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81화 (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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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1화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2)

빅터 완야바는 지난 2016년, 사우스햄튼에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였다.

시즌 초반엔 단번에 주전 자리를 꿰찰 만큼 좋았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무사 댐벨레라는 강력한 경쟁자 때문에 출전 시간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갔으니까.

‘부상도 문제였어.’

한창 잘나가는 중에 장기 부상까지 겹치자 어느덧 그는 포채티노의 계획에서 멀어졌다.

그가 필드에 복귀한 건 고작 한 달 전.

완야바가 뛴 경기 수는 1경기 선발, 3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을 뿐이다.

그런 만큼 오늘 경기는 그에게 있어 매우 중요했다.

‘출전 시간을 늘리려면 잘해야 해...!’

다행히 포채티노는 선수의 명성보다는 그날의 컨디션, 경기력을 보다 높게 치는 만큼 선발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적어도 완야바는 오늘 뉴캐슬이 자신들의 재물이라 여겼고 말이다.

한데...,

“후윽, 허억, 후윽...!”

후반전 20분이 되어 완야바의 벌어진 잇새로 거친 숨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0 vs 0...’

당연히 지금 시간 쯤이면 1골차, 혹은 2골 차 앞서가야 하는 게 정상이거늘.

아직도 스코어는 0 : 0이었다.

그때, 완야바의 두 눈이 희번득하게 떠졌다.

“자, 자아 가즈아!”

우다다다!

좌측 하프라인과 터치라인이 맞닿는 지점에 있던 검은 머리 동양인이 대뜸 스프린트 훈련을 하듯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다.

“빅터어!”

포채티노의 지침에 따라 무사 시스코가 일정 거리까지 쫒아갔다가 말고 제 이름을 부르짖었다.

‘알아, 안다고!’

빅터 완야바는 짜증이 치민 표정으로 곧 필드를 박차고 나갔다.

감독이 제게 할당한 영역 안으로 그새 인구가 방정맞게 들어왔으니까.

뒤쪽에선 토트넘의 라이트백 세르지 오리에가 접근했다.

그 표정도 짜증에 치밀었다.

“좆같은!”

입에선 거친 언사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게 고작 5분 사이에 인구가 모기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댔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다가온 완야바를 어깨 피딩 및 몸싸움으로 부닥쳐대더니...,

“나 또 간다!”

다다다다다!

위잉 위이잉~ 거리는 모기처럼 그새 또 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하!”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갑자기 제 가슴을 퍽 쳐버린 뒤 홀연히 떠난 인구에 완야바의 이마에 혈관이 두득하니 돋았다.

처음엔 마냥 좋았었다.

저런 식의 오프 더 볼 무브먼트라면 머지않아 체력이 바닥칠 거라 여겼으니까.

‘딱히 위협적이지도 않잖아.’

대부분의 공 소유권은 토트넘의 것이었다.

거기다 전반전 초반엔 줄기차게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던 뉴캐슬의 좌우 공격수들은 이제 어슬렁거리기만 할뿐.

‘볼이 배달되지 않으니까.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는 거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그 반대가 되고 있었다.

오히려 완야바를 비롯한 일부 토트넘 선수들의 체력이 야금야금 갉아 먹히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너무 움직여대잖아...!’

때때로 인구는 사전 자리를 점한 완야바를 향해 정면에서 들이박듯이 달려들었다.

그러다,

스윽, 스윽!

마치  공을 소유한 럭비의 포워드처럼 좌우로 상체를 흔들며 눈 깜짝할 새 자신의 배후를 쌩하니 지나쳤다.

고작 몇 초 뒤엔 지나갈 듯하다가 이내 돌아서 버렸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토트넘의 커버플레이 및 서로 간의 움직임에 있어 점차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전 28분에 접어들어 토트넘은 동료 간에 충돌이 일었다.

우다다다다-!

인구가 우측 사이드에서 좌측 사이드로 접근하자 빅터 완야바가 일정 영역까지 따라붙었다.

필드의 중앙 지점에서 막 넘어가려는 시점엔 무사 시스코가 바톤을 이어받듯 다가왔고 말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츠윽-!

그대로 시스코에게 인계될 것 같던 인구가 돌연 힘껏 디딘 오른발을 축 삼아 토트넘 진영 방향으로 홱 몸을 틀어 돌아섰다.

“엇?”

“뭣...!”

비틀!

휘청!

불과 세 걸음 거리. 무사 시스코와 빅터 완야바는 움찔하며 인구가 급전환하듯 돌아 뛰어간 우측 배후로 고개를 돌렸다.

씨이익-!

인구의 입꼬리는 어느 때보다 얄궂게 끌어 올라갔다.

때맞춰, 뒤쪽에서부터 자말 라셀스의 롱볼이 그 머리를 넘어 쑥 내민 발 앞에 배달되었으니까.

*       *       *

투욱-!

떨어진 공을 오른발 인스텝으로 가볍게 바운드로 죽여버렸다.

“막아!”

"쫓아아!"

그새 자신의 등 뒤에 둔 토트넘 소속 두 명의 미드필더는 서로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투우웅-!

투우우웅!

인구는 눈동자를 좌우로 빠르게 굴렸다.

사전 손가락 수신호를 통해, 잠시 쉬면서 체력을 보전하던 좌우 윙어, 아추와 아유세가 전력으로 돌진하는 게 보였으니까.

그리고 막 토트넘의 최종 수비 라인 선상에 도달할 즈음에...,

뻐어엉!

인구는 오른발 인프런트 패스를 구사했다.

“어, 어억...!”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 채 이 장면을 보던 포채티노는 입을 떡하니 벌려버렸다.

한순간에 토트넘의 대형이 깨지며 위기 상황을 맞은 거다.

더욱이 인구의 발밑에서 탄환처럼 쏘아진 공은 빠르며 정확했다.

뉴캐슬 진영, 라파엘 배니테즈는 간절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래, 그래! 그거야! 그거라고오!”

두 눈으론 제발 페널티 좌측 하프와 페널티 아크가 맞닿는 지점으로 접근하는 아추가 공을 깔끔하게 받아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두 감독의 감정은 약 1초 만에 뒤바뀌었다.

투읏-!

[아아! 크리스티안 아추우!]

[왼발 인사이드 터치로 공을 받아내긴 했습니다만...! 볼터치가 길었어요!]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 하프까지 접근한 아추는 완전히 공을 정제시키지 못했다.

아니, 아예 그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설진은 재차 안타깝게 외쳤다.

[아아! 볼터치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거의 2m나 벗어나는 공...!]

마치 패스처럼, 주인 없는 공은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를 홀로 통과했다.

‘됐다!’

멀찍이서 이 장면을 본 포채티노는 안도했다.

그 잠깐의 실수만으로 그새 그 뒤쪽으로 세르지 오리에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따라붙었으니까.

센터백 다빈손 산채스, 토비 알데르배이럴트까지 수비지역으로 급히 내려앉았다.

반대편에선 페널티 우측 에어리어로 접근하려는 아유세 페레즈를 밴 데이비스가 몸으로 막아 세웠고 말이다.

그러니 아추가 세컨드 터치로 공을 잡아낸다 할 지라도...,

‘아니 불가능해!’

골키퍼, 미셀 봄이 골라인을 이탈해 굴러오는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포채티노는 그가 먼저 공을 온전히 두 손으로 낚아채리라 여겼다.

스윽-!

잠깐 전방에 시선이 고정된 사이, 봄과 이를 악물며 달려드는 아추 틈으로 검은 머리가 불쑥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어?”

이를 본 포채티노는 입밖으로 얼빠진 의문을 흘렸다.

공에 도달함과 동시에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툭 찬 공이, 달려들면서 기겁하며 주저앉는 미셀 봄의 우측 옆구리를 통과해버렸으니까.

촤락-!

반대편 포스트 안쪽 골망을 물결쳤을 땐 쩌저적 얼었다.

“...?”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그대로.

*       *       *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후반전 28분만에 골망이 물결치자 해설진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포채티노와 달리 해설진은 방금 전 한 선수의 기민한 움직임에 관해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중계를 이어갔다.

[인쿠우! 인쿠가 기어이 토트넘을 상대로 선취 골을 기록해냈습니다!]

[현란한 무브먼트로 토트텀의 중앙 지역을 헤집은 뒤 롱볼을 구사한 인쿠!]

[거기서 끝이 아니죠! 패스 후 인쿠는 전력으로 토트넘 진영 끝까지 달려들었어요! 마치 아추가 공을 놓치리라는 것을 안 것처럼요!]

그 말대로였다.

그리고 이건, 사전 예행된 플랜 중 하나였다.

아추는 인구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 놓친 척, 공을 그대로 흘린 거였던 거다.

자그마치 지난 며칠 간 1대1 튜터 동안 수백 번 도르마무 한 끝에...!

이야아아아아아 아아아아-!

세임트 제임스 파크는 난리였다.

그들은 단체로 기립해 환호성과 함께 한 선수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인쿠우우우우우우우-!

이어 장내 아나운서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마이크에 대고 그 성을 부르짖었다.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그러자 툰들은 합장하듯 그 이름을 재차 외쳤고 말이다.

인쿠우우우우우----- -!

인구는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운 그대로,

척!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브이를 취했다.

사실은 이 경기를 유아 학교 친구들과 보고 있을 세나를 향해 한 브이였다.

속으론 생각했다.

‘딸, 봤지? 봤지? 아빠 토트넘 상대로 골 넣었다?’

*       *       *

뉴캐슬에 일격을 허용했다고 해도 원정팬 스퍼스들은 기대를 저비리지 않았다.

올 시즌의 토트넘이라면 시간만 주어진다면 언제든 동점 골에 역전 골까지 집어넣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후반전 32분.

실점 직후부터 토트넘은 크게 흔들렸다.

동료 간에 호흡이 어긋나면서 뉴캐슬에 인터셉트를 허용하기 일쑤.

방금 또한 그랬다.

투웃!

후방 지역에서 다빈손 산채스의 패스가, 무사 시스코와 빅터 완야바 사이 애매한 공간으로 배달되었다.

두 선수가 멈칫하는 사이, 그 순간을 인구는 놓치지 않고 튀어나갔다.

투웅!

[오오! 인쿠의 인터셉트!]

인구는 공을 가로챈 즉시 중앙이 아닌 우측 사이드로 직접 몰고 갔다.

“이 씨..!”

완야바는 산채스를 원망의 눈길로 한 번 바라보곤 황급히 쫒았다.

다소 앞선 위치에 있던 레프트백 밴 데이비스도 이를 악물며 돌아섰다.

툭!

인구는 데이비스를 순간 스퍼트로 제치자마자 백패스를 구사했다.

하지만 속도만큼은 죽이지 않고 그대로 사이드를 타고 돌진.

밴 데이비스 또한 뒤로 빠진 공이 아닌 그를 뒤따랐다.

‘분명 인쿠한테 공이 재차 연결될 거야!’

그 생각대로였다.

타앙!

후위에서 패스를 연결받은 디안드루 예들린이 전방으로 롱볼을 때렸으니까.

다행히 패스 질은 좋지 않았다. 고로 인구의 선택지는 몇 없어 보였다.

‘아예 공을 길게 차서 몰고 가거나!’

그게 아니면 낙하하는 공을 빠르게 잡아내자마자 급정거하듯 돌아서 동료와 원 투 패스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걸로 충분히 시간 지연을 벌일 수 있어!’

적어도 밴 데이비스의 머릿속엔 그게 뉴캐슬에 있어 최선으로 보였다.

아니, 그마저 힘겨운 방식이라 즉시 정정했다.

순간 스퍼트는 빨랐으나 지속성이 떨어진 만큼 데이비스는 이제 인구를 거의 반걸음 차까지 따라잡았다.

날아오는 공의 회전 속도와 세기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퍼스트 터치로 잡아내기도 벅차 보인다...!'

해답은 더욱이 명확해졌다.

‘놈보다 앞서 나가서 길목을 막아버리자!’

그 순간, 인구는 속도가 죽지 않은 그대로 오른발 아웃프런트를 바깥 방향 무릎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투욱-!

때마침 낙하한 공은 들린 아웃프런트에 뚝 떨어져 바운드 됐다.

“뭣?”

막 앞서나가려던 밴 데이비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치이잇-!

안간힘을 써 내지른 왼발은 이윽고 브레이크마냥 필드를 쓸어내듯 급제동을 했다.

홱! 고개는 위로 급히 쳐들었다.

스스로가 들어 올렸다기보다는 거의 반강제적으로 들렸다는 게 맞다.

그도 그럴 게, 인구의 아웃프런트로 떨어진 공이 핀볼처럼 튀어올라 허들 넘듯 자신의 머리 위를 불시에 넘어버렸으니까.

‘이게 말이...!’

그것도 측면이 아닌 대각방향으로 말이다!

밴 데이비스가 멈칫거린 반면, 인구는 신기에 가까운 퍼스트 터치를 구사한 직후에도 속도를 죽이지 않았다.

그렇듯,

투우웅-!

“멍때리기는.”

데이비스의 귓가로 인구의 나직한 목소리가 서슬퍼레 훑고 지나갔다.

인구는 데이비스의 우측 배후를 뚫어 하프로 발을 들이자마자 왼발을 휘둘렀다.

데이비스라는 허들을 넘은 공은 자석처럼 그가 휘두른 발등으로 떨어졌다.

뻐어엉-!

< 081. 인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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