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68화 (6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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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8.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68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

뉴캐슬이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바로 다음 날 크리스탈 팰리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 - - -!

올드 트래퍼드는 열광했다.

전반전부터 4-3-3 플랜을 가동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압도한 것이다.

기어이 맨유는 전반전 4분 만에 득점 찬스를 맞았다.

[오오오! 안토니 마샤아아아알!]

좌측 윙어로 출전한, 뱀 드리블로 유명한 마샬이 순식간에 2명의 수비수를 차례로 제치더니 좌측 박스 깊숙이 파고들었다.

중앙에서부터 박스 안으로 뛰어든 로맬루 루카쿠는 등지는 것만으로 상대 수비수 두 명의 발목을 꼭 붙들었다.

우측 진영에선 알랙시스 산체스가 팰리스의 풀백을 제치고 기민하게 침투했다.

결국 마샬은 마저 달려든 수비수마저 팬텀드리블로 제치면서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이...!

타앙!

포스트를 끼고 뛰쳐나온 골키퍼와의 세 걸음 차 거리에서 오른발 인프런트 킥을 구사했다.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올~! 안토니 마샤아아아알~!]

[ 안토니 마샬이 이른 시간 팀에 선취골을 선물합니다아아!]

[원더골에요오, 원더고오오올~!]

“예에에스으!”

정장 차림새의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며 기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라운드에서마저 승리하며 순위 8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더불어 이 경기에서마저 승리한다면 경우의 수에 따라 유로파 진출 마지노선인 6위로 두 계단 상승도 가능했다.

전반전 30분.

타아앙-

폴 포그마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공을 소유하자마자 길게 전방으로 띄웠다.

그 순간 상대 포백 앞에서 어슬렁대던 로맬루 루카쿠가 불시에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었다.

투앗-!

에어리어를 넘어선 시점엔 점프 헤더를 시도- -!

수비수가 함께 달라붙어 제공권 경합에 임했으나 금세 루카쿠의 어깨 피딩에 우측으로 치우치며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파앙-!

낙하한 공은 정확히 앞으로 힘껏 내지른 루카쿠의 헤더에 걸리며 우측 포스트 방향으로 굴절되었다.

크리스탈 팰리스 골키퍼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던지려 했다가 말고 급작스러운 굴절에 비틀대며 동작을 멈춘 것도 그때였다.

촤락~!

금세 우측 포스트 안쪽 골망이 물결쳐버렸으니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두 번째 골이었다.

두 골 이상을 기록한 이후로 맨유는 크리스탈 팰리스를 반코트로 가두고 패기 시작했다.

그러다 후반전 10분에 이르러선 교체 투입된 신성, 마커스 래시퍼드가 엄청난 스프린트로 질주 후 팀에 세 번째 골을 안겼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마커스 래시퍼드으으으으!]

[올드 트래퍼드에 자리한 레드 데빌스에게선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집니다아아아아!]

일찍이 3점 차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자 크리스탈 팰리스의 움직임은 굼떠졌다.

일부 선수들은 멘탈조차 제대로 부여잡지 못하다 실수를 연발하기까지.

그리고 압도적인 경기력 차이에 레드 데빌스는 한 사람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울레에에에~

솔사르으으으~

울레에에에에에~

솔사르으으으으으으~

후반전 20분.

경기 종료까지 아직 25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솔사르는 세상 착한 미소로 팬들을 돌아보며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물론 속은 어느 때보다 들떴다.

‘이 정도면 구단 측에서 정식 감독직 제안을 하겠지!’

14위까지 곤두박질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와중에 임시 지휘봉을 잡은 솔사르는 자그마치 8경기 간 6승 2무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해냈고 말이다.

*       *       *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 직후 솔사르는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솔사르가 입구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 시점부터 카메라 스트로보는 사방에서 터졌다.

파팟, 파파앗!

그는 예의 입가에 착한 미소를 그려 보이며 의자에 착석했다.

“모두 좋은 저녁들 보내셨나요? 하하.”

대체로 기자들은 솔사르를 긍정적이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보이는 맨유의 감독은 여타 감독과 달리 다정하며 온화한 성품을 지닌 남자였으니까.

인터뷰에서조차 부드러움이 넘실거렸고 말이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4 : 0.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쭐한 표정 하나 없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줬습니다. 선수들은 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았고, 본인의 능력과 투지를 레드 데빌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었죠.”

“선수들에게 특별히 중요시하게 요구한 게 있습니까?”

“딱히, 없습니다. 그저 그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을 뿐이고요.”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까지 승리하며 감독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전적은 9경기 7승 2무가 되었습니다! 팬들은 제2의 알랙스 퍼거슨이라며 감독님을 찬양하고 있는데요!”

“어우. 그렇게까지 저 스스로를 높이 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작 저는 이제 막 첫 계단을 밟아나아가는 중이니까요.”

“겸손하시군요.”

기자의 진심어린 감탄에 솔사르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조로 받아쳤다.

“겸손이 미덕이라죠.”

이후로도 기분 좋은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한 기자가 웃음 띤 얼굴로 이런 질문을 건넸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까요?”

“좋은 소식이라함은 무얼 의미하는 겁니까?”

솔사르는 그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능글스럽게 되물었다.

이에 질문을 건넨, 레드 데빌스이기도 한 기자는 존경심이 깃든 눈길로 입을 열었다.

“맨유 수뇌부 측에서 정식 감독 제안에 관한 소식 말입니다. 혹은, 이미 대화가 오간 부분이 있습니까?”

팀의 연승은 솔사르를 향한 레드 데빌스의 엄청난 지지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를 솔사르도 잘 알았다.

‘모두가 내가 정식 감독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진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정식 감독은 그가 바라오던 꿈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솔사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둘러 말했다.

“여러분이 기다리는 것처럼, 저 또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마 구단 수뇌부 측에선 머지않아 팀에 이로운 판단을 내리라 봅니다. 그게..., 설령 저에겐 이롭지 않더라도 존중하고요. 지금은 경기에 보다 더 집중하고 싶고 말입니다.”

오오오...

역시...!

어쩜 이리 겸손할 수가...!

레드 데빌스인 몇몇 기자들에게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난 조제 모리뉴처럼 거만하지도 않고, 경기 성적도 훌륭한 솔사르의 모습은 진정 맨유에 어울리는 남자 같았으니까.

물론 모두가 다 기분 좋은 질문만 건네는 건 아니었다.

런던 이슬링턴 구에서 온 기자, 토마스 루트는 한 손을 들어 물었다.

“특정 선수는 임시 감독이라는 직책과 관련해 몇 차례 공식 인터뷰 및 개인 SNS에서까지 들먹여가며 감독님을 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 말씀 해주시죠.”

순간 솔사르의 눈 밑이 불편하게 꿈틀거렸다.

특정 선수라고 함은 바로 뉴캐슬의 마인구를 말함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녀석은 어제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서 평점 10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솔사르는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얼굴 근육이 불편하게 꿈틀거리는 것 같아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딱히 신경 쓰지 않습니다. 화가 나지도 않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싫구요. 경기에 집중하기도 바쁜 나날 아니겠습니까? 하하.”

솔직히 신경 쓰였다.

녀석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짜증이 치밀었고 말이다.

‘감히..., 내 제안을 무시하다 못해 나를 조롱해?’

속으론 바라고 바랐다.

뉴캐슬전이 얼른 도래하기를.

그리고 온몸으로 체감케 해주고 싶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의 수준 차이를 말이다.

그전에 정식 감독 제안이 들어온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       *       *

다음 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단장 집무실.

“뭐, 라고요?”

눈앞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단장 애드 우드워드가 다리를 교차한 채 중역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내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는 자였다.

그런 그는 한눈에 봐도 분을 참고서 서 있는 솔사르를 향해 조금 전 했던 말을 다시금 나직하게 읊어주었다.

“최소 FA컵 준결승입니다.”

“...”

“최소 FA컵 준결승전까지 진출한다면, 정식 감독직을 제안하겠습니다. 이는 수뇌부들과의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이오.”

“하지만...”

“아시다시피 감독님과 저흰 처음부터 임시 계약직을 맺은 상태였습니다. 마우리시오 포채티노, 또는 지내딘 지단 감독이 정식 감독직에 응하기 전까지 말이오.”

우드워드는 입을 벙긋대는 솔사르를 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감독님께선 여기에 동의하셨던 부분이고요.”

“....”

그랬다. 애초에 솔사르는 <임시 감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계약을 맺었었다.

그도 그럴 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처음부터 1순위 감독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물러난 지내딘 지단을 우선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드워드는 시가를 잇새에 끼우며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지내딘 지단 감독님께선..., 당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을 생각이 없던지라. 몇 차례 좋은 조건으로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더군요.”

그러다 말고 우드워드는 콧잔등을 찡긋해보였다.

“뭐, 이미 지나간 일을 말해서 뭐합니까. 어찌됐든 지금이 중요한 거죠. 감독님껜 더없이 중요한 순간이고 말입니다. 우리 수뇌부 측은 감독님의 노고와 열정을 인정한 끝에, 정식 감독직을 제안하고자 하니까요.”

문제는 그 전 발언이었다.

솔사르는 설마 자신이 잘못 이해했나 싶어 다시 한번 되물었다.

잘 지어지지 않는 미소까지 지어가며 말이다.

“그러니까, FA컵 준결승 진출 조건이 달성되야지만..., 정식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까?”

우드워드는 그렇다, 대신 애매모호하게 둘러댔다.

“혹 실패하더라도 경기력이 좋다면야 정식 계약을 제안하겠지요.”

여기에 그는 덧붙였다.

“아아 리그 성적은 최소 4위권 이상으로 올려놓으시고요. 뭐, 그전에 정식 계약 제안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하, 하하.”

크리스탈 팰리스전의 대상으로 정식 감독직을 따놨다고 확신했던 솔사르에게 있어선 폭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속으론 눈앞 거들먹대는 우드워드를 향해 온갖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개자식. 이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같은 놈이...!’

확신은 주지 않고 늘 만날 때마다 이런 식으로 모호한 답변만 해댔다.

하지만 여기서 따져봤자 손해는 오로지 본인의 몫.

솔사르는 그만 간단한 인사치레 후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걸음은 얼마 못가 멈춰섰다.

“그 동양인 놈 말입니다.”

에드 우드워드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두 다리를 붙들었다.

동양인 이란 마인구를 말함이 분명했다.

우드워드는 시가 연기를 코와 벌어진 잇새로 뿜어내며 중얼거렸다.

“감독님을 조롱한 건,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조롱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니 그냥 이겨선 안 될 거요. 임시라 해도 감독님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니까. 레드 데빌스들도..., 압도적인 승리를 원할 겁니다.”

< 068.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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