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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3. 늑대가 되기로 했다 (1)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3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1)
이탈리아 출신의 배불뚝이 에이전트, 미노 라이훌라는 이 시대 최고의 에이전트라 불리는 남자였다.
그런 그는 지금 뉴캐슬의 작은 마을, 우즈번이라는 곳에 위치한 한 카페 실외 테이블에 자리하고 있었다.
후릅-!
막 완성된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들이킨 그 입가엔 진한 미소가 걸렸다.
“자주 와야겠군요. 진해요, 아주 진해. 입안을 감싸 돌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진하단 말입니다.”
“아아, 그래요?”
“예. 물론이죠. 이런 마을에, 이런 맛을 내는 바리스타가 있었다니...,”
맞은편 의자엔 다른 누구도 아닌 인구가 앉아 있었다.
그 역시 아메리카노보단 에스프레소 취향이었기에 작은 잔을 한 번에 들이켰다.
꿀꺽!
“크으.”
인구는 작게 탄성을 터뜨렸다.
우즈번. 세나네 집에서 고작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 ‘아침 잠 깨는 카페’ 는 인구의 단골집이기도 했다.
마주한 라이훌라는 조금은 인상적인 시선으로 물었다.
“의외군요. 제 비서에게 듣기론 한국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보단 미국놈들이 즐겨 마시는 물 탄 커피를 더 좋아한다던데.”
물 탄 커피란 아메리카노를 말함이었다.
인구는 대번에 알아듣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매일 출근 전에 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갑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는..., 말씀대로 너무 물 탄 맛이라 별로라서요.”
“Buono! 커피를 마실 줄 아는 남자와 이렇게 마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그리고 대부분 이탈리아인들은 아메리카노를 커피 취급조차 하지 않았고 말이다.
인구가 본 눈앞의 양반도 딱 그래 보였다.
“인쿠. 당신은 커피를 대하는 자세도 훌륭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커피를 오래도록 붙들지 않아요. 되도록 그 자리에서 빨리 마시고 빨리 떠나버리죠. 그게 커피에 대한 예의고!”
“아하.”
인구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애써 공감해주었다.
‘그건 그렇고...’
눈앞의 라이훌라와는 약 한 달 전부터 알게 된 사이였다.
대뜸 훈련장을 방문한 그는 자신에게 에이전트 계약 의사를 비쳤었다.
[인쿠! 당신에게 감명받았습니다! 저와 계약을 맺어주시겠습니까?]
마치 청혼하듯이.
하지만 당시 인구는 단칼에 거절했다.
‘에이전트가 없어도 뭐...’
k-3리그에 입단했고, 지금에선 잉글랜드 챔피언십 리그 소속 구단에 몸담고 있었다.
‘그래서, 팀이 1부 리그로 승격한다 해도 알아서 잘 할 수 있겠거니 싶었다고.’
실제로 몇 달 전부터 구단 측은 재계약을 제시했으나 인구는 미루고 미루어왔다.
‘어떤 클럽에서 더 좋은 제안을 해올지 모르잖아.’
당장 뉴캐슬의 재계약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툰들이 구단주가 쪼잔하다고 그리 비난하더니..., 염병. 진짜였어.’
미루고 미루니 급한 쪽인 뉴캐슬이 좀 더 나은 조건으로 다시 딜을 쳤다.
문득 인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알아서도 잘하니 딱히 에이전트는 필요가... 헷.’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라이훌라와 다시 만난 건 세나에 의해 목표가 갑작스레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난 이제 늑대가 될 거야.’
늑대처럼 한 여자(한 구단)만 진득하니 사랑하고 싶었다.
‘세나도 그랬잖아?’
[아빠는 늑대가타!]
라고.
또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을 잡으면서 세나의 뉴캐슬에 향한 애정이 더욱 짙어졌다.
얼마 전에도 세나는 굳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뉴캐슬 관련 매체를 틀었다.
‘똑똑히 봤어. 내가 똑똑히 봤다고.’
동 시간대 토트넘의 경기가 있었음에도, 세나는 잠깐 멈칫하더니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관한 채널로 돌려버렸었다.
[뉴캐슬은 오직 하나지이~]
라는 흥겨운 중얼거림과 함께...!
고로, 인구는 마음을 다잡았다.
첼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과의 동 시간대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세나가 뉴캐슬을 우선으로 시청할 만큼 더욱 노력하리라!
갈수록 구단의 사정도 나아졌다.
‘팀은 거의 1부 리그로, 아니 우승도 확정이라고
2위와의 승점 차가 12점차 유지 중이었다.
남은 경기는 이제 겨우 10경기였고 말이다.
’딱히 남아서 나쁠 건 없다고.‘
단지 문제라면 주급 체계 수준이랄까?
‘그 짠돌이 구단주 새끼가 바뀌던지 해야할 텐데. 선수단 댑스도 문제야.’
매 라운드를 치르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동료들이 암만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다 해도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1부 리그로 올라가면..., 상대 선수와 수준 차이는 더욱 날 거야.’
그럴수록 인구는 내려앉아 플레이하는 시간이 많아질 터였다.
‘득점도..., 내가 넣고.’
결국 키플레이어는 인구 자신이어야 했다.
기계가 아닌지라 누적된 피로도는 경기력에도 미칠 테고 말이다.
그런 복합적인 부분에서 오늘, 인구는 눈앞의 라이훌라와 만남을 가졌다.
‘뭐, 이 양반이 알아서 찾아온 거지만.’
주에 두 번은 꼭 이렇게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청한 라이훌라였다.
오늘도 세나를 유아학교에 보낸 뒤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 대뜸 찾아온 거였고 말이다.
[오옷!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라는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솔직히 좀 놀라긴 했지.’
기사를 통해서만 접하던 라이훌라는 에이전트계에서도 조르제 맨데스와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이 사람한테 소속된 선수 중엔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 폴 포그마, 로렌초 인시네 등이 있어.’
하나같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라 할 수 있었다.
외에도 얼굴만 봐도 이름을 외칠 법한 선수들이 여럿 있었고 말이다.
또 한 가지.
인구는 묘한 눈길로 돼지상인 라이훌라를 보며 생각했다.
‘고객에겐 천사로, 구단엔 악마로 불리는 남자야.’
한편 라이훌라는 세상 평온한 얼굴로 커피에 대한 감탄을 이어오면서도 인구를 살폈다.
‘한창 전성기에 올라있는 신체다...!’
트레이닝복 차림새임에도 불구하고 몸뚱이부터가 한껏 성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라이훌라는 최근 인구의 경기를 꾸준히 관찰해왔다.
딱 잘라 말해...,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를 라이훌라는 거리낌 없이 입 밖으로 꺼냈다.
“인쿠. 당신은 강인하고도 유려하며, 또 지능적입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아아!”
슬쩍 고개를 들어 새파란 하늘을 본 라이훌라는 이내 황홀함에 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인시네의 순간 스피드,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의 강력한 킥력, 그리고 폴 포그마의 유연함, 거기다...,”
말끝을 늘어뜨린 라이훌라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프렌차이즈스타로서의 완벽한 기질까지 갖추었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씰룩, 씰룩!
‘오오...!’
순간 라이훌라는 보았다.
첫 만남에서 당차게 거절한 인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 기세를 이어 라이훌라는 계속해서 덧붙였다.
“제게 당신의 에이전트가 될 기회를 주신다면..., 원하시는 바를 단기간 내 이루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첫 만남에서 거절당했다 할지라도 고객에게 있어 자존심 따위 상하는 일은 없었다.
라이훌라에게 있어 고객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할 대상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끌렸다.
‘이런 선수는 흔치 않아.’
마치 오래 전,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를 발굴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비록 2부 리그라 할 지라도 눈앞의 스트라이커는 벌써 50골의 고지를 넘어섰다.
‘단지 득점만이 아니야. 넓은 시야를 비롯해 패스를 동료들에게 공급하는 데 있어서도 능하다고.’
때때로 경기장에서 보여준 인구는 패스마스터 안드래아 피를로를 떠올리게 할 절도였다.
그러다 한 순간에 상대 어태킹 서드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무비치 같은 강력한 공격수로 변한다.
‘필드 안에서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다...!’
말 그대로 대어 중에서도 대어란 소리였다.
그래서 라이훌라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남자를 쟁취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안 그래도, 그쪽이랑 계약하려고요.”
“...어?”
인구가 너무나 쉽게 응해버렸다.
* * *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고액 주급 연봉자라고 한다면 평균 1만 파운드(한화 1581만 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출난 선수들, 또는 빅 구단에서 임대해온 원더보이들의 연봉은 때론 두 배에 필적한다.
반면 뉴캐슬은 최근 몇 년 간 주축들을 내보내면서 타구단과 비교해 연봉 상한선 자체가 낮은 편이었다.
그리고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는 지금 구단의 지출과 운영 방식에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집무실, 중역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중에도 그 입꼬리는 슬그머니 끌어올라갔다.
‘결국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격이 아닌가.’
돈을 아끼면서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1부 리그로의 승격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크흣.”
물론 툰들 입장에선 빌어먹을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의 운이 좋았을 뿐이라 여기고 있었다.
대다수 언론 매체와 여론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이를 애슬리만이 몰랐다.
‘내 구단 경영이 먹힌 샘이라고!’
이제는 한 가지 숙제만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바로,
‘마인쿠.’
4차례 재계약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지금 뉴캐슬과의 계약을 미루고 있었다.
‘그렇다고 타 구단의 제안에 응하는 것도 아니다.’
간을 보는 것 같아 조금 더 높은 액수로 계약을 청했음에도 놈은 거절.
으득.
지난 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가 갈렸다.
‘계약 기간이 아직 1년 이상 남았다곤 해도...’
계약 일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선수 몸값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듯 당장 애슬리에게 있어선 이보다 더한 숙제도 없었다.
‘어찌한다.’
현재 인구는 2년 계약에 연봉 15만 파운드(한화 2억 4천만 원) 수준으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는 뉴캐슬 내 중간급이었다.
그리고 이번 재계약 역시 애슬리는 최대한 아끼는 쪽으로 계약을 맺고자 했다.
‘최대 60만 파운드(한화 9억 4700만 원)가 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야.’
잉글랜드 2부 리그 내 구단 중 가장 연봉 평균액이 높은 구단은 애스턴 빌라였다.
선수단 평균 연봉액은 120만 파운드(한화 18억).
그렇듯 올 시즌 50골을 넣은 선수에게 제시한 연봉치고는 확실히 적은 액수였다.
물론 뉴캐슬에선 최고 연봉 대우였지만 말이다.
계약 기간은 선수가 부담스럽지 않게 3년.
‘그리고 팔아버리는 게지.’
이거야말로 애슬리가 원하는 최고의 계획이었다.
재계약으로 몸값을 더욱 올린 뒤 1부 리그 승격과 함께 인구를 매각하는 것!
‘1부 리그에서도 잘하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뭐라, 고요?”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는 보고 차 집무실에 발을 들인 단장 댄 라셀스를 보며 이맛살을 와락 찡그렸다.
라셀스는 사무책상 너머에 앉은 구단주를 향해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재차 보고했다.
“말씀대로입니다. 최근 인쿠가 미노 라이훌라 에이전트와 계약을 체결했고, 라이홀라는 저희에게 160만 파운드(한화 25억)로의 연봉 조건으로 역 제안을 해왔습니다. 1부 리그 승격 시 기존 주급의 100퍼센트 인상 포함도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댄 라셀스는 왜인지 홀가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기에, 라이훌라는 별도의 조건까지 제시했습니다.:"
< 083. 늑대가 되기로 했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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