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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4.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5)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4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5)
“마, 막아아아-!”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다급히 외쳤다.
그 두 눈은 어느 때보다 크게 떠졌다.
‘뚫렸다!’
그 시야엔 뉴캐슬의 크리스티안 아추와 아유세 페레즈가 육상 선수마냥 좌우 측면에서 뛰어가는 게 보였다.
맨유의 풀백인 로크 쇼와 애슬리 영은 공격 작업에 한참이었던 지라 그들보다 뒤에서 출발했다.
인구의 앞에서 바짝 견제하던 크리스 스물링마저 위급 상황임을 판단하고서 돌아서 급히 수비지역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솔사르의 방방 날뛰는 심장은 안정될 생각이 없었다.
‘빠, 빨라...!’
아추와 페레즈의 속도가 실로 어마무시했으니까.
무엇보다,
쐐에에에에에엑- - -!
인구의 발등에서부터 쏘아진 작은 공은,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삽시간에 맨유 진영, 페널티 좌측 에어리어로 뚝 떨어졌다.
“으어엇!”
살로몬 런던과 마찬가지로 그간 출전시간이 적었던 아추가 열망을 가득 담은 눈으로 그 위치에 도달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쏴아아아아 아아아아-!
애슬리 영이 어떡해서든 공을 걷어내고자 불과 세 걸음 뒤쪽까지 쫓아가 슬라이딩 태클을 구사했지만, 늦었다.
타앙!
[크리스티안 아추우우우우!]
낙하한 공이 필드에 바운드되기도 전, 아추가 오른발 발리킥을 구사했으니까.
순간 골키퍼, 세르히오 로매로는 황급히 골라인을 이탈해 뛰쳐나왔다.
스윽-!
그러다 왼쪽 옆구리 사이로 쏙 빠진 공에 이내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FUCK...!”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크리스티안 아추우우우우우! 뉴캐슬!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또다시 역전 골에 성공합니다아아아아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올드 트래퍼드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냔 말입니다아아아!]
“오옷, 오오오옷...!”
크리스티안 아추는 왼발잡이인 자신이 오른발 발리킥으로 득점을 기록했다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그는 세레머니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아추우우우!”
“크리스티안! 이리와! 이리와아!”
“이 미친 자식! 방금 건 푸스카스 감이었어!”
그새 흥분에 겨운 동료들이 달려와 자신을 깔아뭉개버린 것이다.
버티지 못한 아추는 필드에 대자로 드러누우면서도 부릅뜬 눈으로 오직 한 선수를 찾았다.
‘인쿠...!’
이윽고 아추의 눈에 하프라인 부근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손뼉을 치고 있는 인구가 보였다.
* * *
며칠 전 뉴캐슬 1군 훈련장.
라파엘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전술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맨유전을 앞두고서 실시하는 공격 플랜은 다름 아닌 킥 앤드 러시.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가 있었다.
“아유세! 뛰어! 내가 볼을 잡으면 무조건 뛰라고!”
인구는 하프라인에 위치만 하면 일단 전방으로 길게 로빙패스를 차올렸다.
아유세 페레즈 및 발 빠른 자원들은 그 타이밍에 맞춰 상대 라인브레이킹을 깨는 훈련에 몰두.
이윽고 상대 진영 깊숙이 도달하면 공을 잡기보단 원터치 슈팅으로 골망을 물결치는 패턴을 반복 숙달했다.
아추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솔직히 말해 의욕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이번 시즌부터 그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었으니까.
‘겨우 3경기 선발 출전에 5경기 교체출전...’
팀이 암만 잘하고 있더라도 선수 본인이 뛸 수 없다면..., 유대감은 둘째치고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은 꼭 뛰고 싶어 그런데...’
오늘 훈련에서의 자신은 그저 그 경기를 위한 스파링 상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 경기에선 항상 난 뒷전이었으니까.’
그때였다.
“크리스티안!”
“응?”
“잘했어.”
방금 전 아추는 길게 뿌려진 로빙패스에 좌측 하프에서 전력 질주해 오른발 원터치로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슛 패턴에 롱볼을 날렸을 뿐이다.
그런데, 멀찍이서 인구가 엄지를 쳐들며 칭찬을 건네고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추는 살포시 미간을 찡그렸다.
“놀리는 거지?”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타점도 부정확해 상대 수비수마냥 공을 걷어낸 수준이 아니던가.
그리고 어느덧 4걸음 거리까지 온 인구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놀리는 거야.”
“...뭐?”
아추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너 이 새끼 벌써 4번째 그 위치에서 득점 찬스를 놓쳤잖아. 내가 거의 뭐 밥숟가락에 밥까지 얹어가며 떠 먹여주는 수준이었는데.”
“그야 난 왼발잡이니...,”
“실전 상황에서 왼발 오른발 가리다가 슈팅 찬스 놓치면 어쩌자고 그래? 그리고, 방금과 같은 롱 카운터가 실전에서도 3번, 4번 연속해서 나오리라고 봐?”
“...”
“절대 안 나와. 상대도 프로야. 죄다 머리가 달려있다고. 한 번 뚫리고 난 뒤엔 아, 역습에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분명 어떤 식으로든 발목을 붙들 게 뻔하단 말이지.”
쿡! 쿡!
인구는 손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쿡쿡 가리켰다.
“단, 넌 단순하게 생각하면 돼. 내가 공을 잡으면 그냥 앞뒤 잴 것 없이 박스 안으로 달려. 육상선수처럼. 상대 어태킹 서드에 도달했다 싶은 순간엔 고개를 들어서 한 번 위를 봐. 그럼 보일 테니까. 네 앞으로 공이 배달되는 게.”
아추는 입을 벙긋거렸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인구의 모습은 마치, 라파엘 배니테즈에 이어 또 다른 감독을 마주한 것 같았으니까.
더욱이...,
‘눈빛이...,’
진심이었다.
두 눈에선 경기 전부터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화르륵, 화르륵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지면 다 죽여버릴 것 같은 기세잖아. 이거.’
너무나 뜨거워 절로 뒷걸음질 치고 싶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의문이었다.
‘난 그저 교체자원에 불가할 텐데...’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까지 다가와 설교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녀석은 손짓 발짓까지 써가며 공격 시 진행 방향 여러 상황에서의 대응법까지 일일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다 돌연 인구가 한 걸음 성큼 더 다가왔다.
‘무슨...’
아추는 이처럼 가까이서 마주하자 생각보다 더 큰 덩치와 풍기는 기세에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했다.
꽈악!
흠칫!
아추는 뒷걸음질 치다 말고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인구가 커다란 손을 뻗어 한쪽 어깨를 꽈악 잡아버린 것이다.
크게 떠진 아추의 시선엔 진중하기 그지없는 인구의 모습이 버젓이 비쳤다.
“그러니까, 넌 맨유전에 꼭 필요해. 너처럼 빠른 발을 지닌 선수가 아유세 말고는 없거든.”
이어 그는 두 눈을 매섭게 번뜩였다.
“연습해. 죽자고 연습하라고. 이 맨유전이 아니라, 이 경쟁 사회에서 이겨나가려면 네가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란 말이야. 아아, 물론...”
문득 인구는 무슨 상상을 하는지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덧붙였다.
“확실한 찬스가 나오기 전까진, 연극 좀 해야지.”
“...연극?”
“그래. 연극. 네가 아주 심각한 왼발 편향이라는 걸 보여줘. 상대가 오른발 슈팅 찬스에서도 크게 긴장하지 않을 만큼.”
* * *
현재.
“크흡...!”
아추는 눈물이 범람할 것만 같았다.
수도 없이 반복 숙달한 끝에 연습한 패턴과 거의 일치하는 방식으로 득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것도 팀에 귀중한 역전 골을...!
귓가론 울렸다.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아안! 크리스티아아아안!- - - -!
아주 간만에 툰들이 자리에서 모두 기립해 제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말이다.
* * *
후반전 30분.
“교체! 교체카드를...!‘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마지막 한 장의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 매이슨 그린우드가 빠지고 로맬루 루카쿠를 투입시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큰 키에, 빠른 스피드, 거기에 제공권까지 장착한 루카쿠를 활용해 어떡해서든 동점 골을 기록할 모양인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좌우 백들 모두 크로스 플레이에 출중한 자원들이니까요!]
솔사르로선 이제 자존심이고 뭐고 없어졌다.
정규시간 15분 남짓한 시간에 오히려 한 점 차가 뒤처지면서 당장 동점 골을 넣는 것부터가 급해졌으니까.
‘빌어먹을...!’
직전 뉴캐슬의 세 번째 골은 진정 놀랄 노자였다.
크리스티안 아추가 발리킥으로 득점을 마무리 짓는 것도 황당했다.
‘심각한 왼발잡이 놈이 오른발로...’
경기 내내 그는 오른발 슛 찬스에서도 왼발로 옮겨가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러다 슈팅 템포를 끊어먹었고 말이다.
전반전에도 오른발로 공을 잡으면 왼발로 억지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오른발 슈팅도..., 형편없었다...!’
허나 이번 역습 장면에선 말 그대로 다이렉트 오른발 강슛이 구사되었다.
무엇보다 인구의 레이저 로빙 패스는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실로 무시무시했다.
‘그 거리에서..., 로빙 패스를 때리다니...’
등지고 있다 말고 갑자기 돌아서 장거리 패스를 구사했다.
마치 뒤에도 눈이 달린 것마냥 훅 찔러준 공은 정확히 아추가 도달할 지점에 배달되었고 말이다.
그 탓에 솔사르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선 한쪽 사이드백만은 조금 전보다 내려 앉히는 비대칭 전략을 택했다.
‘로크 쇼만 올려도 충분히 루카쿠에게 질 좋은 크로스가 제공될 거다...!’
마커스 래시퍼드에겐 언더래핑으로 보다 더 잦게 파고들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인구는 라파엘 배니테즈와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고선 손뼉을 짝짝 쳤다.
동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자신에게 향한 순간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자, 자즈아! B플랜으로 갑시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B플랜의 작전명은 말 그대로 ‘맨빅아 만들기 대작전’ 이였다.
* * *
그때부터였다.
후반전 32분.
퍼억!
철푸덕!
[아! 자말 라셀스! 네마나 마티치가 강하게 때린 슈팅에 급소를 맞고는 쓰러집니다!]
“들거어엇! 들것 가져와요오오오!”
인구는 세상 심각한 얼굴로 의료진에게 외쳤다.
그 말에 따라 의료진은 급히 들것을 가져왔다.
와중에도 자말은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옅게 호흡을 토해냈다.
“흐허허어... 흐어어어...!”
툭! 툭!
인구는 그의 엉덩이를 쳐주었고 말이다.
이후 다행히 라셀스는 들것이 필요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만으로 3분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었다.
솔사르는 나름, 이해했다.
‘급소라면 뭐...’
우연히 맞은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후반전 37분.
철푸덕!
[아아! 디안드루 예들리인! 마커스 래시퍼드와의 경합 과정에서 필드를 넘어 터치라인 바깥까지 밀려나다..., 펜스까지 넘어가네요!]
“아니, 뭔...!”
몸싸움 경합에 승리하고서 공을 따낸 마커스는 당황했다.
살짝 밀쳤을 뿐인데 예들린이 우어어엌!? 라는 비명과 함께 3m나 날아가다 팬스를 앞구르기로 넘어 관중석에 앉아버렸으니.
삐이이이이-!
[주심 곧장 경기를 중단시킵니다!]
[관중석에 자리해버린 디안드루 예들린! 마커스 래시퍼드의 푸싱 파울을 주장하는데요!]
[주심! 카드를 꺼내 들진 않았습니다만, 뉴캐슬 진영 공으로 선언합니다!]
거기까지도, 솔사르는 애써 이해했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예들린의 모습만 보면 푸싱 파울이 거칠긴 했던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후반전 41분.
퍼억!
쿠당탕!
“으아아악 아아아악!”
[아! 아추! 발목을 접질렸는지 크게 고통스러워 하는데요!]
1분 몇 초가 사라졌다.
후반전 43분,
툭!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 로맬루 루카쿠의 헤더를 두 손으로 가볍게 잡아냅니...!]
비틀.
“아엇...!”
[아! 두브라파카! 신음과 함께 갑자기 허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는데요...?]
[가볍게 점프하는 과정에서 삐끗하기라도 한 걸까요?]
[의료진이 투입됩니다!]
또 1분이라는 시간이 사라졌다.
솔사르의 주먹은 새하얘질 만큼 꽈악 쥐어졌다.
“이, 이놈들이...?”
후반전 45분.
푸확!
[아! 라셀스! 이번에도 육탄방어로 몸을 던지다 그만 급소에 큰 충격을 받는...]
철푸덕!
[아! 라셀스! 엎드려 주저앉은 채 쉬이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들거어어어엇!”
인구는 또다시 허겁지겁 달려와 의료진을 향해 외쳤다.
“....”
솔사르의 얼굴 근육은 이제 잘게 떨렸다.
그러다 그만 참지 못하고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넘어섰다,
“내가 봤어. 저 새끼 지금 일부러 급소를 공에 가져다 대는 거! 내가 봤다니까아!”
가만 보니 지금 뉴캐슬은 침대축구로 시간 지연을 벌이고 있었다.
솔사르로선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 이 추잡한 놈들...!”
그때, 인구는 이때다 싶어 솔사르의 외침을 듣자마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부정했다.
“그게 말이 돼?! 남자의 상징을 그리 함부로 다룰 리가 없잖아!”
좀 더, 시간을 끌고자 일부러 씩씩대며 그라운드까지 발을 들인 솔사르에게 성큼성큼 다가가가 따지기까지!
“지고 있다고 너무 막말하는 거 아니야? 응? 쟤 지금 고자 될지도 모르는 판에!”
물론 이 모든 건 B플랜, 맨빅아 대작전의 과정이었다.
충분히 골은 넣었으니, 이제 그로기로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자말 라셀스가 급소에 두 차례나 맞은 건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말이다.
오히려 인구는 감동한 얼굴로 아직도 이마를 필드에 박은 채 들어 올리지 못하는 자말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건, 숭고한 희생이잖아...!”
< 074.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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