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88. 늑대가 되기로 했다 (6)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8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6)
리그 42라운드를 앞두고 툰들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 : 이건 우리가 당연하게 이길 게임이야.
- : 당연하쥐. 스완지시티가 암만 리그 3위라도 우리랑 승점 차가 몇 점인데!
- : 스완지시티 박살 내고 조기 우승까지 확정 짓자!
- : 내 생각엔 스완지가 2위 자리 빼앗으려고 죽자고 달려들 거기 때문에 무승부 나지 않을까 싶어. 그래도 우승은 어차피 뉴캐슬이지만. 왜냐고? 2위 애스턴 빌라가 알아서 자멸할 거거든.
- : 와. 1시즌 전만 해도 리그 원으로까지 강등당하겠네, 하던 툰들 다 어디 갔냐.
ㄴ : 인쿠 영입된 시점부터 우린 이미 조기 우승 확정이었음. 인정?
ㄴ : 인정해. 생긴 것부터가 이미 월드클래스였는 걸!
한국 관련 매체는 최근 몇 달 간 뉴캐슬에 관한 기사를 쉼 없이 보도하고 있었다.
이번 스완지시티전을 며칠 앞두고서도 다르지 않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스완지시티전에서 무승부 기록할 시 4경기 앞두고 챔피언십 우승 조기에 확정 지어...!]
[리그에서만 41경기 60골 고지 밟은 마인구! 득점 행진 계속해서 이어가나?]
[다음 시즌 epl에서 뛰게 될 뉴캐슬 유나이티드! 선수 보강은 필수...!]
[한국 전문가가 본 뉴캐슬 유나이티드! ‘epl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 전 분야에 걸쳐 선수 보강이 있어야 해...!’]
상당수는 벌써부터 epl에 진출한 뉴캐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몇 팬들은 더 나아가 인구의 새로운 행선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인생은구만리> : 호샙 과르디올라가 우리 인구형 경기력 보고 감탄했던 거 기억나냐? 그래서 내가 볼 때 다음 시즌에 맨체스터 시티로 가지 않을까 싶다!
ㄴ <축구인생2회차> : ???? 재계약 했는데 무슨?
ㄴ <인생은구만리> : 재계약 하면 이적 못하나?
- <검은머리 전술천재> : 인구. 맨유 가즈아! 솔사르 한 번 등에 업어서 키워주자!
- <치킨두마리> : 루머긴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이랑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관심을 보였다죠? ㅎㅎㅎㅎ
- <해축경력4개월> : 리그에서 60골이면..., 솔직히 어느 팀이든 다 원하지!
- <밥디두> : 월드클래스 인구 횽! 가능하면 리버풀로 갔으면 조케따! >.
- <반니> : 난 얼른 우리 인구가 손흥빈이랑 EPL에서 경쟁하는 거 보고 싶음.
일부는 이제 손흥빈 VS 마인구라는 주제를 끄집어냈을 정도다.
예전이었다면 백이면 백 손흥빈을 높게 점쳤으나 지금에 이르러선 6대4 정도로 갈렸고 말이다.
- <마정우> : 리그 수준을 따지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감히 상상하자면 손흥빈이 챔피언십에서 한 시즌에 60골 때려 박는 상상은..., 안 됨.
- <이집트의왕킹살라> : 리그를 떠나서 봐도 인구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개인 기량면에서 역습 원툴인 흥빈이 보단 좀 더 다채롭다고 봅니다.
ㄴ <나는바보입니다> : 그게 EPL에 가서도 먹히냐가 관건 아님? 그래서 난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봐.
물론 여전히 국까들은 존재했다.
- <국뽕은꺼져> : fa컵에서 epl 팀 상대로 몇 경기 뛰었다고 벌써부터 월드클래스 타령하는데..., 인구 아직 검증 안 됐습니다. 너무 설레발 떨지 마세요.
- <흥빈이월클아닙니다> : 리버풀, 뮌헨, 맨시티 같은 소리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 챔피언십 60골을 유럽 4대 리그가 온전히 인정해줄 거 같음? k리그 보다 좀 더 수준 높은 리그가 챔피언십인데? 전북도 챔피언십 가면 중위권 이상 성적은 기록할걸? 인구는 그냥 거품이야. 이놈들아.
- <발바닥드래그지존> : 에리크 라맬라 챔피언십 오면 인구만큼 할걸?
* * *
[왼쪽, 오른쪽!]
투읏!
[아아아! 다시 한번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은 인쿠우우...!]
스윽-!
[아웃스텝으로 공을 한 번 더 우측으로 길게 차 달려든 수비수를 벗어나는 인...!]
타아앙-!
[오오옷 반박자 빠른 슈티이이잉-!]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 수비수의 열린 우측 공간 사이로 때린 슈팅에 골키퍼로선 움찔 몸을 떠는 게 최선이었습니다아아!]
[인쿠! 대단하군요! 간결하면서도 한 번의 동작으로 슈팅 공간을 만들어냈어요오오!]
태블릿 pc 속, 검은 머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인구가 득점 후 코너플래그로 달려가 무릎 슬라이딩을 뽐냈다.
집무실 사무 의자에 앉아 이 장면을 몇 차례 돌려보던 스완지시티 감독, 러셀 그라임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보면 볼수록 놀랍군.’
슈팅이 반 박자 빠를 뿐만 아니라 큰 키에도 불구하고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의 발재간도 좋다.
‘그것도 상대 밸런스를 한 번에 무너뜨릴 간결함과 유려함을 지녔어. 침착성은 덤이고.’
해당 장면 외에도 인구의 플레이는 매 라운드마다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뻐어어어엉-!
[길게 뻗어 나간 고오옹...!]
투읏!
철렁!
[고오오오오오올! 살로몬 런더어어언~! 인구의 중장거리 패스를 페널티 박스로 달려든 런던이 다이빙 헤더로 깔끔히 골망 속으로 집어넣습니다아아아!]
다음 장면에서 보여준 인구는 케빈 더 브라이너, 크리스티안 애릭센 이상 가는 로빙 패스를 어렵지 않게 구사했다.
“...”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그라임스의 입매는 축 늘어졌다.
하필 다음 상대가 이 전천후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마인구가 속한 뉴캐슬 유나이티드였으니까.
‘우리의 스쿼드도 나쁘진 않다만.’
비록 2부 리그로 강등당했다 할지라도 스완지시티엔 안드레 아예후라는 베테랑 공격수가 있었다.
‘그의 동생인 조르단 아예후도 있다.’
두 선수 모두 유럽 무대에서 경험이 충분한 선수들이었다.
비록 2부 강등과 함께 기존 핵심 자원 몇몇이 이탈했음에도,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해 지금의 성적을 달성해냈고 말이다.
그렇듯, 화면을 보는 그라임스의 두 눈이 일순 날카롭게 빛났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애스턴 빌라에게서 2위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라도 이 경기에서의 승리는 절실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있지 않나 싶었다.
최근 입스위치전 이후 언론에서 공개되는 뉴캐슬 선수들의 모습은 이미 시즌이 끝난 것마냥 여유롭기 그지없었으니까.
오늘 자 기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라파엘 배니테즈! 선수단에 조기 승격 확정 보상으로 이틀 휴식 부여...?!]
[뉴캐슬의 멧 리치! 휴식 이용해 소금 뿌리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셰프 식당에서 가족들과 한 끼 식사!]
[자말 라셀스! 가족들과 해변에서 여유 즐겨...!]
[존조 셀비! 이틀 간의 휴가 동안 스코틀랜드로 여행 가...!]
그리고, 뉴캐슬 내에서 가장 주의할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인구도...!
[인쿠! 유아 학교에서 주관한 요리 대회에 참여해 딸과 함께 한국 음식 선보여...!]
기사 타이틀 사진 속 인구는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취하며 세상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은 결단코 필드에서 보여준 전천후 스트라이커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 빙구 같은 표정만으로도..., 나 지금 오지게 방심하고 있어요~! 라고 써있는 것 같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언론에선 딱히 문제를 삼지 않았다.
[뉴캐슬 남은 경기 전패해도 조기 우승 확정할 가능성 99%!]
[유유자적한 뉴캐슬 선수들! 스완지시티와의 경기 앞두고서도 시즌이 종료된 듯 행복한 일상을 보내...! 툰들 ‘그래도 괜찮아!’]
[전문가들. 뉴캐슬, 스완지시티 상대로 어렵지 않게 승리 따낼 것!]
단연 스완지시티 감독, 러셀 그라임스의 시점에선 세상 모두가 스완지시티를 얕잡아 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아가 이 순간이야말로 뉴캐슬을 잡을 수 있는 진정한 기회라 여겼고 말이다.
* * *
스완지시티 지역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러셀 그라임스의 스완지 시티! 2위 경쟁 놓고 맹훈련 돌입...!]
[스완지시티 에이스 아예후! ‘우리는 뉴캐슬 상대로 반드시 승리할 것!’]
[러셀 그라임스 감독 ‘매경기를 결승전처럼...!’]
적어도 스완지 시티의 연고지인 웨일스 웨스트 글러모건 주 소속 언론사들은 스완지 시티의 승리를 보다 높게 점쳤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자에서까지 뉴캐슬 선수들은 한가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중 핵심인 인구는...,
[인쿠! 영국에서 열린 티셔츠 여러 벌 한 번에 껴입기 기네스 대회에 깜짝 참여해 우승...!]
해당 기사를 접한 백조들은 분노함과 동시에 기대감에 들떴다.
- : 인쿠 이 새끼 우리를 아주 만만하게 보고 있구만!
- : 오히려 잘됐어. 뉴캐슬이 벌써부터 자축 퍼레이드에, 방심 모드잖아? 이때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다해서 저놈들을 압살하면 돼!
- : 더 놀아라! 인쿠야! 더 놀아!
- :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을 때 장님이 된다! 뉴캐슬 두고 딱 하는 말이지!
- : 진짜 재수없는 놈들이군. 이런 놈들 상대로 진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럼에도 한 팬은 놀라워했다.
- : 와..., 티셔츠를 255벌이나 껴입어서 우승했다고...? 그것도 세계 역대 신기록...? 인쿠는 진짜 다재다능이구나.
* * *
시간은 흘러 경기 당일.
약 2만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완지시티의 홈구장.
라커룸에 자리한 새하얀 백조들을 본 러셀 그라임스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의 연설, 한 마디 한 마디에 지난 며칠간 지옥의 트레이닝을 거듭해온 선수들은 투지와 결연에 차올랐고 말이다.
긴 연설 끝에, 그라임스는 애정 어린, 동시에 강한 열망이 담긴 눈길로 말했다.
“난 너희들이 내 선수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누구와는 다르게 강인한 승부욕을 지녔다는 것에도...!”
꽈악!
러셀은 모두의 시선이 제게 향한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 * *
경기 전 라커룸에서 감독, 러셀 그라임스가 열변을 토해낸 만큼,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강한 마음을 머금었다.
서로는 경기 전 눈을 마주치며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할 수 있어!’
‘이기자! 반드시!’
‘우리를 지지하는 백조(스완지시티 서포터즈)를 위해서라도!’
‘우리를 끝까지 응원할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삐이이이이이!
때마침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타앗-!
안드레 아예후는 살로몬 런던이 뉴캐슬 진영으로 짧게 킥오프를 하는 동시에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뛰쳐나갔다.
전방압박으로 뉴캐슬이 자기들만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칠 수 없...!
뻐어엉-!
[오옷 인쿠! 런던의 킥오프 공을 받자마자 냅다 오른발 휘둘러...!]
촤라악-!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 -!]
막 하프라인을 넘어섰던 아예후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흔들리는 동공 속엔 보였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기습적인 중장거리포로 득점에 성공한 인구가 고릴라처럼 제자리에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포효하는 것을...!
아예후의 당혹감에 벌어진 입에선 그만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
< 088. 늑대가 되기로 했다 (6) > 끝
ⓒ 강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