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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9. 늑대가 되기로 했다 (7)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89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7)
[전반전 7초 만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선취 골이 터졌습니다아아!]
[득점의 주인공은 인쿠 마아아아!]
[굉장하네요! 대체 몇 미터 거리에서 때린 중장거리포인가요!]
[스완지 시티의 골키퍼, 노드팰트가 앞서 나와 있던 것을 노리고 찬 것 같은데요!]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이른 시간 득점에 원정팬 툰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졌다.
프레스석에 있던 기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와, 미친...!”
“저게 인간이야?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홀리 쉿...!”
감탄과 경악에 이어 기자들은 기계처럼 키보드 자판을 연신 두들겨댔다.
실시간 기사는 곧장 쏟아져나왔다.
[인쿠! 56M 거리에서 초장거리 포로 기선 제압!]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레반도프스키, 인쿠! 또다시 1골 더 추가하며 신기록 달성...!]
[뉴캐슬의 보배, 인쿠!]
스완지 시티 감독, 러셀 그라임스는 이를 으득 갈았다.
‘저기서 중장거리 슈팅을 구사하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마치 해리 캐인을 연상케 할 만큼 발등을 맞고 치솟은 공은 낮고도 빠르게 스완지시티의 심장부로 향했다.
‘발목 힘이 어찌나 강하면...’
흔들리는 시선 속, 득점에 성공한 인구는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대고 있었다.
뉴캐슬 동료들은 그런 그에게 좀비처럼 달려들어 앞뒤에서 거칠게 끌어안았다.
이 순간 그라임스는 진이 확 빠지긴 했으나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꽈악-
이내 허벅지께에 가 있던 두 주먹을 말아쥐었다.
겨우 한 골 실점했을 뿐인 데다, 남은 정규 시간은 90분이나 남았으니까.
그렇듯 그라임스는 당황한 스완지 시티 선수들을 향해 버럭 외쳤다.
“백조(스완지 시티 서포터즈)들이 보고 있다아! 조금만 더 힘내에에! 우선 동점 골을 넣는 데 집중하자고오!”
그라임스는 덧붙였다.
“상대에겐 운이 크게 따른 득점일 뿐이야! 실력이 아니라 이번 건 뉴캐슬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그라임스는 말하고 있었다.
당장 스완지 시티의 경기력만 놓고 보자면 뉴캐슬과 비교해 결단코 밀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여기에 그라임스는 열정을 추가했다.
그는 한껏 눈썹이 올라간 채로 엄지 끝으로 바닥을 콕콕 찍어댔다.
“여긴 우리의 홈구장이야! 스완지닷컴 스타디움이라고! 뉴캐슬보다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는 백조들이 있는!”
그 외침이 통했을까?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 참사에 멘탈이 흔들릴 법도 했건만, 그새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정신무장을 하며 경기에 임했다.
베테랑 안드레 아예후는 손뼉을 쳐가며 외쳤다.
“이제 시작이야! 다들 집중해! 그간 연습한 대로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전반전 11분.
이른 시간 실점에도 불구하고 스완지 시티는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거칠게 뉴캐슬을 몰아붙였다.
투웃, 타앗!
안드레 아예후는 우측 사이드에서 풀백을 등지고 있다 말고 패스가 연결되자 곧장 오른발 바깥 발로 공을 돌려세웠다.
자신을 등진 뉴캐슬의 풀백, 폴 다밋이 흠칫한 순간엔 오른발 인스텝으로 공을 하프로 길게 차 속도전을 벌이기까지...!
투욱, 투웃-!
[오오! 빠르게 공을 차고 올라가는 아예후우!]
예상대로 발이 느린 폴 다밋은 자신을 쫓아오지 못했다. 한 번의 퍼스트 터치로 역동작까지 걸린 다밋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4걸음 차나 벌어졌고 말이다.
“막아!”
“내가 갈게!”
페널티 중앙 아래에 머물러 있던 센터백, 자말 라셀스의 외침에 키어론 클락이 뛰쳐나온 것도 그때였다.
‘됐어!’
딱 두 걸음.
클락이 우측면에서 두 걸음 간격까지 좁혀든 찰나에 아예후는 왼발 인프런트 슈팅을 때렸다.
타앙-!
발등에 촥 감긴 공의 감촉만으로 아예후는 득점을 기대했으며 간절히 바랐다.
‘제발, 들어가라...!’
이른 실점은 이른 동점 골로 만회해야 동료들의 사기를 더욱 끌어 올리는 법이니까.
‘반대로 상대는 역으로 흔들리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파 포스트 구석을 노리고 찬 공은 골키퍼 펀칭에 걸렸다.
치익-!
[아! 뉴캐슬의 골키퍼, 두브라파카가 온 몸을 던져 손끝으로 힘겹게 공을 쳐냅니다아!]
[포스트 뒤쪽으로 굴절된 공...! 선방입니다!]
[스완지 시티의 코너킥 찬스군요!]
“후!”
아예후는 회심의 슈팅이 선방에 막히자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는 금방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숨 쉴 여유도 사치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2위 애스턴 빌라와의 승점차가 2점인 만큼 한 경기라도 빨리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돼...!’
뉴캐슬전 이후 경기는 죄다 하위권 팀과의 경기였다.
일정상으로 봐도 애스턴 빌라보단 이로웠고 말이다.
단, 뉴캐슬을 잡는다는 가정 하에!
그렇듯, 자신을 비롯해 동료들은 득점을 노리고자 뉴캐슬 박스 안으로 빠르게 발을 들였다.
마치 맛난 먹이를 발견한 맹수무리처럼!
코너킥 키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타앙-!
[스완지 시티의 팀 캐롤이 차올린 크로스으...!]
왼발잡이 윙어, 팀 캐롤은 주심의 휘슬 신호가 끝나자 반박자 빠른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발등을 맞고 떠오른 공은 페널티 에어리어를 넘어선 순간 바깥으로 크게 휘었다.
투읏!
그 순간, 뉴캐슬의 자말 라셀스가 뒤쪽에서 침투한 스완지 시티의 센터백 반 더 후른과 거의 동일한 타이밍에 점프...!
티잇-!
“이런 씨...!”
폴짝 뛰어오른 자말 라셀스의 얼굴은 와락 구겨졌다.
낙하한 공이 제 머리가 아닌, 공중에서 한 대 뒤엉키면서까지 앞으로 내지른 반 더 후른의 이마에 닿았으니까.
촤라악-!
굴절된 공은 그대로 우측 포스트 구석으로 내리꽂혔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스완지 시티이이! 팀 캐롤의 크로스를 센터백 반 더 후른이 강력한 점프 헤더로 마무리 짓습니다아아!]
[이른 시간 동점 골을 만들어내는 스완지 시티이이이!]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
언제 침묵했냐는 듯 백조들에게서 툰보다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예에에스!”
아이처럼 팔딱 뛰어오르며 함성을 내지른 스완지 감독, 그라임스는 열정적으로 외쳤다.
“그래, 바로 그거지이이! 할 수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돼에에!”
아예후 또한 이른 시간 동점 골을 달성하자 크게 기쁘면서도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소리쳤다.
“배엑! 빼애엑!”
그로선 지금 화르륵 타오르고 있는 불꽃이 미약하게라도 약해지기를 바라지 않았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기 전까진 강하게 조여야 해...!’
그렇듯 아예후는 재차 외쳤다.
“다들 본래 자리로 돌아가! 아직 게임 안 끝났...! 엇?”
허나 그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문득 입가엔 미약한 미소마저 걸려버렸다.
“이녀석들...!?”
그도 그럴 게 자신이 채 말을 끝맺기도 전, 선수들이 누가 먼저를 새 없이 본래 자리로 빠르게 뛰어간 것이다.
득점을 기록한 반 더 후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세레머니 없이 그물망에 걸린 공을 안아 들고 하프라인 중앙에 내려놓고선 원래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아예후가 본 그들의 두 눈빛은...,
화르륵, 화르르륵-!
어느 때보다 이글이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어지간한 강풍이 불지 않는 한은, 결단코 꺼지지 않을 것처럼...!
순간 아예후는 발밑에서 묘한 전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동료들의 이기고자 하는 마음과 그 투지가 살갗을 다닥다닥 돋게하기까지...!
아예후는 확신이 섰다.
‘이 경기..., 절대 질 것 같지가 않아!’
* * *
전반전 20분.
타앙-!
촤락-!
[고오오오오오오올!]
[인쿠우우우우우우우! 리그에서만 42경기 62골을 기록하는 괴물 스트라이커어어어어억!]
[뉴캐슬의 라이트백! 디안드루 예들린이 우측 사이드 깊숙이 전진했다가 말고 페널티 아크로 툭 찔러준 공을 인쿠가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는데요!]
[반 박자, 아니 한 박자 빠른 슈팅에 스완지 시티 센터백들은 미처 인쿠에게 접근하지도 못했습니다아!]
해설진은 침을 튀겨가며 외쳤고, 인구는 다시 한번 킹콩처럼 꽉 쥔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때리는 세레머니를 뽐냈다.
“우어어어어!”
“하.”
두 번째 실점에 아예후의 온몸을 다닥다닥 돋게 하던 전율은 한순간 달아났다.
‘이렇게 쉽게 실점을 허용한다고...?’
정말로 스완지 시티가 온몸을 부닥쳐 힘겨운 득점을 기록한 반면, 뉴캐슬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손쉽게!
끌어올렸던 승리욕과 투지가 다시 한번 갈대처럼 흔들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직 동료들의 타오르는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아예후는 고개를 홱홱 젓더니 이를 아득 물었다.
‘고작 한 골로 무너질 리가 없잖아!’
상대가 한 골 차 앞선다면 두 골을 넣어서 역전하면 그만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흔들렸던 동료들도 다시금 눈빛으로 말하고 있잖나.
‘아직이야! 아직 시간은 많아!’
‘할 수 있어!’
‘아자, 힘내자!’
그건 스완지닷컴 스타디움에 위치한 2만 관중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비록 한 골을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자리에서 일어나 승리를 염원하는 응원가를 부르짖었다.
‘우리는 웨일스 웨스트 글러머건 주를 대표하는 구단, 스완지 시티라네~
EPL 최초의 웨일스 클럽이지~!
우리는 백조! 우리는 강인하고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전사!
할 수 있어, 할 수 있고 말고~!
우리는 EPL 최초의 웨일스 클럽이지!’
멀지 않은 펜스엔 6살쯤 되어 보이는 어여쁜 꼬마가 두 뺨을 발그랗게 물들이며 응원가를 열창한다.
자부심과 승리욕에 가득한 그 응원가에, 아예후를 비롯한 동료들은 금세 의기투합했다.
* * *
후반전 45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추가 시간은 1분이 부여된 상황.
‘......’
언제 응원가를 부르짖었냐는 듯, 홈팬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세상 초연하기 그지없었다.
일부 자리는 텅텅 비었다.
전반전 내내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고 그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짖던 감독, 러셀 그라임스도 어느덧 벤치에 앉아 있었다.
끔뻑, 끔뻑 두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 그는 축 늘어진 입매를 한 채 슬쩍 고개를 돌렸다.
대형 전광판엔 현재 스코어가 보였다.
[ 1 : 9 ]
“...”
너무 격차가 커서 화가 나거나 절망스럽지도 않았다.
그냥 눈 뜬 그대로 그로기에 빠졌을 뿐.
해당 경기에서 인구는 5골 2도움이라는 역대급 공격포인트를 달성해냈다.
그렇게 남은 추가 시간마저 모두 지났을 때,
삐, 삐,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잉글랜드 챔피언십 우승팀의 탄생을 알렸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원정석, 3천여 명에 달하는 툰들은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만큼,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다.
< 089. 늑대가 되기로 했다 (7)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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