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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0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1)
경기 전 라인업이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인구는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채티노가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얕잡아 본다 생각했다.
‘손흥빈도 빠졌고, 해리 캐인도 벤치잖아. 거기다 댈레 알리까지.’
오히려 땡큐라고까지 여겼다.
공격 핵심들이 빠지면 그만큼 뉴캐슬의 수비가 한결 편안해 질 테니까.
‘페르난두 요렌테는 베테랑이지만 기동성이 크게 떨어졌어.’
‘빈센트 얀선은 epl에 적응하지 못했다. 에리크 라맬라나 루카스 모라는 팀보단 개인 플레이의 비중이 더 높아.’
경기 초반에도 두 선수는 공만 잡으면 일단 혼자서 단독 드리블 돌파를 강행했다가 직접 슈팅만을 노렸다.
해당 슈팅이 굴절되면서 뉴캐슬엔 몇 없는 기회로 연결되었고 말이다.
한데, 실상 얕잡아본 건 자신이 아니었나 싶었다.
막상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 건 달랐다.
‘아주 만반의 준비를 다 했네?’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퍼억!
자신이 볼을 소유한 순간에 여지없이 강력한 압박이 전개되었다.
전방에 머물러선 공 자체가 연결되지 않아 하프라인까지 내려왔건만, 눈 깜짝할 사이 빅터 완야바가 붙은 거다.
그는 온몸을 활용해 자신의 등짝을 사정없이 부닥쳐왔다.
퍼억, 퍼억, 퍼억!
‘염병. 아예 돌아서지 못하게 만들고 있잖아.’
그러면서도 두 손을 살짝, 살짝씩 들어 보이며 나 파울 아니에요~!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그 혼자만의 압박이었다면 어떡해서든 벗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툭!
[아! 백패스!]
인구는 백패스로 공을 물렸다.
바로 우측면으로 또 한 명의 선수가 자신이 파고들 공간을 통제하고 있었으니까.
“후윽!”
인구는 짧게 숨을 토해내고는 곧 이동했다.
이번엔 하프라인 중앙으로.
한 명의 대인 마크와 여러 명의 지역 방어 형태가 구성되면서 패스할 공간이 금세 협소해진 탓이다.
그러니 인구로선 끊임없이 오프 더 볼 무브먼트로 상대의 라인을 깨뜨릴 필요가 있었다.
‘빈틈을 만들어야 해.’
토트넘 진영.
“똑똑 한데요?”
수석코치의 감탄에 포채티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짧은 시간 만에 인구는 자신이 어떤 전술을 내세웠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파훼해야하는 지도 눈치챈 것 같았다.
포채티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직 네녀석을 위한 맞춤 전술이란 것도 말이야.”
그 말처럼 토트넘의 선수들은 공이 있거나, 없는 상황에서도 여타 뉴캐슬 선수보단 인구를 집중견제하고 있었다.
이는 포채티노의 지침이었다.
뉴캐슬의 중추이자 탄환, 더 나아가 수비벽까지...! 그 중심이 되는 선수가 바로 인구였으니까.
지금도 봐라.
“라인! 라인!”
인구가 버럭 외치자 흐트러졌던 뉴캐슬의 수비 라인이 순식간에 정비되었다.
삐이이이이-!
순간 우측 센터백과 라이트백 사이 뒷공간으로 파고들어 공을 받았던 루카스 모라가 fuck! 이라며 욕지거리를 터뜨렸다.
삐이이이!
부심이 오프사이드 기를 들어 올린 것이다.
때때로 인구는 하프라인까지 내려갔다가도 패스가 아닌 직접 돌파를 강행했다.
그의 순간 스프린트 속도는..., 실로 엄청났다.
투웅-!
“미친...!”
자신을 등지고 있던 인구와 한 걸음 차까지 접근했던 빅터 완야바는 기겁했다.
발만 뻗으면 공을 빼앗을 수 있다 싶었다. 그러나 놈은 갑자기 흘러온 공을 아웃프런트로 흘리곤 공과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빠르다...!”
수석코치의 감탄에 포채티노도 작게 입을 벌렸다.
불과 1초도 안 돼 완야바와 눈 깜짝할 사이 4걸음 이상 거리를 벌려버렸으니까.
물론 거기까지였다.
[아! 인쿠우! 평소처럼 깊숙이 침투하지는 못하는 군요!]
[토트넘!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아주 촘촘한 디펜시브 형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새 뒤쪽으로 세르주 오리에가 지역방어로 막아섰으니까.
측면에선 센터백 다빈손 산채스가 커버플레이에 임했다.
인구로선 속도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도 포채티노는 보았다.
중앙 사이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뉴캐슬의 살로몬 런던이 어슬렁어슬렁대다 순식간에 토트넘 진영으로 파고드는 것을.
포채티노는 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원래라면 크로스를 올렸겠지.’
하지만 인구는 그러지 않았다.
런던의 뒤쪽으로 이미 무사 시스코가 또 다른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으니 말이다.
전반전 24분.
인구는 공이 없는 상황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는 척하다 우측으로 빠르게 튀어나갔다.
“헤이! 패스으!”
그가 외치자 멀지 않은 거리에서 공을 소유한 동료가 땅볼 패스를 연결.
허나 그마저 차단당했다.
쏴아아-!
[오오! 시스코오! 측방에서 빠르게 달려들어 슬라이딩 태클로 인쿠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해냅니다!]
그 직전, 포채티노는 보았다.
마치 기계처럼, 좌우 측면에 배치되어 있던 아추와 아유세가 빠르게 올라갔다가 말고 진이 빠진 얼굴로 멈춰서는 것을.
투읏!
컷팅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아쉬운 표정 하나 없이 또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 머지않아 뉴캐슬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 자명하였다.
‘인쿠도 사람이다.’
저런 식으로 좋은 침투로, 패스 코스를 얻고자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야금 야금일지라도 체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토트넘 선수들은 그 빠짐의 정도가 덜했다.
‘인쿠의 위치에 따라 사전 대인 방어로 압박할 선수들과 지역방어로 임할 선수들 간의 발을 맞춰놨으니까.’
예로 인구가 왼쪽 하프로 이동하면 밴과 시스코가.
오른쪽 하프로 이동하게 되면 세르지와 빅터 완야바가 접근해 압박하는 방식이었다.
* * *
전반전 40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경기 흐름은 토트넘이 주도하는 중.
포채티노의 예상대로 인구는 하프라인으로 내려온 이후부터 쉼없이 움직였다. 이번엔 좌측 하프라인으로.
포채티노는 외쳤다.
“밴! 무사!”
그 외침과 함께 레프트백으로 출전한 밴 데이비스와 중앙 미드필더, 무사 시스코가 인구의 지근으로 이동했다.
타앙!
퍼억!
때마침 페르난두 요렌테의 슈팅이 뉴캐슬 수비수의 육탄방어에 굴절됐다.
“으익!”
뻐엉!
멀리 날아가지 않고 높게 뜬 공을 뉴캐슬의 센터백, 키어런 클락은 활어처럼 튀어 올라 헤더로 퉁겼다.
스윽!
툭!
인구는 몇 걸음 더 내려가 뚝 떨어진 세컨 볼을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간결하게 멈춰 세웠다.
투웅-!
투웅!
좌우 사이드에서 토트넘의 수비 라인 선상에 걸쳐있던 아추와 아유세가 50m 육상선수마냥 전력질주한 것도 그때였다.
원래라면 인구는 그들 중 한 녀석에게 로빙 패스를 차올려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아! 밴 데이비스! 그리고 무사 시스코까지 정면과 측면에서 접근해 압박합니다!]
인구에게 공이 배달될 것이라 예측하고서 두 선수는 보다 빨리 패스 코스를 좁혀놨다.
인구는 콧잔등을 찡긋거렸다.
‘얘들만이 아니네.’
멀지 않은 거리에 토트넘의 빅터 완야바, 다빈손 산채스 등.
토트넘의 선수 한 명 한 명이 적절한 위치로 이동했다.
‘몇몇은 대인 마크로 아예 패스를 받지 못하게끔.’
또 몇몇은 공간 사이 패스마저 차단하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면서도 오직 단 하나의 패스 코스만은 남겨두었다.
바로, 아군 지역으로 볼을 물리는 백패스 공간.
툭!
결국 인구는 한 걸음 차까지 접급한 두 선수에 무리하게 롱볼을 올리는 대신 백패스로 공을 물렸다.
레프트백이자 부주장 폴 다밋은 인구의 백패스를 받자마자 골키퍼에게....,
그 순간이었다.
우다다다다-!
[오오! 사자왕 요렌테의 전방 압박...!]
뻐엉!
[아아!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 요렌테가 빠르게 달려들자 급하게 공을 걷어냅니다!]
[전방압박이 통했어요! 골키퍼의 롱볼이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가버리는군요!]
[다시 소유권은 토트넘에게로 향합니다!]
힐끗, 힐끗 본 뉴캐슬 선수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짜증과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인구는 생각했다.
‘딱 잘라 말해..., 우리 전술이 먹히지 않아.’
그러나.
씰룩.
이전과는 다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득 인구의 입꼬리는 얄궂게 끌어 올라갔다.
‘먹히지 않으면 뭐. 다른 플랜도 있으니까.’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인구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토트넘의 포메이션 유동을 살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것들 지금 나만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거잖아.’
마치 그 옛날 박지송이 패스마스터, 안드래아 피를로를 집중견제하며 AC 밀란의 패스 공급을 끊어놨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랑 다른 건 적재적소에서 저놈들이 날 번갈아 가며 공략하고 있다는 거고.’
이로 인해 토트넘은 체력 비축에 있어서도 나름 이점을 안고 간다.
‘반대로 난..., 갈수록 움직임이 둔해지겠지.’
물론, 단순하게 본다면 말이다.
툭, 스윽!
동시에 인구는 동료들을 향해 손동작 수신호를 전했다.
* * *
후반전 7분.
마우리시오 포채티노는 후반전이 되어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아! 후반전 들어 눈에 띄게 활동량이 줄어든 페르난두 요렌테가 빠지고 네덜란드 득점왕! 빈센트 얀선을 투입시키는 토트넘 홋스퍼!]
포채티노도 조금은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수비적으로는 완벽한 반면에, 공격적으로 득점 물꼬가 터지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해리 캐인, 손흥빈 카드는 아껴두었다.
가능하다면 이 경기에서 쓰고 싶지도 않았다.
감독들에게 있어선 주축들의 체력 안배도 전술의 일환 중 하나였으니까.
허나 후반전 15분쯤 되었을까?
포채티노의 두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조금 전과는 달리 불편하게.
‘올라가지를 않아...?’
가만 보니 어느 시점부터 크리스티안 아추와 아유세 페레즈, 그리고 런던까지.
인구가 공을 아래 지역에서 소유해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런던은 아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축구화 끈을 다시 고쳐맸다.
그것도 아주 느긋하게.
지근에 있던 다빈손 산채스가 황당하니 반문했을 정도다.
“너 뭐해?”
이에 런던은 스윽 고개만 들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아, 리본 모양으로 묶어야 해. 엄마가 리본을 좋아하거든.”
“...?”
“아, 그렇다고 마마보이는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고.”
인구는 서서히 간격을 좁히고 드는 두 토트넘 선수들에, 드래그백을 비롯해 갖은 개인기를 부리다가...,
뻐엉!
퍼억!
일부러 공을 강하게 때려 차 밴 데이비스의 다리에 맞추고는 터치라인 바깥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포채티노에게 있어선 그보다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이상하게도 뒷목 털은 쭈볏하니 섰다.
“...이놈?”
머리 위로는 물음표가 다 떠올랐다.
“후윽!”
“흐으윽!”
멀지 않은 거리.
인구를 견제하고 있는 밴 데이비스를 비롯해 토트넘 선수들의 입에선 조금씩 거친 숨소리가 연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럴만 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할당 지역에서만 인구를 견제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가 많이 움직였으니까.
볼 간수 능력도 좋아 피지컬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고 말이다.
한데, 인구는 아니었다.
씰룩, 히죽!
녀석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불길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 080.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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