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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8.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9)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8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9)
토트넘과의 FA컵 16강전 경기를 며칠 앞둔 오후.
뻐어엉-!
훈련장에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뻐어어엉-!
트레이닝복 차림새의 인구는 일렬로 쭉 늘어선 공을 앞에 두고 냅다 오른발을 휘둘렀다.
뻐어어엉!
촤라락!
순식간에 날아간 공은 골망 중앙을 강하게 물결쳤다.
뒤쪽에 서서 이를 본 동료들은 감탄에 겨워했다.
“와...”
“무슨 그냥 패버리는 수준으로 차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들어가네?”
페널티 아크 뒤쪽에서부터 찬 공이었건만, 진정 눈 깜짝할 사이 골망을 물결쳤다.
살로몬 런던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충 봐도 시속 140KM는 그냥 넘어 보여!’
그때, 인구는 한껏 성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쪽을 돌아봤다.
“내가 한 번 물어보자. 드리블이 빠르냐, 패스 또는 슈팅이 더 빠르냐?”
자리한 런던과 디안드루 예들린, 그리고 아추는 고민 없이 답했다.
“아무래도 패스랑 슈팅이겠지?”
“그렇겠지?”
“그렇고말고.”
모두가 동조하자 인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추를 보았다.
“근데 넌 이 새끼야. 왜 드리블로 자꾸 치고 나가려 그래? 패스 타이밍에도. 직전 경기도 그래. 나랑 런던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손 흔들고 있는데 넌 한번 슥 쳐다보고는 냅다 상대한테 달려들더라?”
“그야...,”
“탈압박 뽐내려고 압박 속으로 일부러 들어가는 거야? 아니면 전생에 불나방이었어? 죽든 말든 일단 불빛 보이니까 냅다 들이박고 보는?”
“...”
그게 자신이 제일 잘하는 거니까, 라고 말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뭔 눈이...,’
인구가 말대답하면 말로 죽인다는 기세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인구는 곧 예들린과 런던을 번갈아 보곤 덧붙였다.
“아무튼. 지금 우리 팀에선 드리블 형식의 공격은 좋은 옵션이라고 하기 힘들다는 거지.”
뻐엉!
말과 함께 인구는 재차 터닝 슛을 때렸다.
그리곤 세 선수를 향해 강조했다.
“내 말은 원샷 원킬로 가자는 거야. 라파엘 감독님 전술의 근간도 그런 거고.”
인구가 정규 훈련 후 이 세 선수와 함께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유세 페레즈까지 가능하다면 불러들이고 싶었으나..,
‘걘 딸 생일이라니까.’
자식 생일은 당연히 제외시켜줘야 하는 게 맞다.
사실 눈앞의 세 동료 또한 자신이 붙잡았다기보다는 스스로 남은 거다.
그 생각처럼 런던은 인구를 보며 결연에 찬 표정을 지었다.
‘도태될 순 없어. 최대한 인쿠의 훈련량에 따라가야 한다고...!’
인구와 함께 훈련하고 호흡을 맞추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실제 출전 시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디안드루 예들린은 34라운드가 치러지는 동안 말 그대로 인구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형과 함께라면...!’
아추 또한 인구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여기고 있었다.
‘올 시즌 팀에 합류했지만,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야!’
무엇보다 그의 공격 리딩에 따라 움직였을 때 아주 간만에 득점까지 뽑아내지 않았던가.
그들이 무슨 마음에서 동참하든, 인구는 지금 눈앞 선수들이 보다 더 팀에 이로운 공격 옵션을 장착하기를 바랐다.
‘나 혼자선 한계가 있어.’
딱 잘라 말해 강팀 상대 시 얼마 없는 찬스를 동료들이 잘 살리기를 원했다. 덤으로 여러 갈레의 공격 플랜을 구성하는 것이다.
'내가 힘든 건 둘째치고, 반복된 패턴은 어느 순간 상대에게 읽히기 마련이니까.'
선수 개인으로선 기회가 왔을 때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준비가 되어야 했다.
와중에 구단주는 선수 영입은커녕 침묵만 유지 중.
그러니 방법은 그나마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동료들의 퀄리티를 지금 보다 더 끌어올리는 거였다.
그중 두 가지는 크로스 및 패스, 그리고 원터치 슈팅이라 할 수 있었다.
‘크로스랑 슈팅은 다른 세부 스탯보다는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아추와 런던의 패스 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디안드루 예들린 또한 빠른 쓰레기 수준.
다음 말은 간단했다. 인구는 삐딱하니 서서는 한쪽 눈썹을 홱 하니 세웠다.
“그러니까, 이가 갈리고 피가 날 정도로 반복 숙달을 하자는 거지.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니까.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자극제도 잊지 않았다.
“너희들 다 선발로 꾸준히 뛰고 싶잖아?”
“그,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뉴캐슬 팬이거든. 내가 벤치에 앉아있으면 맨날 라파엘을 욕해!”
런던의 진심어린 고백에 순간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갱스터 두목처럼 생긴 런던에게 향했다.
런던은 세상 억울한 얼굴로 와이? 라며 덧붙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마마보이는 아니니까. 그냥 엄마가 걱정해서 그런 것뿐이야."
이후부터 예들린과 아추는 패스 플레이 및 크로스 플레이에 집중했다.
두 선수 모두 사이드에서 뛰는 데다, 역습 전술이 주력인 만큼 러닝 크로스 위주로.
인구가 페널티 아크로 달려가면 여지없이 좌측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받은 아추가 차고 달리기를 시전했다.
이어 사전 지정한 위치에 도달한 순간엔,
타앙-!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반대편 사이드에 위치한 예들린도 다르지 않았다.
반면 런던의 공격 옵션은 그들과 차이가 있었다.
“넌 발로 슈팅하면 안 돼. 크로스..., 도 그냥 하지 말자.”
“...뭐?”
인구는 당황한 런던을 향해 검지 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툭툭 건드렸다.
“대가리만 써야지.”
“대, 대가리?”
"대갈사비라고 들어봤어?"
런던이 두 눈을 끔뻑이자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깨닫게 해줄게."
잠시 후.
“자, 자아! 간드아!”
뻐어엉!
말과 함께 인구가 인프런트 크로스를 올렸다.
우다다다다-!
그 순간 페널티 아크 부근에 있던 런던이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시선은 태양을 일순 가리며 빠르게 낙하하는 공에 고정됐다.
이윽고,
투앗!
런던은 정확한 타이밍에 뛰어올랐고, 뚝 떨어진 공을 휘두른 헤더에 맞췄다.
태애애앵!
철푸덕!
“아으!”
아쉽게 공은 크로스바 상단을 맞고 굴절됐다. 런던은 앞으로 쓰러지면서 아쉬운 탄식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사치였다.
“얀마, 일어나.”
“아, 응!”
멀찍이 선 인구의 외침에 런던은 기분 좋게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감동이었다.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인구는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네 장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공권 장악력이야. 그리고 낙하지점 포착에 있지! 그러니까, 내가 때리는 크로스만 노리고 박스 안으로 달려들어!]
지금 인구는 자신의 장기를 극한으로 올리고자 하였다.
동료의 헌신에 런던은 진심으로 감복했다.
또 재밌었다.
‘이런 식의 훈련이라면..., 백날도 할 수 있겠어!’
장거리 로빙패스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함의 연속인 만큼 헤더로 때리는 맛이 다 날 정도였으니.
...4시간 뒤.
타아앙-!
여지없이 허공을 가르며 공이 날아왔다.
“으, 으어어...!”
런던은 4시간째 쉬지 않고 아크 뒤쪽에 서 있다가 말고 스프린트로 빠르게 질주해 몸을 던졌다.
허나 이번엔 실패했다.
비틀, 철푸덕!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페널티 스퍼트 지점에서 매가리 없이 넘어지고 만 것이다.
툭, 툭!
낙하한 공은 불과 1M 앞에 떨어졌다.
그때였다.
4시간 전과 같은 위치, 같은 표정으로 인구가 말했다.
“얀마, 일어나.”
“...?”
순간 런던은 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도르마무...!?’
이날, 세나는 유아 학교에서 주최하는 1박 2일 실내 캠핑데이에 참여한 날이었다.
* * *
마우리시오 포채티노는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를 순위 3위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해냈다.
올 시즌 또한 나름대로 순항 중이라 할 수 있었다.
파팟, 파팟!
카메라 스트로보가 사방에서 터졌다.
뉴캐슬과의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장에 발을 들인 포채티노를 향해 한 기자는 그의 업적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는 해리 캐인, 크리스티안 애릭센, 댈레 알리, 흥빈 손을 내세워 리그에서 순위 3위에 오르는 업적을 달성해냈습니다. 올 시즌은 현재 4위를 유지 중에 있죠. 스퍼스들은 감독님의 업적에 탄복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스스로도 그리 여기시나요?”
“업적이랄 게 있나요. 선수들이 투지와 열정으로 이룩한 것인걸요.”
“토트넘에서의 활약으로 몇몇 구단에서 접촉한 거로 압니다만.”
“당장은 다른 구단에 관해선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 토트넘에 있으며, 이 팀을 우승시키고 싶은 게 우선순위니까요.”
몇몇 스퍼스(토트넘 서포터즈)이기도 한 기자들은 작게나마 감탄했다.
하지만 같은 런던을 연고로 한, 라이벌 팀을 지지하는 기자들은 대놓고 들으라 자기들끼리 숙덕거렸다.
“그럼 종신이겠네.”
“푸흡.”
"2부 리그 소속인 노팅엄보다도 우승 횟수가 적은 구단이 토트넘이라지?"
마우리시오 포채티노도 그들의 비아냥을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화내기보다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받아쳤다.
"토트넘과 종신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지요. 이 구단은 위대하고, 시즌을 치를수록 발전하고 있으니까."
그 말처럼 포채티노는 이 구단에 대한 진득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중상위권에서 노닐던 팀을 어느덧 최상위권까지 끌어올렸으니까.
‘같은 런던을 연고로 한 아스널을 매시즌 우리 아래에 두기까지...’
토트넘이라는 팀을 지도하면서 자신은 신진기예에 이어 이제는 명장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었다.
그때, 마치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양 한 중년의 날카로운 인상의 기자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많은 스퍼스들은 진정 원하고 있습니다만.”
그 질문의 요지가 무엇인지 포채티노는 잘 알았다.
토트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우승컵이었다.
런던을 대표하는 구단이라 자부하지만, 이 팀은 지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든 대회 우승컵에서 멀어져 있었으니까.
“하다 못해 EFL컵이라도 말이지요.”
재차 우승컵을 강조하는 기자에 포채티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리그든, 챔피언스 리그든, 또는 FA컵, EFL컵이든 간에..., 우승컵을 차지하는 건 아주 버거운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스퍼스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들 떠 있었다.
당장 챔피언스 리그만 하더라도 도르트문트를 격파하고 일찍이 8강행을 확정 지었으니까.
거기다 바로 내일은 FA컵 16강전을 치른다.
그 상대는 다름 아닌 챔피언십의 바이에른 뮌헨이라고까지 불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다크호스라 할 수 있지만, 솔직히 토트넘으로선 같은 수준, 또는 더한 강팀을 만나지 않은 것에 행운이라 여겼다.
질문의 시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선 뉴캐슬의 주요 선수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쿠의 플레이를 보고 해리 캐인을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포채티노는 긍정했다.
해리 캐인도 공격 지역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이면 간혹 내려가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곤 하니까.
강력한 킥력과 넓은 시야를 활용해 말이다.
‘이어 발 빠른 소니가 수비수 배후를 파고들지.’
또는 댈레 알리가 헤더로.
포채티노가 본 인구라는 뉴캐슬의 스트라이커 역시 이처럼 플레이했다.
“활동량도 왕성하더군요.”
포채티노는 뉴캐슬과의 경기를 앞두고 숱한 영상들을 분석해왔다.
그리고 놀라운 점 한 가지를 발견해냈다.
‘갈수록 활동량이 늘어났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인구는 어태킹 서드 지역에 박혀있다시피 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하프라인으로 내려오는 일이 빈번해졌고, 지금에 이르러선 때때로 디펜시브 라인까지 내려온다.
‘지난 라운드만 해도 풀타임을 뛰며 14.7km의 활동량을 보였어.’
이는 양 팀 통틀어 최고였다.
활동 반경은 필드 전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말이다.
‘수비 지역에서의 인터셉트, 클리어링까지 해낼 만큼. 때떄론 박스 투 박스 플레이어로 보일 정도였지.’
다르게 말하면...,
포채티노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뉴캐슬은 인쿠의 원맨팀이다.’
질 좋은 패스도 상당수 인구에게서 나온다.
실점으로 직결될 상황에서도 매번은 아니지만 그가 달려들어 커버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비 리딩까지.’
그러다 한순간 장거리 로빙 패스로 롱 카운터 어택을 가했다.
‘혹은 직접 슈팅을.’
즉, 그가 없다면 뉴캐슬은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없다는 게 포채티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건 전문가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최근 뉴캐슬을 향한 우려 중 두 가지는 얇은 스쿼드 댑스와 인구 의존도였으니까.
그렇듯 기자들은 매번 뉴캐슬과의 경기에 앞서 상대팀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곤 했다.
“모든 감독님들은, 경기 전 기자회견장에서 인쿠의 발목을 꽁꽁 묶을 수 있다, 라고 자신했지만 하나같이 다 실패했습니다. 감독님은 어떠신가요?”
말 그대로 인구만 꽁꽁 묶어버리면 손쉽게 뉴캐슬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포채티노는 한치 고민 없이 답했다.
“가능합니다.”
“가능하다고요?”
“예. 가능합니다.”
“어떤 식으로 공략을...,”
질문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포채티노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말을 가로챘다.
“그건 비밀이지요. 내일 경기에서 직접 보시죠.”
사실 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일찍이 인쿠의 체력을 소진시키면 될 일이다.’
그전에 토트넘의 카운터 어택으로 인해 뉴캐슬이 무너질 확률이 더 높았지만 말이다.
< 078.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9)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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