

물론 여기엔 조건이 필요했다.

‘중간에서 롱 빌드업에 능한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적격하는 선수는 바로 자신이었다.

라파엘도 이점을 알고서 과감히 결단을 내린 거였다.

멧 리치의 크로스 능력도 출중하긴 하나 먼 거리에서의 위력은 떨어지는 편.

반면에 자신은 연계 플레이를 비롯해 시야, 그리고 킥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이 탓에 공격이 다소 감퇴되긴 하겠지만...’

인구는 이게 차선이라 여겼다.

지금 인구의 시선에 전방에 배치된 뉴캐슬의 공격수들은 죄다 손흥빈이었고 말이다.

*       *       *

전반전 40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양 팀의 스코어는 3 : 2.

“스트라이커 맞아?”

잭 그릴리시의 안색은 하얗게 질린 채 쉬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공을 소유하면 눈 깜짝할 사이 인구가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툭, 타앗!

헛다리 짚기에 이어 백숏, 잘 쓰지도 않는 호커스 포커스까지 구사했으나 놈을 뚫어낼 순 없었다.

활로를 찾지 못하는 사이에 뉴캐슬의 수비진은 더욱 깊게 내려앉았다.

툭!

어김없이 뒤쪽, 측면에서부터 협력수비에 임한 뉴캐슬의 선수들은 자신의 발밑에서 볼을 빼냈다.

툭!

이번엔 존조 셀비가 탈취와 함께 인구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했다.

그보다 놀랍고도 짜증이 치미는 건...

스윽!

인구가 공을 빼앗자마자 애스턴 빌라 문전을 힐끗 보더니 활시위처럼 당긴 오른발을 거침없이 휘두른다는 거다.

뻐어어엉-!

또다시 귀청을 때리는 소리에 그릴리시는 움찔 몸을 떨었다.

경악에 떠진 눈은 순식간에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에서 떨어질 새가 없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발 빠른 아유세 페레즈는 중앙에서부터 악착같이 내달렸고 막 페널티 에어리어를 주파했을 때, 오른발을 내질렀다.

타앙!

그 발끝에 큰 폭으로 낙하한 공은 정확히 떨어졌다.

“...하!”

허망하게 서서 본 그릴리시의 입에서 절로 황당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건 공격수가 낙하하는 공을 발로 맞추기보단, 내지른 발을 향해 공이 직접 가서 맞춘 것처럼 보였으니까.

‘이게 말이..., 안 되잖아!’

크로스 플레이에 능한 잭 그릴리시라도 이 먼 거리에서 저런 정확성과 속도를 지닌 구위를 구사하기란 힘들었다.

‘진즉에 주변 상황까지 다 살폈단 소리야...!’

그것도 연속해서...,

분명 방금까지 놈의 두 눈은 자신의 발 아래 있던 공에 향해 있었는데 말이다!

촤락!

와중에 골망이 물결치자 그릴리시는 다시 한번 흠칫 어깨를 떨었다.

*       *       *

후반전 들어 그릴리시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게 인구의 롱 빌드업 뿐만 아니라 거친 플레이에 분단위로 체력이 아작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릴리시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비틀거렸다.

퍼어억-!

이제 인구는 맨 마킹에 임하는 수비수처럼 자신에게 바짝 붙어 틈틈이 팔과 어깨를 써가며 밀쳐냈다.

가볍게 밀어내는 것 같았지만...,

휘청!

슈욱-!

그릴리시는 두 걸음이나 밀려났다.

한순간 스탠스가 완전히 깨져버리면서 때마침 동료가 땅볼로 굴려준 볼마저 놓쳐버렸다.

때때로 인구는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고의 파울도 아낌없이 저질렀다.

투욱-!

[오오! 애스턴 빌라의 미드필더! 재임스 포터가 스트레이트로 찔러준 고오옹-!]

[그릴리시가 유려한 터닝 동작과 함께 공을 받아내며 곧장 전방으로 달려...!]

갈 수가 없었다.

꽈아악-!

인구의 커다란 양 손이 그릴리시의 왼 어깨와 우측 옆구리 사이로 들어와 잡아챘으니까.

“fuck!”

순식간에 잡아당기면서 공과 멀어지자 그릴리시는 팔딱 뛰며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주심은 파울만 선언했을 뿐이다.

앞선 지점에 뉴캐슬의 수비수들이 자리를 선점하고 있었으니까.

위치도 크로스를 올릴 만한 위치가 아니었고 말이다.

후반전 12분.

간만에 상대 선수들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는 틈을 타 그릴리시는 공을 빠르게 차고 달렸다.

여지없이 그 스탠스는 좌측면으로 치우쳐졌다.

그 방향이 가장 편하고도, 많은 득점,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위력적인 존이었으니까.

허나 막 뉴캐슬의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와 터치라인이 맞닿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였을까.

퍼억!

어김없이 인구가 어깨 피딩으로 그릴리시를 터치라인 바깥으로 튕겨냈다.

“크윽...!”

철푸덕!

짧은 신음과 함께 그릴리시는 무릎마저 꿇었지만 금방 용수철처럼 일어나 공을 강탈한 인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꽈악-!

“어억...?! 뭔...!”

그러나 새삼 그릴리시의 두 동공이 아래위로 크게 흔들렸다.

녀석이 오른팔 팔꿈치를 비스듬히 눕혀 제 가슴을 꾸욱, 꾸욱 누르며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굴곡지고도 핏발 선 한 팔만으로 더는 다가갈 수 없다는 거였다.

‘뭔 힘이 이리 쎈....!’

안간힘을 써 밀착하려 했음에도 소용없었다.

툭, 툭, 투욱!

내지른 발은 허공만 때렸을 뿐.

어느덧 인구는 자신을 반쯤 등진 채 이쪽은커녕, 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있기까지....!

거기에 더해 놈은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올라가라, 이놈들아~ 보다 더 좋은 위치를 잡으라고. 얼른. 협력 수비 들어오기 전에.”

딱 봐도 녀석은 전방에 있는 동료들의 위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실제로 아유세 페레즈는 좌측면에서 달라붙은 풀백을 기민한 움직임으로 떨쳐내며 대각으로 질러 들어갔다.

살로몬 런던은 이미 박스 안에서 센터백과 몸싸움 경합을 벌여가며 보다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 들었고 말이다.

우둑!

그릴리시의 이마에 혈관이 두둑하니 돋았다.

한 팔에 봉쇄당한 것부터가 치욕스러운데, 놈은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다.

‘이, 이 자식...!’

분노가 치밀었으나 한순간, 그릴리시는 온몸에서 힘을 뺐다.

아니, 절로 빠졌다는 게 맞다.

먼 곳을 응시하던 인구가 돌연 히죽 하니 웃었으니까.

“아아, 그래, 진작에 올라갔어야지.”

동시에 활시위처럼 당겼다가 휘두른 왼발 아웃프런트에 공은 대포처럼 쏘아졌다.

뻐어어어어엉!

< 066.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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