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7화 (6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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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7.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7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8)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종 스코어는 4 : 2.

인구의 멀티골과 멀티 도움에 힘입어 뉴캐슬은 애스턴 빌라를 박살 내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애스턴 빌라의 홈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관중석에선 오직 툰들의 환호성만이 들려왔다.

이 경기의 승리로 뉴캐슬은 애스턴 빌라와 승점 8점차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리고 경기 동안 잭 그릴리시는 약 12번의 턴오버를 허용했다.

그릴리시에게서만 인구는 도합 8번의 인터셉트를 성공시켰고 말이다.

*       *       *

경기 후 언론은 난리였다.

[캐빈 더 브라이너로 빙의한 마인쿠우우!]

[라파엘 배니테즈 ‘오늘 인쿠는 스티븐 재라드를 떠올리게 할 만한 키패스를 수차례 제공했어.’]

[인쿠! 평점 10점! 애스턴 빌라를 침몰시켰어...!]

[뉴캐슬의 산티아구 무네즈! 툰들! ‘아니 뉴캐슬의 데이비드 배컴이야...!’]

반면에 애스턴 빌라의 기대주이자 에이스, 그릴리시는 1골 1도움을 기록했음에도 6점이라는 저조한 평점을 받았다.

이는 인구에게 턴 오버를 거듭 허용한 원인이 컸다.

한국에서도 인구에 관한 소식이 퍼졌으며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인생은구만리> : 나 이 경기 봤는데 인구가 그냥 다 했다.

ㄴ <검은머리 전술천재> : 불법으로 봄? 한국에선 아직 챔피언십 경기는 송출 안되던데...,

- <오늘부터 툰> : 다음 월드컵 기대되네. 전방에 인구 박아두면 흥빈이랑 좋은 시너지 일으킬 것 같음. ㅋㅋㅋㅋㅋㅋ

- <청량리> : 물건은 진짜 물건이야.

- <맹구시대> : 가자! 이제 맨빅아를 박살내버리자아아아!

- <차붐> : 소름이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는 진심 몇 년 주기로 돌연변이가 한 명씩 나오네?

*       *       *

새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오후.

베네수엘라 출신의 살로몬 런던은 키 186cm에 달하는 스트라이커였다.

튼튼한 체켝을 앞세운 타켓형으로, 장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피지컬을 이용한 몸싸움 및 제공권 장악이었다.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에서 뉴캐슬로 이적할 시기에도 이러한 장점이 빛을 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1700만 파운드(한화 267억)의 이적료를 들인 만큼 그는 한동안 주전으로 뛰었고 말이다.

하지만 현재.

‘뛰고 싶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사흘 앞둔 시점. 살로몬 런던은 혼자 남아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지라 휴식이 부여됐음에도 그는 볼 컨트롤 훈련에 열중했다.

툭, 탓!

간결한 트래핑에 이어 눈앞에 가상의 적이 있다고 생각한 런던은 헛다리짚기 후 오른발 인스텝킥을 때렸다.

촤락!

골망은 경쾌하게 물결쳤다.

하지만 런던은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과 달리 전반기. 살로몬 런던이 선발로 뛴 횟수는 고작 2회에 그쳤을 뿐이다.

교체로는 9번 출전.

그마저 후반전 30분 이후가 대부분이었다.

‘더 많이 뛰고 싶다!’

타앙!

발밑이 투박하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런던은 이번엔 인스텝, 아웃스텝, 왼발, 오른발을 섞어가며 공을 몰고 가다 슈팅을 구사했다.

촤락!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의 발밑 재간과 움직임은 나름 훌륭했다.

그러나 런던은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직전, 애스턴 빌라전에서 간만에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였다.

해당 경기에서 득점까지 기록해냈고 말이다.

하지만 그 날, 런던의 기쁨은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이란 존재를 느꼈으니까.

‘내가 잘해서 넣은 게 아니야...!’

그는 그저 애스턴 빌라 진영, 페널티 박스로 힘차게 뛰어갔을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 멀찍이서부터 구사된 크로스가 휘두른 헤더로 뚝 맞아떨어졌다.

마치 자석처럼.

자신의 출전 시간을 완전히 죽여버린 경쟁자, 인구는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았다.

‘위치도, 가리지 않았어.’

녀석은 그냥 공간이 보인다 싶으면 냅다 때리고 봤다. 발목 힘은 어찌나 쎈지 때리는 족족 공은 애스턴 빌라의 디펜시브 라인을 위협했다.

‘데이비드 배컴이 돌아와도 그렇게까지는 못 때릴 것 같은데...’

라파엘 배니테즈가 왜 자신이 아닌 인구를 꾸준히 선발 출전시키는지도 납득이 되었다.

‘아니, 진즉부터 이해했어.’

인구에 대해 악감정은 없었다. 시즌 초반부터 그는 경이적인 결정력을 뽐내왔잖은가.

‘순간 스퍼트도 빠르고, 제공권에도 능해.’

딱 잘라 말해 인구는 가진 무기가 많았다.

반면에 자신은 제공권과 등지는 플레이가 전부였고 말이다.

단지, 어제 경기를 통해 추가로 깨닫게 된 건, 인구의 레벨이 자신이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더욱 뛰어나다는 것.

“후우...”

한참의 시간이 지나 런던은 훈련을 관뒀다.

곧장 진이 빠져 털썩하니 주저앉았다.

체력이 빠져서라기보단 인구라는 재능의 벽 앞에 절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고 보는 게 맞다.

다리를 쭉 편 채 하늘을 올려다본 런던은 작게 중얼거렸다.

“팀을 떠나야 하나...”

어제 경기 이후로 도무지 인구와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녀석, 완전 괴물이었다고...”

결단코 자신은 인구처럼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따릉, 따르릉~

올 시즌부터 들리기 시작한 따르릉 소리에 런던의 귀가 반사적으로 쫑긋거렸다.

곧 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       *       *

인구는 아직까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았다.

운전면허증도 없어 여지껏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에 임했던 거다. 때로는 동료의 차를 얻어타거나.

오늘 역시, 그는 외부 훈련장이 아닌 내부 트레이닝 센터에서 무게를 치다 퇴근에 임하는 중이었다.

한쪽 귀에만 꽂은 무선 이어폰 너머로는 따르릉~ 따르릉 비켜가세요~ 라는 노랫말이 울리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인구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흐허헝! 흐허헝! 흐허허허허헝~”

이는 인구가 세나와 함께 부르기 위해 사전 가사를 외우는 방법 중 하나였다.

인구에게서 약 10m 떨어진 거리.

“후욱, 후욱-!”

살로몬 런던이 미리 준비한 자전거 헬멧과 자전거를 타고서 은밀히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분명, 뭔가 있을 거야...!’

압도적인 재능 앞에,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반 시즌만에 체력이 더욱 크게 상승했잖아.’

처음 마주했을 땐 풀타임을 소화할 만한 체력은 됐으나 활동량이 그리 크지 않았다.

‘평속도 나보단 느렸어!’

그런데 어느 순간, 평속이 따라잡혔다.

‘근력 테스트 간에도 나랑 엇비슷했는데...’

이젠 인구가 훨씬 앞질러갔다.

그렇듯 확신했다.

팀 훈련, 대외적으로 보이는 개인 훈련 외에도 인구가 특별한 훈련을 하고 있음을...!

선수 중엔 구단과는 별개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여 발전을 도모하기도 하니까.

스윽, 스으윽, 스으윽!

런던의 페달 밟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오늘, 그 비밀을 반드시 파혜쳐 보고 싶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흐헉, 헤헥, 흐어억...!”

런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두 다리는 팽창하다 못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게, 인구가 어폰타인에서 우즈번까지 갔다가 돌연 집안에 자전거를 들이고 나와 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다시 어폰타인으로 향하는 중....!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같은 뉴캐슬 내라고 해도 어폰타인과 우즈번의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적어도 7km 이상!

한데 인구는 이 거리를 단 한번도 쉬지 않고 뛰고 있었다.

가벼운 조깅 수준은 결단코 아니었다.

단연 런던 또한 비밀을 파헤치고자 자전거를 포기하고 멀지 않은 거리에서부터 함께 뛰는 중.

“후어억, 헤에엑..., 후허헛...!”

이미 오전 개인 훈련을 비롯해 자전거까지 탄 마당에 러닝을 연속해서 하니 체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입에선 단내가 났다.

그럼에도 런던은 이를 악물며, 인구의 뒷모습을 눈으로 끝까지 좇았다.

후들후들 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가며 말이다.

‘이 녀석...!’

적잖게 충격마저 받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왜, 인구의 체력이 이리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는지, 지금 이 순간만으로 숨 막히게 체감하였다.

‘엄청난 노력파였어...!’

런던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인구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덧붙여 자책하고 또 자책하였다.

‘저렇게 남몰래 열심히 하는데, 나는 그저 순수 재능이라고 치부했던 거야...?’

한편 인구는 뛰고 또 뛰었다.

이는 인구의 일상 중 하나였다.

가볍게 러닝에 임하는 겸, 세나의 하원 시간에 맞춰 유아 학교로 향하는 길이었으니까.

‘딱히 할 것도 없고!’

집에서 기다리기엔 지루해서 이처럼 주에 몇 번은 체력 증진 겸 뛰는 것이다.

반 시즌전부터 이런 루틴을 꾸준히 이어오니 체력은 빠르게 늘었다.

그렇게 얼마나 더 가서였을까?

“오! 횽니임! 여기입니다!”

유아 학교 앞, 운전기사 심 짐슨이 손을 흔들며 반갑게 자신을 맞이해주었다.

“어어~ 우리 짐슨이 왔어?”

“헤헷. 횽님. 여기 에너지 드링크입니다!”

“그래, 그래~ 우리 짐슨이!”

어느덧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인구는 짐슨이 건넨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때맞춰 유아 학교 정문에서부턴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이 병아리처럼 쏟아져나왔다.

“우아아아아아~”

“힐트으은! 오늘은 어땠어?”

“재밌었쒀!”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모들은 각자 자식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일부는 셔틀 버스에 탑승했다.

인구는 돌연 두 무릎을 꿇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세나야 와쪄?”

“우웅! 다녀와써!”

누가 선물로 준 건지 토끼 머리띠를 한 귀엽고 자그마한 세나가 콩콩 뛰어온 것이다.

지금 인구는 땀에 절어있던 지라 와락 끌어안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다가온 세나의 포동포동한 뺨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문대며 흐헣! 빙구 웃음을 지었다.

물론, 짐슨이 미리 준비한 샤워 티슈로 손을 빠득빠득 깨끗이 씻었다.

우즈번에 있는 집으로 가고자 두 부녀가 막 뒤좌석에 탑승했을 때였다.

“아빠..., 아빠아 저기! 저기 좀 봐아!”

갑자기 세나가 인구의 팔을 툭툭 잡아당기며 말했다.

“왜, 세나야?”

세나는 차창 너머를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스윽.

얼굴을 슬며시 가져가 본 인구는 곧 눈살을 찡그렸다.

“에구. 대낮부터 술마셨네, 술마셨어.”

차창 너머, 인도 한복판에 웬 덩치 큰 남자가 엎드린 채 포복이라도 하는 것마냥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남자를 피해 지나쳐서 갔고 말이다.

왠지 어디서 본 얼굴에 인구는 한쪽 뺨을 긁적거렸다.

허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새 세나의 두 눈을 한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우리 딸. 좋은 것만 봐요오~”

한편.

그만 지쳐 쓰러진 런던은 양 팔꿈치를 써가며 힘겹게 기어가 멀어져가는 자동차를 향해 겨우 손을 뻗었다.

덜덜 떨리는 손끝으론 자동차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주변엔 택시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릅 뜬 눈과 벌어진 입으론 사정했다.

“차아, 차를 타고 갈 줄은...! 나, 나도 태워줘어..."

그는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다.

< 067.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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