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90화 (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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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 늑대가 되기로 했다 (8) >

아빠는 축구를 너무 잘해!

90화 늑대가 되기로 했다 (8)

인구는 보았다.

좀비 떼처럼 펜스를 넘어 괴성을 질러대며 뛰쳐나오는 툰들을.

그건 90분 내내 뛴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으아아어!”

“우오오오오!”

“크어아어어어!”

주장인 자말 라셀스를 비롯해 폴 다밋 등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채 달려가더니 오늘 처음 본 관중과 부둥켜 끌어안았으니까.

벤치에 있던 선수들 역시 쏟아져 나왔다.

라파엘 배니테즈는 코치진과 선수들에 들려 헹가래를 받는 중.

한쪽에선 한 선수가 무릎을 꿇고 앉아 울먹이고 있었다.

“음마아아! 아들이 해냈어어! 크헝헝!”

“...”

자세히 보니 살라몬 런던이었다.

인구를 향해서도 동료들이, 팬들이 아낌없이 다가왔다.

그들은 울먹이며 한 마디씩 건넸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인쿠우!”

“인쿠! 이거 진짜지? 우리 우승한 거 실화지? 응?”

인구는 다가오는 이들을 하나하나 와락 끌어안으며 호응해주었다.

몇몇은 어깨동무를 하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까지.

이윽고 그라운드를 점령한 툰들에게선 승리의 응원가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맥파이스! 툰! 그리고 조르디스지!

잉글랜드 타인 위어 주의 유일한 빅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 풋볼 클러업~!’

살라몬 런던, 디안드루 예들린, 크리스티안 아추도 곧 그 응원가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인구는 그라운드 한편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찰칵! 찰칵!

여전히 몇몇 팬들은 그런 인구의 곁에 서서 셀카를 찍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구는 열광하는, 또는 울먹이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 텅텅 비기 시작한 홈 관중석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42라운드에서의 승리로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조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땐 다닥, 다닥 발밑에서부턴 미약한 전율이 돋았지만...,

‘막 그렇게 울 정도는 아닌데?’

기쁘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막 감정이 벅찰 정도의 기쁨이 차오른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인구는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았다.

‘이제 시작인 거잖아.’

그것도 손쉽게 보다 높은 계단을 올라 EPL 진출을 확정 지었잖은가.

그렇듯 인구 그는 당연히 이 팀이 우승을 달성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렇다 할 전력투구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당연한 거야.’

인구는 이 우승이 말 그대로 당연한 거라고 여겼다.

마치 피파 랭킹 최상위권인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당연하게 여기듯이 말이다.

오히려 조별 라운드에서 탈락하면 욕먹는 그런?

그래서 이 순간 인구는 딱 만족스러운 감정이 다였다.

다르게 말한다면..., 문득 인구의 입꼬리가 씰룩하니 끌어 올라갔다.

“내 그릇이 오지게 크다는 거겠지. 흐헣.”

*       *       *

[뉴캐슬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챔피언십 조기 우승 확정!]

[인쿠! 한 경기에서만 5골 3도움 기록...!]

[리그 42경기에서 65골 기록한 마인구! 툰들 ‘이미 인쿠는 뉴캐슬의 레전드야!’]

경기 후 언론과 여론은 난리였다.

한국 팬들은 조기 우승을 확정짓는 데 엄청난 공헌을 한 인구를 찬양했다.

- <인생은구만리> : 인쿠는 월드클래스야!

- <내이름은청룡이> : 오! 이로써 프리미어리거 한 명 더 탄생이네! ㅋㅋㅋㅋㅋㅋ

ㄴ <갓데발> : 노놉. 내 생각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간다!

ㄴ <내이름은청룡이> : 오퍼 있었음?

ㄴ <갓데발> : 없었지만 곧 올거임.

- <이승후는월클> : 오늘 경기는 진짜 뭐랄까요? 인쿠의 장점이 몽땅 보인 경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해리 캐인 같은 킥력과 더불어 래반도프스키를 떠올리게 하는 골 결정력까지...!

- <산소탱크> : 지금 경기력에 득점력이면 최소 3년에서 5년 간은 스트라이커 걱정 없어보이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ㄴ <검은머리 전술천재> : 지금 인쿠 나이 29살이잖아. 앞으로 3년 후면 32살이고 5년 후면 34살이긴 한데...,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장수할 스타일이긴 해서 네 말에 동의함.

한국 팬들만이 아니었다.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압도적인 승점 차로 우승을 확정 지은 만큼, 유럽 유명 인사들도 뉴캐슬을 칭찬하고 나섰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인구를 언급했고 말이다.

[조재 모리뉴 ‘한국 출신 선수 중엔 손흥빈 밖에 몰랐지만..., 앞으로 머지않아 전 세계인이 인쿠도 알게 될 것.’ ]

[알랙스 퍼거슨 ‘한국엔 몇 년 주기로 유독 뛰어난 선수들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차봄근, 박지송, 손흥빈, 그리고 마인구.’]

[엘런 시어러 ‘아시아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툰들은 로보트 파이기라는 스카우터를 보유한 것에 감사해야할 것. 그리고 인쿠는..., 반드시 지켜야 할 존재.’]

[이언 라이트 ‘일부 팬들은 인쿠가 EPL에서 통할지 말지를 걱정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해.  지금 플레이를 본다면, 충분히 EPL에서도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보일 것 같으니까.’]

*       *       *

경기가 끝난 다음날에도 뉴캐슬 어폰타인은 축제의 연속이었다.

취미로 맥주집을 운영하는 부자 사장은 이틀간 개인에게 맥주 1000cc를 공짜로 제공했을 정도다.

낮이며 밤이며 거리 곳곳엔 뉴캐슬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맥파이스! 툰! 그리고 조르디스지!

잉글랜드 타인 위어 주의 유일한 빅클럽!

뉴캐슬 유나이티드 풋볼 클러업~!’

인구를 위한 응원가도 이어졌다.

‘인쿠는 산티아구 무네즈! 엘런 시어러! 그리고 이언 라이트라네!

인쿠의 양발은 무시무시하지!

인쿠는 우리의 영웅! 뉴캐슬의 상징!’

일부는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국적을 떠나 서로 어깨동무하며 환호를 내질렀다.

단연 인구가 뉴캐슬에서 영웅시되고 있기에 이 거리엔 한국인들도 여럿 보였다.

축구 관련 너튜버는 중심가 시티 센터를 거닐며 탄성을 내질렀다.

“구독자 여러분! 지금 들리시죠? 여긴 그냥 24시간 내내 축제판이에요!”

그 말처럼 거리 곳곳에 자리한 툰들이 끊임없이 환호와 응원가를 열창하고 있었다.

웃통을 홀라당 깐 젊은 청년들은 단체로 어깨동무를 하며 열정적으로 부르짖었다.

“뉴캐슬! 뉴캐슬! 뉴캐슬! 뉴캐스으을!”

그때, 한 뉴캐슬 토박이는 유투버를 발견하자마자 환한 미소로 물었다.

“알 유 코리안?!”

유투버가 예~ 예스! 라고 답하자 해당 뉴캐슬 토박이는 역으로 자랑스레 물었고 말이다.

“두 유 노 인쿠 마?!”

*       *       *

며칠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다.

뜨겁던 열기도 다소 식은 지금.

이제 일부 팬들은 다가올 2019-2020시즌을 앞두고 뉴캐슬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 : 최소 4명의 선수 보강은 필수라고 봐! 단연 지금 선수들을 지키고!

- : 마이크 애슬리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돈다발을 풀까?

ㄴ : 진짜. 제발 풀었으면 좋겠다. 최소 6000만 파운드(한화 959억)라도...

- : 우리 센터백 보강은 필수야. 좌측 풀백도. 풀 다밋은 한 번 실수할 때 크게 실수해버리잖아.

- : 플레이메이커도... 인쿠가 온전히 공격에 치중할 수 잇게 말이야.

- : 그렇게 따지면 윙어도 한 명 영입해야하는 데?

- : 일단 애슬리 체제에서 한 번 승격했다가 다이렉트 강등을 경험한 전적이 있는 만큼..., 그때처럼 돈을 아끼진 않을 거야. 분명 필수 포지션 보강은 진행할 거라구.

툰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지지난 시즌들과는 달리, 이번 이적시장에서의 알찬 영입!

그래서일까?

일부는 벌써부터 불안함을 비쳤다.

- : 마이크 애슬리가 구단주로 있는 한은..., 또 승격했다가 곧장 다이렉트로 강등당하는 역겨운 역사가 몇 차례 더 반복되지 않을까?

- : 애슬리 이 새끼가 구단주로 있는 한은 기대가 전혀 안 된다! 지금 규모 선수단 지키는 것만으로도 기적 아니냐?

- : 벌써 이적 루머가 떠돌던데?

ㄴ : 루머 아님. 오피셜도 있어. FUCK...!

한 팬의 말대로였다. 역대급 경기력으로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만큼, 몇몇 선수들을 향해 타 구단에서의 제안이 왔던 것이다.

[올 시즌 12골 6도움 기록한 살로몬 런던! EPL 하위권팀 브라이튼에서 원해...! 예상 이적료 2000만 파운드(한화 319억) 추정...!]

[17골 10도움 기록한 아유세 페레즈! 웨스트햄,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관심! 예상 이적료 3000만 파운드(479억)!]

[디안드루 예들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떠나는 키어론 트리피어 대체자로 토트넘에서 원해...!]

물론 툰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인구의 이번 재계약을 치르는 과정에서 필수 옵션으로 최소 한 포지션당 1500만 파운드(한화 236억)를 투자해야 함을.

더 나아가 특정 선수를 지켜내는 조건까지 내걸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시간은 더욱 흘러 5월 중순.

인구의 뉴캐슬은 리그 마지막 라운드를 치렀고, 최종전에서 마저 승리를 취하며 신기록을 달성해냈다.

바로 잉글랜드 챔피언십 역사상 한 시즌에 가장 높은 승점을 달성한 팀이 된 것이다.

챔피언십의 현 최종 순위는 이랬다.

<1위> 뉴캐슬 유나이티드 46경기 40승 3무 3패 (승점 123)

<2위> 애스턴 빌라 FC 46경기 32승 7무 7패 (승점 103점)

<3위> 스완지 시티 AFC 46경기 31승 7무 8패 (승점 100점)

<4위> 웨스트 브롬위치 FC 46경기 30승 6무 10패 (승점 96점)

<5위> 미들즈브러 FC 46경기 28승 8무 10패 (승점 92점)

<6위> 브렌트포드 FC 46경기 25승 10무 11패 (승점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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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역대급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 2018-2019시즌의 최종 순위 5위 미들즈브러만 하더라도 승점만 놓고 보면 전년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승점이었으니까.

최종 순위 2위를 기록한 애스턴 빌라만 하더라도 역대급 커리어라 할 수 있었고 말이다.

와중에 뉴캐슬은 이런 각축전이 벌어졌음에도 불구, 2위를 승점 20점 차로 따돌렸다.

언론은 뉴캐슬의 선수들 뿐만 아니라 라파엘 배니테즈를 향해서도 찬사를 보냈다.

[명장의 귀환! 라파엘 배니테즈!]

물론 라파엘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선수들이 잘해주었기에 지금의 저와 뉴캐슬이 있는 겁니다.]

특히 인구를 향한 더욱 큰 애정을 드러냈다.

[누구는 인쿠에게 아직 더 많은 검증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본 그는 어떤 무대에서건 똑같은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재능을 지녔으니까요.]

그리고 역대급 성적에 따른 보상은 곧 이어졌다.

제일 먼저 인구의 옵션 조항이 발동되었다.

[인쿠! 승격 확정하며 올 시즌부터 연봉 100% 인상...! 기존 160만 파운드(한화 25억)에서  320만 파운드(한화 50억)로...!]

< 090. 늑대가 되기로 했다 (8) > 끝

ⓒ 강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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