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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72화 (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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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2.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3)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2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3)

방금 전.

잉글랜드 챔피언십보단 평균적으로 EPL의 템포가 더 빠른 편이었다.

나아가 선수 개개인의 레벨 또한 챔피언십보단 EPL이 높다.

하물며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선수들.

애슬리 영만 하더라도 스피드로 정평이 난 선수였다.

서른을 넘겼음에도 그 속도는 금세 인구와 따라붙기에 무리가 없었다.

크리스 스물링 또한 마찬가지.

스윽-!

어느덧 크리스 스물링은 거리상 한 걸음 차 뒤쪽까지 도달해 있었다.

인구는 안간힘을 써 달리는 와중에 생각했다.

장면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진행되었다.

‘2초? 3초?’

그 안에 따라잡힐 게 분명하다.

놈이 갑자기 손을 쓰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맨유 진영 수비가 텅텅 빈 만큼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다이렉트 레드 카드가 주어질 가능성도 컸으니까.

한순간의 역습 장면에 레드 데빌스들은 단체로 기립해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초조함, 경악으로 물들었다.

반면에 고작 3천 여명에 불과한 툰들 또한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향해 고개를 쏙 빼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두 눈엔 기대감이 넘실거렸다.

후윽-!

인구는 눈동자를 굴렸다.

우측 사이드에선 애슬리 영이 그새 하프로 건너와 두 걸음 차 뒤까지 따라붙었다. 대각으론 네 걸음 정도.

‘확실히 봉쇄당하겠네.’

아마, 맨유의 페널티 아크에 도달하기 직전, 두 사람 또는, 크리스 스물링 한 명에게 공을 강탈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평속은 확실히 늘려야겠어. 어떤식으로든.’

판단은 끝났다.

그렇듯 인구는 공을 끝까지 몰고 맨유의 디펜시브 라인으로 파고드는 대신,

폴짜악-!

때마침 머리 위를 허들 넘듯 넘어 낙하한 공을 향해 구름판을 디딘 것마냥 힘껏 몸을 날렸다.

엉덩이 뒤로 홱 당겼던 오른발은 권총의 공이치기마냥 앞으로 내질렀다.  오른발 인스텝에 맞은 공은 탄환처럼 쏘아졌다.

뻐어어어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센터서클에서부터 약 5M 앞선 지점에서 구사된 장거리 슈팅이었다.

*       *       *

철푸더억-!

촤라악~!

다뷔드 데 헤아에 이어 세컨 키커로 활약 중엔 세르히오 로매로는 개구리처럼 솟구쳤다가 말고 그만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

골망으로 돌아간 두 눈은 충격으로 흔들렸다.

‘이, 이게 무슨...’

멀찍이서 뉴캐슬의 역습이 구사됐을 때만 하더라도 바짝 긴장했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았었다.

인구라는 녀석의 순간 스퍼트는 빨랐지만 직후 유지가 되지 않았던지 크리스 스물링이 바짝 쫓았으니까.

‘그대로 뺏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놈은 자신을 넘어서며 낙하하는 공을 향해 온몸을 날릴 정도의 슈팅을 구사했다.

단순히, 순간의 상황을 회피하고자 때린 슈팅이 아니었다.

‘정확했어...’

골문을 향해 정확히 날아왔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와 궤적을 띠고서!

이쯤이면 점프해야지, 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공은 불과 1M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즉시 로매로는 기겁하며 튀어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힘겹게 허공으로 뻗은 손끝을 지나친 공은 그만 골망 중앙 상단을 물결치곤 뚝 떨어졌으니까.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올드 트래퍼드에서마저 툰들의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       *       *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곧장 열광하는 툰들에게서 돌아서며 레드 데빌스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뛰어갔다.

여지없이 말처럼 다닥, 다닥-!

씰룩, 씰룩!

입꼬리는 다음으로 전개될 레드 데빌스들의 반응만으로 끌어올라갔다.

“저, 저...!”

뉴캐슬의 수석코치, 던컨 이클스가 불안함을 감지하고서 이쪽을 향해 손을 뻗는 게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일부 레드 데빌스들은 아쉬운 기색을 보이다 말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놈 뭐야?”

“네가 왜 여기로 와?”

“인쿠?”

마치 아군 선수인 것마냥 인구가 세상 해맑게 자신들에게 뛰어오고 있었으니까.

웃통을 홀라당 까며 열띤 응원을 펼치던 몇몇 극성 레드 데빌스들은 이내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인쿠 이 개새끼!”

“너, 너 이 @[email protected]$$#!!”

“설마, 아니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인구에, 이제 다수의 레드 데빌스는 설마 싶은 얼굴로 불길하고도 치욕스러운 다음 장면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동그랗던 눈은 점차 도끼 눈으로 변했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바라왔던 인구는 이윽고,

쏴아아아아악-!

무릎 슬라이딩을 뽐내며 촤악! 두 팔을 좌우로 펼쳐 표호했고 말이다.

“호우우우우우우우-!”

이 순간 레드 데빌스들은 좀비떼로 일변했다.

위층에서부터 파도가 물결치듯 팬들이 광분하며 당장이라도 펜스를 넘나들려 한 것이다.

“인쿠우우우!”

“이리와!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겨...!”

“마인쿠 이 새끼이이이이!”

“%@%@# 인쿠! 네놈 @@[email protected]# ㅇ엉덩이를@@$!!”

툭, 툿, 투욱-!

온갖 쓰레기와 함께 물병 등이 그라운드로 비처럼 떨어진 것도 바로 그때였다.

그럼에도 인구는 하얀 이를 드러낸 채 도취 된 표정을 유지해 보였다.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비치는 것을 발견하곤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존나 개운하네.”

동시에 지난날 훈련 장면을 떠올렸다.

애스턴 빌라전처럼 인구는 맨유전을 앞두고서도 코치 회의에 참가했다.

그리고 라파엘 배니테즈 및 코치들과 함께 맨유에 알맞은 전술을 짜 맞췄으며 반복 숙달을 통해 선수단에 입히는 데 주력했다.

맨유에 대항할 플랜이란 건 4-2-3-1 체제에서 인구, 그가 역습의 탄두가 되는 것.

살로몬 런던까지 아군 디펜스를 수호한 반면, 자신은 하프라인까지만 내려가 맨유 수비라인 사이에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라파엘은 선수단에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이 경기, 져도 된다.]

라고.

오늘 라커룸 대화 간에도 수차례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전술적으로 공격보단 수비에 더욱 집중할 수가 있었다.

굳이 이길 필요가 없으니, 수비에 온전히 집중하고서 단 하나의 공격 옵션만 전방에 박아두면 되니까.

‘지면 뭐 어쩔 수 없는 거니. 딱히 리스크도 없는 경기이기도 하고. 그러다..., 운 좋게 뒷공간 뚫으면, 그땐 막 때려보는 거고.’

90분 중 단 한 번만 상대의 배후를 뚫어내기만 해도 인구는 충분히 맨유에 큰 위협을 가하리라 자신했다.

방금처럼 말이다.

물론 이는 라파엘과 인구가 계획한 빌드업의 과정 중 하나였다.

역주행 세레머니로 레드 데빌스를 광분케 하고 더 나아가 맨유 선수들을 자극시킨 건, 인구 개인의 공략법이었고 말이다.

*       *       *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올-!]

[마커스 래시퍼드으으으~!]

전반전 38분.

마커스 래시퍼드가 실점 후 몇분이 지나지 않아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해설진은 침을 튀겨가며 외쳤다.

[상대 페널티 아크에서 여러명의 압박에도 불구!]

[안데르스 아레라가 왼발 아웃프런트로 뒤쪽으로 흘려준 공을 순식간에 래시퍼드가 수비 사이로 찔러 들어가 득점을 기록해냈습니다아아!]

역주행 세레머니 이후 경기 내내 인구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던 레드 데빌스들이 간만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일부는 동점 골을 기록한 래시퍼드에게 청할 정도였다.

“역주해애앵! 마커스! 너도 저 개자식들한테 달려가서 세레머니 해에!”

하지만 그러기엔 이제 막 뉴캐슬을 상대로 동점 골을 넣었을 뿐.

그렇듯 래시퍼드는 골망에 걸린 공을 품에 안아 들고 세레머니 대신 하프라인으로 내달렸다.

“예스!”

구세주, 래시퍼드의 득점에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짧게나마 포효했다.

‘인쿠 이놈...!’

역주행 세레머니를 보았을 때, 솔사르는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놈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였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숨은 답답하게 막혀왔다.

그도 그럴 게 오늘 경기엔 애드 우드워드 단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압도적 승리를 원하고 있었고 말이다.

‘다행이야.’

그나마 이른 시간 동점 골이 터져서 솔사르는 약간의 평온을 찾았다.

애초에 조금 전 인구의 득점은 전반전 30분 만에 겨우 한 번 나온 찬스였다.

‘두 번 다시는 나오지 않을...!’

반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전 40분 동안 벌써 17회의 슈팅 찬스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경기력만 놓고 본다면 3골 이상 득점 차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맨유는 뉴캐슬을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후반전이 이어져서도 다르지 않았다.

타앙!

[마커스 래시퍼드의 슈우웃-!]

태애애애앵-!

[아! 골대에에에에에에~!]

툭, 타앗, 투욱-!

[오오! 매이슨 그린우드! 단독 드리블 돌파를 시도합니다아아!]

[눈 깜짝할 사이 뉴캐슬의 미드필더 롤란드 아룬스를 속도만으로 제치며...!]

[이어서 센터백 자말 라셀스까지...!]

타앙!

[아! 슈우웃!]

퍼억!

[매이슨의 슈팅이 뉴캐슬의 풀백 폴 다밋의 육탄방어에 굴절되네요!]

맨유는 공만 잡았다 하면 적극적으로 몰고가 어떡해서든 슈팅 찬스를 가져갔다.

개인 기량면에서도 충분하니 때때론 혼자서.

1분 뒤엔 원 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사이드의 디펜스를 한 순간에 궤멸시키기까지.

반면 뉴캐슬은 이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비적입니다. 그것도 아주...”

마이크 팰란 수석코치가 두 눈을 가늘게 좁히며 중얼거렸다.

그 말처럼 뉴캐슬은 9명의 선수가 이중으로 본인들의 디펜시브 라인을 보호하고 있었다.

오직 단 한 명, 인구만이 하프라인 속, 맨유 수비진 사이를 어슬렁대고 있었고 말이다.

‘라파엘...!’

힐끗.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보았다.

이쯤되자 솔사르는 라파엘이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우리를 엿 먹일 생각이군...!’

질척하게 발목을 붙들며 최선은 무승부를 원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FA컵 3라운드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시엔 재경기가 치러진다.

이는 리그 성적을 우선시해야 할 맨유에겐 치명타라 할 수 있었다.

반면 뉴캐슬은 실보단 이득이 더 많다.

‘놈들은 이미 2위와 승점 차를 8점이나 벌렸다지...!’

거기다 뉴캐슬에게 있어 무승부는 맨유를 잡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설령 1점 차 패배를 당했다고 해도 지금 경기 내용만 본다면..., 뉴캐슬을 찬양할 언론과 여론이 더 많을 것이 자명했다.

자신을 향해선 비판이 줄지을 터...!

으득!

이가 갈렸다.

애드 우드워드가 한심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그렇듯 솔사르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자락에 서서 지시했다.

“네마나아아! 올라가! 올라가서 직접 슈팅을 때려어어!”

“스코오옷! 너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 포백 앞을 보호하던 미드필더들에게도 더 많은 슈팅을 때리란 지시를 내렸다.

원래 나인백을 상대로는 사이드 플레이나 이처럼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당장은 벤치에 앉은 주전 자원을 투입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건 솔사르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자존심이자 아집이 뉴캐슬에겐 또 한 차례 기회로 연결됐다.

후반전 11분.

촤라악-!

[고,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 -!]

인구가 역습 상황에서 재차 추가 골을 작렬한 것이다.

이번엔 달라붙은 크리스 스물링을 발 밑 재간으로 얼려버리며 페널티 좌측 에어리어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직후 오른발 감아 찬 슈팅을 구사해 골망을 시원하게 물결쳤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이 새끼...!”

울레 군나르 솔사르의 흰자위가 벌겋게 충혈됐다.

놈이 레드 데빌스가 아닌 자신을 향해 다닥, 다닥 뛰어오고 있었으니까.

세상 행복한 얼굴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방정맞은 웃음까지 터뜨려가며 말이다.

< 072.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3)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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