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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77화 (7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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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7.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7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이후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고작 4일 뒤에 리그전을 치렀다.

체력적인 불리함을 안고 치른 경기였음에도 불구, 뉴캐슬은 4 : 0으로 상대를 완파해냈다.

FA컵 4라운드에선 운 좋게 같은 잉글랜드 챔피언십 2부팀, 프레스턴 노스 엔드를 만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잡은 만큼 사기가 극에 달한 뉴캐슬은 프레스턴을 손쉽게 격파!

더욱이 시간은 흘러 31라운드, 32라운드, 33라운드에서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간 뉴캐슬에 툰들은 열광했다.

이 시기 순위 2위, 애스턴 빌라와의 승점 차는 12점이나 벌어졌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 13경기가 남았다지만 툰들은 거의 자력 우승 및 승격을 기정사실화하였다.

- : 툰이란 게 자랑스럽습니다 정말...!

- : 와. 5년 사이에 챔피언십, EPL, 또 챔피언십 이제 또 EPL...., 퐁당퐁당을 대체 몇 번 하는 건지.

ㄴ :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챔피언십 강등당했다가 더 크게 무너지는 팀이 어디 한 둘이던가.

- : 제발, 라파엘 배니테즈와 재계약을 해줘요, 구단주님!!!

일부는 간절히 바랐다.

- :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 일절 없던 건 그냥 넘어가줄게! 근데, 이번엔 진짜 EPL로 다시 복귀하면 선수 보강 착실히 하자!

- : 빌어먹을 구단주야. 그냥 구단 EPL 승격시키고 이번엔 매각 절차 밟아! 최대한 돈 많은 부자한테! 너와는 다르게 축구에 애정이 넘치는 부자에게! 중동 부자여도 상관없으니까! 너도 그걸 원하는 거 아니야?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잡은 우리입니다만. 솔직히 인쿠 말대로 맨유는 이제 빅클럽이 아닙니다. 그러니 EPL에서 경쟁하려면 선수 보강은 필수입니다!

상당수는 뉴캐슬보다도 인구를 향해 찬사에 또 찬사를 건넸다.

- : 인쿠는 레전드야. 오른발, 왼발, 거기에 헤더. 어깨로도 골을 넣을 수 있는 타고난 골잡이지!

- : 재계약 가자. 인쿠가 혹 20만 파운드(한화 3억 2천 만원) 를 주급으로 달라면 그냥 줘버려!

- : 토트넘엔 해리 캐인, 손흥빈이 있고, 리버풀엔 모하매드 살라, 사디오 마네가 있지. 그리고 우리 툰엔 인쿠가 있어! :)

- : 34경기 50골 20도움이면..., 잉글랜드 챔피언십 역사에서도 최초 아닌가?

ㄴ : 그래서 지금 챔피언십의 리오넬 인쿠. 크리스티아누 인쿠라 다들 그러잖아.

한 팬의 말처럼 인구는 벌써 50골의 고지를 밟았다.

이는 챔피언십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언론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수많은 클럽들이 인구를 노리리라 예측했다.

[인쿠! 맨체스터 시티로 가나? 호샙 과르디올라가 주시 중...!]

[카림 밴제마의 대체자 물색 중인 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는 인쿠도 타겟 중 한 명?]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고 싶은 래반도프스키! 구단은 대체자 물색에 혈안...!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뛰고 있는 인쿠 포함...!]

[<속보> 첼시!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쿠를 데려오려 해! 구단 관계자 증언!]

사상 최초로 50골의 고지를 밟자 언급되는 팀의 퀄리티도 훨씬 높아졌다. 공식 오퍼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물론 인구가 있다고 해서, 뉴캐슬이 매 라운드마다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뽐낸 것은 아니었다.

축구는 한 개인이 아닌, 팀으로 움직이는 거였으니까.

당초 시즌이 시작되기 전 대다수 언론은 뉴캐슬의 취약점에 대해 말한 바 있었다.

바로 얇은 선수단 두께.

선수단 규모가 얇으면 시간이 갈수록 순위 싸움에 있어 어려움에 부닥치기 마련이었다.

이는 누적된 체력 저하가 컸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려와 함께 비난을 퍼부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구단주는 제가 볼 때 팀에 아무런 애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대개 팀이 전반기에 압도적으로 잘해줬다면 겨울 이적시장에서 유지 차원에서라도 선수단 보강은 필수일 텐데요.]

[하지만 뉴캐슬의 구단주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아주 조용하게 보냈죠.]

[이는 필시 선수단에 과부하를 일으킬 겁니다!]

이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얇은 스쿼드 댑스를 비롯해 몇몇 포지션의 수준이 떨어지기에 인구가 수비 지역까지 내려오는 현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이는 머지않아 선수 개인에게도 체력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이다.

*       *       *

전문가의 예측은 일부 맞아떨어졌다.

3월, 로더럼 유나이티드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삐, 삐, 삐이이이이이-!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해설진은 탄식했다.

[아아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팀 로더럼을 상대로 2 : 1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네요!]

[경기 종료 직전, 불과 4분 사이에 터진 두 골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뉴캐슬입니다...!]

[인쿠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면서 허무하게 무너졌어요! 그것도 24개팀 중 24위를 기록 중인 로더럼을 상대로 말이죠!]

그래 봤자 2위와의 승점 차 12점은 유지됐지만 말이다.

*       *       *

경기 후 휴식이 부여 된 다음 날.

가은이가 회사에 출근을 하면 여지없이 인구는 세나를 마중했다.

오늘은 자신의 집으로 딸을 데려왔고 말이다.

거기다 유아 학교 등원까지 없는 날이면 인구는 거의 반나절 내내 딸과 함께이다시피 했다.

대부분은 반나절 내내 쉼없이 놀아주었다.

세나와 함께 인형 놀이를 하거나. 인간 놀이기구가 되는 식으로.

그나마 오늘은 나은 편이었다.

거실.

인구는 멀지 않은 거리에서 딸이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최근엔, 훈련 강도가 높기도 하고...,’

하루가 다르게 강철 체력을 뽐내는 세나에 인구는 체력적인 열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순간 스스로 인정해버리자 인구의 눈 밑은 꿈틀거렸다.

‘충격이다!’

인구는 딸과 함께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좋았다.

그 무엇이든 간에!

골을 넣는 것보다도 더욱 더!

‘그런데 내가 지친다고...?’

으득!

인구의 이가 절로 갈렸다.

혹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지치지 않게끔 체력을 더욱 끌어올리면 될 일이었으니까.

실제로도 요 몇 주 전부터 인구는 세나와 어려움 없이 어울리기 위해 훈련 강도를 더욱 높이기까지 했다.

‘체력 증진은 필수야.’

몸에 좋다는 보양식과 영양제들도 틈틈이 챙겨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야압! 야아압! 야야얏!”

지금 세나는 tv 속 금발 머리칼의 외국인을 따라 거실 한편에 서서 태권도를 하고 있었다.

“우어! 으어! 으어엇!”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자세까지 잡는 딸아이는 앞차기부터 옆차기, 배우지도 않은 뒤돌려차기까지 아주 쉽게 해냈다.

“오옷... 오옷...!”

그 모습을 소파에 앉아서 본 인구는 감탄, 또 감탄에 겨워했다.

“우리 세나. 태권도에 재능이 있던 거야?”

인구도 어릴 적엔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첫 시작 단계에선 다리가 원하는 대로 올라가지 않아 그 시절 유행이라는 강제 다리찢기를 당했건만...,

“우리 세나. 무슨 다리가 에베레스트산까지 쭉쭉 올라가네?”

“우웅. 나는 아빠를 닮아 쓰니까!”

“흐헣.”

인구의 입꼬리가 헤벌쭉하게 끌어 올라갔다.

‘타고났어. 아주 타고났어!’

도대체 누구에게 배운 건지 저리도 당근을 잘 먹이는 걸까란 생각도 들었다.

뿌듯하게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과 별개로 세나는 발차기가 재밌는지 계속해서 얍얍! 거리며 앞차기, 뒤돌려차기를 해냈다.

‘예체능 학원을 지금이라도 보내야 하는 건가?’

아빠라면 누구나 다 궁금하면서도 기대할 것이다.

과연, 자기 자식이 어느 분야에 천부적인 자질을 갖췄을지에 대한.

그리고 지금 인구는 확신했다.

‘일단 태권도는..., 거의 뭐 대충 배우기만 해도 태권도 랭킹 1위 이태훈 수준까지 올라가겠네.’

아이답지 않은 저 절도있는 자세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 무리하게 예체능 학원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책에서 봤어. 유아기 때는 예체능 학원을 다니는 것보단 아빠, 엄마랑 함께 집에서 놀이하듯 기본 교육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피아노만 하더라도 7살 이후부터 배우는 게 좋댔다.

‘지금 시기엔 손가락 근육과 관절 발달이 덜 되었을 시기랬지.’

태권도 또한 전문적인 선수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7세 이후부터 배우는 게 옳다.

꽈악!

문득 인구는 결연에 찬 얼굴로 허벅지 위에 가 있던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일찍부터 우리 세나에게 학업 스트레스를 줄 수는 없다고. 암, 그렇고말고.’

진정 인구는 세나가 원하는 것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또 묵묵히 지원할 생각이었다.

그새 인구는 귀염둥이 세나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속으론 세상 따스하게 생각했다.

‘세나야. 공부? 못해도 돼.’

착하고 바람직하고, 착한 어르신 가려가며 배려할 줄 알며 사람분간만 잘 해내도 되었다.

문득 인구는 한쪽 눈썹을 꿈틀대며 정정했다.

‘아아, 너무 못하는 건 좀 그렇고. 기초 공부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지.’

사회생활을 하려면 기본 지식은 있어야 할 테니.

물론, 지금 시기에도 할 수 있는 예체능이란 건 있었다.

바로 미술.

스윽.

인구의 눈동자가 TV 위 벽면으로 향했다.

진즉에 세나는 벽지를 도화지 삼아, 거실장을 계단삼아 올라가 아주 아름다운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보면 볼수록 놀랍다니까...!”

세나는 진정 피카소의 환생이 아닌가 싶을 만큼 미술적 재능이 뛰어났다.

그렇듯 인구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물었다.

“세나야. 저 곰은 뭐야? 북금곰이야? 아니면 반달곰이야?”

“요고?”

얍얍 거리던 세나가 동작을 멈추곤 그새 수납장 위로 올라가 곰 그림을 자그마한 손으로 가리켰다.

“웅.”

“이거어?”

“웅, 그거.”

세나는 동그랗게 뜬 두 눈을 끔뻑 끔벅하며 인구를 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거 곰 아닌데?”

“응?”

누가 봐도 곰처럼 보였다.

네 발에 곰 두상에, 곰 발바닥에.

인구는 웃음 띤 미소 그대로 반문했다.

“곰이 아니면..., 뭔데?”

“헤헷. 이건 태양이야.”

“...?”

순간 인구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세나는 자기 작품에 대한 도슨트를 앞둔 작가마냥 두 뺨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입을 열었다.

“이건 불꽃! 이건 태양의 중심! 요건! 우움.., 그냥 그렸어!”

“아...!”

인구는 작게 입을 벌렸다.

...역시, 예술의 세계는 일반인이 곧장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인구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선 공감했다.

“가만 보니.., 그런 것도 같네. 우리 세나 말대로 태양처럼 보여!”

“우웅, 맞아. 태양이야! 활활 타오르는 태양!”

“오옷. 진짜 그렇게 보이네?”

또 막상 태양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태양처럼 보였다.

인구의 입꼬리는 기대와 희망에 차 끌어 올라갔다.

자랑스러웠으니까.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가 바로 딸이라는 것에서!

아무쪼록, 조만간 미술 학원은 데려가 봐야 할 것 같았다.

*       *       *

3월 10일.

툰들은 FA컵 16강전까지 4일을 앞두고 들떠 있었다.

그건 한국 팬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뉴캐슬 유나이티드 VS 토트넘 홋스퍼]

코리안 더비가 완성되었으니까.

< 077.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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