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75.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5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6)
후반전 32분부터 이어진 뉴캐슬의 침대 축구에 정규시간이 모두 끝났을 때, 추가시간 판 속 시간은 10분이 부여되었다.
현재 스코어 2 : 3
올드 트래퍼드에서 대어를 낚기 직전인 만큼 툰들은 과한 추가시간에 발끈했다.
“뭐? 10분씩이나?”
“이것들 심판 매수했네! 어떡해서든 이기려고!”
“연장전이냐! 연장전이야아?!”
반면 레드 데빌스들은 그들 나름대로 분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구의 두 차례 역주행 세레머니 플러스, 뉴캐슬의 침대 축구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것이다.
“아시아놈 하나 들어왔다고 침대 축구를 해? 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 비루한 놈들아!”
그러면서도 10분이 부여된 만큼 레드 데빌스들은 간절히 외쳤다.
“마커스으으! 동점골을! 아니 역전골 넣고 역주행 세레머니 보여줘어어!”
“저 개같은 뉴캐슬에게 본때를...!”
“루카쿠우우우우-! 파이티이이이잉!”
* * *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외쳤다.
“로맬루! 마커스! 재시이! 망설이지 마! 공이 오면 그냥 때리란 말이다!”
전반전, 또는 로크 쇼가 막 투입했을 때처럼 무리하게 라인을 올리진 않았다.
일부 선수들에 한해선 인구의 후위에 서서 맨 마킹에 임하게 지시.
뉴캐슬의 발 빠른 공격수 아추와 아유세 페레즈의 곁에도 수비 시엔 두 명의 사이드백을 배치했다.
‘로크 쇼가 올라가면 미드필더가 그 자리를 커버한다...!’
이는 조금 전 인구의 폴 포그마 이상 가는 레이저 로빙 패스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인쿠가 적정 거리에서 공을 소유만 해도 필시 좌우 공격수들이 침투할 거다...!’
적당한 수비 스탠스를 취하더라도 맨유는 매서운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단지, 상대가 육탄방어로 막아대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
‘물꼬만 트면 돼...!’
완벽한 대승은 물 건너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솔사르에겐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나선 안 됐다.
정식 감독직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었으니까.
한편, 하프라인에서 뉴캐슬의 디펜시브 라인까지 내려간 인구는 솔사르와 맨유의 대형을 보며 중얼거렸다.
“쫄았네, 쫄았어.”
허나 전망은 아직 마냥 밝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애들 체력이 크게 떨어졌어.'
일부 뉴캐슬 선수들의 움직임부터가 둔해졌다.
치명타를 두 차례나 허용한 자말은...,
"흐헛... 흐호헛!"
요상한 숨소리를 내며 남은 체력을 짜내고 있었다.
‘손은 왜 거시기 쪽으로 자꾸 가는 건데...?’
전체적으로 상대가 상대인 만큼 평소보다 과한 집중력을 소비했음은 물론 이거니와 1대 1 대치 상황 및 수비 시 에너지 소비가 매우 컸다.
반대로 맨유 선수들은 화가 날대로 화가 나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그들은 진정 공만 소유하면 파도처럼 몰아쳤다.
[마커스 래시퍼드가 재시 린가드에게!]
[린가드 박스 깊숙이 파고들어...!]
툭!
[오옷! 수비수가 붙은 순간에 백패스으!]
퍼어엉-!
[뒤쪽에 있던 폴 포그마의 기습적인 슈티이잉-!]
스윽-!
[아! 또 크로스바 위를 살짝 비켜나가는 보오오올...!]
맨유는 공을 소유하면 거의 10번 중 9번 이상 슈팅으로 연결지었다.
그중 6번은 뉴캐슬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육탄방어로 막아냈고 나머지 3번은 지금처럼 속절없이 슈팅을 허용해버렸다.
물론,
[아! 그전에 부심이 기를 들고 있었네요!]
인구는 20라운드 넘게 선수단에 반복 숙달시킨 수신호와 오프사이드 타이밍으로 진즉에 린가드가 공을 소유할 시점, 트랩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당장 실점을 허용해도 이상하지가 않아!’
상대의 슈팅 빈도가 갈수록 늘어났다.
로맬루 루카쿠의 고공 경합에선 수비수 중 누구 하나 상대가 되는 이가 없었다.
불과 1분 뒤에도 다를 바 없었다.
투읏!
[로맬루 루카쿠우우!]
로크 쇼가 왼측면에서 인사이드 크로스를 올렸다.
동시에 루카쿠는 박스 바깥에서 어슬렁대다 순식간에 자말 라셀스를 힘으로 떨쳐내 다이빙 헤더를 시도...!
투웅-!
뚝 떨어진 공은 루카쿠의 헤더에 정확히 걸렸다.
툿!
[두브라파카! 니어 포스트 상단으로 떨어지는 공을 손끝으로 힘겹게 쳐냅니다! 선방이군요!]
이번 건 골키퍼의 선방이 눈부신 장면이었다.
그러다 말고 인구는 손끝으로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처억-!
일찍이 파악한 관중석엔 몇몇 스카우트로 추정되는 이들이 노트북 자판을 연신 두들기다 말고 흠칫거렸다.
인구가 한껏 성난 얼굴로 이쪽을 보며 외쳤으니까.
“버텨어어어! 우리 몸값 올라가는 소리 들린드아아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망을 토해냈다.
지금으로선 이렇게라도 기운을 차리게 만들어야 했다.
“가족이 지켜보고 있드아아아! 아빠의 힘을 보여줘어어!”
“으어어어!”
“우오오오!”
다행히 두 차례 급소를 공격당한 자말이 먼저 포효로 화답해주었다.
뒤이어 디안드루 예들린을 비롯한 선수들이 전염된 것마냥 함께 열정 가득한 기합을 내질렀다.
물론, 더는 역습을 시도할 계획은 없었다.
그저 인구는 수비에 가담하며 틈틈이 센터서클에 위치할 뿐.
그것만으로도,
흠칫.
애슬리 영과 크리스 스물링 등이 올라오려다 뒷걸음질 치는 게 보였다.
언제 또 배후가 갑작스레 뚫릴지 몰랐으니까.
‘새끼들. 학습했네.’
인구는 저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략에 성공했다고 여겼다.
‘이 이상 역습 툴은 위험해.’
맨유는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팀이기에, 이런 식으로라도 남은 시간 동안은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었다.
라파엘 배니테즈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처럼 자신의 움직임을 하프라인 아래 두어 1선 압박 및 수비를 지시한 거다.
여기에 인구는 육탄방어를 가장한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작전을 첨가했고 말이다.
* * *
실시간 커뮤니티 사이트는 난리였다.
홈 경기장에 함께 하지 못한 레드 데빌스들은 충격에서 쉬이 헤어나오지 못했다.
- :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왜 우리가 지고 있는 건데?
- : 후반전 52분...? 이거 연장전 있냐? 왜 경기 안 끝나? 그리고 왜 우리가 2고 저 개같은 뉴캐슬이 3이야?
- : fuck! fuck! fuck! fuck! fuck!!!!!
- 좆같은..., 이거 가짜지? 지금 나 놀리려고 짠 거지?
- : fa컵 탈락이네. 탈락이야...!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레드 데빌스들은 염원했다.
제발 마커스 래시퍼드가, 또는 로맬루 루카쿠가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 * *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간절하고도 애가 탔다.
그는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선수들을 북돋웠다.
맨유의 신성, 마커스 래시퍼드 또한 체력이 빠질 대로 빠졌으나 끝까지 뛰고 또 뛰었다.
‘이겨야 해!’
팬들을 위해서라도, 또 자신을 적극 기용해준 울레 군나르 솔사르를 위해서라도 역전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허나 그 간절한 마음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다.
후반전 54분 49초.
추가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11초가 남았고 마커스는 기어이 동료의 패스를 받아 좌측 사이드에서부터 빠르게 질주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툭!
“윽...!”
눈 깜짝할 사이, 긴 학다리가 뻗어져 오직 볼만 툭 건드려 가랑이 사이로 빼냈으니까.
쳐든 시선엔 보였다.
코앞에서 불시에 나타난 인구가 빼낸 공과 함께 쏜살같이 지나치는 게!
투웅-!
그 순간 미리 하프라인 뒤쪽에서 버티고 선 맨유의 로크 쇼가 달려들어 프런트 태클을 가했으나 미간만 움푹 파였다.
툭, 타앗-!
[오오 인쿠우우우!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차낼 듯하다 순식간에 인사이드로 공을 빼내며 로크 쇼의 뒷공간을 파고듭니다아아!]
퍼억!
“크헉...!”
인구는 평속이 그리 빠른 편이 아닌 만큼 곧 추격할 로크 쇼를 어깨로 밀어 밸런스를 깨버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리어 인구는 그 반동으로 보다 앞서나갔고 말이다.
[전지인! 또 전진하는 인쿠우우! 뉴캐슬의 역습이 다시 한 번 가동됩니다아!]
“아, 안 돼에에에!”
솔사르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다행히, 맨유의 페널티 박스로 크리스 스물링과 빌 존스가 악착같이 복귀하고 있었다.
반대편에선 애슬리 영이 크리스티안 아추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스프린트조차 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들어맞았다...!”
얻어 터진 후 뒤늦게 구사된 대응전술이 뉴캐슬의 역습을 봉쇄했다는 데 솔사르는 아주 잠깐이지만 안도했다.
“어...?”
허나 그 입에선 이내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페널티 우측 에어리어로 뛰어들 것 같던 스탠스를 취하던 인구가,
툭, 투욱, 투욱-!
돌연 크리스 스물링, 빌 존스가 막 도달한 페널티 박스가 아닌 공을 우측 사이드 코너플래그 끝자락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어 끝자락에 서서는 등진 채 정지한 공 위에 오른발 하나를 턱! 하니 올려두며 씨익 웃었다.
“뺏으러 와야지. 뭐해?”
“이런 씨...!”
“fuck!”
카운터 어택에 대비하고자 급히 내려앉았던 존스와 스물링은 욕지거리와 함께 인구를 향해 뛰어갔다.
밸런스가 깨지면서 두 템포 늦게 출발한 로크 쇼 역시 온힘을 다해 인구의 발 아래 있는 공탈취를 목표로 달렸다.
그러나,
삐, 삐, 삐이이이이이-!
때마침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울레 군나르 솔사르는 동점도 아닌, 팀이 뉴캐슬이라는 챔피언십 팀에게 패배했다는 것에 그만 휘청, 거렸다.
그보다 충격적인 건...,
“솔사르 아우우우웃!”
“솔사르 이 개자식아아아아아!”
“전술 운영을 뭐 이딴 식으로 하는 거야! 어?!"
언제는 자신을 찬양하기 바빴던 소수의 레드 데빌스들이, 세상 험악한 얼굴로 자신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몽롱한 시선 속에 비친, 이제 7살쯤 되어 보이는 한 꼬마는 자신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기까지...!
그것도 쌍 빠큐였다.
* * *
경기가 종료됐지만 레드 데빌스들은 쉬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라파엘과 확연한 전술적 역량 차이를 보인 솔사르를 향해 소수 인원의 야유도 지속됐다.
그리고 다수는 인구를 향해 욕지거리와 함께 손에 든 무엇이든 간에 던지고 봤다.
두 번의 역주행 세레머니를 뽐내면서, 그는 레드 데빌스의 철천지 웬수가 되었으니까.
물론 인구의 도발은 끝나지 않았다.
“뭐어? 안 들려. 다시 말해봐! 하하하하핳!”
그는 승리에 한껏 취한 얼굴로 두 손을 귓가에 가져가 잔망스레 웃어보였다.
“이 씨빨@[email protected]%@!!”
“인쿠우우우우!”
“개같은...!”
펜스 가까이 있던 레드 데빌스들은 더욱이 격분했다.
던컨 이클스 수석코치는 광전사마냥 광역 도발을 해대는 인구를 붙들고 황급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자 했다.
이러다간 적지 한복판에서 다 죽을 것 같았으니까.
들썩이는 관중석 한편.
전반전 시작부터 현재까지.
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배가 툭 튀어나온 덩치 큰 중년인은 입가에 미끈한 미소를 띠었다.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는 취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가요. 미노? 제 말이 맞죠?”
미노라 불린 배불뚝이 남자, 라이홀라는 보라색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시선엔 막 코치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검은 머리 동양인이 비쳤다.
두 사람은 필드를 가로지르는 중 서로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아 왜요!”
“그만 좀 하라니까! 집에 가기 싫어?”
“가야지! 그래도 잠깐 놔봐요! 이때 즐기지 언제 또 즐겨!”
“그러다 총 맞어! 인마!”
“그럼 함 맞아주지 뭐!”
“이 미친놈이...!”
슈퍼 에이전트라 불리는 미노 라이홀라는 검은 머리 동양인, 인구를 뚜렷이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물건이로군.”
< 075.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6)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