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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79화 (7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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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9.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79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

경기를 앞두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양 팀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 : 이틀 전에 경기 소화한 토트넘이야. 그러니 일부 주전 자원을 빼겠지? 결론은 뭐다? 뉴캐슬 승리.

ㄴ : 로테이션 가동한다고 해도 뉴캐슬 정도는 잡지 않을까?

ㄴ : EPL 팀들은 대가리가 비었냐? 우리가 암만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이라 해도 기타 챔피언십 구단과는 레벨이 다른데?

ㄴ : 그래도 챔피언십 소속 구단임에는 변함이 없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잡은 만큼, 툰(뉴캐슬 서포터즈)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만큼 치솟았다.

반면 스퍼스(토트넘 서포터즈)들은 일정상 불리함을 안고 있다 해도 어려움 없이 토트넘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물론 챔.피.언.십 소속인 뉴캐슬을 사정없이 까대며 말이다.

해당 경기는 한국에서도 송출될 예정이었다.

간만의 코리안 더비인 만큼 한국 팬들은 어느 때보다 들떴다.

당연 해외팬처럼 끝없는 비교도 이어졌다.

-  <인생은구만리> : 손흥빈 VS 마인구. 누가 더 뛰어나냐?

ㄴ <압박속으로> : 이걸 질문이라고 올린 거임? 닥 손흥빈이지. 한창 전성기 폼인데. ㅋㅋㅋㅋㅋ

ㄴ <풀페르시> : 인쿠가 리그에서 50골 때려 박고 있다고 해도..., 리그 수준이 엄연히 달라요;;;

ㄴ <축구의신> : 그냥 양 선수 다 응원하면 안 되냐? 뭘 비교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 <리밥풀> : 올 시즌 마우리시오 포채티노의 토트넘은 뭔가 더 다릅니다. 그래서 전 토트넘 승리에 한표!

- <축구전문가> : 팀 스쿼드 댑스에서만 봐도 토트넘 압승임. 로테이션 가동해도..., 토트넘엔 에리크 라맬라, 루카스 모라 같은 EPL 중하위권 주전급 자원들이 버티고 있다. 근데 뉴캐슬은? 누가 있는데?

ㄴ <내이름은케인> : 풉. 느그맬라, 모라;;;

*       *       *

FA컵 16강전.

뉴캐슬의 홈, 세인트 제임스 파크.

약 5만 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엔 EPL 소속 팀과의 경기를 앞둔 만큼 만석을 이뤘다.

장내 아나운서는 그라운드까지 나와 소리쳤다.

[뉴캐스으으으으을-!]

그러자 곧장 팬들은 한목소리로 호응해주었다.

[유나이티드우우우우우우우!]

오랜 툰이기도 한 중년의 남자 루벤 파크는 열정적이게 호응 후 자신의 아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외쳤다.

“블리! 두 눈 똑똑히 뜨고 봐! 오늘 뉴캐슬이 일낼 거니까!”

“정말, 정말?”

이제 6살 된 아들, 블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반문했다.

힐끗 내려다본 아들은 기대에 들뜬 모습이었다. 루벤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뉴캐슬은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바이에른 뮌헨인데!”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분데스리가에 속한 클럽으로, 소위 1강이라 칭해지는 강팀이었다.

뉴캐슬이 그러한 별명으로 불리게 된 데는 24개 팀 중에서도 유독 차이 나는 경기력을 연속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질 것 같지가 않아!’

아들 블리처럼 루벤 파크도 불안함보다는 기대감에 들 떠 있었다.

불과 한 시즌 전 만 하더라도 툰은 매 경기가 난관이라 여겼었다.

그만큼 팀 퀄리티는 갈수록 떨어졌으며, 경기당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유발해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으니까.

‘늘 패배의 연속이었지.’

약팀이라 생각되는 팀에게까지 농락당하자 루벤 파크는 절망했었다.

한동안 직관 대신 TV로만 시청할 만큼.

‘어느 날엔 아예 TV도 안 봤지.’

말 그대로 잠깐이지만 뉴캐슬과 이별까지 했던 거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오늘은 몇 대 몇으로 패배하려나 라는 생각부터가 자리매김했으니.

그렇게 자연스레 툰들에겐 패배의식이 뿌리 깊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마인구가 영입된 직후, 그들의 패배의식은 감쪽같이 증발했다.

때마침 그라운드로 양 팀 선수들이 발을 들였다.

“오옷!”

루벤은 언제 사색에 잠겼냐는 듯 들뜬 탄성을 터뜨렸다.

크게 떠진 눈엔 오직 한 선수만이 보였다.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남자.

사나운 눈빛과 험상궂은 인상만으로도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포스를 풍기는 뉴캐슬의 전사!

흰색, 검은색 계열에 적당히 달라붙는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인구의 모습에! 루벤은 두 팔 벌려 외쳤다.

“산티아구 인쿠우우우우!”

*       *       *

홈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팀의 베스트 포메이션이라 할 수 있는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엔 올 시즌 리그에서만 51골을 기록한 마인구가 위치했습니다!]

[아아, 정말 위협적인 스트라이커이죠!]

[좌우 사이드 윙어엔 크리스티안 아추, 아유세 페레즈!]

SS라 불리는 세컨드 스트라이커 포지션엔 살로몬 런던이 자리했다.

[중앙 투 볼란테엔 존조 셀비와 호베르투 케네지!]

포백은 폴 다밋, 키어런 클락, 자말 라셀스, 디안드루 예들린.

골키퍼 장갑은 마르틴 두브라파카가.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한 홈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입니다!]

[인쿠와 살로몬 런던의 포지션은 고정이 아니죠!]

[두 사람은 경기 중에도 틈틈이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니까요.]

스위칭 플레이란 선수들이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을 말함이었다.

[이에 맞서는 토트넘 홋스퍼입니다!]

토트넘 또한 4-2-3-1 플랜을 가동했다.

[최전방 페르난두 요렌테!]

좌우 사이드 윙어엔 에리크 라맬라와 루카스 모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엔 크리스티안 애릭센이.

[중앙 투 볼란테는 무사 시스코, 빅터 완야바!]

[포백은 밴 데이비스, 다빈손 산채스, 토비 알더배이럴트, 세르지 오리에!]

골키퍼 장갑은 미셀 봄이 착용했다.

[일부 주전 자원에게 휴식을 부여한 마우리시오 포채티노입니다!]

한국 팬들이 원하는 코리안 더비는 당장은 성사되지 않았다.

*       *       *

토트넘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할지라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경기 초반부터 토트넘이 리드를 점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선수 개개인의 스탯 및 몸값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경기 시작 5분.

해설진은 그라운드 속 공방을 주고받는 선수들을 주시하며 중계를 이어갔다.

[사자왕, 페르난두 요렌테 선수를 만만히 봐선 안 됩니다! 이 선수! 경험이 굉장히 많은 스트라이커가 아닙니까?]

그 말처럼 요렌테는 1985년생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기량과 더불어 수많은 클럽을 거쳐온 베테랑이었다.

192cm에 달하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개인기에 상당히 능숙할 뿐만 아니라 드리블 돌파에도 능했다.

전반전 6분에도 그런 기민함이 보였다.

뉴캐슬의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등지고 있던 요렌테에게 애릭센의 기막힌 스트레이트 패스가 굴러왔다.

그 순간,

투웅-!

[오옷! 요렌테에!]

자말은 요렌테를 앞에 두고 있다가 말고 흠칫거렸다.

‘무슨...!’

한 걸음 차에서 요렌테가 덩치에 맞지 않게 눈 깜짝할 사이 터닝 동작을 취한 거다.

돌아서는 과정에서 왼 어깨로 자신의 왼쪽 어깨를 밀어내 밸런스를 깨뜨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퍼억!

“크윽!”

자말은 짧은 신음과 함께 휘청이며 밀려났다.

타앙-!

잠깐의 공간이 나온 것만으로 요렌테는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구사했다.

애석하게도 공은 크로스바 위로 살짝 떠버렸다.

오우우!

원정팬, 홈팬 할 것 없이 심장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요렌테는 아쉬운 탄식 뒤 애릭센을 향해 엄지를 쳐들었다.

손흥빈과의 경쟁에서 밀린 라맬라였지만, 그 폼도 심상치 않았다.

툭, 탓, 투욱!

그는 뛰어난 테크니션답게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을 앞에 두고 발바닥 드래그백에 이어 현란한 헛다리짚기를 뽐냈다.

툭, 타앗-!

예들린이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오른발을 훅 내지른 순간엔,

타앙!

예들린의 우측 무게가 빠진 공간으로 공과 함께 빠르게 쇄도했다.

[오옷! 에리크 라맬라!]

[눈 깜짝할 사이 예들린을 제치며 사이드에서 좌측 하프로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갑니다!]

물론 EPL에서나, 챔피언십 소속 뉴캐슬을 상대로나 단점 역시 명확했다.

“패스으! 패스으으!”

“여기! 여기로오!”

요렌테와 루카스 모라는 각각 중앙과 우측 사이드에서 수비 공간 사이로 파고들어 패스를 요청하였다.

하지만 라맬라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강행...!

툭-!

“아으!”

결국 페널티 에어리어에 막 도달하기 직전에 자말 라셀스가 내지른 오른발 프런트 태클에 걸려 공을 뺏기고 말았다.

뻐엉!

직후 자말은 망설임 없이 롱볼을 때렸다.

토트넘의 수비라인 사이에 껴있던 인구가 스타트 발판을 밟은 것마냥 순식간에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투욱-!

하지만 인구는 얼마 못 가 속도를 죽였다.

토트넘의 센터백, 토비 알데르배이럴트가 세 걸음 뒤로 물러나 헤더로 낙하한 공을 먼저 전방으로 걷어냈으니까.

전반전 10분.

양 팀 스코어 0 : 0.

토트넘의 테크니컬 에어리어.

마우리시오 포채티노는 신중한 얼굴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얌전하군.’

그 시선은 한 선수에 고정되었다.

다름 아닌 최전방, 토트넘의 수비 라인 선상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마인구에게 말이다.

‘우리가 5번의 공격 찬스를 맞으면, 한 번 정도, 인쿠에게 볼이 향한다.’

하지만 뉴캐슬의 디펜시브에서부터 구사되는 패스는 정확성이 떨어졌다.

‘인쿠를 보고 찬 공이긴 하다만. 급급하게 걷어낸 게 더 크다.’

이후로도 다르지 않았다.

뻐어엉-!

토트넘의 공격이 디펜시브 라인에서부터 차단되자 뉴캐슬 수비진은 누구 할 것 없이 롱볼을 때렸다.

허나 타점이 부정확했다.

[아아..! 아예 반대편 골키퍼에게까지 날아가는군요!]

이번 건 인구가 쫓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포채티노는 예측했다.

‘뉴캐슬이 미드 진영에서부터 고전한다면..., 필시 내려올 테지.’

인구가 내려오는 대신, 저 발 빠른 크리스티안 아추와 아유세 페레즈가 보다 라인을 높게 형성할 게 뻔했다.

‘살로몬 런던은 제공권에 능한 만큼 헤더를 노릴 테고.’

그리고 뉴캐슬을 상대해온 감독들은 이러한 롱 카운터 어택을 저지하고자 앞선 세 사람을 공략하곤 했었다.

그들이 인구의 서슬 퍼런 로빙 패스를 받지 못하게끔.

하지만 포채티노의 생각은 달랐다.

‘인쿠만 막으면 된다.’

이 경기를 앞두고 수많은 영상을 분석했으며, 똑똑히 보았다.

인구의 발밑에서부터 시작되는 롱 카운터는, 상대의 압박까지 예측하고서 구사되는 정밀함과 타이밍을 띠고 있던 것을.

문득 포채티노의 눈밑이 꿈틀거렸다.

‘말이 안 되긴 한다만...’

*       *       *

포채티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아아! 뉴캐슬 유나이티드! 살로몬 런던이 올라가고, 인쿠가 미드필더 진영까지 내려오는데요?]

전반전 20분. 공격 지역으로 패스가 공급되지 않자 인구가 직접 내려왔다.

그 순간 포채티노는 선수들에게 추가 지침을 하달했다.

“이것 봐라?”

인쿠는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다 말고 황당한 웃음을 머금었다.

지근에 있던 토트넘의 무사 시스코와 밴 데이비스가 거의 한 걸음 차까지 다가와 붙은 거다.

< 079.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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