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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84화 (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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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4. 늑대가 되기로 했다 (2)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4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2)

며칠 전, 아침 잠 깨는 카페.

미노 라이훌라는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눈앞의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제 고객이 되겠노라 했으니.

하지만 그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계약에 앞서 먼저 제가 제안을 좀 하려고요.”

“물론입니다. 말씀하시지요.”

“당장은, 팀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뉴캐슬을 떠날 생각이 없단 말씀이십니까?”

미노 라이훌라는 웃음 띤 미소 그대로 물었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뉴캐슬을 떠날 생각이 없다니.’

그가 알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이렇다 할 비전이 없는 구단이었다.

‘연봉 협상에도 어려움이 따르는 구단이건만.’

마이크 애슬리 구단주는 에이전트 사이에서도 짠돌이로 정평이 난 구단주였다.

마주한 인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장은요.”

“당장은 그렇지만 언젠가는 떠날 생각이 있으시다는 거겠군요.”

“마음이 바뀌면요.”

“하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1부 리그로 승격을 한다 할지라도..., 하위권을 전전할 가능성이 큰 구단입니다. 이는 인쿠 당신에겐 이롭지 못하죠.”

미노 라이훌라는 거짓 없이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전 당신이 뉴캐슬보다 더 높은 구단으로 이적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하신다면 올 시즌이 끝나는 대로 빅 구단으로 이적을 추진할 수도 있지요.”

클럽들은 미노 라이훌라를 좋아라하지 않는다.

그는 구단에 항상 득이 되는 계약보단 선수가 득이 되는 계약만을 추진해왔으니까.

그럼에도 각 구단들이 그를 찾는 데는, 그의 고객이 하나같이 뛰어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라이훌라는 현 뉴캐슬의 대우에 대해 지적했다.

“당장만 해도 뉴캐슬은 인쿠, 당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연봉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재계약 제안만 4차례 거절했는데요.”

“거절한 데는 이유가 있겠죠. 아마 마이크 애슬리라면..., 최대라고 해봤자 지금 연봉에 2배, 3배 정도겠고요. 그만한 금액도 솔직히 말해 인쿠, 당신에게 있어선 손해입니다. 그러면서도 구단 측은 계약 기간은 길게 잡으려 했을 테죠.”

“오...”

인구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작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 인간 보게?’

방금 미노는 웃음 띤 미소 그대로 실제 뉴캐슬이 제시한 재계약 조건을 근접하게 유추해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구단에 묶인다면, 후에 타구단으로 이적할 시 결정권은 선수가 아닌 구단이 쥐게 됩니다. 재수 없으면 원하지도 않는 구단에 팔려가게 될지도 모르죠. 또는 선수가 원하는 구단이 있음에도..., 구단 측이 컷 해버리거나.”

라이훌라의 눈빛이 일순 냉정해졌다.

“누구는 이 축구판이 로망이라지만, 잘 들여다보면 서로 실속을 챙기기에 바쁘답니다. 저 역시 실속을 챙기고자 당신을 찾아온 거고 말이죠. 지금 가치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지닌 선수가 바로 당신이니까.”

인구는 오호, 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는 가식 없는 진짜 추임새였다.

‘마음에 드는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듯 인구는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 요구사항을 말씀드리려 하는 겁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아까 구단의 비전이라고 언급하셨죠?”

인구는 묘한 눈길로 중얼거렸다.

라이훌라는 궁금증이 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랬습니다.”

“구단의 비전이 어느 정도인지, 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파서 말입니다.”

“그 말씀은...?”

다음으로 이어진 발언에 라이훌라의 두 눈은 크게 떠졌다.

“최소 160만 파운드(한화 25억)의 연봉 조건으로 재계약 협상을 해주셨으면 해요.”

연봉 160만 파운드(한화 25억)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내에서도 최상위권 순위라 할 수 있었다.

EPL 기준으로도 일부 하위권 클럽의 선수단 평균 연봉액 수준이었고 말이다.

허나 인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부 리그로의 승격 시엔 기존 주급의 100% 인상 포함도요.”

주급의 인상 100%라면, 1부 승격과 함께 320만 파운드(한화 50억)가 된다.

이는 적어도 EPL 내 역대 아시아 선수 중에선 손흥빈 다음 가는 액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한 발이 더 남았다.

인구는 테이블 가까이 느릿하게 얼굴을 가져가며 두 눈을 빛냈다.

“1부 승격 시,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 보강 조건도 포함했으면 합니다. 최소 미드필더, 센터백, 풀백. 각각 한 자리씩이요.”

인구는 세나를 위해 뉴캐슬에 남는 것을 택했다.

딸은 지고지순한 늑대를 좋아한댔다.

아빠는 늑대를 닮아쒀~ 라고도 해주었고 말이다.

최근엔 딸이 뉴캐슬에 관심을 보이기까지...!

그 외에도 이 팀에 남고자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애 교육 문제도 그래.’

세나는 뉴캐슬 어폰타인에 위치한 유아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도 사귀고, 아주 잘 어울리고 있다고.’

설령 자신이 다른 지역에 속한 구단으로 이적한다 할지라도 딸아이가 함께 따라올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

‘가은이 회사가 뉴캐슬인지라...’

혹 따라온다 해도 인구 그 스스로가 거절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버리면 어째.’

한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만 하더라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 1년 만에 이 타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도리도리!

인구는 세상 험악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안 되지, 안돼!’

또 모른다.

아빠 없다고 세나가 하루 반나절을 울지를.

매번 자신이 직접 만나러 가는 것도 분명 무리가 따를 테고 말이다.

‘크흡...!’

세나가 우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눈물이 범람할 것 같았다.

그렇듯 이런저런 이유로 인구는 당장은 뉴캐슬에 남는 것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호구로 남을 수는 없는 법이고.’

세나는 강팀을 좋아라 한다.

그럼 방법은 간단했다.

이를 미노 라이홀라가 대신 답해주었다.

“뉴캐슬을, 빅팀으로 만드시는 게 소원이시군요?”

인구는 그새 등받이에 느슨하게 등을 기대며 말했다.

“정확해요. 그만한 비전이 있는지 없는지. 이번 재계약을 통해 확인하고 싶고 말입니다.”

“만약, 구단이 거절하면 어쩌실 겁니까?”

인구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뭐, 거절하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죠.”

그땐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될 일이었다.

문득, 인구는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궁금증이 도진 것이다.

“과합니까?”

산전수전 다 겪은 미노 라이훌라라면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인구로선 나름의 활약상과 최근 제시한 구단들의 조건을 비교해가며 이런 결론을 도출한 거였다.

‘뉴캐슬한테는 좀 과할 수도...’

그때, 라이훌라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미소 띤 그대로 답했다.

“조금, 부족합니다. 추가할 사항이 더 필요하겠어요.”

응?

*       *       *

현재. 뉴캐슬 구단주 집무실.

마이크 애슬리는 좀처럼 구겨지려는 표정을 풀지 못했다.

“160만 파운드(한화 25억)라니? 거기에 320만 파운드(한화 50억)라고?”

중역의자에 앉은 그 손에는 미노 라이훌라가 건넨 세부 서류가 들려 있었다.

오늘 하루만 이 서류를 수십 번째 반복해서 읽어나갔다.

이제는 보지 않아도 내용을 다 숙지할 만큼!

그의 코멘트도 포함.

[높은 금액이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현재 제 고객은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선수입니다. 리그에서만 51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요. (중략)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EPL 중상위권, 빅 클럽에서도 높은 수준의 계약을 제시... (중략)

그럼에도 제 클라이언트는 뉴캐슬에 존중과 애정을 보이며....(중략)]

여기엔 추가사항까지 적혀 있었다.

“공격수, 미드필더, 센터백, 거기에 풀백까지..., 총 네 명을 보강해달라는 게 조건이라고?”

거기다 한 포지션당 최소  1500만 파운드(한화 236억) 이상의 이적료 조건까지...!

“이 순 양아치 새끼가...!”

EPL로 승격하게 되면 구단은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이를 미노 라이훌라는 서류상에 언급하고 있었다.

[EPL로 승격 시 TV 중계권료를 비롯해 순위에 따른 메리트 머니, 스폰서 수익 배분에 따라 최소 1억 3500만 파운드(한화 2128억)의 수익이 기대됩니다.]

혹 강등을 면하게 되면 그 두 배의 수익을 올리고 말이다.

그렇듯 이런 조건이 없더라도 대부분 승격 팀은 첫 이적시장에서 살아남고자 많은 돈을 투자하곤 했다.

당장 올 시즌만 해도 10명에 달하는 선수를 영입한 승격팀도 있었고 말이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만 1억 파운드(한화 1,574억)를 투자한 구단도 있지.’

으득.

애슬리는 이를 갈았다.

반면 그는 팀이 승격한다 하더라도 그들처럼 거금을 들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비싸 봤자 최대 3500만 파운드(한화 556억)라는 총액 안에서 네 명, 다섯 명의 선수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을 뿐.

그것도 유망한 어린 자원들로 말이다.

‘한 명 정도는 베테랑급이어야겠지만...’

그래서 계약을 빌미로 이적에까지 관여하는 라이훌라에 어처구니가 없음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쾅!

주먹으로 사무책상을 내리친 애슬리는 씩씩대며 화를 삭이려 들었다.

허나 다음 문구에서 머리끝에서 겨우 목 끝까지 내려앉았던 분노는 그만 범람해버렸다.

[* 해당 조건에 단 한 가지라도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제 클라이언트는 남은 계약이 끝나는 대로 보스만 룰(6개월 미만 시 자유롭게 타팀 이적 가능)을 통해 팀을 떠날 겁니다.]

[* 혹 요구 조건대로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 돌연 구단 측이 조건을 단 한 가지라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바이아웃 3000만 파운드(한화 472억)가 발동되는 조건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현재 인구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3000만 파운드 (한화 472억)은 이제 손해였다.

‘최소 5000만 파운드(한화 787억) 이상은 받아야 하거늘...!’

그 생각을 알아차린 것마냥 다음 멘트가 이어졌다.

[요구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클라이언트의 바이아웃 금액은 최초 7000만 파운드(한화 1102억)로 산정하겠습니다.]

이건, 꽤 마음에 들었다.

바이아웃이란 지정한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면 소속 구단과 협의 없이 선수, 타구단 간의 계약만으로 팀을 떠날 수 있는 제도였다.

허나 줄줄이 이어진 다음 멘트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1부 리그로의 승격 후 UEFA 유로파 리그 진출 시 클라이언트의 연봉 15% 인상.]

[*1부 리그로의 승격 후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시 클라이언트의 연봉 25% 인상.]

제일 하단엔 이런 말도 있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 클라이언트의 미래 가치는, 앞서 언급한 조건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요. 뉴캐슬에겐 머지않아 막대한 차익을 얻을 기회입니다. 이마저 과하다 싶으시면..., 앞서 언급한 대로 자유계약 대상자가 될 때까지 쭉 기다렸다가 구단에 한 푼도 쥐여주지 않고 나가겠습니다. :)]

애슬리는 결국 폭발했다.

“빌어먹을 돼지 새끼가...!”

하지만 라이훌라를 향해 끝없이 욕만 퍼부을 뿐 부정할 수가 없었다.

듣고 보니 또 맞는 말이었으니까.

인구가 클럽들에겐 악마로 불리는 미노 라이훌라와 계약을 체결한 진정한 이유였다.

< 084. 늑대가 되기로 했다 (2)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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