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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76화 (7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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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6.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6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7)

툰들은 올드 트래퍼드에서 승리를 쟁취하며 어느 때보다 과하게 취해버렸다.

경기 종료 직후에도 쉬이 떠날 생각 없이 올드 트래퍼드를 자신의 홈구장마냥 두 팔 벌려 한동안 응원가를 열창한 것이다.

[오오~! 뉴캐슬 유나이티드으으!]

[우리는 산티아구 무네즈으! 가빈 해리스! 그리고 인쿠를 보유했다네!]

[우리는 월드클래스! 우리는 빅팀! 우리는 최강이지이!]

프레스석에 있던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업로드했다.

[뉴캐슬 원더러스! FA컵 3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 : 2로 격파...!]

[자이언트 킬링에 성공한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쿠! 2골 1도움으로 MOM 선정...!]

[울레 군나르 솔사르! 일부 관중들에게 비난 받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 ‘솔사르를 향한 야유, 옳지 않아. 겨우 한 경기 졌을 뿐이잖아.’]

경기 외적인 보도도 이어졌다.

[뉴캐슬 선수단 버스! 경기 후 올드 트래퍼드에서만 1시간 지체...!]

[극성 레드 데빌스! 선수단 버스 위에 올라타 이렇게 외쳐... ‘인쿠만 내놔!’]

영국 스포츠매체 트랜스퍼엔 해당 장면이 대문짝만하게 게시되었다.

사진 속, 버스 아래 역시 많은 레드 데빌스들이 찰떡처럼 달라붙어 원성을 터뜨렸고 말이다.

“푸흐흣.”

뉴캐슬의 단장 댄 라셀스는 중역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말고 웃음을 흘렸다.

손에 든 휴대폰 화면 속엔 정말로 몇몇 남자가 성난 얼굴로 버스 천장에서 간절히 애원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아주 난리였군. 자칫 인명피해도 있을 뻔 했어.”

“그 정도로 열 받았다는 거겠죠. 아무쪼록,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렇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고요.”

접객용 소파엔 다시금 명성을 되찾은 뉴캐슬의 스카우터, 로보트 파이기가 차 한 모금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런 그는 요 몇달 간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자신이 영입한 선수가 팀의 주축이 되어 리그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FA컵에서도 이변을 연출해냈으니.

그것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이 정도로 이른 시간에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다만.’

로보트 파이기가 본 인구는 이미 챔피언십이 아닌 이피엘에서 뛰어도 이상치 않을 몸상태를 갖추었다.

‘솔직히 말해..., 맨유전도 동료가 받쳐줬다면, 인쿠의 플레이는 더욱 빛났을 거다.’

공격수가 미드필더 지역, 더 나아가 디펜시브 라인까지 내려온다는 건 그만큼 수비와 미드필더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현재 뉴캐슬의 재정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만...’

문득 파이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미드필더와 수비까지 받쳐준다면, 인구는 아낌없이 올라가 공격 지역에서 실로 파괴적인 면모를 뽐냈을 거라고.

그때였다.

“인쿠는 이제 완전히 악동으로 자리매김하는구먼.”

라셀스의 감평에 파이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툰에게만 영웅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긴 하지.”

악동은 분명 좋은 게 아니다.

때때로 악동은 이기주의로 팀 분위기를 저해시키고, 분란을 일으키곤 하니까.

잦은 소동으로 구단에 피해까지 끼치고 말이다.

‘악동의 결말도 썩 좋지는 않지.’

안토니우 카사노나 아드리아누, 마리오 발로탤리 등이 예시라 할 수 있었다.

반면 명확히 다른 점이 있다. 인구는 오직, 상대에게만 가차 없는 악동이었으니까.

“거기에 실력까지 좋죠.”

파이기의 발언에 라셀스는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말처럼 인구는 첫 라운드때부터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더욱이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수준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연속해서 보여주고 있었고 말이다.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아.’

아니, 정규 훈련 외에도 본인 스스로 추가 훈련을 하는 건지 경기력과 체력은 갈수록 올라오고 있었다.

‘평속도 조금이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형태고 말이야.’

그래서인지 이번 두 차례 역주행 세레머니마저 라셀스의 눈엔 재롱처럼 보였다.

‘그건 아마도..., 툰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

물론 축구는 스포츠맨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형식상이라도 경고를 할 필요성은 있었다.

씰룩, 씰룩.

생각과 달리 인구를 떠올리기만 해도 입꼬리가 살며시 끌어 올라갔다.

그것도 잠시.

“음...?”

댄 라셀스의 눈이 살포시 좁혀졌다. 손가락으론 기사 타이틀 사진을 확대했다.

살짝 열린 창문 너머..., 자세히 보니 한 인물이 차창을 향해 얼굴을 들이민 게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마인구였다.

“...허.. 참나!”

라셀스는 이제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게 이 지옥 속에서마저, 인구가 세상 악랄한 미소와 함께 주먹 감자를 들먹이고 있었으니까.

이를 지근에서 본 레드 데빌스들은 더욱 분개한 얼굴로 인구를 향해 무어라 외쳐대는 것 같았다.

마주 주먹 감자와 가운데 손가락을 들먹여가며.

*       *       *

[만 4세. 아이의 사회성 발달 특징!]

[친구에 관한 관심은 높으나 자기 중심성이 강하고 사회적 기술이...!]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또래 친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로...]

“으으음. 이 책은 잘못되었군.”

인구는 한 손에 3세부터 12세까지 아이의 발달 특징에 관한 책을 보다 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나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과 달.리 이 아이는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세나가 진정 아빠와 함께 하기를 원했으니까.

‘뭐. 친구랑도 재밌게 놀고 있지만.’

물론 친구가 집으로 놀러 오는 빈도가 늘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힐끗 본 세나는 거실 한편에 아무렇게나 놓인 미끄럼틀에 이어 튼튼한 목재로 된 캣타워를 올라탔다.

인구의 눈썹이 좁혀졌다.

‘저건, 잘못 산 거긴 하다만...’

왜 장난감 가게에 캣타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체 구매 과정에서 딸려와 버렸다.

다행히 세나는 놀이터의 구름다리처럼 활용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세나 키가 좀 컸다?”

“우웅? 정말?”

세나는 캣타워 꼭대기에 능숙하게 올라가고는 이쪽을 돌아보며 반문했다.

인구의 두 눈은 그새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딸아이의 성장은 아빠의 기쁨이기도 하니까.

자연스레 소파에선 몸을 일으켰고, 수납장을 열어 즉시 줄자 하나를 꺼내왔다.

“한 번 재보자!”

잠시 뒤.

“와. 우리 세나. 키가 112cm나 되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100cm 후반대였는데, 그사이 이렇게나 커버렸다.

“지금 또래 여자아이들 평균 키가..., 107cm 정도 되니까...”

확실히 세나의 성장 폭이 빠르긴 했다.

“세나 키커! 우오오!”

세나는 세상 해맑게 말랑말랑한 왼팔을 상완이두근 뽐내는 포즈처럼 취하며 외쳤다.

인구는 빙구 미소를 흘렸다.

“흐헣. 마자. 세나는 아빠 닮아서 커!”

“마자! 난 아빠 닮아써어!”

세나는 화답하고는 곧장 전동 자동차에 우다다다 달려가 올라탔다.

“부우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선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퍼즐을 맞추기도 하며, 또 몇 분 뒤엔 거실 저편에 있는 가정용 퐁퐁에 올라타 꺄하하하핫! 거리며 놀았다.

인구는 그 모습을 마냥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째 활동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한 달 전보다 오늘이 더 드세고도 길게 노는 것 같았다.

최근엔 고강도 훈련 직후 아이와 놀아주다 보니 살짝이지만 피로감이 몰려들기도 했었고 말이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을까.

다 놀았는지 세나가 퐁퐁에서 내려와 이쪽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왔다.

두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인구는 소파에 앉아 여러 기사를 보다 말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거의 혼자서만 6시간을 놀았는데 안 지칠 리가....,’

이제 평소처럼 재우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

“아빠아-”

“응?”

돌연 세나는 촵! 인구의 발 앞에 주저앉아 포동포동한 뺨을 다리에 붙였다.

이어 작은 공주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커다란 눈망울로 인구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 쉼쉼해...”

“....?”

인구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공이 흔들렸다.

"노라줘!"

그 날.

인구는 난생 처음 놀이 지옥을 경험했다.

*       *       *

다음 날.

“너, 왜 이렇게 퀭하냐?”

아침 훈련에 참여한 인구는 간만에 눈 밑이 거무튀튀한 채 라커룸에 발을 들였다.

그도 그럴 게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인구는 세나의 전용 놀이기구로 빙의했었다.

‘비행기부터, 바이킹..., 고속회전목마, 로켓 발사... 말타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세나가 꺄하하핫! 거리며 세상 해맑게 즐거워하지 않았는가!

[자자, 세나야! 어때? 재밌지?]

[또, 또, 또오!]

[또, 또?]

[우웅! 태워줘어어 아빠아!]

[하, 하핫! 그래! 태워주께!]

세나는 은근 당근도 잘 먹였다.

[아빠는 힘이 쎄에!]

[마자! 세나야. 아빠 힘 쎄!]

[세상에서 제일 쎄에에! 헤라클레스보다 더어!]

[그렇취 그렇취이!]

[그럼 더 태워줘어어! 꺄하하핫!]

[...그, 그래! 아빠는 살아있는 에너자이저니까!]

아침에도 놀이 지옥은 이어졌다. 등원에 앞서서까지 세나는 두 팔을 벌려 꿀 같은 눈으로 원했으니까.

[아빠아! 목마 태워줘어!]

[...목마?]

[웅! 목마아! 나 그리고 비행기도 타구 시퍼!]

[아빠아!]

[으응?]

[고속회전목마아아아!]

“...”

자말 라셀스는 평소와 달리 말조차 없는 인구에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은 거 맞아? 감기라도 걸렸나?”

어느덧 자말 뿐만 아니라 디안드루 예들린, 아유세 페레즈까지 다가와 퀭한 인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애 오늘 왜 이래?”

“형, 괜찮아요?”

그들이 본 평소의 인구는 아침 출근 때마다 항상 쾌활했기 때문이다.

[자 자아! 오늘도 열심히 몸뚱이를 조집시다아아!]

[뛰어어어어! 토해도 되니까 뛰어어어!]

[상대보다 한 걸음 더! 아니 두 걸음 더 뛰려면 체력부터 키워야지! 어? 바닥에 뿌리라도 박았어? 멈추지 말고 뛰라고오!]

그는 매번 선수들을 리드했다.

코치보다 더한 것들을 요구했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인구는 라커에 뒤통수까지 붙여가며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흐어...”

살짝 벌어진 입에선 매가리 없는 숨이 느릿하게 토해졌다.

“어디 아파?”

“의료진 부를까?”

이러니 동료들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말할 기운도 없었기에, 인구는 겨우 힘겹게나마 답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실상 인구는 적잖게 충격마저 받았다.

자신의 체력이라면 딸과 밤새도록 놀아줄 수 있으리라 자신했건만.

‘무, 무리야...’

정말 어젯밤은 기괴한 감각까지 받았다.

세나와 놀아주는 내내 아이에게 체력이 속절없이 빨려 나가는 듯 했으니까.

반면 세나는 지친 기색 없이 더욱 더 격하게! 신나게! 많은 놀이를 요구해왔다.

한편 라커 구석, 살로몬 런던은 인구의 꾀죄죄한 몰골에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은 얼굴로 생각했다.

‘이 녀석...!’

필시, 아침 훈련에 참여하기 전 또 다른 훈련으로 자기 몸뚱이를 조진 게 분명했다.

꽈악...!

런던의 양 주먹이 피가 안 통할 만큼 쥐어졌다. 인구를 향한 그 두 눈은 투지로 활활 타올랐다.

동기부여가 강하게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 076.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7)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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