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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71화 (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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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2) <유료시작!>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1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2)

경기 시작 몇 초전.

해설진은 한껏 들뜬 얼굴로 중계를 이어갔다.

[언론 및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핵심 전력 다수에게 휴식을 부여했군요!]

[안토니 마샬은 아예 라인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레드 데빌스에겐 경기 결과를 떠나 또 다른 관심사라고 할 수 있겠죠!]

[마커스 래시퍼드, 스콧 맥토미니, 그리고 매이슨 그린우드에게 기대가 큰 레드 데빌스이니 말입니다!]

마커스 래시퍼드는 레드 데빌스가 가장 기대하는 신성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6년, 유로파 리그에서 레드 데빌스에게 첫 모습을 선보인 그는 데뷔전부터 멀티골을 작렬해 팀에 승리를 안겼으니.

이후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이뤘고 말이다.

올 시즌엔 래시퍼드에게 등 번호 10번이 부여됐을 정도다.

“4-3-3이라.”

그라운드에 발을 들인 뒤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하며 몸을 풀던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일부 로테이션을 가동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로테이션 돌린 거 맞아?”

tv 속에서나 보던 크리스 스물링, 빌 존스, 애슬리 영만 해도 놀랄 노자였다.

‘셋 다 알랙스 퍼거슨 체제에서도 뛴 놈들이잖아.’

거기에 포백 앞을 받치고 있는 선수는 첼시에서 몇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베테랑, 네마나 마티치.

벤치 자원은 더욱 억 소리가 났다.

“데 헤아에 루카쿠에, 폴 포그마에.., 참나.”

선발 인원 중 누구 하나 아웃 된다면 저들 중 한 명이 들어온다는 소리가 아닌가?

반면에 뉴캐슬의 라인업은 지난 애스턴 빌라전 때보다 약소해졌다.

4-2-3-1 플랜에서 최전방 살로몬 런던.

바로 그 아래엔 마인구가.

좌우 사이드 윙어로는 제이코 머피, 크리스티안 아추.

중앙 미드필더 호베르투 케네지, 롤란드 아룬스.

포백은 폴 다밋, 파비안 세어, 자말 라셀스, 디안드루 예들린.

그리고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착용했다.

“...”

막상 마주하니 체급 차가 나도 너무나 나 보였다.

“애스턴 빌라전때랑은 풍기는 기세부터가 달라.”

일단 어린 래시퍼드를 포함, 마티치, 영같은 베테랑을 제외하곤 다수가 의기양양한 자세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그보단 더 과했다.

‘마치 나 축구 잘해요, 라는 것 같잖아.’

그런 표정이란 게 있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폴 포그마는 앉아만 있어도 나 축구 졸라 잘해요, 라는 포스를 풍겨댔고 말이다.

저기 저 매이슨 그린우드라는 꼬맹이는...,

인구는 한쪽 눈썹을 삐딱하게 세웠다.

“처음 보는 놈인데. 면상이 좀 불결하다?”

울레 군나르 솔사르 체제에서부터 기용된 어린 자원이 아닌가 싶었다.

한데 저 꼬맹이도 나 오지게 축구 잘해요, 라는 잘난 표정과 거들먹대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인구는 픽하니 웃었다.

“새끼들. 허리부터 하나같이 다 꼿꼿이 세우고 있어.”

확실히 그 옛날, 어떤 경기를 상대로도 때려죽이다 못해 코뼈를 뇌 속에 박아주겠다! 라는 정도의 강인한 맨유 정신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풍기는 뭣 같은 기세처럼 경기 초반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밀어붙였다.

*       *       *

4-3-3 플랜에서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래시퍼드는 일단 공을 잡기만 해도 빠른 주력을 뽐냈다.

툭-!

[네마나 마티치가 왼쪽 대각으로 빠르게 공을 찔러줍니다!]

[마커스 래시퍼드! 등지며 받아내는데요!]

래시퍼드는 곧장 오른발 드래그로 공 윗면을 쓸어내며 반원을 그리듯 돌아섰다.

뉴캐슬의 풀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접근하자 그는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볼을 툭 가볍게 전진시키기까지...!

자연스레 예들린의 상체가 좌측으로 기울었다. 래시퍼드는 그 찰나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투웅-!

돌연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차 냈다.

타고난 주력으로 예들린이 주춤한 사이, 래시퍼드는 공과 함께 열린 공간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오오, 래시퍼드으!]

[예들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좌측 사이드 공간으로 쇄도합니다아!]

[예들린이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는 마커스 래시퍼드으으~!]

타아앙-!

좌측 하프까지 접근한 순간엔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때렸다.

투우웅-!

투웅-!

투우웅!

우측 공격수로 출전한 재시 린가드.

중앙 공격수인 매이슨 그린우드.

뒤쪽에서 기회를 보던 안데르스 에레라까지...,

맨유 공격진이 디펜시브 라인에 포진한 뉴캐슬 수비수들 사이를 잽싸게 파고든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기어이 매이슨 그린우드는 페널티 에어리어를 주파하자마자 슬라이딩 태클을 가하듯 학다리를 뻗었다.

투욱-!

정확히, 정강이 높이로 낙하한 공은 그린우드가 내지른 발끝에 걸렸다.

하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크로스바 위로 떠버렸다.

“아으!”

페널티 스퍼트까지 쭉 미끄러진 그린우드는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우측 터치라인을 보니 부심은 기마저 들고 있었다.

[아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군요!]

[눈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득점엔 실패했으나 올드 트래퍼드 전역에선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짝! 짝! 짝! 짜악-!

그린우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스 출신이자, 래시퍼드와 함께 맨유라는 구단의 정신을 이을 현재이자 미래자원이었으니까!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영 센터서클, 인구는 뉴캐슬의 수비진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선수 놓치지 마! 집중하라고!”

방금 전 수신호로 겨우 오프사이드 트랩을 설치해 막아냈다.

그것도 매우 아슬아슬했다.

‘한 끗 차였어.’

자말 라셀스가 반 걸음만 더 뒤쪽에 있었어도 매이슨 그린우드는 온 사이드로 득점 찬스를 가져가는 거였다.

이후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뉴캐슬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반면 인구와 살로몬 런던에게 향하는 공은, 거의 전무.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일단 수비 지역에서 맨유의 파상공세를 막기에만 급급했던 거다.

자연스레 상대 센터서클에서 자리를 점하고 있던 인구 또한 점점 더 내려앉았다.

*       *       *

뻐엉!

[네마나 마티치이!]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뉴캐슬의 골문을 위협합니다아아!]

뻐억-!

[어엇! 자말 라셀스! 육탄방어로 봉쇄하는 데 성공하네요! 아아! 강한 충격을 받았는지 복부를 감싸며 주저앉는 라셀스...!]

툭, 타앗, 투욱!

[오오오! 애슬리 영! 하프라인 아래서부터 빠르게 공을 차고 달립니다아아!]

[뉴캐슬의 윙어인 크리스티안 아추까지 내려가 압박을 가하는...!]

툭, 탓!

[애슬리 영! 아추의 태클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순식간에 언더래핑으로 사이드에서 하프로 방향전환을 해 파고 듭니...!]

타앙!

[애슬리 영의 크로스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그새 뉴캐슬 디펜시브 라인까지 올라간 네마나 마티치가 휘두른 헤더에 걸렸다.

투욱!

머리를 맞고 굴절된 공은 좌측 에어리어 아래로 뚝 떨어졌다.

거기엔 마커스 래시퍼드가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발밑으로 공이 떨어졌을 땐 수비수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한 템포 빠른 슈팅을 구사.

퍼엉!

[래시퍼드 슈우우웃!]

오오옷!

대포처럼 쏘아진 공에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레드 데빌스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하지만 그 감탄은 금방 아쉬운 탄식으로 바뀌었다.

슈욱-!

[아! 바깥쪽 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네요!]

[살짝 잘못 맞은 것 같습니다!]

“푸흣.”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울레 군나르 솔사르의 입가가 비릿하게 벌어졌다.

몇 차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그보단 재미란 게 있었다.

전반전 25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스코어는 아직 0 : 0이었지만 지금, 올드 트래퍼드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비디오 분석관은 틈틈이 제게 다가와 보고했다.

“전반전 25분 동안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약 12번의 슈팅을 시도해 4번의 유효 슈팅을 기록해냈습니다.”

“뉴캐슬과 비교해 패스 숫자는 두 배 이상이며, 볼 점유율은 최근 10분간 71%에 달해...!”

볼 점유율이 71%라는 건, 상대는 공을 급급하게 걷어내기에만 바쁘다는 소리였다.

두 눈으로 봐도 그랬다.

타앙!

매이슨 그린우드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낸 뉴캐슬의 센터백, 자말 라셀스는 힘껏 전방으로 볼을 걷어찼다.

그 지점엔 맨유 선수들만이 있었다.

'회피성 롱볼이로군!'

그도 그럴 게 자말 라셀스에게 곧장 지근에 있던 재시 린가드가 빠르게 붙어 압박했기 때문이다.

솔사르는 낮게 중얼거렸다.

“역습을 시도할 생각도 않는구만.”

자신이 레드 데빌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과거, 루이 판 할, 조제 모리뉴와 다르게 자신은 스펙타클하고도 전진성이 높은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왔으니까.

전진성을 띤 압박에 상대를 반코트로 몰아가 이처럼 가두고 패는 것이다.

상대 입장에선 최후방에서부터 압박이 가해지니 간만에 공을 소유해도 이렇다 할 역습 찬스를 만들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인쿠 이놈.’

자신을 임시 감독이라 조롱했던 검은 머리 동양인, 인구가 경기 내내 고립되어있자 그간의 스트레스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녀석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가 동료의 패스를 받기 위해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직접 조율까지?’

손동작과 외침으로 보아 수비 조율마저 가담하는 것 같았다.

“푸흣.”

또 한 차례 웃음이 터졌다.

그래 봤자였다.

맨유는 억센 공격을 연속해서 퍼붓고 있었고, 뉴캐슬은 필드 플레이어 전원을 두 줄 버스마냥 세워 막아내는 게 다다.

뉴캐슬의 공격수인 살로몬 런던까지 포백 앞에 위치해 있잖은가.

‘아니 버스는 버스이긴 하다만...,’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린 솔사르는 이내 진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의 반파된 버스지.’

언제 실점을 허용해도 이상치 않을 만큼, 뉴캐슬의 수비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듯 뉴캐슬이 공격은 커녕 수비를 하는 데에도 애를 먹자 점점 더 맨유의 전체 라인은 올라갔다.

전반전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땐 최종 수비수, 빌 존스만 해도 뉴캐슬의 센터서클에 발을 딛고 있을 정도였다.

타앙-!

때맞춰 그린우드의 또 한 차례 슈팅이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의 품속에 쏙 안겼다.

후우욱-!

그 순간 두브라파카는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몇 걸음 뛰쳐나오다 손에 쥔 공을 있는 힘껏 전방으로 길게 뿌렸다.

투웅-!

뉴캐슬 진영까지 내려갔던 살로몬 런던은 냅다 발밑으로 떨어진 공을 터닝으로 후려 찼다.

[길게 떠오른 고옹...!]

“...!?”

뉴캐슬의 센터서클 앞, 느긋하게 뒷걸음질 치던 빌 존스의 두 눈이 크게 떠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고개는 일순 홱! 뒤쪽으로 돌아갔다.

두 걸음 차 앞서 있던 인구가 스타트건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마냥, 갑자기 돌아서 들소처럼 뛰어나갔으니까.

빌 존스의 오른쪽 옆구리를 비집고 파고들며..!

머리 위로는 공이 빠르게 지나쳤다.

‘뭐야, 이놈?’

너무 놀라 미처 좇아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전반전 내내 느릿하게 움직여만 대던 녀석이 맞나 싶을 만큼, 방금 전 움직임은 기민했다.

‘적어도 래시퍼드 동급..., 아니 그 이상으로...!’

그나마 다행이라면 순간 스퍼트 이후의 속도는 평범한 편이었다.

그 덕에 발 빠른 스몰링이 우측 하프에서부터 쫓아가 금방 거리를 좁혀나갔다.

반대편에선 나이를 먹었음에도 빠른 속력을 유지 중인 애슬리 영이 전력으로 추격 중.

그렇듯 1대1 상황에서 견제 선수를 놓쳤다는 것에 자책하긴 했지만 내심 속으로 안도했다.

'저 평속이라면 얼마 못 가 따라잡힐 거...!'

“우우어어어어!”

폴짝!

뻐어어엉-!

머리 위를 지나쳐 낙하한 공을 인구가 온몸을 날려 사커킥으로 때려 차기 전까진 말이다.

< 07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2) <유료시작!>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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